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9화 〉시녀도 사로잡혔답니다. (19/85)



〈 19화 〉시녀도 사로잡혔답니다.

“아음…”

그러고도 몇분동안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머리가 어지러웠다.

어차피 신체복구를 통해 격한 정사의 흔적 같은것도 없이 그냥 메이의 마사지를 받으며 몸을 담그고 있을 뿐 이었으니 나는 곧장 일어났다.

“메이. 나  부축해 줘. 현기증이 좀 나네.”

“네! 곧바로 탈의실로 모실게요.”

뜨끈한 온수에서 몸을 빼내자 약간 으슬으슬하다.

메이는 내 몸이 식지 않도록 서둘러 물기를 닦아주었다.

“새삼스럽지만 이티아 님은 정말 엄청나시네요.”

“왜?”

“이렇게 살결이 하얗고 부드러운데다 탄력있는 몸은 아무나 가질 수 있는게 아니잖아요? 게다가 유두나 속살이 이렇게까지 선명하게 분홍빛을 내는 건 처음 봤어요.”

“그…그정도야?”

“당연하죠! 보통 사람들은 착색되어 약간 갈색을 띄는  당연하다구요! 그런데 어떻게 항문까지 분홍빛이지? 거기에 아까전에 그렇게 애무했는데 벌써 원상태로 돌아온 회복력까지. 정말 신에게 축복받은 몸 이네요.”

아직 내 정체를 모르는 메이에겐 그렇게 보일 법했다.

미의 신이라는 이명에 걸맞도록 완벽한 몸과 얼굴을 가졌으니…그래도 면전에서 대놓고 칭찬을 받으니 괜히 쑥쓰럽다.

어느새 물기를 다 닦고 흰 가운을 입혀준 메이가 탈의실로 안내하며 말했다.

“그래도 가끔씩은 함께 해 주실거죠?”

메이가 마치 밥 먹고 후식으로 커피나 마실래? 하듯이 가벼운 톤으로 물어왔다.

물론 표정은 말투에 반해 간절하다.

그리고 나도 메이의 부드럽고 끈적한 애무가 좋았다.

“후훗♥”

그렇게 생각하고 말없이 미소를 지었다.

굳이 대답은 하지 않았다.

애태우기는  특기니까.

“네?  미소는 뭐죠? 이티아 님? 이티아 니임~!!!”

시녀와의 밀회도 가끔은 괜찮겠지.



저번엔 좀 입기 편안 옷을 입었는데 이번에는 메이도 있겠다, 좀 난이도가 있는 옷을 입어봤다.

팬티부터 가터벨트, 스타킹에 이르는 이른바 다리 패티쉬 세트를 입은 뒤 브래지어를 입고 그 위로  드레스를 입었다.

“원래는 코르셋으로 몸매를 잡은 다음에 드레스를 입는데 이티아 님은 워낙 몸매가 좋으셔서 필요 없을 것 같아요.”

솔직히 메이가 코르셋을 가져 왔을 땐 그 악명에 조금 무서웠는데 다행히 경험하진 않나보다.

그리고  드레스 위로는 다시 속치마를 입고 마지막으로 조금 풍성한 순백색 드레스를 겹쳐입었다.

아니 무슨 북극에 사는 에스키모도 아니고 이렇게 껴입는다고?

하나하나가 두꺼운 재질은 아니지만 이렇게 입으니 무겁고 답답했다.

“원래 이렇게까지 껴입어?”

“이티아 님도 참. 원래는 이것보다 더 껴입는다구요. 제국 귀족들은 불편함을 참는 것 까지도 미덕으로 생각해요.”

“성에 그토록 개방적인 작자들이 이런데서는 고집스럽네.”

말 그대로 제국의 사람들은 굉장히 성에 개방적이다.

창녀가 몸이나 파는  하위 계급으로 취급받지도 않고, 돈이 많은 평민은 결혼을 한 사이라도 애첩이나 노예를 아무렇지 않게 들인다.

평민도 그럴진데 귀족은 얼마나 더 할까?

후계는 귀족끼리 만들더라도 얼마든지 좆을 좆대로 놀려도 되는 것이 제국의 귀족이다.

잠깐 말이 샜지만 이정도로 성에 관대한 귀족들이  입는 건 또 까탈스럽댄다.

나는 제국에 가도 절대로 이렇게 껴입지는 않아야지.

“그래도 예쁘잖아요?”

그건 인정한다.

내가 불편해서 그렇지.

이런 드레스는 고풍스러운 맛이 있다.

펄럭거리는 치마가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아니 이렇게 발목까지 감살 치마를 두를거면 가터벨트에 스타킹은  신은거야?

나는 이렇게 치장이 끝난 줄 알았는데, 메이가 이번엔 온갖 향유와 화장품을 들고 왔다.

“…메이? 끝난 거 아니었어?”

“이티아 님은 워낙 아름다우셔서 이런 게 필요할까 싶지만…”

“그치? 그럼 안해도 될 거 같아.”

“무슨 말씀! 오히려 원판이 예쁜 사람들이 화장하면 끝내준다니까요?”

그렇게 말하는 메이의 눈빛은 마치 포식자의 그것과 같아서 나는 저항을 포기하고 얌전히 자리에 앉았다.

그래…더 예쁘게 해준다는데 뭐…

메이의 눈빛에 기가 죽었지만 원래도 화장에 흥미가 있었다.

애초에 왜 사람들이 생얼 공개를 그렇게 싫어하는가.

바로 화장을 하기 전/후의 괴리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외모에 자신이 없는 여자를 단숨에 훈녀로 바꾸고, 예쁜 여자를 연예인으로 탈바꿈시키는 바로 그것.

남성이야 외모를 특별히 신경쓰지 않는 한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도 않고 얼굴에 발라봐야 세수하고 로션, 밖에 나갈 땐 썬크림만 대충 찍찍 바르는  대부분이고 이티아도 지구에 살때는 그랬다.

그렇기에 미지에 영역에 손을 뻗는 호기심으로 메이의 손길을 받았다.

그렇게  삼십  정도가 흘렀을까?

솔직히 말해서 촉감은 좋지 않다.

입술은 소스가 잔뜩 발라진 것 같은데 막상 혀 끝을 살짝 대면 씁쓸한 맛이 끔찍하다.

눈에 붙인 속눈썹은 눈곱을 안  것 같아 찝찝하다.

그 외에도 얼굴에 잔뜩 발라진 화장은 로션이 마르지 않은 것처럼 간지러웠고, 반묶음으로 묶인 머리는 땡겨서 아팠다.

“으으…다 된 거야?”

“…”

얘는  대답이 없니?

그래도  이상의 손길이 느껴지지 않아서 나는 살포시 눈을 뗏다.

그러자 가장 처음 보이는 것은

“이티아 님…저 키스해도 되나요?”

사랑에 빠진 눈빛을 숨길 생각도 없이 입술을 붕어처럼 들이밀고 있는 메이였다.

나는 곧바로 손을 뻗어 메이의 입술을 막았다.

“이상한 짓 그만두고 거울이나 가져와 봐. 나도  보게.”

참…내 얼굴이 이쁜건 좋은데 내가 못보는 것이 아쉽다.

앞으로는 휴대용 거울이라도 들고 다니면서 틈틈히 봐줘야지.

예쁜건 보면 볼수록 정서에 좋단다.

그냥 그렇다고.

내게 주둥이를 단속당한 메이는 군말 없이 거울을 가지고 왔다.

전신거울인데 뒤에 바퀴가 달려서 들들들 밀고   있다.

그리고 나는 메두사의 얼굴을  것처럼 그대로 굳었다.

그리고는 왜 이티아가 미의 여신인지  것 같았다.

대체 무슨 수식언을 붙여야  미모를 묘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예쁘다, 아름답다 라는 미사여구가 오히려 심심할 지경이다.

경국지색? 우습지.

나르키소스가  자신의 얼굴을 보고 사랑에 빠졌는지,  우물에서 눈을 떼지 못하였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건 안돼. 봉인이야 봉인. 이런 얼굴로 밖을 나돌아다니면 큰 일이 날 것 같아. 메이? 빨리 화장 지워주렴.”

당장이라도 거울과 찐~한 딥키스를 하고 싶어질 지경인데 다른 이들은 오죽 하겠는가.

빛이 나는 외모에 눈이 멀 수도 있다. 이게 매력 최대치의 힘이구나.

눈이 멀 것만 같은 미모다. 눈을 깜박이는 시간마저도 아쉬울 정도로.

평소의 내가 ‘와! 완전예뻐! 짱예쁨 여신님!’ 정도라면 지금의 나는 ‘…와…’
정도의 차이다. 뭔지 모르겠다고? 나도 그래.

그래서 봉인하기로 했다.

이 모습에 매료까지 더해진다면 진짜 칼부림이 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빨리. 봉인해야 되. 어서 화장만 지우렴.”

“안 돼요!  인류, 아니 전 아르고니아 적 손실이라구요!”

“그래서 봉인하는 거야. 예쁜  바라보기만 해야 되는 거라구.”

“으으…그래도…그치만…아까운데…”

“종종 화장  테니까. 그땐 네가 해주면 되잖아?”

그렇게 간신히 메이를 설득하곤 화장을 지웠다.

그래도 머리와 립스틱만은 포기할 수 없었는지 기어코 화장을 지운 후에도 립스틱만은 발랐다.

그리고 거울을 보았다.

다행히 립스틱 정도는 원체 붉었던 입술에 톤만 더해진 정도라서 버틸 만 했다.

후 돌아왔어. 내가 생각해도 풀 메이크업 상태의 나는 너무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으으…저는 엄청난 죄를 저지른  같아요…아름다움을 고의로 은폐하다니!”

메이가 왠지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지만 깔끔하게 무시하고 이든의 방으로 향했다.

“이티아? 왔어?”

방에 들어가자마자 껴안아졌다.

묵직하고 따뜻한 느낌이 기분 좋았다.

“이티아? 화장했어?”

내 얼굴은  보일 텐데 냄새로 아나보다.

“응 근데 지금은 거의 다 지우고 립스틱만 했어.”

“립스틱도 지워도 되는데.”

응? 이건 뭔 반응이래? 나는 고를 위로 꺽어 의문을  채 이든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의문에 답해주듯 이든이 허리를 숙여 내 입에 가볍게 키스했다.

쪽!

혀가 들어오는 농밀한 키스는 아니지만 적당히 입술끼리 부딪히다 떨어졌다.

“이렇게 키스를 할  네 맛을 온전히 느낄  없거든.”

“또,또.  귀족 같은 느끼한  쓰지 말라니까.”

“어흠! 어쨌든. 그나저나 이티아. 내 말은 생각해 봤어?”

“이놈아! 그 말 꺼내고 하루도 안 지났다.”

여기와서 시간개념이 이상해지긴 했지만 무튼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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