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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4화 〉황도에서 취직하기 (44/85)



〈 44화 〉황도에서 취직하기

“제가 치울게요. 쉬고 계세요.”

어찌나 질펀하게 놀았는지 침대보부터 카펫까지 멀쩡한 게 없었다.

나는 이번에 신체강화도 한번 써봤기에 멀쩡했지만, 레아는 체력이 버티지 못해 다시 잠든 상태이다.

“그래. 부탁해. 레아는 내가 데려다 줄게.”

메이도 오늘 이든을 따라 여기저기 돌아다녀서 힘들었을 테지만 내색하지 않고 척척 정리해 나갔다.

나는 가벼운 레아를 업고 레아를 방에다 데려다 주었다.

내  사제인데 빨리빨리 신력을 모아서 대사제까지 달성했음 좋겠다.

아! 그러고 보니 이든은 신력을 500이나 주잖아? 그러면 나랑 레아가 같이 이든을 짜내면 동시에 500씩 얻으려나?

새로운 도전과제가 생긴 것 같았다.

뭐, 이건 레아가 회복되고 이든도 시간이 널널할 때나 가능하겠지.

이든은 아까 들어왔다가 지금은 다시 나가있었다.

다른 상인들과 커넥션을 만들러 간다는데 메이 없이 가도 되나 살짝 걱정했지만 제가 혼자 신나서 간걸 보면 알아서 잘 하겠지 싶다.

처음엔 소드마스턴지 뭔지 하겠다고 하고 상인은 싫다는 기색을 팍팍 풍기더니 이젠 제가 먼저 이것저것 알아보고 찾아서 한다.

짜식 이럴거면서 튕기긴.

메이는 집안을 청소하고 있고, 브래드와 피트는 장보러 갔으니 곧 돌아올 테다.

이참에 황도 지리나 좀 알아볼까?

귀족거리도 한번 가보고 싶고, 황도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강도 보고싶었다.

 방에서 메이가 청소하고 있으니 몰래 메이의 방으로 가서 후드가 달린 로브를 한  훔쳐입고는 거리로 나섰다.

우리 저택은 귀족가와 그리 멀지 않은곳에 위치해서 조금만 걸어가면 귀족지구가 나왔다.

확실히 귀족들이 모여사는 곳이라 그런지 깔끔하고 대로도 넓직넓직하다.

여기저기 구경해보고픈 마음에 발을 내딛는데, 경비병이 내 접근을 막아섰다.

“출입 허가서를 보여주십시오.”

아놔, 여기도 그런 게 있어?

황성은 잘만 들락거릴  있던데 이런데서 또 접근을 막을 줄은 몰랐네.

들어가고 싶었지만 어쩔  없지.

경비병한테 괜히 거짓말을 했다간 잡혀갈 지도 몰라 그냥 포기했다.

귀족가도 사람 사는곳인데 다 비슷하겠지 뭐.

약간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이번엔 황도의 명물이라 할 수 있는 강으로 갔다.

황도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강은 굉장히 길고 화려하다고 소문이 나 있었다.

아티가 직접 설명할 정도니 볼거리, 먹을거리도 많겠지?

혼자 강을 보러 갔다고 메이가 푸념하는 소리가 들리는  같았지만 기, 기분탓이겠지?

황도를 관통하며 흐르는 강은 그냥 길따라 걷다보면 금방 보였다.

여기저기 배들이 잔뜩 줄지어 있었고, 배 위에 주렁주렁 매달린 등불에 강물이 아련하게 흔들렸다.

시간대도 마침 어둑하니 땅거미가 져가는 시간이라 마치 파스텔 그림처럼 불빛이 물위에서 번져 보였다.

강 옆쪽으론 쭉 줄지어 길거리 노점들이 따닥따닥 붙어서 지나가던 행인들에게 호객 행위를 하고 있었다.

치이이익!

“꼬치구이 개당 동화 4개! 꼬소한 꼬치구이 사세요!”

“강에서 직접 잡아올린 싱싱한 물고기! 지금 사면 은화 3개에 한마리씩 드립니다!”

여기저기 시끌북작한 소리에 활기가 느껴졌다.

노예시장과 달리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다들 미소를 띄고 있네.

 시장바닥과 같은 모습이 정겨웠다.

제국은 지금 전시 상태인데도 이렇게 평화로운 모습을 보일  있다는  전황이 나쁘지 않거나, 아니면 정보를 철저하게 통제한다는 말이겠지.

하루가 멀다하고 들여오는 엘프 노예들로 보건데 아마도 전자가 아닐까 싶었다.

레피는 잘 있겠지?

언젠가 레피가 황도에 오면 이런 활기찬 분위기를 즐길 수 있도록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하며 노점을 거닐었다.


가면서 신나게 이것저것 즐기다 보니 벌써 폐점시간이 됐는지 근처 노점들이 하나하나 문을 닫아갔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저택에만 오래 있으니 시간개념이 이상해진 느낌이었다.

워낙 밤낮없이 살기도 했고 말이지.

그나저나…이젠 뭐하지?

집으로 돌아가긴 뭔가 아쉬운데, 그렇다고 다른곳으로 이동하자니 슬슬 다리가 아팠다.

게다가 돈도 거의 떨어져서 마차를 타기에도 얘매했다.

에휴…일단 조금만 쉬자.

어차피 온몸을 로브로 칭칭 감아대서 추근거릴 사람도, 괜히 접근할 사람도 없었기에 근처 벤치에 앉아 쉬면서 주변에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지금 시간은 대충…9시쯤 되었을까?

지구에  때는 거리도 북적북적하고 조명으로 밝을 시간대지만 황도는 새카만 어둠이 뒤덮여 거리에도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불빛이 있는것도 둘로 나뉘었는데, 귀족가나 환락가는 대낮처럼 밝았지만 반대로 평민들이 사는 지구나 빈민가는 귀족지구의 그림자처럼 새까맸다.

가끔 보이는 사람들도 근처의 환락가나 주점, 창관 등에 들어가는게 전부였다.

우리 창관도 좀 심야에 오픈을 해야하나?

하긴, 대낮부터 창관에 다니는 사람은 좋은 고객이 될 수 없겠지.

그리고 손님의 질도 상당히 중요해 보였다.

귀족지구 근처에 위치한 창관은 고풍스럽고 비밀스러운 반면, 빈민가 근처의 창관은 굉장히 건물부터 다 기울어져 가는데다, 창관 근처엔 토사물을 비롯한 각종 오물들이 즐비했다.

보통 창관을 열 생각이면 귀족을 대상으로 하는 게 맞겠지.

그런데 나는 기본적으로 신력을 얻을 목적으로 창관을 여는 것이라 귀족만 받는 것을 별로 선호하지는 않는다.

돈을 버는데는 귀족이 좋을  몰라도.

그렇다고 일반 손님만 받자니 이것도 나름대로 문제점이 있다.

흐음…결국 분점을 내기 전까지는 귀족위주로 받아야 하는건가?

 문제는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사제들도 생기면 물어봐야겠다.

사실 지금 그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창녀를 모으는 것이다.

나와 레아만으론 정상적인 창관을 운영할 수 없으니까.

저택도 나름 규모가 있으니 대충 10명 이상은 있어야 그럴듯한 창관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에효…무작정 사람들을 끌어모으려니  힘드네…

그렇게 생각하며 멍하니 다른 창관에 손님들이 들락거리는  지켜보는데 문득 좋은 생각이 나왔다.

그래! 내가 일단 유명해지면 알아서 찾아오지 않을까?

일단 내가 유명해지면 덩달아 내 창관도 유명해질 테고, 그러면 손님도, 일할 창녀들도 많이 오겠지?

난 자리를 털고 일어나 당장 눈에 보이는 아무 창관에 들어갔다.

적당히 크고 적당히 깔끔한 창관에 들어가자 카운터를 보던 중년의 여인이 가장 먼저 나를 맞았다.

“어서오세요. 어떤 일로 오셨나요?”

“여기서 일을 하려고 왔는데요 혹시 자리 있나요?”

“일자리 알아보러 온 거면 저쪽 방으로 들어가.”

와우 이 언니 말 놓는 솜씨가 대단하군.


일하러 온 사람을 이렇게 홀대하는 걸 보니 이 창관은 잘 운영되고 있다는 뜻이겠지?
손님과 직원의 대우가 극명하게 나뉜다는  몸소 느끼며 살짝 불쾌했지만 괜히 티를 내지는 않았다.

카운터를 보던 아줌마가 가리킨 방에 들어가자 짙은 눈화장을 한 퇴폐적인 느낌의 여인이 책상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뭔가를 끄적이고 있었다.

“뭐야?”

“일하러 왔는데. 카운터에 있던 아줌마가 여기로 가라고 해서.”

“하…그 망할년.”

퇴폐적인 느낌을 물씬 풍기는 여인은 짙은 눈화장으로도 채 숨기지 못한 진한 다크서클이 더욱 깊어지는 듯한 한숨을 포옥 내쉬며 카운터의 여인을 향해 낮은 욕지거릴 했다.

“…뭘 멀뚱멀뚱 서있어? 벗어.”

“왜?”

“왜일  같냐? 당연히 등급을 정하려고 벗으라고 하겠지. 내가 벗겨줘?”

아~ 그런 이유였구나?

레아가 말하길 창관에서 받는 등급에 따라 받는 손님의 수준과 일급도 올라간다고 했다.

나도 내심 이런걸 받아보고 싶긴 했지.

과연 미의 여신은 무슨 등급일까~요.

나는 우선 후드를 남기고 몸을 감싼 로브부터 벗었다.

천천히 옷을 벗겨내자 알몸에 로브만 입은 어중간한 모양새가 되었지만 이 정도면 몸매를 평가하기 충분할 것이다.

“흠…몸매는 대충…A? 어디 하자가 있어보이진 않네. 가슴이나 엉덩이 라인도 괜찮고.”

내 몸매는 내가 봐도 훌륭할 정도지만 단순히 크기만 봤을 때 메이에게는 조금 밀린다.

모양도 예쁘고 밸런스가 잘 잡혀있지만 창녀의 입장에선 딱히 특색을 느끼지 못할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어중간한 것 보다는 엄청 크거나, 반대로 작거나 하는게 더 어필할 수 있을 테니까.

그래도 A정도면 만족이지.

하지만 얼굴이라면 어떨까?

스스로 말하긴  쑥스럽지만 난 예쁘다.

미의 여신이 안 예쁘면 대체 누가 이뻐?

솔직히, 소올직히 말하는데 레아나 메이도 나름 귀염상이고 미인이란 평을 들을법도 하지만 현대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연예인 급이다, 어디 여캠해도 되겠다 이런 정도는 아니다.

신계에서 본 레피나 비셴테, 드래곤인 이든은  생기긴 했지만 남자 외모따윈 별로 관심 없고.

지금 눈앞에 있는 퇴폐적인 매력의 여성도 미인이지만 살짝살짝 옥의 티가 보였다.

지금까지 완전 무결점의 여성은 아티와 나뿐이란 거지 음음.

그렇기에 자신감이 있었다.

막 EX급, SSS급 같은게 나올라나?

이럴 줄 알았으면 메이에게 부탁해서 화장을 하고 나오는건데.

그렇게 생각하고 후드를 벗어던졌다.

약간 거칠게 벗겨진 탓에 비단 같은 머리카락이 사라락 하며 등허리로 쏟아져 내렸다.

“…”

스스로도 아침에 거울을 볼 때마다 놀라는 얼굴인데 네가 감히 날 평가할 수 있을까? 란 표정으로 살짝 거만한 표정을 지었다.

퇴폐적인 매력을 지닌 여성은 잠시 말없이 내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다 이내 입을 열었다.

“한가지 물을게. 수당은 얼마정도 생각하고 있어?”

전보다 말투가 조금 살가워진게 느껴졌다.

근데 돈이라…딱히 돈은 필요 없는데 어쩐다…

“시간당 금화 10개면 되지 않을까?”

일단 접근성이 좋아야 할 것 같아서  싸게 불렀다.

이것보다 더 싸면 왠지 어중이떠중이들만  것 같아서 내가 정한 마지노선이었다.

“그래? 좀 더 불러도 괜찮을 거 같은데…우리쪽에선 얼마든지 네게 맞춰줄 용의가 있어.”

근데 이 퇴폐녀는 내가 너무 싸게 불렀는지 퇴짜를 놨다.

아니 왜? 내가 싸게 부르면 너네들은 좋은 거 아니야?

“10골드면 나름 만족하는데…아! 여기 귀족들도 가끔 오지?”

“그래. 너 정도면 사실 귀족손님을 받게 하는게 우리쪽에서도 마진이 남지.”

이 창관은 귀족과 평민 모두가 드나드는 곳이라 창녀도 귀족만 받는 창녀가 따로 있었다.

드높으신 귀족나리들께선 창녀도 평민과 공유를 안하겠다는 것이겠지.

“그럼 그냥 너네가  만큼 줘. 아! 대신 맘에 안들면 언제라도 때려 치겠어.”

“…그래. 주인과 상의해 볼게. 일단 오늘 당장은 일이…”

그때 갑자기 방문이 쾅! 열리더니 웨이터 복장을 입은 청년이 들어닥쳤다.

“비올라! 하인델 가문에서 오셨어! 빨리 준비해야 해!”

“야이…문 그렇게 열지 말랬지.”

“어떡하지? 지금 귀족만 받는 애들은 비는애들이 없는데…”

“호들갑 떨지 마. 애새끼도 아니고. 릴리는?  오늘 쉬는날이잖아. 와서 돈이나 벌라고 해.”

“릴리가 저번에 하인델 어르신께 퇴짜맞고 절대 안간댔어. 말이라도 꺼내면 날 죽이려 들 거야.”

“하아…진짜 너 쓸모없네.”

뭔가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같았다.

한 쪽으로만.

그리고 난 본능적이랄까? 여신의 감으로 느꼈다.

 하인델 가문이란 곳에 내가 가게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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