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5화 〉56화, 신입 훈련. (55/70)



〈 55화 〉56화, 신입 훈련.

신생 이루스 팀,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우르자인 조의 새로운 팀이다.
인원 대부분이 신입으로 이루어진 팀으로 그 팀의 간부인 이루스 역시 이제 막 3달이 된 여성이다.
도적단 내부에서는  일로 말들이 많았다. 여성으로 이루어진 팀이 많아지는 것에 대한 불만이었다.
위험천만한 도적단 생활이다. 물론 여성이  있다고 공기가 순화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도적질이라는 것이 언제 무슨 변수가 일어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이렇다 보니 등을 맡길 수 있는 확실한 동료, 되도록 실력이 출중한 남성이  선호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이루스가 살던 세상도 알게 모르게 여성들이 은근히 무시를 받고는 했으나 점점 여성들도 능력이 입증되어 그들이 일할 수 있는 곳이 늘어나는 추세였으나 아직 이 세계는 힘, 그리고 남성이 여성보다 대체로 강하기에 남성이 더 선호되는 사상이 강했다.
왕국, 그리고 제국에 왕과 황제는 모두 남자라는 것부터도 그랬으며 여성은 정치적인 도구, 또는 정략결혼의 대상 등등 잘 포장하면 중요한 인물 그리고 좀 나쁘게 포장하면 팔려 다니는 인생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이니 여성 대원의 수가 늘어나는 것을 크게 반기는 분위기는 결코 아니었다.
이번 일로 제이슨이 실책을 범했다는 여론까지 조성되기에 이르렀지만, 이를 대놓고 표현하는 이들은 없었다.
어쨌든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이루스와  팀원들은 열심히 훈련에 임하고 있었다.

“빨리 올라가! 굼벵이도 너희보다 빠르겠다!!!”

“하악…. 하악….”

“구, 굼벵이가 뭐지.”

“시끄러워…. 말할 시간 있으면 너도 빨리 올라가기나 해!”

“계집애. 싸가지 하곤….”

이루스의 서슬 퍼런 구령에 새로이 합류한 노예, 아니 신입 단원들이 예의 그 언덕을 열심히 오르고 내리고 있었다.
그나마 미스틸이 잘 골라준 인원들이라 그런지 기본 체력은 제법 탄탄했고 성격들이 다 강해서 중간에 주저 앉는 인원은 적었다.

“우욱! 하... 내가 왜 이런걸...”

“에레니스! 중간에 퍼지면 못올라가! 빨리 올라가!”

“아, 알았다고요!”

본디 숲의 일족인 엘프 에레니스, 그녀 역시 신입들 틈에 끼어서 같이 언덕을 오르고 있었다.
훈련에 남의 힘을 빌리는 것은 본인의 체력 향상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때문에 에레니스는 이루스의 명령에 따라 정령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거기에 숲에서는 강할지라도 경사가 높은 언덕, 산지에서는 정령의 도움 없이 힘을 발위하기 힘든 엘프이니 그녀의 고역은 더욱 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성큼! 성큼!

그런 에레니스를 비웃기라도 하든 마치 자기 집 안방에서 걸어 다니는 것처럼 아주 편안하게 언덕을 오르고 내리는 인원도 있었다.
자이언트 칼파, 바로 그녀다
그녀의 종족인 자이언트들의 주 서식지역이 바로 산지, 고산지에서의 이동은 그녀에게 식은 죽 먹기보다 더 쉬운 일이었다.
하물며 경사만 좀 심하지 도중에 밟을 디딜 수 있는 튀어나온 부분도 있고 장애물조차 없는 곳이니 그녀는 거리낄 것이 전혀 없었다.
다른 인원이 겨우 한 바퀴 왕복하는 동안 그녀는 벌써 세 바퀴를 왕복하고는  바퀴째의 언덕을 내려가는 중이었다.
에레니스는  꼴을 보고 눈에 쌍심지를 불태우며 전력을 다해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
오밀조밀 귀여운 얼굴인 그녀가 이까지 악물며 악귀나찰의 표정으로 언덕을 오르는 모습은  볼만한 광경이었다.
다행히 두 사람의 종족적 관계는 서로에게 앙심을 품고 적대한 것이 아닌 라이벌 의식이 강하게 발현되었다.
상대보다 나은 자신을 보여주는 것으로 아웅다웅 선의의 경쟁을 하는 것보다는 좀 더 살벌하게 겨루고 있지만, 직접적인 싸움으로는 번지지 않는 그런 상황이다.
그런 인원이 있는가 하면 또 하나. 이런 인원도 존재했다.

“내가 왜 이따위 훈련을 받아야 하냐! 당장 나에게 어울리는 취급을 하지 못하겠느냐!!!”

“아…. 진짜. 이 사람이 자기가 처한 상황을 아직도 이해를  하시네. 이쯤 말을  들으시는  어떨까요?”

한쪽에서는 이루스의 오른팔, 즉 보조 간부가 된 지크리스가 사라엘을 상대로 훈련에 임할 것은 종용하는 중이었다.
그녀는 제이슨에게 철저하게 능욕을 당했음에도 아직 자신의 과거의 영광을 들먹이며 훈련에 임하지 않는 모습을 종종 보였다.
그러다가 이루스에게 철저한 폭력을 당하고 다시 자기 성질을 부리는 그야말로 뚝심이 강한 여성이었다.
지크리스가 살살 달래는 화전 양면을 펼쳐 보았지만, 요지부동이다. 아무래도 오늘 역시 그녀의 곡소리가 울려 퍼질 전망이다.
다른 인원을 훈련 시키면서 이루스는 그 모습을 다 살피고 있었다.
눈에서 점점 날카로운 기운이 흘러넘치는 이루스, 다른 신입들이 말을  들어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심각하게 폭발했을 확률이 높았으리라.

“헉…. 헉….”

“다, 다했다….”

“아으…. 간부님…. 물  먹어도 될까요?”

“그래. 다들 수고 많았다. 훈련이 끝났으니 다들 물 많이 마시고 가서 씻어. 너희들이 열심히 해주었으니 오후 훈련 내용은 모두 지운다. 다들 편히 쉬고 내일 다시 여기서 보자.”

“오오! 역시 이루스 간부님! 사랑해요!!!”

“아 시끄러워! 감히 어디서 간부님한테 교태를 부려. 들어가서 발 씻고 잠이나 자!”

“이 계집애가 진짜!!! 아까부터 싸가지 없게 굴래?!”

“흥! 요—망하게 구는 네년보다야 훨씬 낫지.”

“이게 진짜!”

“아휴, 왜 그래 들 자자 싸우지 말고 떨어져 어서!”

“이 씨…. 저 계집애가 자꾸 나한테만 뭐라 지랄이잖아!”

“할 만하니까 지랄하지. 왜 그렇게 철딱서니 없어?”

“아 진짜. 미리아!. 라자! 둘  그만해! 얘! 리진! 너도  도와줘 말려봐!”

“관심 없어.”

“아 진짜. 미치겠네. 그만  하라니까!”

서로 아웅다웅하면서도 사이좋게 지내는 신입들의 모습에 이루스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쓸데없이 저런 자리에 끼어서 꼰대처럼 굴어 봤자 좋아질 게 전혀 없다는 것을 잘 아는 이루스는 그냥 네 사람이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 둔다. 어차피 싸움이 격화되면 그때 난입해서 말려도 늦지 않았다.
칼파와 사라엘을 제외한 이루스 팀의 새로운 얼굴들은 아래와 같다.
미리아, 성격이 귀엽고 여기저기 다 건드리고 다니는 이른바 인싸 성격이 강한 활발한 여성이다. 그렇다 보니 적이 거의 없지만, 성격이 맞지 않는 라자와 자주 대립을 세운다.
라자, 매우 차분하고 매사에 적극적인 여성으로 주변을 잘 챙긴다. 하지만 그런 성격이 누군가에겐 참견이 강하다 느껴지는지 자유분방한 미리아와 자주 다투게 된다.
마리스,  언니 같은 성격이 강하지만, 성격이 그리 드세지 못해서 위 두 사람의 싸움을 말리려고는 하지만 항상 그리 좋은 성과를 이루지 못하는 은근히 허당 성격이 강한 인물이다.
리진, 매사에 관심이 없고 훈련에서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는 마이페이스, 동료끼리 잘 어울리는 모습은 보이지만, 말은 없고 아주 과묵하다.
서로 자기만의 색깔을 확실히 보이면서 저마다의 방으로 향하는 그녀들의 모습, 그런 모습을 풋풋하게 바라보던 이루스의 눈빛이 강렬해졌다.
그런 그녀가 향한 곳은 바로 지크리스의 앞에서 아직도 큰소리를 치고 있는 사라엘의 옆이었다.
먼저 방으로 돌아간  명과 다르게 서로 누가 잘했는지 으르렁거리기 바빴던 에레니스와 칼파는 무시무시한 표정을 한 이루스의 얼굴을 보고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에레니스의 경우는 저런 표정의 이루스를 건드렸다가 엉덩이가 네 개로 쪼개지는 듯한 고통을 겪었으니 당연했고 칼파의 경우는 인간이 이런 무시무시한 기운을  수 있다는 것에 조금 긴장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지크리스 역시 침을 삼키며 옆으로 물러났고 사라엘은 아직도 분위기 파악을 하지 못하고는 자신의 과거를 들먹이며 합당한 취급을 요구하고 있었다.

“난! 레이지아 공국의 1 공녀 사라엘 레이지아다! 감히 나에게 이런 행동을 하고도 무사할 성싶으냐! 당장 나에게 걸맞은 취급을 요구한다! 당장!!!”

“골빈년 같으니.”

“뭐 뭐가 어째?!”

“너도 참…. 피곤한 성격이야. 슬슬  처지에 순응하는 법을  배웠으면 하는데 말이지. 엘프보다 심지가 더 굵은 것이 쇠고집이네.”

“흥! 내가 죽을지언정 내 순고한 의지는 절 때 꺾이지 않으리니!”

“응, 그래 꺽지 말아줘. 참 궁금하네 그 의지가 언제까지 꺾이지 않을까 말이야.”

주먹을 으스러지라 쥐는 이루스, 사라엘은 침을 꿀꺽 삼킨다.  주먹, 요근래 당한 저 주먹이 주는 고통이 아직도 뇌리에 생생하게 박혀 있으니 말이다.

*****

사라엘, 정말 골치 아픈 년이다. 과거 귀족이었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렇다 해도 그녀는 너무 도를 넘는 행동을 하고 있다.
과거의 영광에 얽매여서 자신이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다. 라고 떠드는 지하철의 취객보다  심각한 년이다. 적어도 그 사람들은 취해서 제정신이 아니지만, 이년은 지금 제정신인 상태로 그러는 거니까.
그리고 이년의 행동은 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단위 속박이 매력적이라 넘겨 받긴 했지만, 이렇게나 귀족적 사상이 강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폭력으로 다스리면 에레니스처럼 해결이 되리라 생각한 내가 어리석었다.

퍽!!!

“아윽! 절대 굴하지 않겠다!!!”

“퍽!!!”

“크윽! 때려봐라! 언젠간 내 네년의 사지를!!!”

퍽!!!

“꺄악!!!”

질겨도 너무 질기다. 이년의 심지는 너무도 질기다.
폭력으로는 전혀 해결되지 않아서 지크리스를 통해 어르고 달래는 전략까지 함께 동원했지만, 이년은 요지부동이다.
계속 이런 형상이 지속하였다간 그녀에게 동족 하는 세력이 생길까 두려웠다.
가끔 폭력으로 이루어진 강압적 행동에 반발심리를 보이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니까.
요근래 내가 상대해본 사람들 중에 가장 상대하기 힘든 사람이었으며, 또 간부가 되어서 만남 최악의 시련과 같은 년이 바로  사라엘이다.

“훅! 훅...”

“하…. 윽…. 하아…. 차라리. 죽여라. 죽을지언정 절대 너희들에게 꺾이지 않으리라. 난 사라엘 레이지아! 공국의 1 공녀다! 난 절대 도적단 따위에 가입하지도, 또 더는 너희들에게 휘둘리지도 않을 것이다!!!”

“후…. 진짜. 골치 아프네.”

광신도라고 하던가? 자신의 신념을 끝까지 관철하는 미친 작자들 말이다.
지금 내 눈에는 그녀가 광신도 같이 보였다. 자신의 신념을 관철하기 위해 죽을 수 도 있는 그것들….
귀족주의가 뼈에 박혀 있는 사라엘은 쉽게 꺾이지 않을 거 같다.
폭력과 회유  어떤 것도 먹히지 않는 강적 그렇게 오늘도 역시 그녀를 조련하는 것에 실패하고 지크리스, 칼파와 함께 주점에 들려 술을 퍼먹고 있다.

쾅!

내려놓은 술잔이 나무 탁자와 만나 큰 소리를 냈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이곳으로 몰리지만 그 소음의 정채가 나라는 것을 알고는 다들 쉬쉬하며 조용히 고개를 돌렸다.
거대한 술잔 하나를 비워내자 지크리스, 그리고 칼파도  아주 술고래로 보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술에 강하다는 자이언트 칼파마저 저런 표정이라니…. 역시 내가 술을 너무 좋아하는 건가?
 때문이 아니라 사라엘 때문에 지끈거리는 머리를 안정시키기 위해 관자놀이를 지압하며 혼자 넋두리까지 하게 되다니 나도 참 그년 때문에 너무 피곤한 모양이다.

“그년 어쩌지? 골치가 너무 아프군.”

“그냥. 내버려 두는 것도 한 방법이오.”

“음... 칼파 말도 일리가 있네요. 저러다가 제풀에 지칠 수도 있는  아닙니까. 잠시만 그대로 두고 보는 건 어떨까요?”

“우리끼리만 있으면 그것도 상관은 없는데 지금은 우리 팀원들이 있잖아. 잘못했다가 신입들이 그녀에게 물들어 버리면  골치가 아파.”

“그,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열 번 이상 찍어버린 나무가 저리 단단하니 어쩌겠어요.”

“후….”

“언니!”

그때였다. 마침 몸을 다 씻고 합류해온 쥬린이  부르면서 내 옆에 와 마치 소형 견처럼 귀엽게 애교를 부린다.
술을 시킨 그녀는 그것을 한 모금 마신 뒤에 우리 대화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대화 내용의 뜨거운 화제가 되어 있는 사라엘, 쥬린은 곰곰이 생각에 잠겨 있다가 그녀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음…. 그 사람 말이죠. 심지가 너무 굳어 보이긴 하더라고요. 쇠심줄? 아니 그보다는 강철 심줄이라고 해야 갰네요.”

“강철 심줄…. 그거참 적절한 표현이네. 혹시 너한텐  좋은 생각 없니?”

“네? 음…. 그렇다면……. 그 심지를 깎아내면 어떨까 하는데요.”


“심지를 깎아?”

“네. 심지가 너무 굵고 강하니까  번에 부수려 하기보다는 조금씩 긁어내듯이 깎아내는 건 어떨까 해서요.”

“단번에 부수지 말고…. 조금씩 긁어라?”

“네. 가령 이런 방법으로….”

그녀가 귓속말을 해오는데 그 내용이 조금 심각했다.

“미친….”

“하하하…. 제가 고등학생 때 좀 놀아서…. 아무튼 이거 효과는 죽여줘요. 아! 오해하지 마세요. 제가 직접 해본 적은 없지만, 이런 식으로 기가 센 년들 부하로 넣는 애들도 많았거든요.”

“…….”

마지막에 그녀가 한 변명이 섞인 말들, 그 말들은 솔직히 믿기 힘들다.
이 귀엽고 사근사근해 보이는 얼굴 뒤에 아주 무서운 악마가 하나 숨어 있었다.
오늘따라 그녀가 작은 소 악마로 보인다….
등에서 땀이 흐르는 기분이다. 식은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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