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8화 〉59화, 제이슨이 부른 이유.
사라엘의 항복 선언을 끝으로 귀족의 명예를 운운하던 그녀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물론 사람이라는 것이 쉽게 변할 수 없다는 것은 그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사라엘의 경우는 귀족성이 완전히 부서졌기 때문에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변모하였다.
“학! 학!!!”
“조금 더 힘내 사라엘, 한 바퀴만 더 돌면 끝이다.”
“옛!!!”
물론 그녀가 귀족이었다 해도 그것이 다른 사람들보다 체력적으로 뛰어나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완전히 변한 그녀는 포기하지 않는 끈기와 누구보다 노력하는 자세를 보였다.
그때부터 나 역시 그녀를 대하는 태도를 바꾸었다. 강압에서 당근으로 말이다.
물론 아예 당근만 주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녀의 노력과 끈기에는 항상 좋은 말로 사근사근 대하여 주니 좀 더 내 칭찬을 듣기 위해 그녀가 죽기 살기로 훈련에 임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그녀는 내 말이라면 바닥에 엎어져서 강아지 흉내를 내라는 것까지 순순히 받아들일 정도로 순종적으로 변하였다.
다 좋은데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지크리스와 충성 경쟁을 벌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어, 언니! 여기 물 가져왔어요.”
“앙?! 너 지금 훈련할 시간인데 여기서 뭐 하는 거야!”
“흥! 이미 다 끝냈거든? 쉬는 시간에 언니랑 좀 있겠다는데 네가 뭔 참견이야!”
“이게 요즘 계속 계기네? 계급 집어치우고 실력으로 한판 붙어?”
“해보시던지! 누가 무서워할 줄 알고!”
“하…. 언니는 왜 이런 걸 길들여서는….”
“이런 거라니! 무슨 뜻이야!!!”
“시끄러워! 나 보조 간부야! 까라면 까! 다시 가서 훈련해!”
“횡포야! 이건 횡포라고!”
대충 이런 식이었다. 지크리스가 그녀를 보며 뭔가 위기감을 느끼는 모양이라 덩치에 안 맞게 귀여운 대응을 한다.
다만, 큰 싸움만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쨌든, 단원들의 화합도 이루었고 우르자인이 제안한 사라엘의 처우도 모두 무산되었다.
내부의 문제를 모두 봉합하여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겼지만, 나에게는 아직 쉴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
간부가 되면서 제이슨이 했던 지시가 아직 하나 남아 있기 때문이다.
내 휴식일 바로 전날그를 찾아오라고 했던 지시, 내 고향인 저쪽 세상으로 한 번 갔다 와야 한다는 일 때문이다.
다녀오는 이유를 물어보자 그 이유를 그날 알려 주겠다고 했으니 지금 그를 만나러 가볼 예정이었다.
“지크리스. 지금부터 제이슨 대 두령을 만나러 가야 하니까 남은 건 네가 처리해 주렴.”
“알겠습니다. 언니 편안하게 다녀오시죠.”
묵묵히 자기 일을 하면서도 나에게 미소를 보내며 대답하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는 안심을 하며 등을 돌렸다.
그러다 문득 한가지 생각이 떠올라다시 등을 돌리고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참 내일 쉬는 날인데 혹시 예정 있어?”
“예정이요? 아니요. 그냥 방에서 쉬려고 했습니다만….”
“괜찮으면 나랑 같이 저쪽 세상에 다녀올래?”
“저쪽 세상에요?”
“그래. 솔직히 이곳에만 있는 거 좀 답답할 거 같아서 내 옆에서 노력도 해주고 있는데 그 보상 차원이라 생각해도 좋아. 내 직속 보조 간부니까 충분히 데려갈 수 있는데. 어때?”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군요. 저도 저쪽 세상이라는 것이 참 궁금하긴 했습니다. 왕국 기사단에서 파직당하기 전에 왕국이 직접 관리하는 게이트가 열렸다는 소식을 들었었는데 그때부터 참 궁금했거든요. 언니 고향이라고 했죠?”
“그래. 내 고향이지. 또 꽤 시간이 지났네 한달이나 못 가봤으니 또 얼마나 변해 있을지 나도 궁금하네.”
“좋아요 같이 가시죠 제가 모시겠습니다.”
“얘는, 네가 저쪽 세상에 뭘 안다고 모신다고 하니, 내가 널 모시는 격이지.”
“에이, 그래도 그건 좀 그렇죠. 걱정 마세요 저도 제 몸 하나는 충분히 지킬 수 있으니까요.”
“그럼 지금 네가 빠지면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단원이 누구지?”
“다들 동일 선상에 두고 제가 교육을 하는 중인데 그나마 쥬린이 가장 똘똘하죠. 체력이 좀 달리긴 하는데 집단 생활을 잘하고 치안유지기관(경찰을 자경단에 빗대어 말하는 것이다) 있었다고 하더니역시나 이런 곳에서 빛을 발하는 모양입니다.”
“그럼 쉬는 날 이틀간 쥬린에게 잠시 보조 간부 대행을 맡기도록 할게. 쉬는 동안 우리 팀원들이 경거망동만 하지 못하게 잘관리하라고 전해주고 혹시 무슨 일이 생긴다면 카밀라나 튜테, 미스틸에게 보고해서 처리할 수 있도록 해. 내가 자리를 비우면 그녀들이 너희를 보호해 줄 수 있으니까. 다른 팀이라고 너무 낯설어할 필요 없어. 우리 모두 다 우르자인 두령 아래에서 한 조잖아.”
“알고 있습니다. 쥬린도 원래는 미스틸 간부 소속이었으니 아마 그런 쪽에는 별문제가 없을 겁니다.”
어디를 가도 같은 팀이 아니면 배척을 하려는 경향은 종종 있다.
특히나 같은 남자들끼리인 지원 성향의 자마칸 조, 전투 성향의 에탄 조, 그리고 모든 곳을 다 아우르는 제이슨의 직속 부대가서로를 견제하곤 했다.
오늘 처음 소개하는 제이슨의 직속 부대는 전투, 지원, 그리고 보조까지 모든 것을 아울러 총망라한 특수한 부대다.
수는 60인으로 하나같이 전부 간부급에 해당하는 레벨을 가진 무시무시한 인물들로만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이 중 10명은 제이슨이 특히나 총애하는 인물로 이들은 두령급의 레벨을 가진 인물들이다.
다만 그 수가 좀 적다 보니 중요한 임무(예를 들어 왕국의 귀족가를 터는 일 등등)에 주로 배속되며 여간한 일이 아니면 잡무는 절대로 취급하지 않는 부대라 할 수 있다.
게이트 넘어 세상에 보내지 않을 정도로 제이슨이 아끼면서 키운 정예들이다.
말을 하다 보니 필요 없는 설명이 많아졌지만, 결론은 같은 우르자인 조 소속으로 있는 각기 다른 간부의 팀끼리 낯을 가리며 반목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간부들끼리 친하다 해도 그 아랫사람들이 친하게 지내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그러니 내 팀이라도 먼저 그런 안 좋은 상황을 일으키지 않게 인식을 바꾸려는 것이다.
지크리스와 해어져 제이슨이 기다리고 있는 그의 방으로 향했다.
노크 두 번, 그러나 대답이 없었다. 아무래도 중요한일을 하는 모양인 듯...
[“두령…. 누가 왔어요.”]
[“하던건 마저 해야지 계속하자고.”]
[“아…. 으응!!! 하아! 하아! 두, 두려엉!”]
‘시발…. 누군 기다리는데 자지나 놀리고 앉아 있네.’
내부에서 들려온 소리를 듣고 대충 그 모습을 예상할 수 있었다.
물론 섹스를 한다고 뭐라 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사람인 이상 마음이 동하면 서로 몸을 섞을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애초에 나부터가 이런 말도 안 되는 능력이 있는데 누굴 욕하랴.
내가 화가 난 것은 하필이면 아직 해가 덜 떨어진 오후인데 벌써 저 지랄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분명 아직은 누군가 급한 볼일이 있을 수 있고 보고를 하러 올 수도 있다. 나처럼 말이다.
여인의 교성을 들으며 그 자리에서 속으로 욕을 수십번을 하고 수백번이 좀 못채워질 때쯤 조용히 문이 열리면서 산발을 한 카밀라가 붉어진 얼굴로 밖으로 나왔다.
“이, 이루스?!”
“너였어?”
“그…. 하…. 응. 미안해. 좀 더 빨리 끝내야 했는데…. 기분이 좋아서….”
“네 탓이 뭐가 있겠어. 성욕만 높은 우리 대 두령이 대단한 거지.”
“너무 그렇게 대 두령한테 비아냥거리진 말아줘. 내가 부탁해서 시작한 거니까.”
“하…. 그래. 알았어.”
카밀라의 말이 제이슨을 보호하기 위해 꾸며낸 것인지 아니면 진짜 그녀가 원해서 한 것인지는 두 사람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중요하지고 않다. 그걸 안다고 해서 지금 카밀라나 대 두령을 내가 추궁 할수도 없지 않은가.
그냥 참고 카밀라의 흐트러진 옷가지를 조금 정리해 준 뒤에 방 안으로 발걸음을 옴겼다.
“너였나?”
“예 저였습니다. 저쪽 세상에 다녀오는 이유를 알려주신다고 해서 들으러 왔죠.”
“흐! 그랬군. 앞으로 이런 일이 또 있다면 그땐 상관없으니 들어와서 보고해라. 허락해 주지.”
“여자랑 섹스 중인데 무작정 들어오라고요? 진심이세요?”
“우리 두 사람 이미 볼거 다 본 사이 아닌가? 너무 딱딱하게 구는군. 자자 서 있지 말고 여기 앉아서 술 좀 따라줘. 섹스 후에 마시는 술이 또 진미라고.”
“하…. 알았습니다.”
마치 당연하다는 듯 구는 그의 행동에 진절머리가 나지만, 누누이 말해 계급은 깡패고 레벨도 깡패다.
비록 120레벨이 되었다곤 하나 지금 제이슨의 레벨은 200이 훌쩍 넘어 있을 것이다.
정기적으로 레벨이 빠르게 올라가며 다른 이에게 레벨을 양도할 수 있는 우르자인에게 레벨을 양도받고 있을 테니 사냥에 잘 나가지 않아도 레벨이 넘쳐 흐를 것이다.
한 달에 한 번(하루에 한 번 한 대상에게 지만, 제이슨에게는 한 달이라 속였다), 그리고 일정한 레벨 이상을 양도할 수 없다는 제약이 있어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 그의 레벨이 얼마나 높을지 상상도 하기 힘들었다.
덥썩
옆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그가 내 가슴을 잡아 왔다.그리고는 살며시 주물거리기 시작했다.
이젠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면앞으로도 계속 가슴을, 그리고 음부를, 그 뒤에는 몸을 허락하게 될 거라 생각되어 적절한 순간에 그의 손을 매섭게 치웠다.
“레벨 빨리고 싶으세요? 적당히 안 하시면 제가 어찌 해볼 겨를도 없이 레벨이 왕찰 빨릴걸요?”
“하하하. 아직도 그 능력을 제대로 조종하지 못하는 건가. 아쉽군. 너 정도 레벨의 여자라면 안는 맛이 꽤나 환상적일텐데 말이야.”
“무슨 뜻이예요?”
“강인해지는 몸 덕분에 섹스할 때의 조임도 그에 따라 강해지지. 그 때문에 높은 레벨의 상대와 몸을 섞다가 죽는 경우도 더러 있다. 그러므로 내가 네 질에 발라준 그 피임약이 있는 거야. 보호 역할을 톡톡히 해서 죽는 경우를 줄여주니까.”
“그걸 이제 이야기하다니 진짜 최악이네요. 그럼 전 예전에 대 두령에게 처음을 빼앗긴 날에 죽을 수도 있었다는 말이잖아요?!”
“안 죽었으면 된 거지. 하하하, 그리고 이렇게 맛좋은 먹이를 배 안에 전부 넣어 버릴 멍청한 내가 아니다. 힘의 배분은 확실히 해서 죽을 리는 없었다.”
“말은…. 하….”
술을 한잔 따라주니 그는 그것을 벌컥벌컥 들이키면서 말을 이어 나갔다.
“이야기 한 김에 설명해 주지. 넌 그 능력을 위해 슬슬 남자를더 많이 안아야 할 것이야. 그래야 앞으로도 그 능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전 능력 때문에 몸을 망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만?”
“이젠 망치고 싶어도 망칠 수 없지. 네년의 레벨이 높으니까.”
“뭐라고요?”
“카밀라 녀석의 그곳을 보았나?”
“…….”
첫 충격이었으니 잊힐 리가 없었다. 분홍빛을 유지하고 있지만, 소음순과 대음순이 조금씩 변화된 그 모습 말이다.
그것을 기억해낸 내가 얼굴을 찌푸리자 그가 다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카밀라가 이곳에 도착했을땐 이미 그 상황이었다. 노예로 팔려 다니던 것을 우르자인과 내가 거두어 줬지. 레벨이 낮을 때 무리한 성행위로 인해 그리 변형된 상태로 굳어지게 된 거다. 만약 그녀의 레벨이 40, 아니 50이라도 된 상태였다면 강해진 몸 덕분에 그런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야.”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가요?”
“이해가 안되는 건가? 아니면 이해를 하지 않고 싶은 건가. 네 몸은 이제 웬만한 충격으로는 절대 상하지 않게 되었다. 너와 레벨이 60 이상 차이 나는 높은 자가 작정하고 네 몸을 망치려 하지 않는한은 절대 말이지.”
“으읏!!!”
“이곳 역시 말이야.”
기습적으로 내 음부로 향한 제이슨의 손이 그대로 부드러운 움직임을 보이며 순식간에 다 여섯 번을 위아래 왕복으로 움직이며 쓰다듬는다.
그리고는 징그러운 미소와 함께 남은 술을 더 들이켠 뒤에 하고 싶은 말이 다 끝났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라 지시했다.
“저쪽에 가서 해줘야 할 일을 이제 설명해 주지. 잘 들어”
“그러죠.”
정말이지 종잡을 수 없는 그의 성격, 이쯤되면 마이페이스를 넘어선 극 마이페이스라 해도 좋을 지경이다.
술병을 들고 잔에 새로이 술을 따른 그는 그것을 한 손에 들고는 나와 시선을 마주쳤다.
“에탄 녀석이 저쪽에서 뭔 꿍꿍이를 부리는지 나에게 한 가지 비밀 보고가 올라왔다.”
“비밀 보고요?”
“그래. 나에게 보고도 없이 저쪽 세상의 높은 인물과 접선하고 있다더군, 그래서 그 현장에서 저들이 나누는 대화를 모두 나에게 전달해 주었으면 한다.”
“제가…. 그 일을 할 수 있을까요?”
“120레벨이 뭐 뉘 집 개 이름인 줄 알아? 에탄 녀석의 레벨이 그쪽에 가기 전에 120을 갓 넘겼지, 지금쯤은 130이 되었을까? 변이한 마수가 경험치를 많이 주긴 해도 그쪽으로 넘어가는 그것 중에 가장 강한 녀석이야 미노타우로스니 아마 급격한 레벨 상승은 없을 거다. 놈이 두령이기 때문에 네가 녀석과 싸우게 되면 불리하겠지만, 몸을 피해 달아나는 것은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 간다고 해서 의심을 받을 수 없는사람이 바로 네년이지 않나.”
도중에 잠시 입이 텁텁한지 술잔의 술을 들이켜고는 제이슨이 말을 계속 이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