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화 〉이티아래요!
날이 밝았다.
“흐흐흥~흐흐흐흥~”
나는 오늘따라 기분이 좋다. 왜냐고? 밤새 신력이 6이나 더 올랐기 때문이다.
[총 신력은 17입니다.]
이러니 기분이 좋을 수 밖에.
들어보니 레피오스는 생명체(지성체에 한해)에게 의료행위를 할 때마다 신력이 오른다고 한다.
레피오스는 정도는 행한 의술의 난이도나 기적에 비례한다지만 그리 쉽게 신력을 올릴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비셴테는 더 심각하다.
그는 질병의 신이며 그의 능력은 지성체에게 감염된 질병을 치유할 때 신력이 1오르며, 직접 질병을 만들어 내면 더 많은 신력을 얻는다.
어떻게 보면 레피오스는 외과, 비셴테는 내과의사 같은 능력이다.
둘 다 조건이 필요하고 그만큼 일을 해야 신력을 얻는 데 나는 그냥 밤새 자위만 했더니 신력이 총 8이 올랐다.
미의신 최고다 색욕의 신 더 최고다!
이렇게 기분좋은 나와 대비되게 이티아(구)는 표정이 썩 좋지 않다.
어제부터 내내 피로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신력을 잃는다는게 저만큼 힘든 일인가? 내 신력이 오르는 것도 그렇고 물어보고 싶은 건 많지만 괜히 물어봤다가 진짜로 한대 맞을 것 같기에 현명하게 입을 다물었다.
“휴…오늘은 신들의 파벌에 대해 알려줄거다. ”
이티아(구)가 굉장히 피로한 목소리로 말을 꺼낸다.
“태초의 신은 둘이셨다. 하지만 성질은 완전히 상극이었지. 조화와 혼돈. 각자 맡으신 부분부터가 상극이었지. 그리고 태초이래로 세계가 어느정도 순리대로 흘러 갈 때까지 여러 신들이 등장했고, 자연스럽게 역할별로 파벌이 갈렸다. 물론 신들끼리 싸움은 금지되어 있으니 분쟁이 있어도 크게 번지지는 않았지만 몇몇 신들은 서로를 죽도록 증오하기도 한다. 그렇다 보니 신들의 파벌은 확실히 나뉘어졌고 이렇게 조화의 신과 혼돈의 신 그리고 양쪽 어디에도 깊게 발을 들이지 않은 중립 신들까지 총 세개의 파벌이 나뉘었지. 물론 조화의 신과 혼돈의 신은 사이가 나쁘지 않아. 오히려 좋은 편이지. 그저 각자 파벌에 속한 신들을 억제하기 위해 파벌을 나누고 있을 뿐이고…”
“그렇다면 각 파벌은 무엇을 기준으로 나뉘고 있나요? 선과 악 인가요?”
“좋은 질문이다. 비셴테. 물론 신들은 각자 맡은 역할이 있고 권능도 정해져 있어 선악으로 파벌을 구분한다 생각하기 쉽지. 하지만 너도 그렇듯이 모든 신들이 권능이 한쪽으로 치우친 건 아니다. 너만 해도 신력을 얻기 위해선 질병에 감염된 사람을 치유해야 하지. 그러면서 또 권능은 사람을 질병에 감염시키는 능력이다. 이 경우엔 어떻게 되지? 선과 악 모두 애매해져. 결국 자기가 원하는 곳으로 가는 거다. 하나의 예를 들자면 조화의 신 파벌에는 죽음의 신과 파괴의 신이 있지. 반대로 혼돈의 신 파벌에는 보존의 신이 있지. 결국 파벌이란 건 그냥 서로 마음 맞는 신들끼리 모인 곳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럼 파벌이 큰 의미가 있나요? 그냥 상급 신들이 분쟁을 억제하기만 하면 되지 않나요?”
“그래. 하지만 문제는 균형이다. 모든 신들은 기본적으로 창조의 권능을 사용 할 수 있어. 하지만 창조의 신은 존재하지 않지. 이는 태초로 올라가도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모든 신들은 균형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왜냐면 차원이 부숴졌을 때 신들이 희생하지 않는 한 차원을 복구 할 수 없거든. 결국 이 균형이란 게 굉장히 중요한데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선 조화의 신과 혼돈의 신 서로의 세력이 엇비슷해야 하거든. 두 신은 맡고있는 역할이 굉장히 무거워서 다른 신들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세력권 내 다른 신들이 어느정도 신력으로 보좌를 해 주고 있지. 특히 강대한 신들은 대부분 중립으로 가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리고 그 말은 우리도 신력을 쌓고 신이 된다면 파벌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나는 별 생각이 없는데 다른 애들은 어떨까? 아마 레피오스는 착하니까 조화의 신 쪽으로 가겠지?
방금까지 파벌에 선악은 별 의미가 없다고 열심히 떠들었던 이티아(구)가 입 아프게 떠든 것이 한순간에 쓸모없는 행위로 전락해 버렸다.
다른 두 사람에게는 유익했을지 몰라도.
오늘 수업도 여기서 끝이었다.
이티아(구)가 갈수록 초췌해지는 것이 진짜 곧 죽을 것 같아서 괜히 걱정된다.
예쁜 여신님! 죽으면 안되!
*** 그시각 신계 어느 궁전
“흠…이티아가 돌아왔다고? ”
“예. 그러나 아직 신으로 각성하진 못했다고 합니다. 아르고니아로 내려가 신력을 모으겠죠.”
비서관의 말을 들으며 그는 잠시 추억에 잠긴다.
뭐 추억이랄 것도 별로 없지만
“그분께 신력을 나누어 드릴까요?”
“아니. 그러지 마. 이티아도 그런건 원치 않을거야…아마도.”
이티아 그 사랑스러운 이름을 벌써 두번이나 입 밖으로 내었다.
단지 그것만으로도 아래쪽이 뻐근해지는 느낌이 든다.
어떡할까…그가 당장 부른다면 와서 가랑이를 벌릴 여자는 수도 없이 많지만 그것만으로는 제게 충족감을 주지 못할 것을 안다.
그렇다면…참아야지.
참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언젠가 만났을 때 네가 내 앞에서 앙앙 울며 사정하여도 나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내 인내심이 떨어지기 전에 빨리 돌아와. 네가 잊었더라도. 난 아직 널 기억하니까.
***
오늘은 드디어 거사의 날이다.
며칠간 열심히 자위를 했으나 애액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서인지 항상 2% 모자란 쾌감을 느꼈고 그것이 약간의 욕구불만을 일으켰다.
그래서 지금 당장의 그녀 입장에선 큰 맘 먹고 신력으로 러브젤을 소환하였다.
[총 신력은 10 입니다.]
러브젤 하나 소환하는데 신력이 15나 들다니… 그동안 밤에 간헐적으로 신력이 들어왔기에 여유분을 남기고 러브젤을 구매할 수 있었으나, 그래도 타격이 큰 건 맞았다. 으음…이 탈력감은 어떻게 할 수 없는건가?
이러면 아르고니아에 내려가서도 딱히 신력을 쓰고 싶지 않은데… 그렇다면 이 탈력감을 자위로 떨쳐내자!
러브젤은 200ml로 그래도 나름 오랫동안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꼴깍…자…그럼 어디…”
혹여 러브젤을 흘리기라도 할까 조심스레 액을 짜서 보지에 치덕 치덕 바른다.
축축하고 시원한 느낌이 기분 좋다.
보지 둔덕부터 항문에 이르기까지 러브젤이 빛에 머금고 번들거리는 것이 어서 나를 만져달라고 애원하는 것처럼 보여 더욱 흥분된다.
나는 손가락을 질구가 있는 부분에 대고 천천히 삽입을 시작했다.
찔…꺽
“흐…하으앗!”
좁은 구멍에 작은 손가락이 들어간다.
애액을 머금은 구멍에 미끌미끌한 손가락이 쑥 하고 들어간다.
외부의 것이 내부로 들어오는 감각… 참을 수 없이 황홀하다.
놀란 질구는 손가락을 꽉 물고 놓아주지 않는다.
물론 손가락도 움직일 기미가 없다.
정신이 멍-해진다.
처음과 달리 약간 벌어진 보지와 그 사이 구멍을 찾아 들어간 뱅어 같은 손가락이 내 눈을 현혹한다.
그래도 아까보단 좀 진정이 됬다. 조금씩 천천히 움직여 볼까?
찌극…찔꺽…
천천히 조심스럽게 움직인다.
손가락은 한 마디도 채 들어가지 않았지만 손가락을 꽉 물고있는 질구가 왕복운동을 할 때마다 음란한 소리를 내며 쾌감을 뇌로 전달한다.
찌걱 츄븝 츠걱 츠걱
더욱 더 쾌감을 원하는 뇌의 명령을 충실히 받들어 손의 왕복운동을 조금씩 격하게 하다 손가락을 약간 굽혀 질을 긁어내듯 움직이자 숨이 턱 막힐정도의 쾌감이 울려오며 절정에 달했다.
“흐…흐읏…햐아아앙!!!”
지금까지 자위할 때와는 차원이 다른 쾌감에 결국 참지 못하고 성대하게 가버렸다. 참는 것마저 잊고 소리를 지른 것은 덤이다.
[신력이 1 증가되었습니다. 총 신력은 11입니다.]
[신력이 1 증가되었습니다. 총 신력은 12입니다.]
“하아…하아…”
잠시 가버린 몸을 추스르며 몸을 일으키자 곧 안내창이 내 눈앞에 나타난다.
뒤늦게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생각이 난다.
소리를 꽤 크게 지른 것 같은데… 여기 방음은 잘 되겠지?
그로부터 또 며칠이 지났다.
수업도 평소대로 진행되었고.
나름 유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신의 정체성에 대해 설명해주지. 신들에게 있어 이름은 굉장히 중요한데, 이름은 새로운 신이 탄생할 시점에 부여받는 것이며, 이후 신이 죽거나 모종의 이유로 인격이 뒤틀려도 이름만 남아 있다면 언제든 자신으로 회귀할 수 있다. 지금 너희도 비슷한 상태지. 모종의 이유로 전대 신들이 죽었으나 너희는 그것을 계승하여 신의 이름을 부여받았다. 하지만 다른 그 누구도 너희가 신임을 의심치 않지.”
“하지만 우리는 전대 신의 기억도 없고 완전히 다른 사람인데? 이름도, 외모도, 성격도 전대 신과는 다를텐데 어떻게 그것이 가능하지?”
“말했듯이 이름이 그 모든 괴리를 해결해주지. 너희의 성격은 점차 전대를 닮아갈 것이다. 그리고 전대 신의 기억도 너희가 신격을 회복한 다음에 얻을 수 있다. 결국 너희한테 가장 중요한 것은 신력을 모으는 것이지. 아, 아르고니아에서 너희가 죽으면 너희 영혼만 소멸하고 이름은 남아 다른 영혼이 그 이름을 차지할 것이다. 그러니 모쪼록 몸 조심하길 바라지.”
죽는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분위기가 확 가라앉았다.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아르고니아가 자칫하면 죽을 수도 있는 사지로 보였다.
이티아(구)는 우리에게 겁을 잔뜩 주더니 이내 만족한 미소를 짓고 총총총 어디론가 가버렸다.
성격 진짜 더럽네.
아니 잠깐만.
전대 신의 성격으로 회귀한다면 나도 저런 성격이 되는건가?
어찌됬든 수업도 끝났겠다,다시 방에 틀어박혀 자위를 할 생각에 가벼운 발걸음으로 숙소를 향하는데 비셴테가 내 앞길을 막아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