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0화 〉남부도시 웰링턴 (30/85)



〈 30화 〉남부도시 웰링턴

나는 가까스로 영주의 시선을 무시하며 달아오른 몸을 진정시켰다.

이든도 노골적인 영주의 시선이 불쾌했는지 살짝 인상을 쓰고 있었지만 괜히 나서지는 않았다.

그리고 계약 건은 일사천리로 진행됬다.

마법사가 물고기의 원산지가 흑해임을 마법으로 증명했고, 어떻게 흑해까지 들어갔냐는 질문에 기업비밀이라고 대꾸한 이든은 가격을 대뜸 후려쳤다.

그 후로 이든과 메이 vs 영주와 집사장의 열띤 논쟁이 이어졌다.


나랑 마법사 아저씨는 거기에 끼어들지도 못하고 꿔다놓은 보릿자루마냥 멀뚱멀뚱 관람했다.


마법사는 중간중간 내 얼굴을 힐끔거리느라 바빠보였지만 나는 진짜로 할게 없어서 심심했다.

이게 뭐야, 예쁘면 뭐해  얼굴 내가 보지도 못하는데…
결국 지루해진 나는 마법사에게 장난을 치기로 했다.

열띤 토론을 벌이는 네명은 가운데 탁자를 두고 둘러앉아 있는데 그 근처로 새햐얀 커튼이 쳐져 주변 시야를 차단하고 있으며, 나와 마법사 아저씨는 살짝 옆으로 나와있었다.


즉 여기서 팬티를 살짝 보여줘도 가운데  사람에겐 보이지 않지만 마법사 아저씨에게는 보이는 위치!
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허리춤에 벨트를 살짝 끌러 반바지를 아래로 슬쩍 내려보았다.

오늘의 팬티는 뭘까~요.

바로바로  분홍색의 예쁜 삼각팬티랍니다~.


“!!!”

역시나 바로 반응이 왔다.

눈이 휘동그래 지는고 숨을 삼키는 모습이 꽤나 우스꽝스러웠다.

나는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 척 무표정한 얼굴을 고수하며 새하얀 손가락을 치골 위에서 빙글빙글 돌려댔다.

누가 봐도, 백이면 백 유혹하는 손짓. 하지만 불쌍한 마법사 아저씨는 내게 아무짓도   없다.


앞에서 감정이 격해질 만큼 심각한 대화를 진행중인데 일개 마법사가 발정나서 분위기를 파토냈다간 백이면 백 모가지겠지.

그렇다고 다른 뭔가의 수단을 쓴다?

아쉽게도 내 앞에는 나만 보이는 불투명한 벽이 쳐져있어 온갖 물리적, 마법적 효과를 방어할  있다.


후후훗 지금까진 시선을 다른데다 두면서 무표정한 표정이었지만 이제는 아예 돌변해서 요사스런 눈웃음을 지으며 마법사 아저씨에게 장난을 걸었다.

눈이 씨뻘개 져서 엉거주춤한 자세로 가랑이 사이를 가리는 게 너무 웃겼다.

아~그래. 이런 재미라도 있어야지.

이른바 그림의 떡 장난이다.


 분홍색 팬티를 살짝 타이트하게 조이고 반바지를 허벅지까지 내리니 예쁜 모양의 음부형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콧김을 훅훅 내뿜는 모습이 아마 내 선명한 도끼자국을 본 모양이다.

슬쩍슬쩍 아랫도리를 만지는 게 머리속에선 이미 수십번도 넘게  범하고 있겠지.

안 그래도 살짝 달아올라있던 몸이 그런 야릇한 망상을 하자 약간 축축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대로 가슴께도 만지면서 놀리고 싶었지만 그렇게까지 하다간 진짜로 마법사 아저씨가 이성을 잃을 까봐 그냥 참았다.

다시 바지를 올리고 벨트를 조이며 평시 상태로 돌아가자 논쟁도 얼추 마무리 되었다.

타이밍 기가 막히네.

마법사 아저씨는 아쉬운 듯 한숨을 흘렸지만 뭐, 내 알바는 아니니까.


그렇게 교섭이 끝난  우리는 응접실에서 나가 이든이 배정받은 방으로 갔다.


“그래서? 어떻게 됬어?”

“일단 일주일 정도 더 머무를 수 있게 되었어. 그리고 바다물고기 한 상자를 납품하고 황도에 가서 웰링턴 영주의 이름으로 황실과 거래를 트기로 했지.”

“별로 안 팔았네?”

“워낙 비싸게 불러서 한 상자만 해도 부담이 될 테니까요.”

“얼마나 불렀는데?”

“한 박스에 금화 1000닢이요.”

“미친! 그걸 샀다고?”

아르고니아에서 제국의 통화가치는 굳이 원화로 따지자면 금화1닢에 약 10000원 가치쯤 된다.

그리고 금화 1만개가 백금화 1개 로 1억정도 가치가 있다.

그러니 물고기  박스에 금화 1000닢이라는 건 천 만원…

“와…이든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구나?”

아니, 영주가 호군가?

“이것도 깎은거야. 원래는 금화 2000닢으로 불렀는데, 영주성에서 일주일간 귀빈대우를 해주고 황실에 직통으로 납품할 수 있는 라인을 연결해준다고 해서 이렇게 깍아준 거지. 추가로 이곳 영지에서도 앞으로 주기적으로 거래를 틀 생각이고.”

“오~진짜 상인같은데? 이든.”

“…진짜 상인 맞아. 네가 친구를 찾는 동안 나는 여기서 다른 상인들과 거래를 만들려고.“

“굉장하네. 메이는?”

“저는 당장은  것이 없으니 드래곤 님을 따라다니며 견문을 넓힐 생각이에요. 근데 이티아 님은 괜찮으세요?”

“응? 뭐가?”

나는 전혀 짚이는 것이 없었지만 메이는 내가 심히 걱정된다는 말투였다.


“이티아 님은 약하시잖아요…근데 너무 예쁘고.”

“맞아. 역시 내가 같이 다니는 게 좋을까?”

“으음…그 정도로 치안이 안좋아?”

여기 나름 도시 아녔어? 어제 보니 위병들도 있고 그러던데…

물론 나도 예전에 피그맨한테 당할  했던적이 있으니 안전을 도외시하는 짓은 하지 않았다.


“그럼 아티팩트도 여러 개 가져가고, 호위는…호위까지 필요 할까?”

“그 친구가 질병의 신 아녔어? 그럼 가장 더럽고 치안이  좋은곳에 있지 않을까? 그런곳이 질병에 취약할 테니.”

“그렇네요! 그러면 당연히 호위까지는 아니더라도 동행이 필요할 거에요. 온갖 범죄에 노출된 곳이니까.”

“음…그럼 나도 용병을 하나 고용해야 하나? 용병이 용병을 고용하는 것도 우스운데…”

“애초에 이티아는 진짜 용병이 아니잖아. 그리고 내가 알기로 여기 웰링턴은 용병조합이 없어서 용병을 구하기 힘들거야. 차라리 영주에게 맡기지 그래?”

“영주에게?”

“영주라면 사병 내지는 기사들이 있을 테니까 사람을 찾는다고 하고 도움을 받으면 될거야. 우리를 귀빈으로 대우해준다고 했으니, 내가 말해줄게.”

그렇게까지 해준다면야.

어차피 비셴테의 근황만 알면 되니 그리 오랫동안 슬럼가를 뒤질 필요는 없겠지?

“말 나온김에 지금 바로 요청해 볼게.”

“알았어. 그럼 같이 가자.”

***그 시각 영주의 집무실

쮸웁, 츄웁 쭙

“흐음…이보게 샘튼. 자네가 보기에 어떻던가?”

“도저히 용병이라곤 볼 수 없겠더군요. 근육량은 기사는 커녕 평범한 아녀자와 같았습니다.”

“크크…왕년에 기사단장이었던 샘튼이 보기에 그렇다면 그런거지. 그러면 자네는 어떤가? 헨더슨.”

“영주님께서 거래를 하실 때 보니 베리어가 쳐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마법사라기엔 느껴지는 마력이 전혀 없던것으로 보아 아티팩트를 사용한 것 같았습니다.”

“아티팩트? 그러면 마탑과 연줄이 있는 년인가? 그러면 곤란한데…”

“제가  때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아직 마탑과 연락을 하고 있는데 배리어가 각인된 아티팩트는 만든 적도,  적도 없습니다.”

“그러면 어디 유적에서 도둑질이라도 했나 보군. 혹시 모르니 용병조합에도 신원 조회를 해 보게.”

“예 알겠습니다. 그런데…그년은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주인님?”

“끌끌 그렇게 예쁜 년은 처음 보더군. 그냥 단순히 노예로 삼기엔 너무 아쉽단 말이야…그 정도면 내 첩으로 삼아도 좋겠군.“

입맛을 다시며 이티아를 어떻게 요리할까 고민하는 영주를 보며 샘튼과 헨더슨은 침음을 삼켰다.


‘제길! 그 년은 내가 가지고 싶었는데…’

‘쯧! 이 욕심많은 돼지 같으니라고.’

“후흐흐. 그년이  아래에 깔려 앙앙 울어댈 생각을 하니 벌써 아랫도리에 피가 쏠리는구나. 일 끝났으면 둘 다 나가보도록. 그리고 한동안은  집무실 출입을 금한다.”

마법사와 집사장은 축객령에 얌전히 방문을 나섰다.


끼익-탁!

“자 이제 나오거라. 오늘은 내 기분이 좋으니 특별히  은총을 받을 기회를 주마.”

영주 한스는 집무실 책상 아래에서 구부정한 자세로 끙끙대며 영주의 아랫도리를 빨던 영주의 노예와 질펀한 섹스를 즐기기 시작했다.


‘이 년도 벌써 질렸단 말이야. 그 용병년은 어떠려나…외모가 그 정도니 금방 질리진 않겠지?’

벌써 10명에 가까운 첩실과 노예가 있는 한스였지만 굉장한 여성편력을 자랑하는 그는 이미 잡은 물고기엔 별 관심이 없었다.

안 그래도 새로운 성노예를 물색하던 중 아름다운 미모의 용병이 그의 눈에 띄었으니 다음 타깃이 이티아가 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
원래는 마탑의 소속이었으나 재능의 한계를 느끼고 웰링턴 영지의 전속 마법사로서 일하고 있는 헨더슨(37세)는 지금 꽤나 심기가 비틀린 상태였다.


나름 5등급의 마법사로서 마탑이 아닌 평범한 제국의 영지에선 고급인력 대우를 받는 그는 당연히 돈도, 여자도 부족할 것이 없었다.

능력, 재능, 돈, 권력에 외모도 평균 이상인 그는 뭐 하나 욕심날 게 없었다.

밖에만 나가면 그에게 잘 보이려 하는 사람들이 태반인데 뭐하러 욕심을 내는가. 그냥 가지면 되지.


그런데 처음으로 욕심이 나는 여자가 생겼다.

처음 봤을 땐 예쁘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오래 마주칠 사이도 아니고 용병이니 여기저기 떠돌아 다니겠지.

자신과의 접점은 영주성에서 잠깐이 끝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녀가 갑자기 자신을 유혹하는 게 아닌가.

스스로도 나름 잘났다고 생각한 헨더슨은 그런 유혹은 수도없이 받아 봤지만 문제는 유혹을 건 사람이 이티아란 것이다.

최대치의 매력을 지닌 이티아는 굳이 매료가 없어도  남성들의 마음을 빼앗아갔다.


헨더슨 역시 마찬가지.


그녀에게 첫눈에 반한 그는 그녀의 행동에  여자도 나를 원하는구나 하는 착각(100퍼센트 이티아 잘못이다.)에 빠져버렸고 그의 머리속에선 이미 귀여운 아들하나  하나와 사랑스러운 아내를 데리고 알콩달콩 사는 미래가 그려져 있었다.
있었는데…

‘썩을 영주놈! 하여튼 욕심은 많아가지고!’

하필이면 영주가 그녀를 욕심낸 것이다.


원하는 것은 가져야만 성이 풀리는 그의 고용주는 자신의 짝이 될(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 그녀를 결코 포기할 리 없었다.


‘어떡하지? 그냥 데리고 도망쳐야 할까? 그녀도  마음에 두고 있는게 분명한데…아아! 하필이면 영주의 눈에 들다니…’

당장이라도 그녀를 데리고 도망치고 싶었지만 영주의 작위는 무려 백작이었다.

자신 같은 5등급의 마법사 따위는 수백명도 고용할 수 있는 제국 최 상위 권력자.


거기다 웰링턴에서는 왕과 같은 권력을 지닌 그에게서 도망칠  있을리가 없었다.

‘젠장, 젠장, 젠장!’

하으! 흐앙! 앙, 앙! 영주님 너무 좋아요!

영주 집무실과 그리 멀지 않은 그의 방에는 어찌나 격한 정사를 치르는지 노예의 신음성이 다 들릴 정도였다.


헨더슨은 저 신음이 이티아의 것이 될거라 생각하니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을 받았다.


‘후우…이대론  되겠어. 차라리 그녀에게 영주의 음험한 계략에 대해서 알려주고 영지를 떠나게 해야지.’

감히 자신의 것을 탐한 영주에게 물을 먹이고, 후에 일을 그만둔  그녀를 따로 만날 생각이었다.

사랑에 빠진 그는 그 이상 이성적인 생각을   없었다.

***
“죄송하지만 영주님은 지금 뵈실 수 없습니다.”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언제쯤 만날 수 있죠?”

영주가 어디있는지 몰라 집사를 찾아가자 집사는 난색을 표했다.

“영주님은 지금 업무 시간이라서…제게 말씀해 주시죠.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제 일행이 사람을 찾으려고 하는데 혼자 보내기는 걱정되서 호위를 한명 붙여줄까 합니다.”

“흐음? 용병 아닙니까?”

“앗! 그, 그렇긴 한데…혹시나 해서요.”

“사람을 찾는거라면 백작가차원에서 도움을 드려도 될 텐데요.”

그러고 보니 그렇넹?

“아뇨아뇨. 그렇게 까지 신세를 질 순 없습니다. 그냥 길안내를 받을  있는 사람만…”

“흠…기사분들은 영주님의 명이 아니면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집사가 나와 동행할 인선을 고민할 때 복도 반대쪽에서 마법사 아저씨가 나타났다.

“무슨 일 있습니까? 집사장님.”

“오! 헨더슨. 자네가 있었군. 자네 지금 일 없지?”

“저야 뭐, 항상 대기만 하는데요 뭘. 시켜만 주십쇼.”

앗…저 아저씨는 좀…불편한데.

내가 아까전에 실컷 놀린 마법사 아저씨가  호위 겸 길잡이 역할로 당첨된  같았다.

“왜 그래? 혹시 맘에 안들어?”

눈치빠른 이든은  반응에서 뭔가 탐탁지 않음을 읽어냈는지 걱정스런 눈빛으로  의견을 물었으나  약간 찔린 것 빼고는 괜찮았다.

“아냐 됐어.”

도와준다는데 거절하기도 좀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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