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2화 〉이티아 오픈 준비 (62/85)



〈 62화 〉이티아 오픈 준비

“그럴 필요 없어. 이티아.”

너무나도 반가운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고  부른 남자를 바라봤다.

“이든!”

딱 필요하다고 생각할  정확히 나타난 이든을 향해 달려가 품에 안겼다.

“나 불렀어 이티아?”

“응. 어떻게 알고 온 거야?”

“이만한 불기둥을 보고 딱 네게 준 아티팩트인줄 알았지.”

“그렇구나…아차! 이든! 빨리 여기  봐줘.”

이든의 소매를 끌고 와서 소심이를 보여줬다.

“어때…? 고칠 수 있겠어?”

“마법이라면 쓸줄 알지만…내가 인간의 구조나 의학 같은 분야는  모르니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네. 네 부탁이라면 마법은 써 줄게.”

“응.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써줘.”

피가 멎을 정도의 응급처치만 되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이든이 주문을 영창하자 이든의 손바닥에서 새하얀 빛무리가 생성되어 소심이의 머리를 감쌌다.

내 신체복구 권능과는 다른 느낌으로 소심이의 상처가 빠르게 아물기 시작했다.

철철철 새어나오던 피도 어느새 멈췄고, 호흡도 안정되었다.

“일단 마법으로 치유는 했어. 그런데 상태가 어떤지는 잘 모르겠네.”

“가, 감사합니다…정말 감사합니다.”

“일단 혹시 모르니 병원에는 데려가자. 이든, 저 애들을 데리고 먼저 들어가있어.  비올라와 같이 갈게.”

그렇게 말하고 소심이를 부축하려는데 이든이  팔목을 잡았다.

“왜?”

“아니, 나도 같이가.”

“너도? 왜?”

“방금 네가 아티팩트를 사용 했다는 건 그만한 위협이 있었단 것 아냐? 그런데 너를 달랑 혼자 보낼수는 없어.”

이든의 말을 들어보니 설득력이 있었다.

나와 비올라만 가는데 습격을 당하면 아까처럼 버티기는 힘들겠지.

내가 너무 안전불감증이 된 건가?

“알았어. 그럼 같이 가자. 릴리 너네끼리 갈  있지?”

“네. 마차를 타면 되고,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면 당분간 나타나지 않을 거예요.”

“그래. 혹시 모르니 큰길로만 다니고.”

그렇게 정리가 끝나고 막 헤어지려는 찰나 경비병들이 나타났다.

뭐 하다가 이렇게 늦게 와?

막상 사건이 일어나는 도중에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다가, 모든 것이 마무리되고 헤어질 때가 되서야 등장하는 경비병들이 곱게 보이진 않았다.

다른 일행들도 생각이 비슷했는지 다들 한 마디씩 험담을 흘렸다.

“자자, 그만들 해. 기분이 나쁜 건 맞지만 아마추어처럼 티내지는 말자고.”

간신히 사제들을 진정시킬 즈음 내 쪽으로 경비병 무리의 대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다가왔다.

“안녕하십니까. 여기서 폭력사건이 발생했다는 신고를 받고 왔습니다.”

참 빨리도 왔다고 면박을 주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지만 나도 웃는 얼굴로 경비대장을 맞았다.

“네. 폭력사건을 일으킨 범인은 저쪽 골목으로 도망쳤고 상황은 끝났습니다.”

간단명료하게 상황을 설명하고 자리를 뜨려고 했지만 경비병은 우리를 그리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자세한 상황을 듣기 위해 저희 관할 경비대로 출석해주십시오. 진술서를 써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나중에…”

“아뇨 지금 당장.”

뭐야? 왜이래?

갑자기 이렇게 꼬장을 부리니 당황스러웠다.

“뭐죠? 저기 환자 안 보여요?”

사람이 다쳤는데 경비대장의 눈에는 그깟 진술서가 더 중요한 모양이다.

“다친 사람은 다른 분이 병원에 데리고 가면 됩니다. 우선 저를 따라오시죠.”

이렇게 말하니 별 도리가 없었다.

상대는 공권력인걸…

“일단 릴리는 그대로 출발해. 비올라는…이든 네가 같이 데려가줘.”

“뭐? 안돼! 너는 어떡하고.”

“에이…그래도 경비병들이랑 같이 가는데 설마 해코지를 하기야 하겠어?”

“내가 걱정하는건…”

“그만. 나도 알아. 그런데 정말 아무 일도 없을거야. 정말 위험한 일이 생겨도 알잖아? 바로 신체복구를 쓰면 된다는거. 그 틈에 네가 구해주러 오면 되지.”

설마 경비대가 뒷골목 폭력배와 그렇게까지 내밀한 관계는 아닐거다.

…아니겠지?

물론 나도 아무런 비장의 카드 없이 가는 것은 아니다.

이든에게 귓속말로 소근소근 일러준 뒤 보내고, 나는 경비병들을 따라갔다.

혹시나 경비병들도 폭력배들에게 매수당하진 않았을까 걱정했지만 가는동안 경비병들은 내게 예쁘다느니, 나이가 몇이냐느니 같은 질문만 했다.

슬슬 대시가 부담스러워질 때 즈음 경비병들이 근무하는 근무소에 도착했다.

“자자~ 여기 앉으시고.”

“…”

“그래. 여기는 나쁜 폭력배들이 없으니 맘 편하게 말해도 됩니다~.”

그러면서 나를 감싸듯 다가오는 경비병들의 모습에 살짝 위축되었다.

“그래, 우리 예쁜 아가씨는 이름이 뭔가요?”

“이티아 입니다.”

“이름도 예쁘시군. 이 티…아. 그래. 평민인가?”

“응.”

계속 하대를 하길래 나도 그냥 말을 깟다.

왜, 뭐. 그렇게 보면 어쩔건데.

경비병은 살짝 기분이 나쁜지 째려봤지만 나는 아랑곳 않고 모른 척 시치미를 뗏다.

그 후로도 비슷하게 경비병이 내게 무언가를 물어보고, 내가 반말로(굉장히 기분 나쁘게) 대답을 하는 식으로 대화가 진행됬다.

참 노골적이라고 생각하는 게, 분명 사건에 대한 진술서를 작성하려고 데려왔다면서 물어보는 질문은 죄다 가족관계, 친족관계 및 주변 사람들에 대한 호구조사를 할 뿐이었다.

내가 건드려도 뒤탈이 없는 여자인지 확인하려는 거겠지.

나는 내가 공작이나 헥스, 데릭과 같은 귀족들과 관계가 있다는 것을  숨기고 아무것도 모르는 처녀인 양 말했다.

“그래…부모님도 다 돌아가시고 친인척도 없다 이거지?”

“응. 그런데 아까 일어난 폭력사건에 대한 조사는  해?”

“이봐 아가씨. 이 황도에서 일어나는 폭력사건만 하루에 수십 건이야. 우리가 그런 사건 하나하나를 다 확인하고 경위서를 작성할 수는 없어.”

“그런데 난 왜 데려온건데?”

“우리가 왜 너를 굳이 데려왔냐고? 그야 지금부터 알아가면 되는 일이지 흐흐흐.”

어? 이렇게나 빨리?

내가 이든에게 부탁한 것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기에 아직 시간을 좀 더 끌어야 했다.

“자, 잠깐 잠깐. 너네 그 빡빡이한테  먹었어?”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의혹을 말하자 내게 접근하던 경비병들의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뭐, 뭐야?”

“이년이 뚫린 입이라고!”

너, 너무 깝쳤나?

하지만 경비병들의 반응을 통해 의심이 확신으로 변했다.

“진짜  받았구나? 제국도 그리 깨끗하진 않네.”

“이…! 뭣들하고있어 당장 잡아!”

“악!”

쿠당탕!

순식간에 덥쳐져 손발이 구속당했고, 입도 막혔다.

이런…이든은 아직인가?

하는 수 없이 매혹의 권능을 사용하려고 할 때, 그렇게나 기다리던 인물이 나타났다.

“네놈들! 지금 무슨 짓이냐!”

건물 벽쪽에 달린 창문이 흔들릴 정도로 쩌렁쩌렁한 고함이 고막을 강타했다.

나뿐만 아니라 주변의 경비병들도 귀를 감싸쥐고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단 한번의 고함으로 좌중을 무력화시킨 괴물, 헥스는 순식간에 달려와 날 깔아뭉개던 경비병 하나를 쳐서 날려버린 뒤, 나를 안아들었다.

“이티아 님. 괜찮으십니까?”

“어휴…귀가 제일 아파.”

“감히! 어떤 놈들이!”

“너야 너.”

“우선 이 놈들을 다 묵사발을 내고 듣겠습니다! 으랴압!”

나를 한 손으로 안아들고는 순식간에 휙휙 움직이며 경비병들을 하나 둘씩 스쳐지나갔다.

그럴 때 마다 경비병들이 실 끊어진 인형처럼 픽픽 쓰러졌다.

그냥 툭툭 치는 것 같은데 이렇게 세?

그렇게 1분도 안되서 다른 모든 경비병들이 무력화되었다.

“헥스 엄청 세네.”

“이놈들이 약한 것뿐입니다. 이런 쓰레기 같은 놈들이 강할  없죠.”

“죽인 건 아니지?”

“그러고 싶었지만 참았습니다.”

“그래, 잘했어. 어휴…피곤하네. 손목도 아프고.”

손목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스트레칭을 하자 헥스는 내게 조심스레 물어왔다.

“저…어떻게 된 일인지 알려주십시오.”

“음…일단 공작저로 가자. 이게 어디서부터 잡아야 할지 감이 안잡혀서.”

단순히 경비병만 매수당한거라면 헥스선에서 정리가 가능할테지만, 좀더 깊게 연루되어있다면 공작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았다.

“얘들은 적당히 기사들한테 말해서 가둬놓고. 아! 조사도 해야겠구나?”

“그 부분은 제게 맡겨주십시오.”

기사단장 헥스의 명으로 다른 경비대에  강간하려 했던 경비병들을 넘겨준 뒤, 우리는 공작저로 이동했다.

“흠…그러니 알수없는 폭력배에게 습격을 당했고, 그 폭력배들이 경비병을  매수했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렇지. 물론 내 추측이 상당부분 들어가긴 했어.”

“그 부분은 정확히 조사를 해봐야 할  같습니다. 일단 이티아 님을 공격한 폭력배의 정체를 파악하는 것이 먼저일 듯 하군요.”

“응응. 내가 일하던 창관 위주로 조사해보면 될거야. 그 창관이 폭력조직의 산하에 있었거든.”

“알겠습니다. 그리고 경비병들은 제가 따로 조사관을 보내도록 하죠. 그 전까지 죄목은 집단강간미수로 넣어놓겠습니다.”

“그래. 어휴…오늘 왜 이렇게 힘드냐. 가뜩이나 신…큼큼. 피곤한데.”

헥스가 있다는 것을 잊고 신력이라고 말할 뻔했다.

헥스라면 말해도 되지 않을까 싶었지만 그것이 지금은 아니었다.

“내일이 오픈이지요?”

“응. 헥스도 내일 올 거지?”

“제, 제가 가도 되는 겁니까? 선약이 있으신게…”

“에이 뭐 그 정도야. 와도 돼. 올거지?”

“예! 꼭 가겠습니다!”

“그래그래. 하아암~. 공작도 내일 꼭 오고. 난 그럼 갈게.”

“오늘은  하실 겁니까?”

공작이 은근하게 물어왔지만 오늘은 다른 손님이 이미 있었다.

“아쉽지만 오늘은  할거야. 내일오면 추우웅분히 즐길 수 있으니 기대하세요~.”

“어쩔 수 없군요. 이보게 헥스. 이티아 님을 자택까지 모셔다 드리게.”

“예! 알겠습니다!”

***

“그래서…왜 그런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한거지?”

“죄송합니다…형님의 계획이 어그러지는 것을 두고보기만 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네가 소동을 일으킬 필요는 없었다. 결국  때문에 작업해둔 경비병들도 잃게 생겼잖나.”

“죄송합니다.”

“쯧! 게다가  얼굴도 팔렸으니 당분간 네게 뭔가를 맡기기는 힘들겠군. 알아서 자숙하고 있어라.”

“예.”

대머리의 사내가 방문을 나서자 방 안에는 오직  쌍의 남녀만 남게 되었다.

“쯧…! 괜히 욕심을 내서 가진것도 잃게 생겼군.”

“킥킥…그러니까 진작 나한테 맡기라니까. 어때요. 내가 죽여줄까요?”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군. 저 녀석의 말로는 이티아 라는 여자가 리더인 듯 보였다니 그년만 죽이도록.”

“흐흥~. 내게 타깃을 정해준 건가요? 아쉽게도 던져진 칼은 방향을 바꿀 수 없답니다.”

“소란만 피우지 마. 제발.”

마침내 여성까지 방을 나가자 혼자가  남성은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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