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6화 〉67화, 보조 간부 기플 (66/70)



〈 66화 〉67화, 보조 간부 기플

잠시 시간이 지나고
열심히 젊음의 거리를 거닐던 나와 지크리스 두 사람은 예의 주점에 들어와 오늘도 역시 이곳에서 죽치고 있던 놀티아 일행과 만났다.
조심히 자리에 앉은 지크리스는 술을 멀리하고 물을 가까이하며 내가 한 경고를 확실하게 인지했다는 모습을 보인다.
점심 나절에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을 꺼내며 그 일대를 관리하는 간부가 있는지 질문하니 놀티아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뭔가가 기억 났다는  눈을 크게 떴다.

“아. 그 식당 몰려 있는 거리 말이지?”

“그래 거기 혹시 에탄 두령 밑에 있는 강한 간부라던가 그런 사람이 과리하고 있는 거야?”

“전혀. 거긴 그리 중요한 곳이 아니거든, 이번에 새로 보조 간부가 되면서 부하들 좀 거느려 보라고 에탄 두령이 대충 넘겨준 곳이야. 이마... 이름이 기플이었나?”

“기플? 보조 간부 기플이란 말이지?”

“그래. 그런데 돌아다닐 때 우리 도적단 정복을 안입고 있었으니 책임이 아예 없다고는 못하겠는데.”

“남이사 무슨 상관이래? 그리고 굳이 따지면 나랑 여기 있는 지크리스는 휴가 중이라고, 휴가 중에까지 우리 정복을 꼭 입어야 한단 말이야?”

“그렇게 말하니 또 맞는 말이긴 하네. 알았어. 어떻게 할까? 내가 우리 간부한테 말해서 주의좀 주라 할까? 어쨌든 우리 조의 보조 간부니까 우리가 처리하는   모양세가 좋지 않겠어?”

“그렇게 해주겠어? 하긴 내가 나서면 우르자인조 와 에탄조가 서로 반목하는 결과가 일어날 수도 있겠지. 좋아 그렇게 해줘.”

“그래. 그럼 이 일은 그렇게 매듭 짖는 거로 하자고. 아 그리고 에탄 두령이 이번에 공을 좀 많이 쓰는 모양이야. 이곳 정부의 높으신 분과 정말 긴한 말을 할 생각인가봐, 고위급 인사가 오면 절대 무례하지 말고 깍듯하게 모시라 벌써부터 성화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그래?”

“어. 그래서 우리 전부  죽을 맛이다. 진짜.”

“말도 마세요. 교육이다 뭐다. 아주 거세게 훈련을 시켜서 다른 생각을 못 하게 만드는 중이라고요. 덕분에 여자 살결 느껴본 지 한 1주쯤 되어 갑니다.”

“넌 몸을 보아하니  1달 여자랑안 해도 될 거 같긴 하다.”

“에이 누님 농담도 허허.”

갈프의 앓는 소리, 진짜 그건 봐달라는 듯한 뉘앙스였다. 그러는 와중에도 지크리스는 술잔을 흘깃거리면서 몸을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한잔만 마셔 강한거 말고 약한 맥주로.”

“하! 감사합니다!!!”

내 허락이 있자 지크리스는 갈프가 따라준 술을 잔째 먹어버릴 기세로 들이킨 뒤에 살  같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저렇게 술을 좋아하면서  앞에서는 어떻게 그리 잘 버텼는지 참 대단하다고밖에 할 말이 없었다.
갈프와 놀티아는 그런 지크리스의 모습을 보고 미약하게 미소 지으며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어쨌든 휘하 놈들이 딴생각 못 하게 심하게 굴리고 있어야. 거리가 이렇게 활기가 넘치는 이유 역시 그쪽과 뭔가 모종의 이야기를 잘 이행하기 위함인 것으로 추정되는 중이고, 사실 아직은 에탄 두령에게 이상 징후가 보이지는 않아. 제이슨 대 두령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아닌지도 생각되고 아직은 뭐가 뭔지 잘 모르겠어.”

“모든 것은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을 들어봐야 할 수 있다 이거지?”

“그런 말이야. 한데 어떻게  생각이야. 이루스 너는 에탄 두령에게 얼굴이 알려져서 대화를 도청하러 잠입하기 쉽지 않을 텐데?”

“잊은거야? 내가 우르자인 조 소속이라는 거.”

“뭐?”

“우르자인이 알려준 화장법, 그리고 가발,  이 세 개만 갖추어지면 변장이야 손 쉬운 일이지. 높은 양반들이 모이는 곳에는 여자가 꼭 함께 하는 법이야. 놀티아 너는 내일 당장 내일 모래 두 사람이 어디서 뭘 할지 확실히 조사해 주고 여자를 부른다면 어디서 어떻게 부르는지 알아봐줘. 나와 지크리스 두 사람이 그 참석 여자로 변장할 테니까.”

“허... 그렇데 만약 여자를 부르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두 사람이 만나는 가게의 종업원으로라도 침투할 거야. 그리고 지금은 지구 아지트로 사용되는 과거 우리 회사 사옥에서 만난다면 더 좋지. 난 그곳의 모든 것을 잘 알고 있다고. 환풍구 하나둘 정도로 뚫고 들어가서 회의실을 찾아가는 건 일도 아니지.”

과거에는 그런 더러운 곳에 어떻게 들어가냐면서 질색팔색을 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청소를 위해 그 안으로 들어가던 청소부들을 보며  힘들게 일한다고 생각했는데  하면 내가 그 일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도 없고 겁도 많았던 시절의 나와는 다르다. 이젠 그 정도 일은 식은 죽 먹기보다 쉬우니 말이다.

“무슨 소리인지 알았어. 이중 삼중으로 생각을 다 해두다니 너도 참 철두철미 하구나.”

“삼중? 사중 오중도 생각해 뒀어. 아무래도 두령의 이야기를 도청해야 하는 일이니 더 새심하게 움직여야 하니까. 나랑 지크리스는 내일 아침 일찍 나가서 소형 녹음기를 구해 볼거야. 만약 우리가 그 어떠한 접촉도 할  없으면 그들이 만나는 곳이라도 알아내서 녹음시를 부착해야지.”

“녹음기?”

“소리를 저장하는 물품이야. 너희 세계에도 그런 마법은 있을 거 아니야?”

“아하! 그런 물건이 있어? 그렇다면 이야기가 빠르지. 그런데…. 그거 마법은 아니지?”

“아닌데? 왜?”

“에탄 두령은 철저해서 마나 파동 감지 스크롤을 항상 챙겨 다니거든, 만약 그것을 찢었을 때 주변에 마나의 파동이 느껴지는 경고음이 들려와. 그렇게 되면 에탄 두령이 경계해서 자리를 옮길 거야.”

“그럴 일은 없이. 오직 과학의 힘으로만 작동하는 물건이야.”

“그렇다면 가장 안전한 방법이군. 그 녹음기 말이야.”

“좋아.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하자. 슬슬 시간도 늦었고 내일 움직이려면 이만….”

“저기 있다!”

 놀티아와 대화를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는 찰나였다.
말을  끝마치지 못하고 내 말을 끊고 들어오는 한 불청객의 목소리가 난입해 들어왔다.
한 남자였다. 그는 나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고래고래 뭐라 소리치고 있었다.
잠시 후 그의 뒤로는 험상궂은 얼굴의 남자들이 열 명 등장했다.
그리고는 천천히 이곳으로 다가와 우리 주변을 감싸 안았다.

“놀티아? 이놈들은 뭐야?”

“뭐야? 나도 몰라. 네 친구들 아니야?”

“내가 에탄 조 소속 친구가 어디 있어? 다들 도적단 정복인 거로 봐선 에탄 조일 텐데”

“어? 그러게요. 야! 너희들 뭐냐? 왜 와서 시비질이야!”

술기운이 적당히 올라왔는지 갈프가 자리에서 일어나 한 남자에게 다가가 얼굴을 옆으로 살짝 꺽으며 삼류 건달처럼 다가갔다.
그의 표정과 눈초리가 너무도 인상적이라 이렇게나 건달이  어울리는 남자가 또 있을까 싶다.
그러자 그와 눈을 마주한 남자 역시 삼류 건달처럼 고개를 꺾고 눈을 치켜뜨며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너흰 뭐야? 뭐가 어째? 이런 시발 새끼를 봤나. 조용히 술이나 처마셔라. 너 따위에게 볼일 있는 게 아니라고!”

“뭐?  따위?! 너 따위라 했냐?! 지금 이  방의 갈프님에게 한 말이야!!!”

“어쭈? 네가 한방의 갈프냐? 난 대폭발의 기플님이다. 감히 보조 간부인 나에게 눈을 부르려? 죽고 싶은 거냐?”

상대방의 입에서 방금 들었던 이름이 튀어나왔다. 나와 지크리스 그리고 놀티아와 갈프 까지 조금 놀란 모양이다.
에탄 소속의 인원이 하도 많아서 우리 우르자인 소속 인원들처럼 서로의 얼굴을 거의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르게 이쪽은 서로의 얼굴을 모르는 일도 많이 있는 모양이다.
그나마 이명을 꺼내니 알아듣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긴 하는데 폭발은 뭘까…. 그것도 대폭발.
왠지 어디 가서 자폭이라도 할 것만 같은 이름이다. 설마 진짜 폭발하고 그러는 건 아니겠지?

“시발. 네가 기플 보조 간부라고? 그럼  어디나 막 가서 시비 걸고 그래도 돼? 이제 막 보조 간부가 된 신입 주제에 말이야. 너야말로 조심해! 여기 우리 형님 안 보이냐! 속창의 놀티아 형님이다! 너도 이름은 들어 보았겠지?”

갈프의 소개에 놀티아는 조용히 술을 한잔 마시고는 씨익 하면서 미소를지어 보였다.
놀티아를 바라보는 기플의 모습이 조금 이상했다. 마치 꺼리는 듯한 표정이라 해야 하나?
그리고 시작된 기플의 말투 역시 조금 조심하는 듯하게 바뀌었다.
갈프 혼자 상대하는 것보다 확실히 정중해지긴 했다. 아주 약간! 미세하게 말이다.

“시발? 속창? 이놈이 속창의 놀티아라고? 그래 이름은 들어 봤지. 그래도 지금은 내가 간부고 너희는 단원이니 조용히 술이나 마셔라.”

그 말에 술잔을 강하게 내려 둔 놀티아가 놈을 노려 보았다.
그러더니 조용히 다시 술잔에다 술을 따르면서 그에게 넌지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거, 대폭발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거 경우가 너무 없는 거 아닌가? 보조 간부인 것도 잘 알고 있는데 우리 에탄 조는 보조 간부가 그리  권한 없는  잘  텐데? 잘못하면 레벨 높은 단원에게도 치도곤당하는 게 널리고 널린 보조 간부다. 그러니 예의 좀 차리는 게 어떨까?”

“음….”

“무슨 일로  거지? 너랑 우리랑 뭐 척진 일이 없을 텐데?”

“야! 나와봐.”

“네 형님!”

인파를 뚫고 기플의 옆으로 다가오는 똘마니 하나, 녀석의 얼굴은 기억에 선명히 남아 있다.
나에게 고환  쪽이 잡혀서 내시가  뻔했던 남자이지 않은가.
그는 기플이 옆에 있으니 용기가 충전하였는지  삿대질하면서 있는 이야기 없는 이야기 들먹이며 무고한 고자질을 하기 시작했다.

“이, 이년이 감히 우리가 하는 일을 방해했다 이겁니다. 형님이랑 친한 그 닭갈빗집 사장님도 이년이 앞에서 욕을 했다고 울면서 들어왔고 우리가 철판 소고깃집의 무도한 일을 벌하던 것도 이년이 방해하는 바람에 무산되고 말았어요! 우리 애들이  떡이 될 때까지 맞았단 말입니다. 그리고 감히 우리 도적단의 간부라고 멋대로 사칭했습니다! 용서할 수 없는  죄입니다.”

“하…. 우리 뒤를 밟은 건가? 지크리스  몰랐지?”

“아무래도 인파가 인파여서 말입니다. 그렇게 젊음이 넘쳐나는 곳에서 조용히 따라오는 놈을 알아차리긴 힘들죠.”

“하긴 그렇지.”

기감이 잘 발달한 지크리스도 사람들의 인산인해 속에서는 뒤를 밟히는 것을 모를 수도 있었다.
나와 지크리스가 소곤거리며 대화를 하고 있더니 똘마니의 무고한 고자질은 어느새 끝이 나 있었다.

“거기 둘.”

“뭐지?”

“뭐지?  이 쌍년들이 귀가 막혔나? 아니면 머리가 돌은 건가? 지금 하는   못 들었어? 지금 상황이 이해가 안 돼?!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 줘!!!”

쾅!
우지끈!!!

꼴에 놈도 보조 간부라 이건가? 놈이 발로 단단한 철제 테이블을 걷어차니 그것이 반으로 박살 나서 파편이 이리저리 날렸다.
다행히 우리에겐  피해가 없었지만, 놀티아가 인상을 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개새끼야! 이게  하는 짓이야!”

“넌 빠져 속창!!! 이건 저년들이랑 내 일이다!”

“미친놈들아!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야 놀티아 빠져. 이 새끼 오늘 내가 골로 보낼 거야.”

“야! 야! 이루스!!! 참아! 참으라고!”

얼굴에  파편, 상처는 없다, 그런데 기분이 몸씨 나빠졌다.
 무고하게 고자질한 놈도 그리고 그걸 믿고 움직인 기플도 다  같지만, 더 기분 나쁜 건 놈들이 철판  아주머니를 괴롭혔다는 사실이다.
에탄 조 소속 간부에게 알려 일을 원만히 처리하려 했지만, 이젠 그럴 수가 없어졌다.
먼저 손을 쓴 건 놈이니까
자리에서 일어나 놈과 마주 보았다. 키는 나보다 작은 놈이 근육이 많고 살도 많이 쪄서 마치 작은 근육 돼지를 보는  했다.

“뭐, 뭐야? 뭔 거인이….”

“새끼야. 이거 봐.”

난 놈을 부르며 내 볼에 난 아주 작은 생채기를 보여 주면서 으르렁거렸다.
아까 파편이 튀면서 생긴 아주 작은 상처였다. 피도 안 나고 그냥 살짝 긁힌 자국만 남은 그런 상처다.

“뭐, 뭘 보라는….”

“네가 선빵 친거다. 알았지? 네가 선빵친거라고.”

“뭐, 뭐?”

퍼억!

어깨를 아주 역동적으로 움직여 온 힘을 다해 휘두른 주먹, 마치 권투 선수가 주먹을 휘두르는 듯한 모습의 탄력적인 주먹질이 딱 한방 기플의 얼굴 중앙에 작렬했다.
놈은 그 한 방으로 뒤로 넘어갔다. 그리고는 개거품을 물면서 몸을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후….”

“역시 언니….”

“혀, 형님?”

“형님!!!”

“아이고 형님!!!”

놈들의 곡소리가 주점 안을 가득 메웠다. 혼란스러운 틈을 타 가게 주인은 이미 손님들을  피신시킨 뒤라 놈들 말고는 조용하기 그지없다.

“야 부랄!”

“헉…. 저, 저요?!”

“그래 너  말고 여기 나한테, 부랄 잡힌 놈 또 있어?”

“그…. 왜 부르시는.”

“또 지랄하면 내가 어떻게 한다고 했지?”

“헉!!!”

후웅!

퍼어억!!!

다리를 쳐올리며 아주 말끔하게 놈의 사타구니 사이에 발을 꽂아 넣었다.

“꾸에에에엑!!!”

그리고는 놈의 몸을 밀 듯이 놈의 자지를 말 그대로 강하게 압박한 뒤에 발에 힘을 주고는 아래로 쓸어내리며 다리를 내렸다.
심각한 소리가 났으니 하나 정도는 터졌을 것이다. 발에 감기는 맛이 대충 그런 느낌이다.
놈은 그렇게 하나를 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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