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6화 〉57화, 혼성 대련 (56/70)



〈 56화 〉57화, 혼성 대련

쥬린이 알려준 방법, 그것은 수치심을 줘서 정신을 천천히 갉아내는 방법이었다.
과거 좀 놀던 시절에 반골 기질이 강한 년들을 길들일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고, 자기 부하들이 자주 사용하던 방법이라 잘 알고 있다 덧붙였다.
그러나 이루스는 믿지 못하겠다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아무튼, 그녀의 방책을 받아들여서 작전명, 귀족 길들이기가 시작되었다.

다음 날 아침

훈련장에 모여 있는 남자 단원들이 서로 안부를 물으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을 불러 모은 사람은 이루스다. 자마칸 두령에게 부탁해서 지원팀 중에 실력이 좀 있는 사람들을 모아 달라  것이다.
그렇게 모인 이들, 간부는 없고 모두 일반 대원들이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이루스를 기다리는 그들의 잡담 소리가 서서히 들려왔다.

“뭐야? 우리 왜 여기 모여 있는 거냐? 두령이 가라고 해서 오긴 했는데 무슨 일인지 못 들었다고.”

“아? 무슨 일인지  들었어? 어제 이루스 간부가 자마칸 두령한테 부탁했다나 봐 신입들 실력 향상을 위해 우리 남자 대원들하고 혼성 대련을 하자고 말이야.”

“꿀꺽…. 혼성 대련?”

“뭔데 군침 삼키고 지랄이야? 그런 이상한 거 아니고 진짜 대련이라고. 자마칸 두령한테 이상한 말 들어가지 않게 조심들 하자고. 간부님들은 다 바쁘니 오늘 대련은 모두 이루스 간부가 관리한다 하니까 그분 명령을 들으면 돼.”

“이루스 간부라…. 그 다른 세상에서  미녀였지?”

“괜한 눈독 들이지 마라. 성격 개 더러워.”

“흐흐흐 성격이 더러운 것도 괜찮지.  더러운 성격을 내 입맛대로 길들이는 게 얼마나 기분이 좋은데.”

“하여튼 머리에  게 그거밖에 없냐? 헛! 조용히 해라. 간부님 오신다.”

“흠…. 흠….”

자신이 이번에 이끌게 된 사람들과 함께 훈련장으로 등장하는 이루스의 모습을 끝으로 그들의 잡담이 끝났다.
아니 끝났어야 했는데 같이 등장한 눈을 사로잡는 누군가의 모습이 아니었다면 말이다.
경이로울 정도로 온몸의 맨살이 드러난 디자인의 옷을 입고 있는 한 여인.
웨이브가 치렁치렁한 금발과 귀티가 흐르는 몸매, 그리고 무엇보다 수치스럽다고 호소하는 듯한 표정을  사라엘의 모습이었다.
가슴의 유두와 유두를 직선으로 겨우 가리는 저것이 속옷인지 아니면 그냥 끈인지 모를 야릇하기 그지없는 브래지어.
그리고 음부에서 목까지 1자로 이어지는 디자인을 한 가리게, 목에 있는 검은 초크와 이어진 디자인이라 단단히 고정은 되어 있지만, 걸을 때마다 그녀의 음부가 보일 것만 같았다.
남성들의 모든 시선이 그녀에게 향하려는 찰나, 이루스의 목소리가 모두를 끌어모았다.

“주목!”

서슬 퍼런 목소리, 그러나 눈앞에 있는 엄청 파격적인 모습을 한, 한 여인의 존재로 인해 그런 서슬 퍼런 목소리조차 잘 들려오지 않았다.
남성의 욕망을 자극하는 듯한 디자인의 옷을 입고는 모두의 시선이 모이자 양손으로 중요 부위를 가리는 가녀린  모습은 시선을 결코 뗄 수가 없었다.

“지금부터 너희들의 도움을 받아 우리 신인들의 실력을 검사해 보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서로의 몸이 상하지 않는 선에서 자유 대련을 하겠다. 이리 많은 인원을 부른 이유는 대련에 임하는 우리 대원의 모습을 뒤에서 관찰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정리해 나에게 구두로, 또는 글을 안다면 보고서 형식으로 알려 주었으면 한다. 첫 번째는 여기 있는 칼파가 먼저 하도록 하지. 칼파 단순 대련이니 심하게는 하지 마.”

“명령이라면야.”

“명령이야.”

“알겠습니다.”

그렇게 남자 단원들이 원형으로 둘러앉아 작은 경기장을 만들고 그 중앙에서 남녀 혼성으로 이루어진 자유 대련이 진행되었다.
무기를 들지 않은 주먹과 발을 사용한 육박전이 주를 이루었지만, 개인의 실력을 보기에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칼파는 자신을 향해 노련하게 달려드는 남성과 주먹을 주고받았다. 상대방의 얼굴이나 심한 급소를 노리지 않는 자유 대련이라 큰 피해는 없었지만, 자이언트 특유의 넘치는 체력과 강한 힘으로 인해 남성 대원이 점점 밀리기 시작했다.

“거기까지!”

승자는 칼파로 결정되었다. 남성 대원은 비록 지긴 했지만, 칼파와 악수를 주고받으며 깨끗하게 결과에 승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단한데? 역시 자이언트인가. 아직 나도 수련이 부족했어. 다음에 다시 겨룬다면 그땐 내가 이길 거라고.”

“말뿐인 남자는 싫어하지만, 그대는 실력이 뒷받침을 해주니 다음을 기대하지.”

“좋아!”

첫 대련이 좋은 모습으로 끝이 나니 다른 남자 단원들도 은근히 다음 대련을 기대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다음 대련은 지크리스의 차례였다. 지크리스가 기사 출신이라는 것은 대부분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에 아까 자이언트와 겨룬 남자 대원과 비슷한 실력을가진 남자가 나와 그녀와 겨루었다.
결과는 지크리스의 승리였으나 중반까지는  사람이 백중지세를 이루어 꽤 손에 땀을 쥐는 흥미진진한 대련을 연출했다.
허나 첫 대련 상대와는 다르게 지크리스와 대련한 상대는 성격에 문제가 있었다.
지크리스의 악수 신청을 거부하며 거칠게 뿌리친 그는 성큼성큼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혼자 중얼중얼하는데 대충 들어 보면 여자에게 진 것이 꼴사납다. 등등의 내용이었다.
지크리스는 그런 상대의 모습에도 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이루스의 옆으로 되돌아 왔다.

“다음”

그 뒤로 순서대로 쥬린, 에레니스, 마리아, 라자, 마리스, 리진이 남성 대원들과 혼성 대결을 펼쳤다.
결과는 처참했다. 에레니스는 평소에는 인간과 싸울 순 없지만, 서로의 생명을 빼앗지 않는 약속된 대결이라 정령들이 나서지 않았기에 대결에 임할 수 있었다.
다만 정령의 힘은 빌릴 수 있기에 몸에 강화 마법을 걸어서 대결하였기에 승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뒤로 이어지는 대결들은 모두 연패를 기록했다.
쥬린은 열심히 싸우긴 했지만, 아직은 수련이 부족하여 아쉽게 패배,  뒤로는 쥬린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신입 4인방이기에 연달아 패배를 기록한 것이다.
그나마 4인방 중에 리진이 꽤 선방하였으나 마지막에 적의 위치를 놓치는 바람에 후방을 점거당해 패배하였다.

“다음은 내가 하지.”

“응? 이루스간부가 직접 한다고?”

“남아있는 사람이라고는….  변…. 아니 금발 여대원뿐인가.”

“아쉽게 되었어. 저년을 찜해두고 있었는데 말이지.”

“그래. 흐흐흐 대련을 빙자해서 가슴이랑, 엉덩이랑…. 으히히히”

“아니 미친…. 웃어도 그렇게 사악하게 웃냐?”

“내버려  으히히히히”

남자 대원들의 비웃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루스는 경기장 중앙으로 내려와 사라엘을 불렀다.

“내려와 네 차례야.”

“시, 싫다! 내가 왜 이런 광대놀음을 해야 하느냐! 당장 그만두거라!”

“미안한데 일은 이미 벌어졌다고.”

“내가 분명 싫다고 하였느니라!!!”

“난, 분명 내려오라고 했지. 지크리스.”

“예 언니.”

“내려보내.”

“싫다! 이거 놔라! 놔! 아악!!!”

그렇게 그녀는 꼴사나운 자세로 지크리스의 손에 이끌려 경기장 중앙으로 이동되었다.
주먹을 잡고는 뼈가 맞춰지는 소리를 내며 스산한 기운을 끌어 올리는 이루스
그런 이루스의 앞에서 침을 꿀꺽! 삼키지만 아직 당당함을 잃어버리지 않는 사라엘
그런 두 사람의 시선이 중앙에서 겹쳐졌고 그대로 대련은 시작 되었다.

“흥…. 이런 자리에서 나에게 수치를 주겠다…. 그래 봐야 어림도 없지. 내가 네년의 그 더러운 술책에 빠질성싶으냐! 자! 난 이대로  걸음도 움직이지 않겠다! 네년이 어디 마음대로 날 지지고 볶고 해보아라. 약한 이를 괴롭히는 그 도적의 마음가짐을 만천하에 드러내 보아라!!!”

당당한 귀족과도 같은 모습을 보이며 이루스를 조롱해 보이는 사라엘.
그녀는 대충 계산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하면 이루스가 뭔가 반응을 보이며 유야무야 지나갈 수도 있겠다는 그런 계산 말이다.
그러나 이루스는 그런 사라엘의 말에 대응하지 않았다. 코웃음도 치지 않고 자세를 잡을 뿐이었다.
무방비한 옷차림처럼이나 무방비한 모습으로 서 있는 사라엘에게 빠르게 접근한 이루스 그녀는 그녀를 스쳐 지나가 뒤를 점했다.

“헉!”

거센 바람이 온몸을 강타하는 기분을 느낌과 동시에 뒤에서 팔이 결박당한 사라엘
사라엘의 팔을 잡아 결박한 이루스는 그녀의 가슴을 겨우 가리고 있는 쫀쫀한 가죽 가슴 가리개를 손으로 강하게 잡았다.
그에 두 눈이 더없이 크게 뜨인 사라엘이 깜짝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

“꺄악!!! 무슨 짓이냐! 당장 그만두지 못하겠느냐!!!”

“시끄러워. 닥치고 대결에나 집중하시지. 내가 말했지? 목숨을 거두지 않으면  어떠한 행동도 무방하다고. 당하기 싫으면 반격을 하고 내 품에서 뛰쳐나가 보시지. 뭐 그럴 실력이 있다면 말이야.”

“미친년! 이 미친년아! 같은 여자끼리 이런 수치를 주다니 제정신이 아니야! 그만둬! 그만두라고!”

“이제 좀 말투가 마음에 드는군.”

얼마나 다급했는지 사라엘의 고고하고 오만함을 간직한 그 말투가 평정하게 변하였다.
그러나 아직 부족했다. 상전을 키우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던 이루스는 계속 그녀의 가슴 가리개를 쥐고 흔들기 시작했다.
사실 이루스는 이런 가슴 가리게 정도는 쉽게 벗겨낼 수 있었다. 그저 사라엘의 반응을 살피기 위해서 이런 수고를 하고 있는 것이다.
다급함이 얼굴에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라엘, 그녀는 결박당해서 전혀 움직이지 않는 두 팔을 이루스의 손아귀에서 빼내려 했으나 그녀의  손의 악력 조차 이길 수가 없었다.
결국, 하는 수 없이 몸을 발을 동동 구르며 마구 날뛰었으나 그럴수록 그녀의 얇은 옷들이 살에 파고들어서 묘한 상황을 연출시켰다.

“야! 봐봐 보인다! 저거 봐봐!”

“으! 못 봤어. 순간 보일  같았는데.”

“흐흐흐 허벅지  더 벌려봐. 햐 그거 죽이네.”

“간부님! 가슴 좀 더 보여줘!그렇지 그거야!”

‘헉!’

대련이라 잠시 망각한 듯하지만, 지금 그녀는 여러 남자의 틈에 휩싸여 있는 상황이다.
이대로 격하게 움직이면 이런 얇고 작은 옷가지는 쉽게 벗겨질 테고 그렇게 되면 남자들에게 자신의 알몸을 적나라하게 보이게  것이다.
쥬린이 말해준 방법이라는 것이 바로 조리돌림이었다.
기가 강한 날라리 여고생들이 상대방을 완전히 잡아먹기 위해 남자들을 방에 모아두고는  안에서 야한 복장으로 춤을 추게 만들었다는 내용이다.
이것을 조금 변경하여, 취한 방법이 바로 이것이었다. 결국, 정신적인 수치심으로 강한 정신력을 깎아 먹는 방법이다.
결과적으로 이것은 성공적으로 먹혀들고 있었다.
비록 폭력과 모멸에서는 강한 모습을 보이는 참된 귀족인 사라엘도 군중에서 느끼는 수치심까지는 이겨낼 수가 없었다.
귀족의 명예, 그리고 그 오만함을 철저히 파괴하는 행위, 사라엘은 엄청난 공황에 빠져 있었다.

‘그, 그만…. 그만해! 보지 마! 재발 보지만! 이 우민들아! 보지 말란 말이다! 감히 귀족의 몸을 보다니 다 사형시킬 것이야! 전부 죽여버리고 말겠다!’

공황이 너무 심해 하고 싶은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생각으로만 떠들고 있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이루스는 계속 사라엘의 가슴 가리개를 노렸다.
집요한 그 움직임에 결국 사라엘의 가슴 가리개는 힘을 잃고 천천히 찢기기 시작했다.

“아, 안돼!!!”

공황에서 빠져나온 사라엘이 뒤늦게 비명을 질러 모았으나 이미 때는 늦어있었다.

뚜둑!

완전히 찢어 발겨진 그녀의 가슴 가리개가 이리저리 흩뿌려지며 그녀의  달덩이 같은 가슴이 튀어나왔다.
역시나 관리를  받은 귀족 답게 키는 작아도 가슴은 매우 크고 탐스러웠다.
무엇보다도 광채가 나는 듯한  가슴 두덩이는 남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전혀 부족하지 않았다.

“….”
“….”
“….”
“….”
“….”

잠시 말이 없어진 관객들, 그런 관객 중 한 사람의 입이 벌어지며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그러자 너도나도  거 없이 눈앞에 있는  달덩이 같은 가슴에 환호하며 즐거워하기 시작하는 남자 대원들의 모습
그리고 그런 남자들의 반응에 당황하여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모르고 얼어붙어 있는 사라엘의 표정이 참으로압권이었다.
분노해야 하는지, 수치스러워해야 하는지, 얌전한 여자답게 부끄러워해야 하는지, 아니면 귀족답게 이 정도 수치는 겸허히 받아넘겨야 하는지 모르겠는 표정이었다.

“아아아아악!!!”

결국, 그녀가 선택한 것은 뭇 여성들처럼 비명을 지르는 것이었다.
그녀로서는 도대체 자신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엄청난 공황에 쌓이기 충분한 시련이었다.
그녀가 절대 이길 수 없는 그런 시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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