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화 〉이티아래요! (1/85)



〈 1화 〉이티아래요!

휘황찬란한 네온사인과 번쩍번쩍한 헤드라이트, 시끄럽게 울리는 사이렌 소리 그리고 뼈가 아려올 정도로 차가웠던 아스팔트 바닥.

“이것이 내가 느낄 수 있던 마지막…쿨럭”

아 한숨도 안나온다.

보통 소설에선 이러고 이세계로 가던데 뒤지게 오래 살아있다.

뭐였지…트럭은 아니었던거 같다. 그랬으면 한방에 나가 떨어졌겠지.

아 눈이 저려온다.

난 지금까지 뭐하고 살았지…나이 30넘게 살면서 자랑할게 하나 없다.

아! 하나 스스로도 뭐 이딴놈이  있지 라고 생각할정도로 강한 성욕이다.

처음 야동을 봤던 초6때 이후로 지금 32살먹을때까지 단 하루도 자위를 걸러본 적이 없다.

살면서 온갖 장르란 장르는 다 겪어봤다.

지금도 집에 엄선해놓은 자료만 수십개인데…누가 하드좀 부숴주지 않으려나… 따위의 생각을 하다보니 점점 피곤해진다.

귓가는 멍멍하다.

눈을 감자 시각이 차단되고 청각 후각 등 감각들이 차례대로 차단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피가 신체 하단부로 쏠리는 느낌이 나면서 -의식이 떨어졌다.


“…!...!...!!...!!”

시끄러운 노이즈가 들린다.

‘아으 시끄러 잠좀 자자 왜이렇게 떠드는거야 개념없이.’

“!!!...!....!!!!”

귓가가 멍한 느낌과 날카로운 음색이 느껴진다.

‘으으으 난 어제도 신나게 딸치느라 늦게잤단말이야 분명 어젠 토요일이었으니까 오늘은 일요…어?’

“야!!!! 일어나!!!”

시끄럽게 고막을 때리던 노이즈가 하나의 문장을 만들어낸다.




그와 동시에 눈이 띄이면서…

“와…”

아름다운 미성과 함께 다시금 눈에 불꽃이 튀었다.

빡!!!

“악!”

“앗! 일어났네.”

“쯧쯔쯔   살살해라”

아오 아파! 진짜 때렸어! 주먹으로!  눈! 내 코!

아픈 얼굴을 쥐어싸며 간신히 눈을 뜨니 내눈에 보인 것은 시답잖은 헛소리를 하는 2명의 남녀였다.

남자쪽은 초로의 노인이다.

남자는 별 관심 없으니 넘어가…

눈이 크게 띄인다.

얼굴을 감싸쥐던 손이 자동으로 떨어진다.

“와…와…”

감탄사가 자동으로 나온다.


황금을 그대로 녹여 짠것만 같은 빛나는 금발과 요사스럽게  한편으로는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자안.

오똑한 코와 붉은 앵두와 같은 입술.

시선이 얼굴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예쁘다.

어휘력이 너무 부족해서 그 이상의 단어가 생각이 안날정도로.

“……”

근데…누구세요들?

너무 얼굴을 빤히 쳐다봤는지 미녀의 고운 미간이 좁혀진다.

“후…상태가 메롱하네” “어쩔수 없지않나. 죽음을 겪은지 얼마 안되었으니.”

아! 나 죽었지? 그럼 여긴 천국인가? 근데 천사가 좀 폭력적이네.


“어흠. 일단 통성명부터 해야겠군.

나는 운명과 시간을 관장하는 신 크레노일세.”

마치 간달프와 같이 흰 백발과 수염을 늘어뜨린 노인이 자신을 소개했다.

“아! 저는…”

어? 내 이름이 뭐였지? 갑자기 생각이 나지 않는다.

“이티아.”

“네?”

“이티아라고 네 이름.”

아하 이티아셨구나.

어쩜 이름도 아리따우셔라

미녀는 내가 오해한걸 알아차렸는지 고운 미간에 골이 깊어진다.

“멍청아. 니 이름이 이티아라고. ”

“네?”

내가 멍청한 표정으로 가만히  있자 옆의 간달프가 부연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이런. 설명이 좀 필요할거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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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세상은 여러 차원으로 나뉘어져 있고 가장 상위에 신 이라 하는 존재들이 있었다.



그중 미와 색욕의 여신이란 사람이 있었는데, 자신을 둘러싼 다른 신들의 치정싸움에 귀찮음과 환멸을 느껴 본인의 자아를 봉인하였고 자신의 신력을 쪼개 전 세계로 흩뜨렸다.

그 결과 갑작스레 공석이 된 미와 색욕의 신 자리를 맡게 될 인격체를 찾았다.

그리고  자리에 내가 당첨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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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요약 감사합니다.

“그래서 제가 그 이티아란 이름으로 미와 색욕…의 신이 되어야 한다 이거죠?”

“이해가 빠르구만. 근데 그걸 지금 바로 할 수는 없네. 그냥 내가 ‘너 신’ 한다고 신이 되는게 아니라 신력을 모아 신격이란걸 얻어야 하지. ”

“어…그러면 신력을 어떻게 모으면 되나요?”

“간단하지 네가 무슨 신이라고 했지?”

“미와 색욕의 신이요.”

“그래 섹스다.”

나이 32먹을때까지 동정을 유지한것에 대한 보상인가?

“그럼…아무나 따먹으면서 다니면 알아서 신력이 모이는건가요?”

뭔가 이세계 클리셰에 가까워진 느낌이다. 어차피 신이니까 대마법사에 소드마스터는 기본일거아냐 이세계 주지육림 라이프 개이득

머리속에서 상상의 나래가 펼쳐진다. 아리따운 여인들과 물고 빨고 박는 핑크빛 미래가 내게 손짓한다.

“한심하긴…네 꼴을 봐 멍청아.”

머리속에서 온갖 미녀들을 희롱하고 있을  날카로운  마디가 날 현실로 끌고왔다.

“내…내 꼴?”

내 꼴이 왜? 설마 죽을 때 그대로인가?

황급히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그리고…

내 눈에 비친 내 모습에 나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 선혈이 낭자하고 창자가 줄줄 새는 그로테스크한 모습은 아니었다. 다만 그보다 조금 더 충격적이었다.


목 아래로 보인 내 모습은 예전에 남성적인 근육과 나잇살, 술살이 붙어 뱃살이 뽈록 튀어나온 어디에나 있을 법한 아재의 모습이 아니라 적당하게 봉긋 솟은 두개의 달덩이.

두 개의 달덩이가 절묘하게  시야를 가린다.

내가 여유증이 아니라면 답은 하나다.



“여…자?”

내가 여자가 된 것.

말도안되 내 주니어가…내 주니어가 없어지다니… 의사양반 그게 무슨소리요 어흐흑

비록 배설을 위한 목적 외엔 사용해본  없으나 그래도 남자로서 분신과도 같은 부위가 사라졌다는 정신적인 공허함에 충격을 받아 멍하니 있는  모습을 보며 간달프와 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충격이 큰 모양이군. 그래도 어쩔 수 없네. 곧 익숙해질거야.“

저기요? 전 한순간에 성별이 바뀌었는데요? 그리 쉽게 익숙해질 것 같지 않은데요!!!!

물론 입밖으로 내진 않는다.

아까전에 한대 맞은것도 있고 내가 성질부릴 짬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물론 인상을 팍 쓴채로 지그시 노려보긴 하지만

“근데 왜 제가 여자가 된 거죠?”

“우선 신들은 이름이  정해져있다. 따라서 성별도 정해져있지. 네가 미와 색욕의 신 이티아의 이름을 받았으니 당연히  성별도 여자가 되지.”

“그럼  이제부터 여자의 몸으로 이사람 저사람 따먹고 다니면서 신력을 모으면 되나요? 창녀처럼?”

“신랄하군.  틀린말은 아니다. 다만 신력을 어떻게 쌓는가는 전적으로 네 선택이며 어느정도 지성을 갖춘 지성체들은 너를 함부로 대하지 않을것이다.”

“그럼 눈 감았다 뜨면 내려가는 건가요?”

“아니 아직 네 육신은 만들어 지지 않았다. 그리고 넌 이 세계에 기본적인 지식이 부족하니 그에 대핸 교육을 받을 것이다. ”

“그럼 제 교육은 그냥 여기서 받나요?”

“아니 넌 너와 비슷한 처지인 다른 예비 신들과 함께 교육을 받을 거다. 그리고  교육을 담당할 신이 여기…”

크레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미녀가 앞으로 나온다.

“나야.”

이뻐서 좋긴 한데 과연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있을까?

“그러고 보니 소개를 안했군. 이쪽은  이티아의 잔재다. 그러니 네 전임자쯤 되겠군.”

‘와…어쩐지 예쁘더니 미의 여신이었어?’

“허허 전임 미의 여신과 예비 미의 여신이 나란히 서 있으니  쌍둥이라도 보는 것 같구나”

이어진 크레노의 말에 정신이 번쩍 띄인다.

맞아 나 그래도 예비 미의 여신이잖아 어떻게 생겼지?

좋은게 좋은거라고 이왕이면 예뻣으면 좋겠다.

그것도 많이.

“거울을 보여주는게 좋겠군 옛다.”

크레노가 가볍게 손을 휘저으니 곧 대기가 파문을 일으키며 내 모습이 투영되었다.


그 속에 비친 내 모습은 전임 이티아와  닮아 있었다.

아니 똑같이 생겼다.

다만 성격 차이인지 전임 이티아가 날카로운 인상이라면 나는 조금 부드러운 인상이었다.


‘이뻐…예뻐…대박’

이게 나라니 왠지 현실감이 많이 떨어진 느낌이다.

몸매야 내가 직접 볼 수 있지만 얼굴은 거울을 통해야만 볼  있어서일까?

거울이 아니라 무슨 연예인을 보는 느낌이다.

그만큼 현실감이 없는 아름다움이고 또 그만큼 마음에 들었다.

‘진짜 얼굴만 뜯어먹고 살아도 되겠네’

내 얼굴을 이모저모 건드려보고 또 혼자 이런 저런 표정을 지으며 놀고있으니 당연히 쓴소리가 들려온다.

“그쯤 하지? 나르시스트도 아니고.  따라와 네가 있을 곳을 알려줄테니.”

괜시리 머쓱해진 나는 조용히 이티아(구)를 따라갔다.

내가 이티아(구)를 따라간 끝에 도착한 곳은 진짜 학교같이 생긴 곳이었다.

-딩 동 댕 동

진짜 학교였나보다… 신계에는 학교가 왜 필요할까 싶어 이티아(구)에게 물어보니 신들의 자식들이 다니는 학교랜다.

신도 자식을 만드냐고 물었더니 경멸하는 눈초리와 한숨이 돌아왔다.

경멸하는 눈빛…짜릿해!

“당연하지. 신들도 결혼하고 애도 낳아. 그렇게 낳은 자식들은 신의 사자나 대리자로서 임무를 받고 각종 차원으로 나가지.”

“그럼 신은? 어떻게 되는 거에요?”

“신들은 보통 신의 사자나 대리자가 충분한 신력을 모으거나 아니면 초월자들이 격을 쌓아 신위를 얻으면 신이 되지.”

귀찮다는 듯 툴툴거리면서도 친절하게 다 설명해준다. 괜시리 흐믓한 미소를 짓고 바라보니 그게 또 맘에 안들었는지 인상을  쓰고 째려본다.

어후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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