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4화 〉65화, 나 간부인데? (64/70)



〈 64화 〉65화, 나 간부인데?

철판 아주머니, 정확히는 철판 소 불고깃집 주인아주머니로 이름은 박임이시다.
여성 치고는 이름이 강하고, 그만큼 성격도 강한 분으로 주인아저씨는 항상 아주머니에게 잡혀 살던 것으로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손님들에게는 아주 사근사근하고 가끔 만취한 난동 고객이나 진상이 있으면 성격이 불같이 변하는 분이라 친해진 뒤로는 그런 모습을 보고 참으로 놀랐던 적이 한두 번이 아녔다.
지금도 사근사근해 보이는 미소를 띠며 반찬들을 가져와 차려주는 모습을 보면 저 아주머니 안에 어떻게 그런 무서운 존재가 있는지 새삼 신기할 뿐이다.
반찬을 차려주던 그녀는 궁금함을 참지 못했는지 나에게 이것저것 질문을 시작했다.

“그래, 요즘 주변이 시끄럽던데 그 때문에  소식이 없었던 거야? 같이 오던 친구들에게 물어봐도 다들 모른 척을 해서 내가 원, 소식을 알 수가 있어야지.”

“아, 뜸하기는 했죠. 맞아요. 요즘 다른 세상에서 이곳으로 방문을 해와서 난리였잖아요. 그 게이트가 우리 회사 사옥에 열린 거 있죠.”

“어머나 사옥 내부에? 세상에 그런 일이 다 있구나?!”

저쪽에 잡혀가고 또 도적단이 되고 그런 이야기를 자세하게 알려줄 수는 없기에 최대한 간추리고 또 간추려서 그녀에게 설명을 해주었다.

“그 때문에 회사 사옥을 옮기고 또 이래저래 바쁜 일이 겹치다 보니까 통 올 수가 없었어요. 이곳하고 회사하고 또 거리가 멀어지기도 했거든요.”

“아휴 그랬구나. 난  정말  일이라도 난 줄 알았지 뭐니. 그럼 이쪽 친구는  다른 세상에서 온 분이시니?”

“네. 그렇죠. 그쪽에서 기사 직업을 하고 있었다고 해요.”

“기사? 택시 기사 같은 건가?”

“아뇨…. 싸우는 직업이에요.”

“아휴-  판타지 소설하고는 담을 쌓아 놓아가자고 그런 거 잘 몰라. 우리 남편은 좀  것도 같은데 처음 만나는 사람하고는 낮을 너무 가려서 뭐 물어볼 수도 없겠네.”

이쪽을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돌리니 주인아저씨가 눈으로 인사를 한번 하더니 지 크리스와 눈이 마주치자 화들짝 놀라서 다시 주방 안으로 쏙 들어가 버리신다.

“그려 고생들이 많았어. 오늘은 내가 대접할 테니까 먹고 돌아들 가. 가끔 시간이 나면 자주 찾아와 이러다가 얼굴 잊어버리겠어.”

“고마워요. 아주머니. 다음엔  친구들 많이 데려와서  불고기 왕창 먹고 돌아갈게요.”

“그래, 그래! 여보! 소 불고기 다 끝났어요?!”

“(곧 나가!!!)”

아저씨의 우렁찬 외침이 주방 안쪼ᅟᅥᆨ에서부터 살짝 메아리가 치며 들려온다.
손님이 없어서 그런지 아저씨의 목소리가  울리는 감이 있었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다. 원래  가게는 점심 나절에 사람이 이렇게 한산할 리가 없는데 말이다.
과거 내가 자주 다닐 때만 해도 이 가게의 사정은 점심에 발 디딜곳이 부족해서 증축을 생각할 정도로 잘되는 가게였었다.
빠르게 달려와야 겨우 자리를 잡을 수 있었고 만약 늦으면 최소 30분이라 1시간짜리 점심시간으로는 도저히 먹을 수 없기에 포기하고 다른 가게를 가야 할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 이 현상은 대체 뭐가 어떻게  것일까?
우리가 아무리 일찍 왔다고 해도 슬슬 점심시간의 피크가 시작될 즈음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사람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데….

“저 아주머니.”

“응…. 어? 어. 왜 그래?”

계산대 앞에서 잠시 멍하게 있던 그녀는 내 부름에 화들짝 놀라더니 대답을 한다.
아까는 보이지 않았던 얼굴의 수심들, 과연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던 걸까?
반가운 마음에 제대로 챙겨 보지 못했는데 저런 수심이 드리워져 있다니 말이다.
내가 당장 뭔가  수 없어도 그녀의 고민을 들어줄 수는 있다.
과거에 친했던 사이인데 이 정도도 해주지 못할 것이 무엇인가.

“무슨 일이 있는 건가요?”

“일? 일은 무슨 일? 그런 거 없어. 없다고 하하하하!”

걱정을 끼치기 싫은 것인지 억지로 행동하는 모습이 눈에 선히 보일 지경이다.
여기서 더 물어봐도 좋을지, 아니면 그냥 그녀의 말대로 아무 일도 없다고 믿고 넘겨야 할지 고민이 한창일 찰나에 우리 앞으로 요리된 소 불고기가 올려졌다.

“드세요.”

웬일로 아저씨가 직접 서빙을 해주셨다. 정말 단골이 아니면 절대 보여주지 않는 행동이다.
물론  역시 단골은 단골이지만, 지금은 친구(지크리스)와 함께 온 상황이다. 낯을 가리는 아저씨가 직접 서빙 하기에는 상황이 여의치 않았을 텐데 용케 용기를 내셨구나.

“우신인데 뭐 어때. 당신이 딸처럼 아끼는 아이잖아. 알려줘.”

“그, 그렇지만…. 걱정할  뻔한데….”

아무래도 뭔가 있긴 있나 보다. 아저씨가 나온 이유는 괜히 속에 든 것을 숨기는 아주머니를 달래기 위함이었다.
어쨌든 나온  불고기로 지크리스와 함께 식사를 시작하니. 우리 옆자리에 의자를 빼서 앉은 아주머니가 한숨을 크게 쉰 다음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러니까 말이지. 우리 가게가 말이다. 노려지고 있어.”

“노려지고…. 있다고요?”

“그래…. 이걸 어떻게 자세하게 설명한담…. 응! 그래  페 머시기 도적단 있지.  사람 중에 간부? 라고 했나. 아무튼, 그런 높은 사람이었을 거야. 우리 가게가 워낙 잘나가지 않니. 그래서 예전부터 주번에서 자주 언성이 높아지거나 시시비비를 가린 적이 종종 있었어. 특히나 바로 요 앞에 있는 대박 닭갈빗집 그 집 여편네하고 자주 다퉜지.”

“업종도 다른데 뭐가 아쉬워서 그런데요?”

“아 자기들은 파리 날리는데 우리 가게만 잘나가니까 배알이 뒤틀렸나 보지 뭐…. 아무튼 다툰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이번에 이쪽에 넘어온 도적단 사람들이 그집 요리가 괜찮게 입에 맞았는지 그쪽 단골이 많아졌거든.”

뭔가 이상한 냄새가 솔솔 풍겨오기 시작했다.
맛있게 소 불고기를 즐기고 있던 지크리스 역시 뭔가를 느낀 건지 수저 움직이는 속도가 줄어들고 아주머니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었다.

“아휴…. 그 여편네가 글쎄  집 안주인하고 짜고 도적단 사람들에게 앓는 소리를 했다지 뭐니…. 그래도 친하다고 그 옆집 순대국밥 할머니가 알려준 건데 얼마나 우리 가게를 씹어대던지 듣고 있는 자기가 다 화가 나더라는 거야.”

“그래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거죠?”

“매일 점심시간만 되면 찾아와서 난리를 치고 있어. 그것들이 얼마나 독한지 손님들이 있든지 없든지 아주 자기들 안방에 들어와 있는 듯 상을 걷어차고 의자를 던지고 난리가 나란다. 경찰에 신고하고 싶어도 그 사람들은 경찰도  막는다고 해서 속앓이만 하고 있지. 아휴…. 그 년은 어떻게 그쪽 간부랑 연결이 돼서 계속 잘나가는 거 같은데…. 그러다가 언젠가 망하지 망해. 사람이 어쩜! 그렇게 정당하지 못하게 장사를 하는 건지.”

아주머니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가게의 문이 활짝 열리며 일단의 무리가 안으로 난입해 들어왔다.

“에구머니나!!!”

거의 경기를 일으키는 정도로 깜짝 놀라서 뒤로 자빠지기 일보 직전인 아주머니와 바로 주방에서 튀어나와 인상을 쓰며 그것들을 노려보는 아저씨
그리고 문에서 들어와 험상궂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려는  고개를 꺾고 팔을 꺾어가며 뼈가 맞춰지는 소리를 들려주는 삼류 악당보다 못한 거지 같은 것들의 모습

“아줌마! 또 손님 받아? 아 우리좀 받으라니까 맨날 쫒아내기만 하고 이거  아쉬워서 어디 살겠어?”

“또... 또 왔어요? 아휴... 매일 이렇게 찾아오면 어떻게 해요. 우리도 먹고 살긴 해야죠. 응?”

“아이고 우리야말로 먹고삽시다. 뭐 그냥 두 사람 정도네? 우리도 뭐 악마들도 아니고 이렇게 파리 날리는 상황에서도 지랄 하고 싶지는 않고, 그래 오늘은 우리도  소고긴지 개고긴지  먹어 보실까?”

그리 말하면서 굳이 널찍하고 한산한 자리를 놔두고는 의자를 가져와  양 옆에 두명, 그리고 지크리의 양 옆으로 세명이 앉았다.

“호, 호우. 이거이거 미모가 장난이 아니시네. 밥 먹는 건가? 점심?”

“그런데요?”

“아이 이거 왜 이리 딱딱하나. 내가 딱딱한  자지 말고는 전혀 좋아하지 않거든? 그러니까 우리 좀 부드럽게, 응? 부드럽게 서로 좀 알아가는 거 어때? 보아하니 손님 같은데 가게에서 난동 부리면 밥 먹다가 체하지 않겠어? 자자 서로 좋게좋게 가보자고. 이봐 아줌마?”

“어이구! 네, 네….”

“가서 적당히 먹을  인원분대로 내와. 주문받았어?”

“그, 그럼요….”

아무리 기세가 등등한 아주머니도, 할땐 확실한 아저씨도 이들 앞에서는 어쩔 수가 없을 것이다.
레벨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곳에서 넘어온 괴물들, 이들은 모두 도적단의 일원들이다.
한 사람은 보조 간부인지, 아니면 간부인지 모르겠지만, 옷을 아무렇게나 입었으나 특유의 색감이 살아 있었다.
나머지 네 명은 도적단 단원 정복을 입고 있었다.
기분 나쁘게 히죽히죽 웃으면서 나에게 말을 걸고 있는 놈이 바로 그 간부인지 보조 간부인지 모를 놈이다.

“여기에는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는 말이 있어요.”

“응 뭐라고?”

“당신 개냐고요.”

“하. 이년 당돌한   봐라? 하하하 내가 또 침대 위에서는 개보다 잘하지. 허리 움직이는 속도가 환상적이다. 이거야.  봤어. 아주.”

“하….”

에탄 밑에 있는 것들 대부분이 이런 식이었다. 놀티아야 첫인상이 나빴던 거뿐이지 지금은 괜찮아졌지만, 그때 느꼈던, 그리고 이곳에 넘어와서 보는 에탄 소속 단원들은 대부분 이렇게 무례하고 입이 험하다.
꼴에 자지 달렸다고 껄떡거리는 것도 마음에 안 들어 죽겠다.

“흐흐흐 그보다 이거 무겁지 않아? 이렇게 큰 젖통을 매달고 다니면  어깨도 아프고 그렇겠어. 내가  들어 줄까?”

“손대지 마세요. 밥 먹고 조용히 나갈 거니까.”

“하하하 손대지 말라고 하면 더 손대고 싶어 지는걸?”

덥석

놈은 내 경고를 무시하고 내 가슴에 손을 올려 음흉한 미소와 함께 주물럭 거리기 시작했다.
반대쪽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지크리스의 경우는 아예 대화도 하지 않고 그들이 자기 몸을 만지든 말든 신경조차  쓰고 식사만 조용히 하는 상태다.

“만지지 말라 했다?”

“어휴 무서워라. 어휴! 무서워라! 이러다가 우리 정분나는 거 아니야? 난 이렇게 톡 쏘는 매력이 있는 년이 취향이란 말이야.”

“당장 내 가슴에서 손때. 아니면 나도 똑같이 해줄 거니까.”

“으하하하! 똑같이? 어딜 똑같이. 가슴을 잡아준다고? 좋지! 여자가 남자 가슴 애무하는 것도 얼마나 기분 좋다고 해봐!  해봐서이야 이거 기대가 크다.”

“분명 네가 하라고 했다?”

“아흐 꼴려 시발년 진짜 빨리 좀 해봐 기대되니까.”

놈의 허락을 받았겠다. 걸리는  하나 없이 손을 움직였다.
다만 향한 곳은 녀석의 가슴이 아니라 사타구니 사이였지만.
놈은 잠시 놀라는 듯 하다가 사타구니 사이로 손이 들어가자 좋아라 웃으면서 어서 해달라는 듯 다리를 벌리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좋아 웃는 얼굴이 고통에 일그러지는 것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끄오오오오오오오!!!”

난 정말 비슷하게 했다. 놈이 내 가슴을  주무르듯 하는 것처럼 나도 놈의 것을 떡 주무르듯 만져 줬다.
가슴이 아니라 고환이었던  좀 문제긴 하지만, 뭐 어떤가? 어차피 둘 다 성감대인 것은 매한가지인데

“소, 소…. 손, 좀….”

“왜? 너도 내 가슴 만지면서 난 왜 네 자지 만지면 안돼냐?”

“그, 그러니까…. 만지는 건 아흑! 괜찮…. 억!!!”

“그러니까 만져주고 있잖아. 어휴 자식 그래도 제법 튼실하네. 알량하게 자랑한 보람은 있다. 그치?”

끄득!

터지기 일보 직전까지 함께 맞물려 있다가 순식간에 교차하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나에게 고환이 잡힌 놈이 눈을 뒤집기 일보 직전까지 돌입했다.

“이! 이년이! 형님 불알 놔드려!”

“커흡!”

“어억!!!”

“머, 머리 터져!!!”

지크리스는 이미 두 놈은 정리하고  놈은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꽉 눌러서 움직이지 못하게 만든 뒤 남은 한 손으로 식사를 계속하고 있었다. 저거 안 좋은 식사 버릇인데….

“끄아아아아아압!!!”

나에게 고환을 잡힌 놈의 비명이 더 커지기만 해간다.
소리를 듣고 달려 나온 가게 아주머니와 아저씨의 눈 이  이상 커질  없을 정도까지 커져 있다.
아무래도 이런 상황에는 놀랄 수밖에 없으리라.

“야.”

“끄오….”

“야!”

“왜…. 왜 그러시는….”

“시발새끼야. 눈깔  뜨고 다녀라.  우르자인 조 이루스 팀 소속 간부 이루스다.”

“꺼헙…. 가…. 간부….”

“옷 좀 다르게 입었다고 간부를 몰라봐? 다음에 또 이런 일 있으면”

꽈아악!!!

“끄아아아아아!”

“이거 터트릴 거야.  기억해”

놈은 그대로 실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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