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화 〉드레곤의 정力은 세계제이이이일
나는 지금 저택을 돌아다니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중이다.
매료를 off로 해두니 전처럼 면사를 뒤집어 쓰고 메이 신발에 방울을 달아 사용인들이 피해다니도록 할 필요가 없었다.
이든도 벌써 레어를 완성해서 내 곁에서 떨어질 생각을 안하고 있었다.
“분명 두 달쯤 걸린다고 들었는데…”
“에이 나 열심히 했잖아. 좀 봐줘.”
하긴, 며칠동안 잠도 안자고 돌아다녔으니까.
“너 안 피곤해? 잠도 안자고, 일하고 들어오자마자 거의 6시간동안 섹스하고 했잖아.”
“드래곤인데 뭐. 체력도 정력도 그 어떤 종족에게도 꿀리지 않아. 어때? 이 정도면 훌륭한 신랑감이지?”
이런 상황에서도 자기 어필이라니.
“근성은 칭찬해 줄게. 그보다 밥 먹고 뭐 할 거야?”
“밥먹고?”
“응. 유희 시작하기까지 거의 두 달 가까이 남았잖아. 섹스하는 것도 좋지만 매일매일 섹스만 하는건 질려.”
“그럼 안 질릴 정도로 섹스하면 되지 않을까?”
그렇게 말하면서 은근하게 엉덩이를 더듬는다.
다행히 주변에 다른 시녀나 시종은 보이지 않았다.
“이든? 때와 장소를 가리는게 어때? 내가 한달동안 접근 금지령을 내리기 전에.”
“음…그럼 어떤 걸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어?”
곧바로 꼬리 내릴거면서 까불기는.
황급히 말을 바꾸는 이든이 귀여워 보이는 걸 보면 새삼 여자 다 되었다고 느낀다.
남자였다면 같은 남자새끼가 애교부리는 게 귀여워 보일 리가 없으니까.
“으음…이든 너는 얼마나 강해?”
“응?”
“그러니까…아르고니아 대륙 내로 한정했을 때 얼마나 세냐고.”
“나 말고 다른 드래곤이 없다면 아마 제일 강할걸?”
“그 정도야?”
“일단 종족으로는 드래곤이 최 상위, 신족을 제외한 그 어떠한 종족도 드래곤보다 위에 있을 순 없어. 신족도 특수성 때문에 서로 존중하는 사이지 드래곤보다 강하다고 할 수는 없고.”
“그럼 개체로는?”
“음…일단 내가 아직 2000살 정도밖에 안되서 7000살, 8000살 먹은 어르신들을 이길 수는 없지. 아르고니아엔 없지만. 아르고니아에서 굳이 나랑 비빌만한 개체가 있다면…용사나 마왕, 아니면 신의 대리자 정도일까?”
“내가 알기론 신의 대리자는 없어. 100년쯤 전에 죽음의 신이 내려보낸 대리자가 죽은 이후로 다른 대리자가 내려온 적은 없어.”
“그렇다면야 뭐, 마왕과 용사뿐이네. 물론 그 둘도 나보다 강하다기보단 특수한 능력이 거슬리는 정도야.”
“흐음…그러면 적어도 남부에는 너보다 강한 몬스터나 개체가 없다는 말이지?”
“물론이지!”
“좋아! 그러면 이왕 두달정도 여유시간이 남은 거 나랑 여행이나 다니자!”
“여행?”
“응 여기 남부 끝자락이라며. 사람들은 아직 밟아보지도 못한 미지의 땅. 난 워낙 약해서 몬스터 한마리도 못 이기거든. 그러니 너랑 있을 때 한번 여기저기 다녀보는 것 도 좋을 것 같아서.”
원래 나는 여행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편한 집 놔두고 어딜 쏘다녀? 이게 내 마인드인데, 여기 아르고니아는 tv도 없고 스마트 폰도 없고, 인터넷도 없잖아!
그래서 너무 할것이 없다보니 이런 새로운 취미에도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다.
물론 여행이라고 해도 그리 대단한 것을 생각한 건 아니다.
“그냥 기분이라도 내자는 거지. 당일치기 모험처럼.”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점심먹고 또 돌아다니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일종의 피크닉을 생각하고 있었다.
어떻게 돌아올 거냐고?
드래곤 뒀다 뭐하게?
이참에 드래곤라이딩 한번 해 봐야지.
물론 이든은 꿈에도 모를 일이었지만 지금은 나랑 같이 여행간다는 사실이 좋은 듯 보였다.
“그럼 당장 내일부터 갈까?”
“내일부터? 난 오늘부터 가자고 할려고 했는데?”
“내일부터 낮에는 못할 테니 오늘은 하루종일 안 놔줄 거야.”
이든의 무시무시한 소리에 아랫배가 겁을 먹었는지 침을 질질 흘리기 시작했다.
“언제부터?”
“밥만 먹고…아니, 지금 바로 방으로 가자.”
“앗!”
이든은 곧바로 날 안아들더니 방으로 날라갔다.
허공에 식사는 방으로 가져오라는 말을 남기면서.
“아으으…좀 살살좀 하지…”
나는 어제 점심도 못 먹고 하루 종일 이든에게 시달렸다.
가랑이 사이가 얼얼해서 걷기도 힘들다.
“진짜, 울면서 그만해 달라고 빌었는데도 끝까지 쑤셔 박더니…”
이든은 내가 말 할때마다 점점 고개가 숙여진다.
“미안해…”
“말로만?”
“어떻게 하면 용서해줄거야?”
걸렸다.
“내가 걷기 힘들어서 그런데 나 좀 태워줄 수 있어?”
안 그래도 어떻게 말을 꺼내야하나 고민했는데 잘됬다.
“태워달라고? 업어달라는 거야?”
“아니. 너 드래곤이잖아. 지금 폴리모프한 상태 맞지?”
“응.”
“그럼 다시 드래곤으로 돌아갈 수 있는거잖아? 그 상태에서 날 태워줘.”
“아하. 라이딩을 하고 싶다는 거구나?”
“맞아. 혹시 안돼?”
“안될 건 없지. 근데 괜찮을까? 잡을 것도 별로 없고 좀 추울텐데”
난 재빨리 어제 메이에게 부탁해 가져온 밧줄을 꺼내들었다.
“이걸로 몸을 고정하면 되지 않을까? 그리고 추운거는 아티팩트 가져왔어.”
이든에게 받은 수많은 아티팩트중 체온유지 효과가 있는 아티팩트도 미리 챙겨왔다.
“…정말 단단히 준비하고 왔구나?”
물론이지! 그 외에도 혹시 엉덩이가 아플까봐 방석도 가져왔지만 굳이 말하진 않았다.
“알았어. 그럼 폴리모프 풀게 조금 떨어져 있어.”
“알았어~. 이 정도면 돼?”
이든의 말대로 조금 멀리 떨어지자 이든은 내 반대방향으로 조금 뛰어가더니 몸이 새빨개지면서 점점 팽창되었다.
우드득 드드득 하는 소리가 들리는 걸 보면 폴리모프중 공격당하면 치명상일 것 같았다.
애니에선 저래도 공격 안하겠지만 현실에서도 그럴까?
갑자기 든 의문을 드래곤의 형태로 돌아간 이든에게 풀었다.
“이든! 내 말 들려?”
“들려. 그렇게 크게 말하지 않아도 되.”
“너 변신할 때 공격하면 어떻게 되?”
“…이티아 왜 그런걸 궁금해 하는거야?”
“아니 보통 변신할 땐 안 건드리잖아. 근데 저렇게 무방비하게 변신하는데 왜 공격을 안할지 궁금해서.”
“보통 변신할 때는 주위에 마력장이 펼쳐져서 왠만한 공격은 다 무효화할 수 있어. 그리고 대부분 변신할 때를 절호의 기회로 알고 공격하지.”
역시 현실은 만만치 않구나?
“이티아. 밧줄 줘. 내 등에 탈거지?”
“어…근데 내가 타면 막 떨구고 그러지 않을거지?”
폴리모프를 해제한 이든은 어마어마하게 컷다.
이든의 발톱이 내 몸보다 클 정도로.
“일단 네 몸에 꼭 감아봐. 그리고 내 등에 타. 밧줄은 머리쪽으로 던져두고.”
나는 허리를 밧줄로 칭칭 감고는 추가로 매듭을 지어 손잡이까지 허리춤에 달아놨다.
그리고 엎드려있는 이든의 등에 낑낑대며 올라탓다.
“어휴…이든! 올라왔어! 밧줄이 조금 짧은거 같은데 어떡해?”
“내 등에 있는 돌기에 묶어.”
나는 그의 말대로 등에 잔뜩 솟아있는 돌기중 하나에 묶었다.
“다 묶었어!”
“붙잡아라! 묶여라! 따뜻해져라!”
이든이 명령을 내리자 밧줄이 저절로 뻣뻣해지더니 이든의 돌기에 꽉 달라붙었다. 동시에 내 주변에서 훈기가 느껴졌다.
“오…이게 언령이야? 따뜻해.”
“응. 그럼 이제 출발한다? 어디로 모실까요? 마님.”
“음~흑해 한번 가보자. 거기서 점심먹는거야.”
“알겠습니다. 바로 모시죠.”
그 말과 함께 이든은 땅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후우우우웅-!
기분좋은 훈풍과 함께 몸이 붕 뜨는 느낌이 색다르고 재미있었다.
그렇게 한 10분정도 날아서 우리는 흑해 해안가에 도착했다.
“와~여기가 흑해야? 진짜 바다가 새까맣네.”
“물은 평범한 바닷물인데 해저가 존재하지 않아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거야.”
“예쁜 바다와 다르게 무시무시하네.”
새까만 색이 음침하고 공포스럽다기보단 햇볕에 빛이 반사돼 반짝거리며 찰랑이는 것이 흑요석을 녹인 물 같았다.
“그래도 경치는 좋으니까. 마침 바닷가이기도 하고 모래사장이 갑자기 푹 꺼진다거나 하지는 않지?”
이왕 해변에 왔는데 썬텐이라던가 모래찜질 같이 해변에서만 즐길 수 있는 것들을 즐겨야하는데 갑자기 발밑이 푹 꺼지면서 무저갱으로 빠지는건 사절이다.
“물 속으로만 안 들어가면 괜찮아. 그리고 나랑 꼭 붙어다니면 내가 언제든지 구해줄게.”
“오케이~ 그럼 밥 먹기 전까지 물장구나 칠까?”
그렇게 말하고 나는 바닷물에 발목을 담궜다.
호기롭게 다가간 것 치고 그 이상 들어가진 않았다.
난 쫄보니까.
이든도 어느새 다시 폴리모프하고는 내 옆에 앉았다.
“아흐~시원해!”
“그럼 좀 더 깊게 들어가볼래?”
“아니. 싫어. 무서워”
“갑자기 밑으로 푹 꺼질까봐? 이티아는 생각보다 겁이 많네?”
“죽는 것보단 겁 많은 게 나아.”
“괜찮아 나 수영 잘해.”
“여기 수영하러 온 것도 아닌데 뭐. 지금 몇시쯤 됐어? 점심먹자.”
바닷가 하면 고기지! 안 그래도 주방장에게 말해서 오늘 도시락은 온통 고기 투성이다.
이든도 드래곤 답게 채식보단 육식을 더 좋아한다.
“고기고기고~기~”
“이티아는 육류를 엄청 좋아하네.”
“그야 당연하지. 더 비싸잖아.”
지구에 있을 때 워낙 채식 위주의 생활을 해서 그런지 나는 생각보다 식욕이 왕성했다.
“그런데 아르고니아에선 생각보다 고기가 귀해. 나야 여기저기서 직접 잡아오거나 인간들이 공물이랍시고 잡아오는게 있으니 풍족하지만…아마 제국의 황제도 이렇게 삼시 세끼에 야식, 간식을 고기로 도배하진 못할거야.”
“그 전에 성인병으로 죽겠지. 나랑은 상관 없는 일이지만.”
“요점은 제국에 가면 이렇게 고기와 함께하는 나날을 보내지 못할 수 있다는 거야. 특히 바닷고기는 황제도 생일상에나 가끔 올라올 정도로 귀한거지.”
“하고싶은 말은?”
“역시 그냥 제국가지 말고 나랑 있으면 안돼? 내가 평생 고기반찬 먹여줄게.”
이든이 나를 고기로 유혹했다!
효과는 미미했다!
“오히려 네가 상인을 해야할 이유가 늘었네.”
“응?”
“네가 그럼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아다 납품하면 떼돈을 벌 수 있다는 거 아냐?”
“…”
“그러고 겸사겸사 나한테도 거래해주면 되지.”
“이런. 그건 생각 못했네.”
“유통은 마법으로 얼려서 조달하면 되겠네. 가격은 귀족들한테 최대한 후려쳐버려. 황제도 생일상에나 겨우 올라온다며 그럼 가격이 싼게 이상하지.”
“이티아…엄청 신나보여.”
“신나지. 벌써 장미빛 미래가 보이지 않아?”
“…부모님 등쌀에 억지로 직업을 정한 느낌이야.”
“네,네~ 빨리 밥이나 먹자.”
바닷가의 짭짤한 냄새가 천연 조미료 역할을 해 아주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먹다보니 생각나는데 비셴테와 레피는 뭐하고 있을까?
나야 이든과 만나서 이런 부족함 없는 생활을 하고 있는데, 그 둘은 꽤나 고된 아르고니아행이 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서부에 있는 레피는 힘들더라도 남부쪽에 있는 비셴테는 한번 만나러 가볼까?
“이든. 그럼 유희를 시작할 땐 어디서 시작할 거야?”
“음…보통 설정상 무리가 없는 곳에서 시작하지.”
“소드마스터면 시골 촌동네 같은데서?”
“응. 이번엔 상인이니…황도에서 시작하자. 사실 대도시면 어디든 상관 없는데 네가 황도로 가고싶어하는 것 같아서.”
“잘 됐네. 그럼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
“어떤거?”
“남부에 잠깐만 들리자. 친구가 있거든.”
“친구? 혹시 신?”
“예비 신이야. 질병의 신. 혹시 알아?”
“이름은 들어 봤지. 마이너 한 신은 아니니까…혹시 그 신도 너랑 했어?”
“날 뭐로 보는거야?”
“그럼?”
“당연히 했지. 의술의 신과도 했는걸?”
“이티아 답네…어쨌든 난 상관없어. 그리고 질병의 신과 의술의 신과는 친분을 유지하는게 좋을거야. 네 신전에 그 두신의 신관이 파견나온다고 하면 네게 더욱 좋을테니까.”
확실히 그건 나도 생각하고 있었다.
성병을 예방하는 차원에서도 그렇고 의사들이 있다면 나쁠 건 없으니까.
“그런 이유보다 그 둘은 내 친구거든. 친구랑 친하게 지내는게 당연하지.”
“…친구끼리 그런 짓을 하진 않을텐데.”
“뭐 어때. 친하니까 교감을 나눈거라고 생각해.”
“그럼…나랑도 친구 해주면 안돼?”
“징그럽게 왜이래? 그리고 언제는 신부삼겠다며?”
“하지만…넌 그렇게 생각 안하잖아…”
“…그렇긴 하지.”
“그러면 친구라도 해줘. 반려가 안된다면 친구라는 이름으로 내가 도울 수 있는 모든 것을 돕게 해줘.”
“난 이미 널 친구로 생각하고 있었는걸? 넌 이미 내 친구야 이든.”
이미 볼거 못볼거 다 본 사이지만 우리 관계는 꽤나 깊은 사이다.
애인이라고 볼 수도, 이성친구라 볼 수도 있는 애매한 관계지만 일단 나는 친구라고 정의를 내렸다.
“나 완전 부려먹으려고 그런말 해주는 건 아니지?”
“어머, 이제 알았어? 얌전히 날 위해 희생하도록 하세요.”
“받들어 모시지요 마님.”
“킄킄킄…”
“푸흐흐”
“아하하하…방금건 꽤 재밋었어. 10점 만점에 10점이야.”
“영광이군. 그럼 이왕 친구도 된김에…”
진지한 이야기 뒤 약간 풀어진 분위기는 남녀가 교합하기 딱 좋은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