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8화 〉야외는 또 색다르지
“무슨 일이야? 싸웠어?”
“그럴 일이 조금 있어서…”
“그래? 알았어. 그럼 난 의상실에 가 있을게.”
힘들어보이니까 혼자 있도록 해 주려고 배려해 주었지만 비올라는 그걸 바란 것이 아닌 모양이었다.
“자, 잠깐! 진짜 가려고?”
“그럼?”
“이, 이야기는 들어줘야지!”
너도 츤데례 계열이니?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니 비올라가 내게 축객령을 내린 적은 없었기에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래. 들어줄게 무슨 일 있었는데?”
“창관 주인이 바뀔거야.”
“갑자기? 왜?”
“그냥…짤린거지 뭐.”
“짤리다니? 네가 점주 아니었어?”
지금까지 계속 관리직에 있길래 당연히 건물주일줄 알았는데 사실 비올라는 점장(지배인)일 뿐이었다.
“사실은 이 창관보다 고급진 곳도 많으니 수익성이 별로 높지 않았거든. 그런데 네가 들어오고 굵직한 귀족 손님들을 받기 시작하니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거지.”
“그래서 짤라버렸다고?”
“점장이 믿을만한 사람으로 바꿔버린거지. 나처럼 관리직에 있는 사람한테 돈을 주고 싶지 않았거나.”
그렇게 말하는 비올라는 꽤나 허탈해 보였다.
스스로 일궈온 터전을 남에게 통째로 빼앗기게 생겼는데 누군들 안 허탈할까.
특히나 밤새워 업무를 처리할 정도로 열정적인 모습을 보이던 비올라였기에 더욱 힘들어 보였다.
다른 창녀들도 비올라가 함께하지 못한다는 것을 어느정도 알고 있었다.
창녀들 대부분이 아쉬워하는 모양이었지만 그들도 딱히 해결책을 제시하진 못했다.
몇몇 창녀들은 비올라가 떠나면 자신들도 다른 창관으로 이적한다는 말도 꺼냈다.
“그럼 만약 비올라가 다른 창관의 지배인이 되면 거기로 이적할 생각은 있어?”
“물론이죠! 지배인이 같은 창녀출신인게 편하거든요.”
“전 예전에 일하던곳에서 그곳 지배인이 하도 끈질기게 달라붙어서 여기로 온 거라구요.”
오호…그렇단 말이지?
내 머리속에서는 이 상황을 이용할 하나의 그림이 그려지고 있었다.
잘하면 여기 창관 하나를 꿀꺽할 정도의 큰 그림이 말이다.
“이티아~ 손님 오셨대~!”
“아, 벌써?”
“벌써는 무슨. 지금 9시야.”
이런. 이런저런 생각을 좀 하느라 시간가는줄도 몰랐다.
그럼 오늘의 손님을 맞으러 가 볼까?
창관 내에서도 가장 깊숙하고 외진 곳에있는 고급스러운 방에 노크를 하고 들어갔다.
벌써 잔뜩 섹스할 생각에 몸이 후끈 달아올랐다.
섹스는 언제나 좋아. 최고야! 짜릿해!
내가 방문을 열고 들어가자 손님은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었는지 침대에 앉아서 내쪽을 바라봤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오 오늘은 좀 멀끔해 보이는데?
염소수염이 인상적인데다, 나이대도 꽤나 젊어 보였다.
간단한 인사가 끝나자마자 염소수염의 귀족은 내 쪽으로 나가왔다.
“하읏…!”
가슴을 확 붙잡히며 키스를 당하니 나도 모르게 신음이 새어나왔다.
다들 키스부터 하더라…가슴 만지면서.
아직 이름도 모르는 사람한테 가슴이랑 입을 허락했다고 생각하니 굉장히 문란하고 야한 여자가 된 것 같았다.
…맞지만.
어쨌든 적당히 입을 내준 뒤 끈덕지게 달라오는 손길을 피하며 물었다.
“프흐…잠깐잠깐. 우리 침대가서 해요.”
성급한 것도 좋지만 이런 불편한 자세로는 제대로 즐기기 어렵다.
계속 달라붙는 손을 허리춤에 두르고 자리를 옮기며 종알댔다.
“이름이 뭐에요?”
“데릭, 데릭 요한슨이오. 그러는 아가씨는 이티아 양 이지요?”
“맞아요. 데릭도 공작님의 소개를 받고 온 건가요?”
“그렇소. 정말 공작님의 말씀처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우시군.”
우욱…이건 이든이 처음 만날 때 썼던 말투다.
이걸 실제로 쓰는 귀족이 있구나…
“그럼 주로 하시는 일이 뭐에요?”
“저는 황실에서 일하는 시종장입니다.”
시종장? 그 황제 곁에서 이런저런 일 다 도맡아 하는 보좌관 같은 요직 아니야?
“시종장인데…이런데 와도 돼요?”
황제가 사는 황궁을 관리하는 직책이니 굉장히 바쁠 수 밖에 없다.
애초에 하루 종일 황제곁에 붙어있어야 하는 직업 아니야?
“괜찮습니다. 오늘은 휴일이거든요.”
세상에 시종장도 휴일이란 게 있구나.
당연히 일년 365일 황제 곁에서 싸바싸바하는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나보다.
더 들어보니 시종장은 세 명 정도가 있고, 그들이 각자 돌아가며 황제를 보필한다고 했다.
“와…이렇게 보니 굉장히 높은 사람이었네요.”
지구에 살때도 그랬고, 지구의 역사를 봐도 왕 혹은 그에 준하는 권력자의 얼굴을 매일 보고 사는 사람들은 대체로 어마어마한 권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지금까지의 살짝 위축이 되는 것 같았다.
공작은 너무 할배같아서 그런 포스가 느껴지지도 않았고, 헥스나 다른 사람들은 알아서 저자세로 나와주니 권력자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데,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데릭은 인상도 퍽 날카로운 편인데다, 무려 황제의 옆에서 일하는 시종장이라고 하니 괜히 쫄렸다.
그래…이렇게 살짝 저자세로 하는 섹스도 굉장히 기분 좋을거야.
데릭은 모르겠지만 나는 지금 일부러 그에게 한 수 접어들어가고 있었다.
지금 내가 말을 높이는 것도 그런 이유였다.
요새 하도 관계가 수평적이라 색다른 관계가 필요했거든.
자~그럼 데릭, 날 찍어눌러줘.
이미 둘 다 침대에 앉았겠다, 나름 대화를 통해 친분도 조금 다졌겠다.
은근한 조명과 서로의 옷차림이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달아올렸기에 나는 조금만 더 기다렸다.
하아하아 데릭이 의식할 정도로 호흡의 속도를 올리고 살짝살짝 목덜미를 내비치니 데릭은 곧 다시 내게 달려들었다.
“아흥♥ 자, 잠깐만요…으흣!”
“츄읍! 앙탈이 꽤나 심하군요.”
쇄골과 윗가슴을 쪽쪽거리는 말캉한 입술이 붉은 자국을 내며 점점 아래쪽으로 내려왔다.
“쮸으우웁!”
“으흑! 아앙!”
또 가슴이야? 진짜 가슴 좋아하네 남자들은.
이상하게 가슴을 건들면 아래쪽이 더 달아올라 상대적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는 부분이었다.
그야 만질만질 하면서 괴롭히면 기분은 좋은데…뭐랄까 가슴만으론 아쉬운 느낌?
내 가슴만 쪽쪽 빨아대던 데릭은 내 반응을 통해 내가 가슴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낀 모양이었다.
“흐음…이렇게 예쁜 모양을 한 가슴인데 생각보다 이쪽으로는 잘 못 느끼는군요.”
“흐응…흐아아…가슴은 별로 안 좋아해서…”
“그런가요? 아쉽군요. 이런 예쁜 가슴은 마치 그림속에서나 나올 정도로 매력적인데 말이죠.”
그러면서 계속 가슴을 주물주물 만져댔다.
“응…아흐…”
큼지막한 데릭의 손에 휩싸여 이리저리 모양이 변하는 가슴은 촉각적으로나 시각적으로나 너무 야했다.
“가만 보면 아예 못 느끼는 것은 아닌데 말이죠.”
안 그래도 달아올라있던 몸인데 데릭의 애무를 받으니 신음이 조금씩 새어나왔다.
“으흐으…이제 가슴 말고오…흐약!”
가슴만 계속 만져대다가 갑자기 등골을 스윽 훑으니 깜짝 놀라서 몸에 파르륵 허리가 활처럼 휘었다.
구멍을 쑤시지도 않았는데 너무 쉽게 가버렸다.
“엄청나게 민감하군요. 그럼 준비는 대략 끝난 것 같으니…이제 넣어보죠.”
데릭은 내 등 뒤쪽으로 앉더니 그 상태로 내 보지 속에 삽입했다.
“흐으븝!”
“크허…”
내부는 눅진하다 못해 질척거려서 데릭의 물건을 너무나도 쉽게 받아들였다.
아직도 저번 절정으로 인한 쾌감이 미약하게 남아 있는데 또다시 닥쳐온 강렬한 감각이 머리속을 헤집어 놓았다.
아슬아슬한 쾌락에 버티는 것은 나만이 아니었다.
“크훅! 후욱, 후욱!”
데릭 또한 내 질 안쪽의 느낌을 잔뜩 즐기는 듯이 보였다.
등 뒤로 거친 호흡이 쏟아질 때 마다 나와 데릭의 박동이 점차 맞아가는 것이 느껴졌다.
이윽고 둘의 호흡이 맞아떨어진 순간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격한 신음소리를 내며 마찰을 시작했다.
“항! 아으, 꺄하앙!”
“헉! 후우, 후욱!”
데릭이 허리를 위로 쳐올리며 삽입할 때 마다 허벅지가 자동으로 조여들었고, 그것을 또 데릭이 자신의 허벅지로 고정하니 나는 옴짝달싹 못하고 그에게 박히는 신세가 되었다.
단단한 몸에 묶여서 데릭이 주는 쾌감만을 받아들이자 점점 페이스를 잃고 결국 또 가버렸다.
물론 데릭은 사정감이 밀려올 때 마다 내 다른 곳들을 공략하며 사정감을 조절한 탓에 내가 가버릴 때도 멀쩡했다.
아니, 오히려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내가 여운에 빠져 허우적댈 때 더욱 강하게 삽입을 반복했다.
이대로 하다간 정말로 내가 먼저 뻗어버리겠어!
아니, 그보다. 왜 이렇게 잘해?
지금까지 했던 사람들 중에서(여자들 제외 남성만) 테크닉 부문으로는 단연 1위다.
공작은 20년도 넘게 안해서 주로 내가 리드했고, 이든은 최근 무섭게 잘해지고 있긴 하지만 아직 테크닉이 좋다기보단 체력과 스테미나로 밀어붙이는 타입이다. 그 외 지난 삼일간 만난 사람들도 이정도로 능숙하지는 못했다.
“하으, 흐으…”
차박차박차박
내 엉덩이와 데릭의 치골이 부딪히며 끈끈한 물소리를 만들어 냈다.
살짝만 고개를 아래로 내리면 삽입되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보여서 더욱 야했다.
“왜, 으응! 이렇게 잘하는 거에요? 하악!”
“…”
데릭이 뭔가 말한 것 같은데 내 신음과 물소리 때문에 잘 못 들었다.
그건 그렇고…또 가버릴 것 같아…!
이대로 또 가버리면 주도권이 완전히 넘어가버릴 것 같아 실력발휘를 좀 했다.
허벅지 아래가 단단히 묶여서 움직이는 것이 영 시원치 않았지만 그래도 명색이 색욕의 여신 아닌가.
나는 아랫배에 힘을 주며 엉덩이를 살살 뒤로 문질렀다.
“크흑! 훅! 허으!”
“읏! 응, 아읏! 흣!”
데릭은 더 이상은 못 참겠다는 듯이 내 허리를 확 끌어안더니 곧 사정했다.
뜨끈한 액체가 뭉근하게 배속에 퍼져나오는 감각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느낌중 하나였다.
“하아…하아…”
우리는 몸을 겹친 채 호흡을 진정시키고 있었다.
“기대 이상이군요. 공작님께서 추천해주실 때부터 예상은 했습니다만”
“어떤게요?”
“기술 말입니다. 저도 나름 이쪽으로 조예가 깊은데 이렇게 금방 사정할 줄은 몰랐습니다.”
“그러고 보니 시종장이라고 하지 않으셨어요? 엄청나게 잘하시던데?”
“황성에선 이런저런일이 많이 일어나는 편이죠.”
두루뭉실하게 말했지만 단박에 이해가 갔다.
하긴 시종장쯤 되면 하녀든 시녀든 많이들 달려들겠지.
“그나저나 훌륭합니다. 보통 창관에서 아름다운 여성들은 워낙 프리미엄이 붙어 관계에 능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이티아 양은 외모 이상의 기술을 가지고 있군요.”
외모적인 칭찬 이외에 섹스 잘한다고 칭찬을 받으니 뭔가 기분이 오묘했다.
그 뒤로도 한참동안 어디가 어떻다, 반응이 어떻다 칭찬섞인 설교를 듣고 나니 데릭의 것이 다시 올라서 있었다.
“이런 계속 넣고 있다보니 다시 섰군요.”
“그럼…계속 할까요?”
“아니, 그보다 색다른 경험을 해보고 싶지 않습니까?”
색다른 경험? 그건 언제나 환영이다.
“어떤 색다른 경험이요?”
“꽤나 흥분되는 일일 겁니다.”
데릭은 그렇게 말하고는 내 안에서 다시 발기가 된 물건을 쑥 뽑아냈다.
반쯤 말라붙어있던 애액들이 딸려나가고 다시 새로운 윤활제가 아랫배에 어렸다.
“역시 소질이 있군요.”
데릭은 잠시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더니 옷장으로 가서 이런저런 옷들을 꺼내왔다.
“저기, 이…건?”
가슴께와 음부가 뻥 뚫린 전신 망사옷과 바바리코트, 마지막으로 고양이 귀 머리핀과 꼬리까지.
코스플레이 중에서도 꽤나 마니악한 게 튀어나왔다.
물론 데릭은 이 정도에서 끝낼 생각이 없어보였다.
“오늘은 밖을 한번 나가볼까요?”
“잠시만요! 밖에 나간다고요?!”
“물론이지요. 이 플레이의 목적은 밖을 나간다는 것에 있습니다.”
지금 시간이 대충 늦은 밤이라 밖을 돌아다니는 사람도 별로 없겠지만…아예 없는 것은 또 아니었다.
게다가 눈에 띄는 외모탓에 바깥 출입을 할 때마다 온몸을 꽁꽁 싸매고 나가는데, 이렇게 야한 꼴로 나갔다가 들키기라도 하면…!
“빨리 나가죠.”
얼굴이 괜히 뜨거워졌다.
어차피 지금은 거의 알몸이었던 상태라 망사 옷을 입는데 문제는 없었다.
특히나 음부 부위가 뻥 뚫려있는 옷이라 아까 잔뜩 사정받은 정액이 흘러도 별 상관이 없었다.
“아흣…”
“이런, 이 쪽도 개발이 된 겁니까? 하긴. 공작님이 그냥 뒀을 리 없지요.”
그 상태로 귀와 꼬리를 착용하고 마지막으로 코트까지 입었다.
방 안에있던 작은 거울을 통해 본 내 모습은 굉장히 야했다.
얼굴을 붉힌 채 코트를 꼬옥 부여잡고 있는 수인같았다.
내 모습을 흡족하게 바라본 데릭은 가방에서 목줄을 가지고 와 내 목에 채워주었다.
“자, 그럼 이제 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