소설리스트

〈 67화 〉이티아 오픈! (67/85)



〈 67화 〉이티아 오픈!

메이의 솜씨는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분명 눈 감고 30분도 안   같은데 얼굴이 뽀송뽀송해졌다.

전처럼 화려하게 꾸민 것은 아니고 립스틱과 분칠만 했는지 얼굴이 찝찝하지도 않았다.

대신 머리는 뭘 많이 붙여놨는지 무겁고 거추장스러웠다.

“으으으…머리에 이건 뭐야?”

“잠깐만요! 손대지 마세요!”

메이가 후다닥 달려와서 내 손을 잡아챘다.

그러니 더욱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아니, 뭐길래 이래? 만지면 안돼?”

“기껏 해놓은 머리가 헝클어지면 안돼잖아요. 잠시만요 거울 보여드릴게요.”

메이는 내 손을 잡아끌고  거울 앞으로 데려갔다.

거울 앞에 내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눈이 부셔!

너무 예뻐서 눈이 부신다는 의미가 아니다. 말 그대로 머리에 치장해놓은 보석들이 조명을 받고 빛을 사방으로 반사시켰다.

그리고 그런 보석들이 두세개도 아니고 머리카락 전체에 흩뿌려져 있었다.

“메이…이건 너무 과하지 않아? 아무리 작은 보석이라고 해도…”

메이 몰래 하나를 똑 떼서 살짝 만져봤더니 진짜 보석도 아니고 그냥 비슷하게 만든 모조품이었다.

“어차피 손님 받기 전에 샤워 하시잖아요. 그때 머리 감으시면 알아서 다 떨어져요.”

“윽…이걸  떨어뜨릴 정도로 머리를 감으면 삼십 분은  걸릴걸?”

“걱정 마세요. 이티아 님은 머릿결이 고우셔서 빗으로 몇 번 쓸어주기만 해도 다 떨어질 거에요.”

메이는 끝까지 완고했다.

어쩔 수 없지 가면서 하나씩 똑똑 떨어뜨리는  밖에.

“알았어. 가자. 이제 오픈 시간도 다 되었지?”

“네. 그런데 홍보를 따로 안 해도 돼요? 첫날부터 손님이 별로 안 오시면 어떡해요…”

“그건 걱정  해도 돼. 공작이 알아서 입소문을 내준다고 했거든. 가격대는 다 알려 줬지?”

“네. 짧게 하면 10골드, 섹스까지 하면 30골드. 이후 엔 옵션에 따라 다르게 하고 시간당 금액이 추가되게 했어요.”

“좋아. 아마 대부분 귀족들이라 너무 싸면 오히려 싫어 할 거야. 적당히 이것저것 살을 붙어서 더 뜯어내도 좋아.”

“그래도…돼요? 사기 아닌가?”

“어허! 사기라니. 그치들은 오히려 자기한테  더 받았으니 자기가 더 맘에 들었을 것이라 생각하는 부류야. 이건 포상이라고!”

내가 생각해도 억지 같았지만 그냥 덮고 넘어가자.

“비올라는? 앞으로 걔가 카운터를 봐야 할 텐데.”

“아직 병원이에요. 며칠간 더 쉬어야겠다고…”

“그럼 어쩔 수 없지. 네가 대신해. 명단은 다 알지?”

“제, 제가요? 알긴 알지만…”

“별 거 없어. 어차피 네가 매니저 역할을 맡아서 해야 하는데.  연장선이라고 생각해.”

초창기에 메이를 데려올때도 이런 일을 시키려고 했다.

비올라를 알게 되어 잠시 보류해 두었건만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메이를 시켜야지.

“그, 그래도…네…”

메이는 결국 알겠다고 오케이 사인을 보였다.

“괜찮아. 그리 힘든 일도 없을거고, 진상이야 오면 내가 다 쫒아내줄게. 그리고 오늘은 어차피 오픈날이라 나도 마지막까지 있을 거야. 내가 도와주면 되지.”

“감사합니다…”

나는 풀죽은 메이를 데리고 1층 홀로 내려갔다.

내려가면서도 중간중간 머리에 붙은 알갱이들을 버리는 것을 잊지 않았다.

마침내 홀에 도착하니 다른 사제들도  꽃단장을 마친 모양이었다.

“다들 안녕~. 다 왔어?”

“비올라 빼고 다 모였어…그런데 정말 예쁘네.”

릴리가 대표로 내게 인사를 하며 다가와서는 마구 금칠을  주었다.

“너도 예뻐 릴리. 전보다 머릿결도 더 좋아진  같고 드레스도 잘 어울리네.”

“앗…!”

화악 얼굴을 붉히는 릴리를 뒤로하고 다른 아이들도 내게 다가와서 여기저기 금을 퍼다 발랐다.

예쁘게 치장한 아이들이 짹짹대는 모습이 흐뭇했지만 언제까지고 이렇게 있을 수는 없기에 일단 모두 집중시켰다.

“자! 모두 그만. 오늘이 첫 오픈인 건 알지? 너희는 내 첫 번째 사제들로 가장 많은 신력을 모을 수 있을거야. 그리고 그만큼 너희들은 더욱 아름다워지고, 매력적이게 되겠지. 그러면 또다시 많은 손님들에게 지명을 받을  있을거고. 계속 이렇게 선순환이 반복되겠지.”

모든 사제들은 눈을 빛내며 내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너희들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창관에서 일하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여기 이티아에선 너희가 원한 그 이상을 얻어갈 수 있을것이라고 확신할  있어.”

돈이나 귀족의  같은 것은 오히려 거들떠도 보지 않을 정도로 달콤한 보상이 모두에게 지급될 것이니 말이다.

”그리고  시작은 오늘 지금 여기서부터야. 다들 열심히 하도록 해.”

 짤막한 연설이 끝나고 모두가 잔뜩 상기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좋아, 동기부여는 확실히 되었군.

이제 적어도 일주일간은 다들 의욕적인 모습을 보여줄 것이었다.

그리고 그 일주일간 모은 신력들로 변화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면 더욱 의욕적이게 되겠지.

다들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모습이 머릿속에서 그려지니 나도 덩달아 즐거워졌다.

“자! 메이 그럼 이제 몇 분 남았지?”

“시간 됐어요! 이티아 님!”

참으로 기가 막힌 타이밍이었다.

메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브래드와 피트가 문을 열었고, 공작과 헥스를 포함한 몇몇 남자들이 창관 안으로 들어왔다.

“공작! 그리고 헥스!”

“여기가 이티아 님의 보금자리로군요. 영광입니다.”

“저, 저도 영광입니다.”

“잔말 말고 빨리 들어와. 뒤에 그건 뭐야?”

공작과 헥스는 몸만 달랑 온 것이 아니었다.

공작 뒤에서 따라오는 남자들은 다들 손에 커다란 보따리 하나씩을 들고 들어왔다.

“이티아 님이 직접 초대를  주셨는데 당연히 선물을 준비했지요.”

“화환 몇 개와 장식품들입니다. 그림도  점 있고, 조각상도 가져왔지요.”

“그래? 어디다 둘 지는 생각 안했는데…일단 가져와.”

적당히 놔두면 메이가 알아서 정리해 줄 것이었다.

아니면 비올라가 돌아온 후 맡겨도 좋겠지.

“음…다들 신경  줘서 고마워. 그럼 어서 들어와. 특별히 대접해 줄게.”

내부 공사를 하면서 살짝 추가한 부분이 있다.

 창관의 경우 현관 들어오자마자 보이는 홀을 기준으로 오른쪽 왼쪽 모두 방이 있는데, 그중 왼쪽 방에는 사제들의 개인 방이자 일터를 준비해 두었고 반대쪽인 오른쪽에는 지구에서나  법한 접대 룸을 마련해 놓았다.

물론 여기는 지구가 아닌 아르고니아라서 노래방 기기 같은 것은 없지만 그래도 술과 각종 안주들을 준비하고 몇몇 사제들을 함께 들여보낼 것이다.

그러다 눈 맞으면 사제들 방으로 데려가면 되는 것이고.

호텔과 룸을 동시에 마련했다고 할까? 뭐 어차피 사제들이 많아지게 되면 이쪽 방들도 하나씩 배정을 해 주어야겠지.

일단은 시범 실행이니 앞으로의 반응을 통해 룸을 더 줄일지, 그대로 유지할지 결정하면 된다.

“뒤에 사람들도 다 데리고 와.”

“아뇨, 이들은 짐만 옮기려 데려온 사람들입니다. 제가 말을 해 놨으니 앞으로 차차 도착 할 예정이지요.”

“그래? 흐음…”

어차피 공작이 데려온 남자들은 여섯  밖에 안 되어서 괜찮다고 생각한 나는 멀뚱멀뚱 서있는 사내들에게 적당히 한명씩 골라 데려가라고 했다.

처음엔 조금씩 빼다가 결국 마지못한 듯 하나 둘씩 짝을 지어 방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확인하고 릴리, 레아만 데리고 룸 안으로 들어갔다.

“메이 다른 애들 챙겨주고, 새로 오는 사람들 중 공작 소개로 왔다는 사람들은 다 내 방으로 들여보내.”

“네.”

마지막으로 메이에게 일러준 뒤 나는 방으로 들어갔다.

“다들 저녁은 먹고 왔지? 우리는 아직 요리사가 없어서 오늘은 술과 과일안주만 나올 거야.”

“저야 나이를 먹으니 딱히 생각이 없더군요. 이보게 헥스, 자네는 창창할 나이이니 챙겨 먹었겠지?”

“말씀  하셔도 든든하게 먹고 왔습니다. 그런데…굳이 부하들은 안 챙겨 주셔도…”

부하들? 아까 그 짐꾼으로 데리고 왔던 사내들은 헥스의 부하였나보다.

“에이 헥스의 부하면 챙겨 줘야지. 물론 돈은 제값으로 받아낼거야.”

“뭐, 그들도 귀족이니 그건 제가 신경 안써도  겁니다.”

“걔들도 다 귀족이야?”

“방금 데려온 자들은 전부 헥스 경의 기사단원입니다. 황족을 수호하는 라이온 가드의 일원들이죠.”

그런 애들을 겨우 짐꾼으로 쓰려고 데려왔다는 것에 한번 놀랐고, 황족을 수호해야 할 기사들이 창관에서 물고빨고 있다는 사실에  한번 놀랐다.

“허얼…그런 애들을 그냥 돌려보내려 했던거야?”

“그, 그것은 더 중요한 손님들이 오시기 때문에…”

“부하들에게 너무 박하면 욕먹는다. 아! 이리 가져와.”

릴리가 술과 안주를 가져와 테이블에 올렸다.

술은 그냥 동네 주점에서 살 수 있는것이고, 과일도 메이가 시장에서 산 제철과일에 그냥 꿀과 설탕물만 뿌려 놓았다.

“이것 먹는것도 다 공작이 사는거야. 자신 있지?”

“허허…벌써부터 계산서 받기가 무서워지는군요.”

엄살을 부리는 공작에게 포도알 하나를 먹여 주었다.

“자. 여기 이거 하나에 10골드야.”

“10! …크흠. 장난 아니군요.”

크…이거다. 이거야.

포도알 하나에 10골드씩 받는 장사가 어디있어? 바로 여기있지.

본디 창관의 급은 음식의 질이 만드는 것이 아니다. 일하는 여자들의 수준과 가격이 정하는 거지.

그리고 내 창관인 이티아는 양쪽 모두를 꽉 잡을 수 있다.

“어때? 내가 준 거니까 더 맛있지?”

윙크를 하면서 헥스에게도 하나 넣어주니 좋다고 헤벌레 웃는다.

분위기도 좋고 사람도 별로 없고 하니 슬쩍 공작에게 다가가 비밀스러운 말을 전했다.

“공작. 내가 어제 습격을 받았다고 했잖아.”

“그랬죠.  그래도 찾고 있습니다만…뒷골목 특유의 페쇄성 때문에 쉽지는 않습니다.”

“그거…내가 어젯밤에   번 더 습격을 받았거든?”

“!! 어디서 말씀이시죠?”

“여기 저택에서. 다행히 쉽게 제압하긴 했지만. 그래도 암살자가 바로  것은 꽤나 충격적이었어.”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혹시 사살하셨나요?”

“저택 지하실에 가둬놓긴 했어. 완전히 무력화시켜 놓았으니 탈출하거나 하진 못할거야.”

“허허…역시나 굉장 하십니다. 그럼 확인을…”

“아냐, 됐어. 나는 나대로 조사를 진행할 테니 가끔씩 와서 정보만 얻고 가. 오늘은 이걸 알려주려고 부른 것도 아니고. 뭣하면 할거 다 하고 가던지.”

“알겠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무력화를 시키셨다는 건지…”

“아! 그것도 말인데…여기 저택이 원래 어떤 목적으로 사용되었고, 누구 명의였는지  알아봐 줘.”

“왜 그러십니까?”

“여기 저택 지하에 마법진이 깔려 있었어. 그것도 고문용으로.”

“어떤 효과인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공작은 트레이드 마크인 수첩을 꺼내서는 내가 하는 말을 그대로 필기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보통 가정집에 이 정도의 고문도구와 지하감옥이 있을 것 같지는 않아.”

“제 저택만 봐도 그런 감옥은 없습니다. 이것도 같이 조사해 보는게 좋을  같군요.”

“그래. 부탁해. 아참, 그리고 한가지 더.”

마지막에 말을 꺼낸 만큼 가장 중요한 문제다.

나는 구석탱이에 몸을 처박고 웅크리고 있던 레아를 불렀다.

안 그래도 왜소한 체구로 귀여움을 뽐내는 그녀였지만 지금처럼 구석탱이에 몸을 구깃구깃 욱여넣고 눈에 띄고 싶지 않다는 티를 팍팍 내니 정말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귀여웠다.

지금도 봐, 머뭇머뭇 거리면서도 슬금슬금 다가오는게  새끼고양이 같잖아.

언젠가 고양이 코스프레라도 시켜야겠다고 생각하며 가까이 다가온 레아를 공작에게 소개시켜주었다.

“흐음…”

과연 공작은 공작이네. 레아의 머리색만 보고 알아보다니.

“어때? 알겠어?”

“예. 보아하니 아직 어려 보이는데, 이 창관 괜찮은 겁니까?”

아, 아닌가?

“저는 성인입니다. 올해로 스물 둘이지요.”

“그래? 그런데 몸집이…쯧쯧쯧”

“공작 정말 모르는거야?”

“무엇을 말입니까?”

이런. 아까 했던  취소.

아니 오히려 이렇게 되니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

공작이 모를 정도면 다른 대부분의 사람들도 모른다는 거니까.

“아니다. 됐어. 모르면 말고.”

아마 레아가 예전에 만났던 귀족이 특이했던  이겠지.

혹시라도 나중에 그런 귀족이 온다면 그때가서 공작에게 도움을 요청해도 될 것이었다.

굳이 내가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아도 괜찮겠다고 생각하며 술잔에 술을 따랐다.

그때 똑똑똑똑 노크가 들리고 문이 열렸다.

“이티아 님. 손님들이  오셨습니다.”

슬슬 달아오를 시간이라 타이밍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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