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6화 〉47화, 합동 훈련 (46/70)



〈 46화 〉47화, 합동 훈련

카밀라 휘하에 들어온 엘프 에레니스, 그녀를 만나는 것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새롭게 신입이 많이 들어온 여성 단원들, 그만큼이나 훈련을 시키는 일이 소란스럽고 부산스러워지자 우르자인이 휘하 간부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각 간부가  번씩 만나서 합동 훈련을 진행하여 다른 조의 신입이 어떤 성향을 지녔는지 확인해 보고, 간부와 단원끼리의 단합을 높이려는 계획이었다.

“이루스 이쪽이야.”

“어. 베로니도 왔네.”

“하하- 오늘 사냥할 놈이  거대한 놈이라 나도 온 거지. 그쪽이 신입?”

“그래. 지크리스. 인사해. 카밀라 간부는 저번에 봤지? 이쪽은 베로니야.”

“지크리스입니다.”

“오! 목소리도 크고 마음에 드는데? 나중에 한 번 빌려줄래? 대련 한번 해봐야겠어.”

“너랑 대련하면 진짜 몸이 고생이라고.”

“왜? 너도 좋다고 같이 즐겼으면서.”

“의미심장한 말은 하지 마. 같이 대련 한 거 가지고 그런 말을….”

베로니의 뒤로 몇몇 아는 얼굴의 인원 둘과 처음 보는 여성이 한 명   있었다. 그녀가 바로 신입 단원인 엘프 에레니스였다.
도도하게 치켜뜬 눈으로 지크리스와 나를 한 번씩 확인한 그녀는 다시 눈을 감고서 관심을 꺼버린다.
그에 머리가 아파 보이는 카밀라가 그녀에게 다가가 인사를 하라 소리쳤다.

“뭐해! 상대 쪽에 간부가 있으면 인사를 해야지!”

“흥….”

“이게 진짜!”

“시끄러운 인간들…. 에레니스다.”

그 짧은 말은 끝으로 그녀는 할 말을  했다는 듯 꾹 입을 다물고 다시 눈을 감았다.
울화가 치밀어 올라 보이는 카밀라를 베로니가 말렸고 다른 두 명의 단원 역시 그를 말려야 했다.

“아휴 누님 엘프가 다 저렇지 뭐, 누님이 참아. 야야! 이루스! 형제! 누님 좀 말려봐.”

“형제라고 좀 하지 말라니까….”

다행히 여러 명이 말리니 그녀는 잠잠해졌지만, 죽일듯한 살기를 뿜으며 에레니스를 노려보고 있었다,
대충 상황을 보아하니, 그녀에게 하도 시달려서 화가 치밀어 올라 있는 모양이었다.
사태는 일단락되었지만, 다른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대화를 나누며 점차 인맥을 쌓아 가는 지크리스와는 달리 에레니스는 주변에 인간이 다가오는 것을 전혀 허용치 않았다.
조금이라도 다가가려 하면 눈을 치켜뜨고는 무시무시한 눈빛을 보내오거나 자기가 그 자리를 피해 멀찍이 떨어지기 일쑤였다.
나 역시 그녀에게 다가가 말을 걸어 보려 했으나 그녀가 눈빛을 쏘고 자리를 피하는 바람에 수포가 되었다.
그렇게 찜찜한 상태로 첫 대면은 끝이 났고 사냥할 마수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저번에 한  바논의 일로 사냥한 일이 있던 스틸베어, 오늘의 사냥감은 바로 그놈이다.
스틸베어를 잡아서 그 고기로 잔치를 한다는 것이었다.신입도 많아졌고 그들과 원래 단원들 사이의 자리를 주선한다는 것이 목적이었다.
지금 나와 카밀라가 대동한 인원 말고도 다른 곳에서는 미스텔, 튜테 팀이 모여서 다른 루트에서 스틸베어 사냥에 나서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미스텔의 팀에는 지금 나와 같은 세상에서 넘어온 그 여경이 속해 있다.
본명은정효린, 21살의 나이이며 이곳의 이름은 쥬린으로 정해졌다.
사원에 불과했던운동 부족의 나와는 달리 그녀는 경찰이라 기본 체력이 꽤 높아서 언덕을 빠르게 타고 오를  있었다.
그러해서 그녀는 빠르게 임무에 나아갈  있었고, 그녀 또한 이곳으로 넘어오면서 능력과 레벨이 생겼다는데 능력은 아직 비밀에 부쳐졌다.

“자, 사냥할 스틸베어의 수는 총 여섯이야. 남은 여섯 마리는 다른 팀에서 사냥할 테니 수만 채우면 바로 돌아갈 거야. 지시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큰 상처를 입을 수도 있어. 스틸베어는 위험한 마수이니 절대 경거망동하지 마라!”

 간부님!

모두가 카밀라의 말에 대답하지만, 역시나 에레니스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저 도도하게 하늘을 올려다볼 뿐이었다.
어쨌든, 그렇게 이동이 시작되었고 다행한 점은 에레니스가 졸졸 우리의 뒤를 따라오고 있다는 점이다.
파파니 고기로 놈들을 유인하지 않는다면 매우 공격적인 놈들을 상대하게 된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훈련의 일환이므로 파파니 고기로 유인되어 약해진 놈들을 사냥하는 것이 아닌 강하고 억센 놈들을 직접 상대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 냄새를 맡았는지 잔뜩 흥분한 스틸베어한 마리가 집채만  몸을 이끌고 튀어나왔다.

“베로니! 정면에서 놈을 막아! 직접 죽이지는 말고 다른 이들에게 맡겨!”

“알았어. 누님!”

쿠어어어!!!

“짖지마라 곰탱아!!! 우와아아!!!”

곰과 함께 서로 포효를 터트린 베로니가 들고 있던 해머를 놓고 맨손으로 놈과 함께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팽팽하게 솟은 팔의 근육들이 마치 소리를 지르는 것처럼 단단하게 부풀었다.
만면에 미소를 지은 베로니는 스틸베어의 머리에 쾅! 하고 자기 머리를 부딪쳤다.

“좋아! 좋아, 좋아!!! 더 강하게 밀어보라! 크하핫!!!”

그러자 스틸베어가 그녀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하는 건지 흉포한 표정으로 더욱 강하게 그녀를 밀어붙이려 했지만, 그녀는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때를 노려 뒤에서 두 명의 여성이 자신들의 무기를 들고 빠르게 쇄도했다.

푹! 푸욱!

양측 허리에 박혀 들어가는 두 사람의 검, 날카롭기가 이를 데 없지만, 놈의 가족이 너무도 두꺼워 깊이 박히지는 않았다.
두 사람에 이어 움직인 것은 나와 지크리스다. 지크리스와 함께 발을 맞추어 먼저 간  사람이 검을 회수해 뒤로 물러나는 것을 기점으로 우리가 달려들었다.
그때 뒤에서 느껴지는 기이한 예기에 놀라 급하게 몸을 숙였다.

파앙!!!

엄청난 소음과 함께 날아온 화살이 내 머리가있던 곳을 지나 스틸베어의 머리를 정통으로 맞혔다.

쿠어어어어!!!

놈의 거대한 몸뚱이가 한번 기우뚱하더니 뒤로 넘어갔다.
가까이 가서 살펴보니 놈의 머리를 뚫고 들어가 정확히 뇌를 곤죽으로 만들어 버린 듯 놈은 죽는 순간의 사납게 포효하는 것으로 굳어 있었다.
깔끔하고 확실한 솜씨였지만…. 아군의 상황을 전혀 살피지 않은 공격이라 하마터면 큰일이 날 뻔하였다.
화살을 날린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에레니스였다. 뒤를 돌아보니 날카로운 눈으로 오만하게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나무 위에 있는 그녀의 모습이 보인다.
활로 정확하게 이쪽을 겨누고 있었다. 그런 활에 화살이 올려져 있는 것을 보니 만약 스틸베어가 죽지 않았으면 바로 한 발 더 날리려 준비한 듯했다.
카밀라 역시 뒤에서 이런 상황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있었다.
그녀는 에레니스가 올라간 나무 밑에서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야 이 개 같은 엘프년아!!! 지금 장난하자는 거야?! 내가 분명 화살 날리기 전에 신호부터 하라고 했잖아! 시발!!!”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가 한 번 참았으나 이번에는 그녀도 참지 못하였다.
나 역시 속에서 부글부글하고 있는 참이다. 잘못했으면  자리에서 저승에  뻔했으니 말이다.
그런데도 저 엘프는 마치 자긴 해야  일을 했다는 듯한 표정으로 나무에 서 있다.
더욱이 주변 공기를 싸늘하게 만든 것은 그녀의 이어지는 말이었다.

“말했을 텐데? 도적단에 몸을 담은 이상 난 내가 알아서 행동하고 보조를 맞추겠다고. 인간 따위의 지시를 받으라니 태생적으로 무리지. 엘프족이 천박한 인간을 도와준다는 것을 오히려 영광으로 알고 조용히 네 할 일이나 하시지.”

“뭐, 뭐가 어째?! 아…. 시팔. 우르자인 언니가 상전을 데려왔어 아 진짜!!!”

아무리 말을 해도 듣는 사람이 들을 생각이 없으면 전혀 소용이 없는 법이다.
카밀라가 이번에 한 번 말한 것도 아닐 테고 여러 번 말하였는데 고쳐지지 않으니 이건 심각한 문제였다.
잘못하면 동료의 목숨까지 잃게 만들  있는 그런 일이었다.
그런데, 카밀라는 화를 내면서도 원래라면 폭력을 행사하였어야 할 텐데 어째 조용히 넘어가 버렸다.
다른 인원들이 눈치를 살피며 스틸베어 갈무리에 들어갔을 때 오늘따라 성질만 부리는 카밀라에게 다가갔다.

“야 카밀라.”

“왜?”

“안 때려?”

“뭘?”

“저 년, 원래 네 성질이었으면 지금쯤 반 병신을 만들어 놓았을  같은데.”

“하…. 그렇긴 한데…. 시발….  복잡하다.”

“뭔데 그래. 알려줘.”

“음…. 인간과 엘프는 서로 쌍방이 위해를 가하면 안 됐거든. 우리가 잘나가는 도적단이긴 한데 그런 불문율까지는 어기지 않아.”

“뭐야? 어째서 그런 건데?”

“인간하고 엘프의 조약 같은 게 있어. 그건 전 세계적으로 걸려있는 저주 마법과 비슷한 개념이라. 만약 어기게 되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먼저 개념을 어긴 자가 처벌을 받게 돼. 작게는 작은 상처라 일어나는 바람 마법이 날아온다거나, 크게는 목숨까지 앗아가는 거대한 저주가 뒤따르기도 하지. 다만 엘프, 인간의 영역을 강제로 침범하는 자에게 위해를 가하는 것은 이 조약에 해당하지 않아. 지금은 엘프 저년이 잘못하긴 했지만, 내가 먼저 위해를 가할 수가 없어.”

“내가 죽을 뻔했는데?”

“엘프들은 아주 잠깐 다음 시간에 일어날 일을 볼 수 있어. 고도의 집중력이필요하긴 한데 정말 아주 잠깐은  수 있어. 그 때문에 저년은 네가 화살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을 예지하고 공격한 거야. 그러니 위해를 가했다고 보기 어려워. 주 대상은 역시 스틸베어였고.”

“엿 같은 년….”

이글거리는 눈동자로 나무 위를 쳐다보니 에레니스는 잠시 움찔 하지만 콧방귀를 뀌며 시선을 피했다.
신경이 날카로워진 내 뒤로 지크리스가 다가와 내 안위를 살피기 시작했다.

“다행입니다. 화살의 예기가 날카로워 잘못했으면 큰 상처가 생길 뻔했습니다.”

“아니 골로 갈 뻔했는데 무슨….”

“레벨이 높으셔서 잘되면 찰과상, 잘못되면 중상으로 끝났을 겁니다.”

“그래?”

“엘프들의 공격은 아군에게 큰 피해를 주지 않거든요. 정령들이 화살의 속도를 조절해 준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내가 피할 거라는 것도 예견하고 맞아도 내가 죽지 않을 자신이 있으니 과감히 발사했다?”

“예. 그런 거죠. 엘프놈들이   그렇습니다.”

“썩을 년…. 다음번에는 안 참을 거다.”

“그만두십시오. 엘프들 건드리면, 뒤가 좋지 않습니다.”

“하. 그 조약인지 뭔지 신경 안 써. 조약이 뭐 자기들 권리라도 되는 건가? 오만한 년 같으니. 저런 년은 버릇을 고쳐두지 않으면 나중에 우리가 피를 본다고.”

“뭐…. 맞는 말씀이지만…. 괜찮을는지….”

“괜찮을 거야. 애초에 잘 생각해 보면 난 너희와 다르니까.”

“네? 그게 무슨….”

“아무것도 아니야.”

뒷말을 얼버무리며 다시 스틸베어 사냥에 들어가지만, 역시나 그녀의 행보는 고쳐지지 않았다.
스틸베어를 확실히 죽일 수 있는 타이밍이라면 주저 없이 화살을 날려 아군의 상태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 공격을 가했다.
덕분에 베로니를 제외한 두 사람의 행동에 차질까지 생길 지경이었다.
급기야 언제 어디서 화살이 날아올지 몰라 노심초사하며 긴장해 있다가 정작 스틸베어의 공격에 당해 뒤로 멀찍이 날아가 버린 것이다.
카밀라는 부글부글 끓는 속을 가라 앉히며 날아간 단원에게 다가갔다.
다행히 그녀는 상처를 입었지만 목숨에는 지장이 없었다.
그리고 그 꼴을 마지막으로 내 두 눈에는 쌍심지가 쳐지고 말았다.
물론 이 단원들이 나와 잘 아는 사이는 아니지만, 가끔 얼굴을 마주보고 인사를 나누던 같은 팀의 일원들이다.
저년의 실력이 대단하다는 것은 두 눈으로 봤으니 인정하지만, 그것이 저년이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는 권리가 되진 않는다.
나무 아래로 다가가 그녀를 올려다보다가 쪼르르 내려와 나와 눈을 마주치고 뾰족하게 바라보는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

“뭐하자는 거야?”

“…….”

“대답 안 해? 나도 저기 있는 카밀라처럼 간부야. 단원 주제에 지금 대답 안 한다 이거야?”

“인간 주제에 말이 참 많은거 같아.”

“뭐야?”

“결과는 잘 되었잖아. 뭐가 문제지? 스틸베어도 사냥했고 내 실력도 입증했다. 너희에게 전혀 피해가 인간 걸로 아는데? 아- 그래 마지막에 인간 하나가 좀 다치긴 했어. 하지만 내가 분명히 봤어. 저년 죽지 않을 거라는 거.”

“하…. 진짜 개년이 따로 없네. 야!”

“뭐지?”

“이다음에 네가 어떻게 되는지는 보이냐?”

“미안하군. 엘프는 자신의 미래는 볼 수가 없다. 타인의 미래를 아주 약간 엿볼 뿐이지.”

“그래? 그런 이다음에 내가 뭘 할지 한  보지그래?”

“하. 감히 엘프에게 명령 질을 하는 거냐? 뭐? 자, 잠깐!”

퍼억!!!

옹골찬 소리와 함께 북이 터지는 듯한 소음이 울려 퍼졌다.
허리를 접은 에레니스가 잠시 후 복부에 박혀 있는 주먹이 사라지니 그 자리에 복부를 부여 잡고 무릎을 꿇었다.

“그헥!!!”

그리고는 숨을 겨우 쉬면서 고통스러워했다.
엘프를 때린 인간, 그러나  어떠한 저주의 효과도 나타나지 않았다.

“너, 너는... 이, 이런건...”

“왜? 다른 세상의 인간 처음 보나 보지?”

“이…. 이건…. 꺼흑….”

다른 세상에서 넘어온 인간, 이곳의 인간과 엘프들이 맺은조약은 나에겐 무용지물이다.
고통스러워하는 에레니스의 등을 사뿐히 지르밟으며 그녀에게만 들릴 정도로 약하게 경고를 건넸다.

“뒤진다. 말만 하는 거 아니야. 진짜 물리적으로 뒤지기 전에 말 곱게 들어라.”

“크크…. 윽…. 제, 젠장….”

꿈틀거리는 그녀의 등에서 발을 떼고는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그런 내 뒤로 카밀라가 접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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