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7화 〉68화, 큰 싸움 (67/70)



〈 67화 〉68화, 큰 싸움

기플은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눈앞에서 별이 반짝인다 싶더니 정신을 차렸을 땐 주변에 똘마니 몇 놈이 자신을 부축하고 있었으며 자신의 부하 중 가장 강한 빌머가 바닥에서 끄으으! 거리며 뒹굴고 있었다.

“으아아!!!”

다시 주점 중앙으로 시선을 돌리니 그곳에는 빌머가 말한 자기 일을 방해한 여자.
지금부터 혼쭐을 내줄 요량으로 찾아다닌 여자가 자신의 부하를 말 그대로 쥐어패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기플은 아픈 얼굴을 부여 잡고 자리에서 일어나 미친 멧돼지 마냥 이루스를 향해 돌격해 들어간다.

“시발년아!!! 감히  이꼴로 만들! 우컭욹!!!”

뒤를 노린 어찌보면 아주 비겁한 행동이었지만, 도적인 이상 비겁이고 뭐고가 어디 있는가?
이기면 그 뿐이었고 뒤에서 공격은 아주 효과적인 공격 방법이다.
그러나 그것도 상대를 봐가면서 해야 하는 법, 그리고 소리를 죽이고 조용히 해야 하는 법이다.
뒤에서 들달같이 달려오는 발소리, 그리고 고함을 치고 있는데 이루스가 모를리 없었다.
가볍게 뒷발을 차 올리니 정확히 놈의 턱을 가격한 신발의 굽 부분이 놈에게 다시 별을 선사해 주었다.
이번에는 턱을 가격당해 뇌가 흔들렸는지 놈은 주저 앉아서 쉽사리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조, 조져! 뭐하는 거야! 다 들어오라고 해! 조지라고!!!”

우아아아!!!

술집 밖에도 몇놈이 대기하고 있던 모양인지 수십의 인원이 주점 안으로 물밀 듯이 들어와 이루스들을 포위 하였다.
하지만 코웃음을 친 이루스와 지크리스, 지크리스의 경우는 흥분이 되는지 몸을 풀고 있었다.

“언니 누가 더 많이 조지나 우리 내기할까?”

“이기면 뭔데?”

“진 사람 따먹기.”

“닥쳐. 너만 좋은 조건이잖아”

“하하하”

여유 있게 농담까지 주고받으며 앞으로 나서는  사람, 수가 많아도 레벨이 그리고 직업이 차이가 나는지라 그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시작했다.
기플의 똘마니들은 그야말로 두 사람을 쓰러트릴 요량으로 온 것이라 무기를 손에 들고 있었지만, 두 사람은 관광을 목적으로 무기를 두고 나온 상황이었다.
그러나 비무장인  사람이 무장한 스물이 넘어가는 남정네들을 쓰러트리는 진풍경이 지금 이곳에 펼쳐지고 있다.
거기에 상대는 적개심을 가지고 있다 하여도 일단 같은 도적단의 일원들이니 너무 심하게 상대하는 것도 나중에 좋지 않은 소리가 나올 요량이 컸다.
하여 의자, 그리고 술병 등 들고 싸울 무기는 주변에 널려 있지만, 되도록 맨손으로 놈들을 쓰러트리기에 이르렀다.

“개 같은 년아! 먹어라!!!”

거대한 방망이를 들고 이루스에게 가득 대접을 해줄 요량으로 달려오는 남자.

“시끄러워”

퍽!!!

“떠훍!!!”

하지만 가볍게 휘두른 주먹 한 방에 다시 달려온 거리만큼 뒤로 날아가 바닥을 굴러다닌다.
지크리스의 쪽도 다르지 않았다. 발차기 한방, 주먹  방이 전부 살인적으로 강한 일격이었다.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부하들을 보며 기플은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미, 미친! 어디서 저런 년들이 튀어나온 거야?! 아니 간부 사칭한 년들이라며!!!’

드디어 뭔가 이상함을 느끼지만 이미 상황은 벌어진 뒤였다. 자신의 보조 간부의 자존심을 위해서라도 여기서는 물러날 수가 없었다.
뒤에서  꼴을 구경하던 갈프가 조심스럽게 놀티아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누, 누님 엄청 강하시네요?”

“괜히 빠르게 간부가 된 게 아니라고. 타고난 거지 뭐. 처음 만났을 땐 정말 비리비리해서 금방 죽어 나자빠질 줄 알았는데 정말 의외네.”

“아…. 이곳 출신이라고 했죠. 이곳 사람들에게 뭔가 특별한 게 있는 걸까요?”

“모르지. 과학이라는 것 때문에 몸을 단련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레벨이 생기고 몸을 단련했더니 이렇게 무섭게 변했다. 이것밖에 해줄 말이 없다.”

“으음….”

이세계에 넘어간 사람이 강해진 일, 처음엔 약하디, 약한 이루스가 이렇게나 강해진 것을 두고 두 사람의 갑론을박이 있었다.
그러나 이루스도 모르는 일을 두 사람이 아무리 떠들어봐야 뭣 할까.
그러는 와중에도 주점에 모인 기플의 부하들은 여기저기로 나자빠지는 중이었다.

“허억, 허억!”

“미, 미친년들, 뭐 이리 강해!”

“오히려 우리가  지치다니….”

스물 이상의 남자가 바닥을 나뒹굴고 있으며 제대로 서 있는 것은 정신을 차린 기플을 비롯한 여덟 명이었다.
그나마도 숨을 헐떡거리며 지친 기색이 역력했으나 반대로 이루스와 지크리스는 땀을 좀 흘릴 뿐 딱히 지치거나 한 모습을 보이진 않고 있었다.

“도, 동시에 덮쳐! 저년들도 지쳤을 거다! 모두 동시에 덮쳐서 끝장을 내!”

기플의 말에 정신이 번쩍  모양인지 놈들이 저마다 무기를 들고 달려들기 시작했다.
이루스와 지크리스는 그런 놈들의 모습을 보고는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
지크리스가 놈들에게 마주 달려들었다. 그리고  뒤를 이루스가 따라나섰다.
그러다 지크리스가잠시 허리를 숙이는 것을 보고 이루스가 번쩍 뛰어올라  허리를 도움닫기 삼아   더 밝고 공중에 떠올랐다.

퍽! 퍽!

높아진 레벨과 그에 따라 같이 상승한 신체 능력은 마치 액션 영화에 나온 무술의 달인처럼 공중을 훨훨 날아 공격하는 짜릿한 공격이 가능하게 만들어 주었다.
공중에 뜬 이루스는 차례대로 다가오는 놈들의 머리를 발로 한번, 그리고   차 전열의 두 명을 쓰러트렸다.
그런뒤 세 번째 녀석의 어깨를 도움닫기로 다시 뛰어오르니 그 세 번째 녀석은 지크리스가 주먹으로 때려 바닥에 눞혀 버렸다.
뛰어오른 이루스는 그대로 몸을 눕혀 다리까지 가로 1자가 되도록 만들고는 드롭킥을 시전했다.

퍼어억!!!

“끄읍!!!”

이루스의 두 발이 기플의 얼굴에 정통으로 날아가 박혔다. 그대로 놈을 쿠션 삼아 같이 땅으로 떨어진 그녀는 놈의 위에 마운트 자세를 걸며 내려 앉았다.

“이 악물어 개자식아.”

“사…. 살….”

퍽!!!

“그 가게”

퍽!!! 퍽!!!

“또 건드리면!”

한마디,  한마디마다 기플의 얼굴에 주먹이 내려꽂힌다.
놈은 끽소리 하나 내지 못하고 피를 흘리며  공격을 받아야 했다.
그를 도와줄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미 지크리스에 의해 바닥에 다 누워 있으니 말이다.

“넌 내 손에 죽어”

퍼억!!!

마지막 한 방이 놈의 옆 바닥에 내려꽂혔다. 놈이 기절한 것을 보고 일부러 주먹을 옆으로 틀어버린 것이다.
기절했을지언정, 이루스의 목소리는 놈의 귀에 확실히 닿았을 것이다.
마운트를 풀고 내려오자 구슬을 하나 잃어버린 빌머가 눈이 돌아가서 이루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개 시발년아!!! 너 죽고 나 죽는다! 으아아아!!!”

구슬을 일어버린 남자의 고통과 절규가 섞인 그 포효를 들으며 고개를 돌린 이루스
싸늘하게 한 번 웃은 그녀는 달려오는 놈의 주먹질을 피하며 그의 뒤로 돌아갔다.

“어디갔어! 시발 어디있냐고!!!”

고통과 흥분에 이성을 완전히 잃어버린 놈은 이루스의 위치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등에 닿는 부드러운 감촉을 느끼며 몸을 돌리려 했지만, 그의 허리를 단단히 잡아버리는 양팔의 힘으로몸을 돌릴 수도 없게 되었다.

“뭐! 뭐 하는 거야!”

“수플렉스?”

후웅!!!

정확히는 저먼수플렉스, 상대방의 허리를 잡은 뒤 그대로 들어 올려 허릿심으로 반대편 바닥에 꽂아버리는 무시무시한 기술이다.
링 위에서도 합이 맞지 않으면 반죽음에 이르는 기술인데 단단한 주점 바닥에서 펼쳤으니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빌머는 자신의 몸이 회전한다는 감각을 느끼자마자 바로 느껴지는 온몸의 충격에 완전히 정신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레벨이 없는 일반인이었으면 아마 버티지 못하고 황천을 건너야 했을 것이다.
놈의 몸을 쿠션으로 이용해 머리가 땅에 닿지 않은 상태로 완벽한 브릿지 모양을 하고 있던 이루스는 가벼운 몸놀림으로 허리를 펴며 다시 일어났다.

“이게 되네?”

사실 그녀도 될거라 예상하지 않고 힘이 달리면 도중에 손을 놔버리고 던질 요량으로 해본 거였는데 하다 보니까 끝까지 시전이 되어서 놀라워하는 중이었다.
이거면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안주, 맥주와 함께 보아오던 여러 가지 바리에이션을 사용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속으로 조용히 생각에 잠겨보는 이루스였다.
결국,  사람은 기플이 이끌고 온 남자들을 모조리 쓰러트렸다.
혀를 내두르며 다가온 놀티아는 기플과 빌머가 아직 살아 있음을 보고는 안도의 한 숨을 쉬었다.

“그래도 다행히 숨은 붙여 놓았네?”

“당연하지. 우리가 뭐 여기 싸우러 왔어? 하지만, 놈이  그 가게를 노리면 그땐 진짜 죽여버릴지도 모른다. 이놈 위에 간부한테 확실히 설명해 놔.”

“알았다. 알았어. 우리도 같은 도적단 인원이 친하게 지내는 가게를 못살게 굴 이유는 전혀 없지.”

“알아 들었으면 되었어. 어떻게 할까? 시원하게 몸도 풀었는데 슬슬 돌아갈까?”

“그래야지 술집도 엉망이고 말이야. 주인 양반 이거 미안해서 어쩌나. 이놈들은 우리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 오늘은 이만 장사 접어. 보상은 두둑하게 줄게.”

“아이고 감사합니다.”

주머니를 보니 은화가 두둑하게 들어 있는 모양이다.
주인역시 이들이 내는 은화가 한국에서 발행하는 돈보다 더 가치가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지 언제 인상을 썼다는 양 표정을 풀고 헤실거리며 웃었다.
찬 공기의 밤거리로 나온 네 사람은 두 사람씩 짝을 지어 다른 방향으로 이동했다.
이루스와 지크리스는 적당히 뺀  덕분에 질척하기보다는 괜히 시원한 기분이었다.
밤거리의 공기도 두 사람의 뜨거워진 몸을 식혀주고 있으니 지금의  기분이 절대 나쁘지만은 않았다.

“아하. 언니가 이겼네.”

“뭐가?”

“내가 열둘, 언니가 열일곱 조졌으니까 언니가 이긴거지.”

“그걸 세고 있었어?”

“나야 도중에 별로  일이 없더라고. 다들 언니한테만 가던데?”

“어쩐지 괜스레 힘들더라. 내가 약해 보인 건가?”

“그 반대야. 너무 날뛰니까 제압하려고 더 많이 몰려든 거지. 싸움은 약한 놈을 먼저 노려야 할 때가 있고 강한 놈을 먼저 꺾어야 할 때도 있는 법이거든”

“흠….”

“그럼 오늘은 언니가 따먹는 거, 읍!!!”

말을 하다가 도중에 입을 다물어 버린 지크리스, 단발의 신음이 한번 울리고 그녀의 눈이 몽롱하게 풀리기 시작했다.
입안으로 들어온 부드러운 혀 그리고 세차게 회오리치는 듯한 그 감각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다리가 풀린 뻔한 그녀는 겨우겨우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윽고 그녀의 입에서 혀가 빠져나가자 지크리스는 거친 숨을 토하며 볼을 붉혔다.

“하아…. 하아…. 읏…. 대, 대단해….”

“됐지?”

그 뜨거운 키스를해준 것은 이루스 였다. 그녀는 히죽 웃으면서 지크리스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순간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키스의 달콤한 여운에 잠겨 있던 그녀는 퍼뜩 정신을 차리며 반발했다.

“자…. 잠깐만! 이걸로 끝?”

“왜? 따먹었잖아. 그럼 끝이지.”

“아니! 이게 뭐야! 이건 아니지! 언니! 언니!!!”

“조건을 덜 때 섹스라고 정확히 걸지 않았잖아? 난 내기 보상 이미 받았어.”

“으아아!!! 사기야! 사기라고!!!”

기대가 만발이었던 터라 그 뒤에 온 공허는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칭얼거리면서 팔짱을 껴오는 지크리스를 향해 머리를 쓰다듬으며 귀여운 동생 다루듯하는 이루스
두 사람은 그날 따로 방을 써야 했다. 그녀가 허튼짓을  하게 이루스가 미리 손을 써 버린 것이었다.
자리에 누워 입에 닿았던 지크리스 입술을 떠올리는 이루스
생각 이상으로 부드러워서 놀란 듯한 표정이었다.

“그래도 아직 여자끼리는 좀 부담되.”

이미 키스를, 그것도 그리 뜨거운 키스를 나눌 수 있게 된 것만 하더라도 선은 넘었다 생각 되지만, 아직은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그녀였다.
그렇게 천천히 잠에 빠져드는 그녀의 옆 방에서는 이루스가 지펴둔 불 때문에 쉬이 잠들지 못하고 스스로 몸을 격하게 애무하는 지크리스의 모습이 보였다.
침대에 몸을 엎드려서 격하게 자신의 것을 손가락으로 쑤시는 그녀, 물이 흥건하게 나오지만, 뭐가 그리도 부족한 것인지 끝까지 닿지 못하고는 겨우겨우 몸의 불만 살짝 끄고 잠자리에 들었다.

“아…. 윽! 언니…. 언니…. 아아…. 언니….”

꿈에  보고 있는 건지. 그녀의 자세는 이불을 전부 차버리고 참으로 망측한 상태로 잠꼬대를 하는 중이었다.
그렇게 두 사람의 지구 상경 2일 차가 지나 월요일 아침이 되었다.
어젯밤 일어난 싸움으로 인해 조금 곤란해질 월요일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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