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0화 〉51화, 제이슨의 요구 (50/70)



〈 50화 〉51화, 제이슨의 요구

에레니스, 그리고 지크리스와 함께 훈련과 도적단 임무를 병행하던 때였다.
말을  듣게 된 에레니스 덕분에 드디어 훈련도, 마수 사냥도 점점 재대로 진행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대 두령 제이슨의 호출이 왔고 그를 만나기 위해 대 두령의 방으로 향하였다.

“왔군.”

“무슨 일로 호출까지 하셨나요?”

“딱딱하기는 그래도 내가 처녀를 가져간 여자인데 슬슬 태도를 바꾸는 게 어떤가?”

“고려는 해보죠. 지금 제가 궁금한 것은 무슨 일로 호출을 하셨느냐입니다.”

솔직한 감정으로는 아직 그의 얼굴을 보는 것이 껄끄럽다.
이렇게 직접적인 호출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내가 구태여 찾아가고 싶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이런 껄끄러워하는 감정을 느낀 것인지 제이슨은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용건을 꺼냈다.

“하하하. 그래 그런 거두절미하고 바로 이야기하지. 저번에 너와 내가 한 계약은 기억하고 있겠지?”

“이바지하고 있어요.  번, 당신이 원하는 자의 레벨을 훔쳐주기로 했잖아요?”

“그렇다면 이야기가 빨리 진행 되겠군. 첫 번째 계약을 이행해 주길 바란다. 여기 대상의 프로필이 적힌 서류다.”

휙!

단단한 나무 받침에 고정된 종이가 탁자 위에 아무렇게나 던져졌다. 그것을 잡아 들어 내용을 확인하니 대상은 도적단의 남자 단원이었다.
이름은 미카르도, 28세의 레벨 68의 남성으로 도적단 비품을 훔치는 죄를 지었다고 한다.
그를 도적단에서 퇴출하고 마수의 숲 내부로 추방하려고 하는데 레벨이 높아서 숲을 탈출할 수도 있으니 레벨을 흡수해서 놈의 레벨을 낮춰 두라는 것이다.
참 이상한 주문이다. 어차피 마수의 숲에서 죽으라고 추방하는  같은데 이럴 거면 그냥 손 더럽히는 한이 있어도 도적단 내부에서 죽이면 되는 일 아닐까?

“저기 대 두령. 그냥 죽이면 되는데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 방법으로 사형하는 건가요?”

“뭐. 가장 확실한 방법은 죽이는 거지. 그러나 놈이 저지를 죄의 최고 형별을 추방이야. 저지른 죄보다 더 심하게 벌할 수가 없다는 것도 도적단 나름의 법이라고. 내가 대 두령인데 그 법을  수는 없지.”

“그럼 그냥 보내주면  일이지 구태여 죽이려고 레벨은 낮추려는 이유는 뭔가요?”

“후- 그것까지 내가 일일이 말을 해줘야 하는 건가? 우리가 계약한 내용에는 대상의 레벨을 낮추려는 이유까지 구구절절 설명해야 한다는 조건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건….”
‘에이…. 시발…. 이래서 계약서류는 꼼꼼히 읽어야 하는 건데’

한국인 특유의 스킵, 스킵의 빠른 넘기기가 아직 몸에 남아 있었는지 그때 서류를 제대로 확인해 두지 않았던 것이 참으로 후회된다.

“뭐. 좋다. 이야기해주지 못할 것도 없지. 놈은 도적단의 법을 이용했다. 도적단 내부 물건을 훔친 것으로는 자길 죽일  없다는 것을 알고 일부러 저지른 거야. 들키지 않으면  물건을 천천히 되팔아 기프트로 바꿀 셈이었고 만약 들켜도 추방당하고 끝이니 자기 실력이면 마수의 숲을 살아서 유유히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 거지. 그래서 괘씸죄를 좀 적용하려고 한다.”

“흠….”

즉, 그냥 도적단 내부의 법 때문에 추방으로 끝내야 하지만, 마수의 숲에서 죽어 나자빠지는 것을 원하니 나에게 레벨을 흡수하라는 말이었다.
여러모로 뒤끝이 많아 보이는 방법이지만, 나야 이걸로 계약 한번을 충족시킬  있으니 나쁜 점은 전혀 없었다.

“놈은 내가 놈의 죄를 알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그러니 조용히 레벨을 흡수하고 나에게 보고만 해라. 그러면 놈을 바로 추방해 버릴 테니까. 다만, 괜히 너와 녀석을부자연스럽게 연결해주면, 이상한 의심을 살 수도 있으니 놈의 레벨을 흡수할 방법은 네가 알아서 생각해야 한다.”

“알았어요. 요구 사항은 그게 끝이죠?”

“그래. 나가봐.”

“예.”

대답한 뒤 제이슨의 방을 나왔으나 조금 난감하긴 했다.
죄인 미카르도의 레벨을 흡수하는 것이 이번 계약 이행 사항인데 정작 제이슨이놈과 연결 고리를 전혀 만들어주지 않은 것이다.
맨땅에 해딩하는 심정으로 일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음…. 난감하네…. 우르자인하고상담을 해볼까?’

아무래도 이런 일은 든든한 우르자인에게 상담해 보는 편이 빠르리라.
그리 생각한 내가 향한 곳은 당연히 그녀의 방이다.
카밀라에게 배운 대로 노크 두 번, 그리고 내부에서 목소리가 들려올 때까지 기다렸다.

[“잠깐만, 5분만 기다려”]

방안에서 들려온 우르자인의 목소리에 문 앞에서 5분을 기다렸다.
그러자 다시 방 안에서 우르자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좋아. 이제 들어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우르자인의 얼굴이 보였다.
방 안에서 도대체 뭘 했길래 저리 얼굴이 붉은 걸까….

“뭐 하고 있던 거야?”

“하- 아니 그냥 옷 좀 갈아 입어보고 있었어. 이번에 무희들 옷 좀 바꿔 보려고 말이야.”

그녀의 말이 진실이라는 것을 입증이라고 하듯, 그녀의 방바닥과 침대 위에는 엄청난 수의 옷가지가 즐비해지고 있었다.
하나같이 모두 여성의 성적인 부분을 노골적으로 보이는 디자인에 하늘하늘하고 반짝반짝한 옵션은 다 같다.
그중에서도 하나…. 눈에 익숙한 복장이 보였으니 통칭 버니걸이라 불리는 선정적인 복장이었다.
기억상, 이쪽 세상에는 없는 물건이 분명한데…. 이게 왜 여기에 있는 걸까?

“이거…. 어디서  거야?”

“만든 건데?”

“만들었다고?”

“응. 그 누구야. 그래 쥬린, 이번에 너랑 같은 곳에서 온 그 신입, 그 애가 아주 좋은걸 많이 알고 있더라고. 그 아이가 그려준 그림을 토대로 내가 직접 제작했어.”

“하... 손재주도 좋아라. 쥬린  애가 이걸 알려줬다고?”

“이런쪽으로 아주 잘 알고 있던걸?”

원래 경찰이라고 했으니 단속을 하다가 많이  건가? 아니 애초에 한국에 버니걸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어딘가 음습한 어둠의 손길이 닿은 곳에 존재하고 있던 것인가….
뭐가 되었든  순진하게 생긴 얼굴이 이런 걸 품고 있었다고 하니  충격이었다.
더는 생각하고 싶지 않아, 옷가지에서 눈을 돌리고는 그녀에게 제이슨과 있었던 일이 상당했다.

“흠…. 쉬운 내용은 아니네.”

나와 제이슨 사이에 있던 내용. 미카르도의 레벨을 흡수하라는 일인 우르자인 역시 쉽지 않은 모양이다.
생각에 잠겨 잠시 말이 없던 그녀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미카르도, 그래. 이름이 기억 나는군. 녀석 유흥 방에 자주 드나드는 놈이야.”

“어, 뭐?”

“유흥 방을 자기 집처럼 드나드는 녀석이야. 하루에도 몇백 명이 찾아오는 곳이라 기억하는 것이 좀 늦었어. 확실해 이놈 유흥 방 단골이야.”

“유흥 방의 단골이라.”

“잘하면 일이  쉬워지겠어. 마침 2일 후의 주말이니까 유흥 방에 나와서 일 좀 하지? 요즘 좀 뜸했잖아.”

“그렇긴 하지만…. 하…. 그곳은 나한테 정말 안 맞아.”

“알려주는 걸 스펀지처럼 쏙쏙 흡수하던 주제에 어디서 내숭이래? 후후후. 알아서 하겠다면야 말리지는 않겠지만…. 힘들지 않겠어 자기?”

레벨도 적당히 올랐고 돈도 벌었다. 거기에 남성을 상대할 때 당황하지 않고  거부감을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그녀에게 훈련을 받았다.
다만 신입 교육을 맡고 또 이래저래 훈련이다 사냥이다, 바빠지는 바람에 유흥 방 출입이  뜸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오랜만에 다시 나가려는 것이  뻘쭘하다.
일도 너무 오래 쉬면 다시 할 때 버벅거리기 마련 아닌가. 그런 것과 비슷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말마따나 이번 기회는 최고의 기회였다. 놈이 의심도 하기 전에 레벨을 빨아내 버릴 절호의 기회 말이다.
레벨이 낮아져 있다고 해서 놈은 유흥 방을 바로 의심하지 못할 것이다. 나중에는 깨달을 수도 있겠지만, 그때가 되면 이미  세상에 없을 수도 있을 터.
낮아진 레벨로 마수의 숲에 추방되면 살아남을 가능성은 너무도 희박하다.
지금 내 능력으로 놈의 레벨을 흡수하는 연전까지 갔을 때 30은 충분히 뽑아낼 수 있다.
그럼 놈의 레벨은 반 토막이 나버릴 것이고 마수의 숲에서 쥐도 새도 모르게 죽어 자빠질 것이다.

“할게.”

“그렇게 나와 줘야지. 그럼 내가 유흥 방을 내어주는 대가로 무희 일 해줘야 하는 거 알지?”

“본전을 뽑아 먹을 셈이군…. 알았어. 할 게 한다고. 춤추고 터치하는  버티면 되는 거지?”

“그렇지. 이번에는 이 새로운 옷으로 무장할 거니까 애들이  심하게 달라붙을 수도 있어.”

그녀가 집어 들어서 보여주는 옷, 하이레그 복장과 스타킹이 연결된 아주 선정적인 복장.
엉덩이 부분에 토끼 꼬리까지 괜히 디테일 높게 재현해 놓은 그 옷.
버니걸 복장이다.
이건 아니다. 여길 빠져나가야 한다.

“시발…. 나  해. 안 한다고!”

“이미 늦었어-!”

400레벨이 넘어가는 우르자인의 손길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으아아!!!”

그렇게 그녀의 손에 난 뭔가를 더럽혀진 기분을 느끼며 방에서 나와야 했다.

‘하아… 인생 진짜….’

*****

그로부터 2일이 지났다. 이루스는 우르자인과 함께 유흥 방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풍기는 음란한 분위기가 자신이 다시 이곳에 돌아왔음을 느끼게 했다.
하는 수 없었다. 제이슨과 한 계약을 이행하기 위해서 가장 빠른 방법이 이 길뿐이었다.
주섬주섬 새롭게 탄생한 무희 복, 버니걸 복장을 차려입는 이루스.
왠지 모르게 이 복장이 더 많은 부분을 가려주고 있는데도 더 부끄러운 이유가 무엇인지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가자. 슬슬 시작할 거야. 이루스 네가 중앙에 서서 춤춰.”

“윽! 왜 하필 나야?!”

“그거야 이제 무희 중에 네가 가장 현란하게 춤을 출 수 있으니까 그런 거지. 미모는 뭐 말할 것도 없고. 그러니 빨리 나와 루인”

“하….”

우르자인이 자신의 유흥 방에서 활동하는 가명을 부르자 처량한 표정으로 터덜터덜 걸어나가기 시작하는 이루스.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한 무대 아래의 상황, 그곳을 찬찬히 살피면서 무대 중앙으로 이동한 그녀는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러자 무대는 환호성으로 난리가 났다. 유흥 방 최고 무희의 등장이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녀가 최고의 무희라? 이유가 무엇일까. 여성의 상징인 큰 가슴? 무희 중에는 이루스는 절대 범접하기 힘든 거대한 젖을 가진 여성들이 즐비했다.
그렇다면 엉덩이? 엉덩이 역시 이루스가 명함을 내밀지 못할 정도로 빵빵한 여인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그런 여성 중에서 이루스가 최고의 무희, 군계일학의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다름 아닌 전체적으로 군살도 적고 탄탄한 복근과 균형이 좋은 몸매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르자인이 버니걸 복장을 택한 이유는 배 쪽에 군살이 많은 여인을 보완해 주기 위함이었다. 버니걸 복장 덕분에 복부가 가려져서 많은 무희가 이득을 보았다.
이루스가 불이익을 당하였으리라 생각되지만 의외로 가려졌음에도 탄탄한 복근이 버니걸 복장 위로 튀어나와 선명하게 나타났다.
그리고 다른 여인들은 하기 힘든 화려한 동작과 공중에서의 춤사위까지 가능하며 무엇보다 유연함까지 있으니 남자들을 환장하게 만드는 것에는 다른 여인들은 이루스를 따라갈 수가 없었다.

“휘익!!!”

“루인 씨발 나랑 하자!”

“헉! 헉! 시발 못 참겠다.”

“시발 복근에 문질러서 사정하겠어!!!”

“으으! 저 젖탱이는  것이야!”

“하으! 엉덩이를 좀 더 흔들어! 그렇지!!! 그거야!!!”

“휘이익!!! 휘익!!!”

“돈!  돈 가져가고 나한테 대줘!   다 준다. 개 같은 년!”

“아, 시발 좆나 꼴리네! ”

오늘따라 사람이  많게 느껴지는 것은 기분 탓일까…. 이루스가 춤에 열심히 집중하였다.
그때 우르자인의 박수가 시작 되었다. 그러자 바뀌기 시작하는 음악의 템포 그리고 무대 위로 난입하는 남자들의 모습이 펼쳐졌다.
남자들이 몰리는 곳은 당연히 이루스의 주변이었다. 다른 무희들은 춤을 방해하지 않는 것에서 터치가 끝나지만 이루스의 주변에는 하도 남자들이 많다 보니 춤을 방해받을 정도로 심한 터치가 이어지고 있었다.
가슴을 가린 버니걸 복장이 반 정도 벗겨지고 하반신의 스타킹도 찢어져서 보지까지 드러냈다.
엉덩이는 이미 스타킹 밖으로 다 튀어나와 하이레스가 먹혀들어 가 있었다.

‘응아아아앙!!!!!!’

입을 비집고 신음이 나오진 않았으나 반쯤 풀린 그녀의 눈이 지금 얼마나 심각한 쾌감을 느끼고 있는지를 대신 알려주고 있었다.
아무리 징그럽고 기분 나쁜 손길이라 해도 우르자인의 가르침을 흡수한 몸은 아주 솔직하게 반응했다.
그리고 그런 남자들의 틈에서 그녀는 확실히 보았다.
미카르도,  남자 역시 자신의 몸을 떡 주무르듯 하는 남자들 사이에 껴서 징그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루스가 우르자인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러자 우르자인이 크게 외쳤다.

“좋아! 오늘을 이벤트가 있다고- 무희가 선택한 남자는 그 무희와 반값으로 오늘 준비된 환상적인 이벤트를 즐길 수 있어. 자자 무희들은 마음에 드는 남자에게 가서 안기라고!”

이것은 우르자인과 이루스가 준비한 함정이었다. 당연히 이루스는 미카르도에게 다가가 그에게 안겼다.

“오! 오오!!! 나다! 나야!!! 으하하하! 최고의 무희를 반값에 안는구나!!!”

반값, 그리고 색다른 이벤트가 있다는 말에는 그 누구도 참지 못하리라.
미카르도 역시 마찬가지 였다.
그는그렇게 이루스가 친 거미줄에 단단히 걸려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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