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화 〉63화, 의외로 만족
지크리스가 여성과의 행위에 눈을 뜬 것은 자신의 약혼자가 외도한 것을 발견한 뒤였다.
결국, 약혼은 파기 되었고 지크리스의 약혼자는 자신의 외도녀와 함께 재약혼을 진행했다.
이때 그녀는 충격에 사흘간 식음을 전폐하며 폐인처럼 지내다가 뭔가 깨달음이라도 얻은 듯 불쑥 기사단에 자원하였다. 이것은 그녀의 꽃다운 15세의 일이다.
기사단에서 열심히 몸을 단련하고 또 정신 수양을 하면 이 슬픔과 실연의 아픔, 그리고 아직 버리지 못했던 약혼자를 향한 사랑을 빨리 잊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 것이다.
그녀의 선택은 옳았다. 힘든 훈련과 정신 수양의 나날이 그녀의 번뇌를 모조리 앗아가 준 것이다.
다만…. 누구보다 기사단에 신실한 기사로 남아 있던 지크리스, 이 고고하게 피어난 한 떨기의 우아한 장미에는 그 향에 이끌린 나비가 꼬이기 시작했다.
바로 동성인 여성들이었다. 남성을 아직 가까이하고 싶지 않았던 지크리스 이기에 주변에 같은 동성만 허락하여 생활하니 알게 모르게 그녀를 동경, 그리고 우정, 연정을 품는 여인들이 속출하였다.
과거의 실연과 아픔을 모두 떨쳐낸 그녀, 그러나 아직 그녀에게 남은 배신감은 가슴 속에 똬리 틀고 있었다.
그로 인해 남성에게 동료애와 존경을 느낄지언정 사랑을 느낄 수 없는 몸이 된 지크리스였다.
그런 그녀에게 다가오는 아름다운 나비들의 치명적인 유혹은 정신을 흔들어 놓기 충분했다.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충족감, 동성과의 관계, 나라에 따라 배덕으로 몰리는 행위기는 하지만, 지크리스가 몸담은 세큐레왕국은 개방적인 문화의 소유국이라 딱히 배덕으로 치지는 않았다.
친한 동료이자 마음이 통하는 기사와 오붓한 시간, 풋풋하고 항상 순종적인 후배 기사와 잠자리, 물이 오른 미모의 유부녀인 선배 기사와의 간통까지.
그녀가 가진 딱 하나의 죄가 있다면, 여성들 사이에서 마성의 여자로 통하고 있었다는 것뿐이다.
그리고 그것이 약점이 되어 기사직을 파문당하는 데 공헌하기도 하였고….
뭐 그것은 과거의 일이고, 왕국 귀족과 기사들이 지크리스를 함정에 빠트리기 위해 동성애를 건드려 그녀가 제대로 된 생각을 하기 힘들게 한 것뿐이고, 실제로 그녀가 파문당한 이유는 수많은 귀족이 얼토당토않은 모함을 했기 때문이다.
적어도 그녀와 몸을 섞은 여성들은 지크리스에게 원한이라던가 복수심을 가진 사람은 결코 한 사람도 없었다.
오히려 지크리스의 복권을 위해 힘을 모았지만, 역부족으로 인해 실패하고 파문당해 떠나가는 지크리스를 뒤에서 안쓰럽게 배웅해 줄 정도로 그녀들과 지크리스의 관계는 글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끈끈하게 이어져 있었다.
그런 지크리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은 여인이 나타났다. 바로 눈앞의 이루스다.
구릿빛으로 잘 태운 피부와 적당히 잡힌 근육질의 몸, 가슴과 엉덩이도 충분히 봐줄 만하고 특히나 미모가 물이 올라 있었다.
이세계의 사람들에게 확실히 먹히는 동양적인 얼굴이 높은 점수가 되었고 때로는 잘 이끌어 주고 팀의 불화에는 절대 용서가 없는 과감한 지도력까지 겸비한 여인이었다.
그녀의 밑에서 잠시 있었을 뿐이지만, 우정이 싹트고 존경이 싹텄으며, 마지막으로 애정이 끓어 넘치기 시작했다.
다만…. 과거의 자신이 동성애 덕분에 책을 잡힌 것을 마음에 깊이 담아두고 있던 터라 그것을 쉬이 밖으로 표현할 수 없어 속으로만 안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 고삐가 풀려 내면에 싹튼 사랑이 그대로 폭발하고 만 것이다.
찔걱 질척!
“흐으읏!!!”
“하…. 언니. 아…. 좋아? 좋아 언니?”
절묘한 움직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정확히 음순 씨리 비벼지는 아주 정확한 자세
이 자세를 하기 위해서 충분한 중심도 필요하고 힘 역시 필요했다.
지금 지크리스는 자신의 몸, 그리고 이루스의 몸도 지탱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것을 해내는 것은 바로 훈련으로 생긴 단단한 등 근육과 허리 근육의 힘이었다.
물론 이러라고 만든 근육은 아니겠지만, 필요할 때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낫지 않은가.
지금 여기서 동기를, 후배를, 그리고 선배를 포식했던 그녀의 유연한 허리 놀림이 다시금 발휘되는 중이었다.
그러면서도 한 손으로는 이루스의 가슴을 잡아 주물러주는 여유까지 선보였다.
적당한 무게감이 느껴지는 허리 옆으로 지나가는 다리, 그리고 계속해서 올려 비벼지는 두 음순의 감각에 이루스는 참기 힘든 격한 쾌락에 빠져 있었다.
‘아…. 머…. 머리가…. 아….’
“하! 아! 아! 앙! 아아! 앙! 지크리스으!!!”
“하…. 언니도 좋지? 아…. 좀 더 빠르게 하…. 할게.”
“아! 아! 하·아·아·아·아—앙!!!”
지크리스의 속도가 높아지자 이루스의 신음에 격한 바이브레이션이 섞이기 시작한다. 몸의 떨림이 그대로 신음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고심을 하고 있던 그녀의 머릿속이 새하얘진다.
한껏 집중해서 날카롭게 뜨던 눈도 둥글 거리는 곡선을 그리며 풀리기 시작했다.
무표정을 유지하던 근엄한 입은 이미 반쯤 벌어져 침을 질질 흘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금 희열에 찬 듯 입꼬리가 올라가는 듯했다.
“하아! 언니, 아 좋아! 언니! 너무 좋아! 이대로! 이대로 함께!”
“응으으으읏! 지크리스으으으으!!!”
“아 언니! 이루스 언니!!!”
물결이 치는 호수의 끝에는 두 갈래의 길이 있다.
한쪽은 줄줄 흘러내리는 시냇가로 이어지는 편안한 물결, 다른 한쪽은 거친 강으로 이어지는 세찬 물결이 이어지는 두 갈래 길이다.
두 갈래에서 하나로 이어진 두 물줄기가 중앙에서 만들어 낸 것이 바로 물웅덩이에서 시작한 맑은 호수였다.
서로의 음순을 비비다가 결국 물줄기를 생성해 내기 시작하는 두 여인, 서로의 물이 흐르다가 하나로 합쳐져 작은 호수를 이루었다.
피는 서로 다르지만, 이렇게 두 사람은 서로의 것을 하나로 합쳐 진한 호수를 만들어냈다.
비록 지금 호수로 향하는 물줄기가 끊어졌고 호수는 수건으로 흡수되어 사라진 지 오래지만, 두 사람의 이어진 음순은 아직도 떨어질 줄 모르고 있었다.
“하아…. 하아…. 언니.”
“흐으…. 헉…. 지, 지크리스.”
이루스는 거대한 충격이 뒷덜미를 강하게 관통하고 지나가는 듯한 격한 쾌감에 몸이 아직도 사시나무 떨리듯이 부르르 경련하고 있었다.
지크리스는 그런 이루스의 엉덩이를 살살 쓰다듬었다.
“언니. 좋았지?”
“하아.. 하아...”
“대답도 하기 힘들어? 귀여워 언니.”
“이…. 시발…. 너 진짜 뒤졌어.”
“아하하. 무서워라. 조금 더 상대해 주면 다음엔 사랑한다고 해주려나?”
“자, 잠깐! 뭐라고?! 야!!!”
“그럼. 다시 움직여 볼까? 으읏! 챠!”
“꺄항!!!”
절정 후에 민감해진 이루스의 음부에 아직 맞닿아 있던 지크리스의 음부, 그것이 다시 위로 아래로 움직이며 슬근슬근 박을 타는 듯한 움직임을 시작했다.
그리고 들려오느 끈적하고 질척한 소리, 방금 생산한 물 덕분에 두 사람의 음부는 잘 젖어 있기에 더욱 소리가 크고 강렬하게 들려왔다.
허리를 타고 올라오는 격한 쾌감에 이루스는 고개를 쳐 들고 말았다.
“에흐윽!!! 지, 지크리스! 안돼! 나 아지익!!!”
민감하다고 하려 했지만, 입에서 자연스레 빠져나가는 혀 덕분에 다음 하고 싶은 말을 이어서 할 수 없었다.
거기에 지 크리스는 그녀의 말을 들을 경황이 전혀 없었다. 아까부터 눈앞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이루스의 스타킹 신은 젖은 다리가 신경 쓰였기 때문이다.
유연하게 고개를 내리며 가슴을 잡았던 손을 이용해 그녀의 다리를 좀 더 들어 올린 지크리스는 그녀의 다리에 혀를 대고는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마지막으로 도달한 튀어나온 복사뼈를 지나서 부드럽고 탐스러운 엄지에 닿아 그것을 살살 자극했다.
“더, 더러워! 하지 마앗!!!”
“언니 몸에서 더러운 부분이 어디 있어. 하…. 예쁘다.”
그녀의 말마따나 이루스이 발이 잡티 하나 없이 예쁘다는 것은 공감한다.
발을 애무 당하는 것은 인생 처음이라 이걸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이루스는 혼란스러웠다.
간지러운데, 또 이상하게 가슴이 뛴다. 질척하게 젖어오는 기분이 좋지는 않은데 부드러운 것이 닿는 것은 또 왠지 좋다.
오묘하게 얽히고설키는 감정 속으로 다시금 허리가 격하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이젠 뭐가 어찌 되는 다 좋다는 감정만 머리에 만연했다.
열심히 헐떡이는 두 사람, 한쪽은 당하면서 격하게 반응을 섞으며 헐떡이고 다른 한쪽은 그런 반응을 살피면서 흥분해서 헐떡이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두 사람의 감정이 최고조에 다다랐을 때 또 한 번 약속의 호수가 나타났다.
신화속의 한 장면 같이 두 물줄기가 중앙에서 만나 그 끝에 호수를 이루는 장관은 이 상황과는 동떨어진 듯 신성함을 자아내기도 하였다.
물론 그 물줄기가 끝나고 약속의 호수가 모두 증발할 때까지의 시간은 찰나여서 오랜 시간 볼 수 없지만, 그것마저도 어쩐지 짠한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아, 아그…. 읏…. 하…. 우웃….”
충분한 시간을 쉬어야 할 텐데 바로 이어서 연전이 이루어져서 이루스는 지금 완전히 진이 빠져 버렸다.
원래도 지크리스보다 체력은 약하니 당연한 결과였다.
다행히 지크리스가 눈치가 빨라 그녀가 퍼진 것을 바로 알고 침대에 바로 눕혀 주어 그 힘든 자세를 계속 유지하지 않아도 되었다.
다만 정자세로 누운 그녀의 위에 올라타 입을 마주치며 키스를 이어 가는 그녀의 행동으로 유추해 볼 때 아직 두 사람의 시간은 끝나지 않은 듯 보였다.
딸깍
시간이 지나면 불이 꺼지도록 미리 예약이 걸려 있었는지 방 안의 모든 불이 꺼졌다.
그리고 켜진 수면 스텐드가 두 사람의 몸을 아름답게 비추었다.
한데 어우려져 서로의 혀를 문지르는 두 사람의 모습, 등 근육이 탄탄하게 솟은 지크리스와 그런 그녀에게 깔려 아직은 제정신을 차리지 못한 이루스의 모습이다.
지크리스는 아직 만족하지 못한 듯 게걸스럽게 그녀는 애무했다.
다만 심하게 선을 넘어서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
이루스가 체력을 회복하는 동안 이 뜨거운 열기를 식히지 않기 위해 재가열을 할 뿐이었다.
이윽고 정신을 차린 이루스는 그녀와 눈빛을 나누다가 서서히 다리를 벌려 자신의 사타구니를 내밀었다.
잘 적셔진 그녀의 꽃에서 꿀이 떨어지는 중이다. 지크리스는 그 장면을 보며 서서히 자신의 꽃을 이동해 꿀이 끈적한 서로의 꽃을 다시 만나게 했다.
남녀의 관계가 아님에도 두 사람은 남녀 관계의 뺨을 후려칠 정도로 충분히 많은 시간을 의외로 만족스럽게 지내었다.
다만 다음 날 아침 지크리스는 이루스의 앞에 엎드려 뻗쳐 벌을 받아야 했지만 말이다.
“시팔! 다시! 다시 해!”
“아…. 미안해. 언니….”
“닥치고 다시 내려가! 오늘 넌 나한테 제대로 교육받아 보자 씹탱아! 내려가!”
“우욱!”
아침 일찍 일어나 어제의 일이 머릿속에서 기억난 이루스는 자신의 가슴을 배고 곤히 잠든 지크리스의 얼굴을 보자마자 확 기분이 나빠졌다.
어젯밤의 그 엄청난 쾌락의 연속, 그것이 더욱 그녀의 기분을 나쁘게 만들었다.
그리고 계급으로 이루어진 두 사람의 상하 관계를 다시금 성립시키는 아주 작은 헤프닝을 끝으로 지크리스와 이루스는 어젯밤의 일을 서로 화해했다.
“한 번 만 더 네 좆대로 지랄하면 넌 진짜 좆나 뺑이칠거다. 알았어?”
“하, 하하…. 역시 언니는 욕 박는 게 섹시하다니까.”
“닥쳐! 남들 앞에서는 존대해라. 알았어?”
“예 이루스 간부님!”
그렇게 이루스의 고향에서 두 사람의 하루가 지나갔다.
아주 아름다운 하루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