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3화 〉44화, 노예시장, 그것은 인력 시장. (43/70)



〈 43화 〉44화, 노예시장, 그것은 인력 시장.

아직 준비가 한창인 모양인지 분주한 움직임이 보이는 중앙의 무대를 기점으로, 우르자인이 이동한 곳은 오른편에 설치된 고급스러운 공간이었다.
그곳이 마치 자기 자리라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아 다리를 꼬고는 남자들의 심장을 사정없이 강타하는 미소를 입에 머금는다.
상황상, 옆자리에 앉아야 할 거 같아서 아무 말 없이 우르자인 옆 빈자리에 앉았다.

“어때? 분위기 괜찮지 않아?”

“남자들 욕망으로 번들거리는 공간 같은데?”

“틀린말은 아니지, 공기를 접하는 그것만으로도 임신할 것 같은 분위기니까. 그래도 그게 또 나쁘지 않다고”

“성격 참…. 하긴 그러니까 유흥 방의 마담 일도 하는 거겠지.”

“이루스 너도 충분히  수 있어. 나중에 힘들면 너한테 마담 자리 내어줄 수도 있다고.”

“그건 정중하게 사양하겠어.”

“앙- 아쉬워라.”

정말 아쉽다는 표정으로 팔짱을 끼고는 밀착해 오는 우르자인.
이젠 나도 모르겠다는 표정이 되어 그녀의 팔짱, 그리고 밀착을 그냥 받아들였다.
그러자 가까워진 거리 만큼 그녀의 목소리가  도렷하게 들려온다.

“정말 오랜만에 온 노예 상단이야. 요즘 왕국이 게이트 문제로 이래저래 바쁜 상황이라 노예를 이끌고 움직이기 힘들었던 모양이야.”

“얼마나 오랜만이길래?”

“음? 한두 달 만인가? 덕분에 참 힘들었네. 상단이 오지 않으면 우리로서는 정말 위험한 상황이었거든, 이번에 돈을 많이 쓰는 한이 있더라도 최대한 확보를 해 둬야겠어.”

“확보?”

우르자인과 수다를 나누고 있으니 무대 중앙으로 한 땅딸보가 나타나 모두에게 양해의 말을 전달한다.

“자 대단히 죄송합니다. 이번 대동한 노예들이 너무 많아서 선별에 시간이 걸리고 있습니다. 먼저 가장급이 낮은 녀석들부터 빠르게 들이도록 하지요. 아 나오고 있습니다!”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무대 중앙으로 아찔하게 벗은 여인들, 그리고 조금 비루먹었지만, 눈빛이 살아 있는 남자들이 끌려 나왔다.
저들은 모두 사슬과 같은 구속 구를 차고 있었으며 각각의 번호가 가슴에 부착되어 있었다.
약 스무 정도 되어 보이는 인원이 나왔을  가장 처음에 선 녀석부터 땅딸보가 소개를 시작했다.

“저런 낮은 애들을 볼 필요 없어. 남자들은 안 팔리면 다른 곳에 가져다가 팔 거고 여자들은 여기 있는 남자들이 알아서  테지. 우리가 노리는  중급 이상의 노예들이야.”

“노예를 사려는 거야?”

“응. 중급 이상으로만, 여성 한정으로”

“남자가 아니라?”

여성이라는 그녀의 말에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니 그녀가 생긋 웃었다.
미소를 유지하며 어깨에 고개를 기대오는 그녀, 그녀의 목소리가 귓가에 아른거린다.

“이루스, 우리 여성 단원 중에 노예 출신이  명일  같아?”

“뭐?”

“나를 포함해서 우리 단원들 모두가 노예 출신이야.  노예 상단에서 도적단에 끌려와 여자 도적 단원으로 훈련이 되거나 아니면 남자들의 노리개가 되는 거지. 나 같은 경우는 전대 여 두령에게 발탁되어서 성노예였다가 도적단원이 된 경우고, 내 밑에 있는 아이들은 대부분 여성 노예, 또는 이곳에 오기 전에 성노예로 끌려다니던 아이들이야.”

씁쓸한 내용이 흘러나온다. 우르자인과, 여성 단원들에게 그런 과거가 존대한다니, 전혀 알지 못했다.
하긴 그렇게 어두운 과거라면 누군가에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으리라.
누군가 과거를 묻는다면 모를까…. 아니 묻는다 해도 가슴 속에 꼭꼭 숨겨두어야 할 일이었다.

“원해서 도적이 되는 경우는 없어. 아니, 가끔 있을 수도 있긴 하겠다. 그래도 드물지. 대부분 여 도적단원들은 이렇게 노예로 끌려와서 도적이 되는 경우가 많아. 남자 단원들은 스스로 자원을 해오긴 하지만, 여자 단원들은 자원해오는 경우가 무척 드물어.”

“그래서…. 이 노예 상단이 올 때가 단원을 늘릴 기회다…. 이거지?”

“정확해. 너무 싼 아이들을 사지 않는 이유는 싼 가격이면 어딘가 성격적으로 문제가 있는 여자들이거든, 정신이 반 정도 나가 있다거나. 아직  길들어서 사나운 상태거나, 또는 완전히 백치가 되었거나.”

확실히…. 단원으로 받아들이는데 그런 상태면 좀 난감하긴 할 것이다.
노예를 사는 것도 어찌 보면 도박이라 할 수 있었다. 상인들은 노예를 소개할 때 번호와 신체 정보에서 직업, 레벨, 능력만 간략하게 소개할 뿐 노예의 상태에 대한 것은 전부 비밀에 부쳤다.
장사치가 물건을 팔기 위해서는 나름의 고도의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것이 인간 장사일지라도 말이다.
그래서 우르자인은 가격이싼 노예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었다.
가격이 높으면 성격적으로 이상을 보일 확률이 낮아지니 돈이  더 들더라도 도박적인 요소를 최대한 줄여서 사려는 생각이다.

“자 역시 남자 노예는 너무 인기가 없군요. 저급은 다 팔렸으니 이제 하급으로 넘어가겠습니다.”

“하급도 있네.”

“응. 그다음이 중급이야. 저것도 별로 관심 두지 마. 그냥 다 정신이 나가 있는 년들이라 생각하면 편해.”

관심을 두지 않고 우르자인과 대화를 나누니 하급 품질의 노예들도 재빨리 사라졌다.
역시나 여성들이 많이 팔렸고 남자들은 거의 팔리지 않았다.
가끔이지만 간부급들이 자기 팀에 어울린다 생각하는 남자가 팔리긴 했지만,  수는 미비한 수준이었다.

“다음은 중급 노예들입니다. 지금부터 남성의 수는 적고 여성의 수가 많아지니 기대해 주십시오!”

사회를 보는 땅딸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무대 위로는 아찔한 모습의 미녀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확실히 저급, 하급보다 미모도 물이 올라 있고 품질에 따라 식사의 질도 틀린  비루먹은 것 같은 조금  여자들보다 살집도 풍부한 편이었다.
그리고 이때부터 우르자인이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다른 남성들도 질세라 가격을 부르며 아우성을 부리지만, 두령인 우르자인이 움직이는 돈보다는 적을 수밖에 없었다.
알짜배기와 같은 여성들이 우르자인에게 발탁되어서 차례차례 우르자인의 뒤로 배달되었다.
두령인지라 금액은 나중에 내도 무방하였다. 서비스가 참 알찬 상단이다.
중급으로 나온 10명의 여인 중에 네 명이 우르자인에게 발탁되었다.
네 명 모두 삶에 절망한 표정을 하고 있던 다른 여인들과 다르게 눈에 힘이 들어가 있다.
어디서 한 주먹 했을 것 같은 년들뿐이었다. 입술에 상처, 또는 가슴이나 눈 밑에 상처가 있는 등등 손에도 굳은살투성이인 여자들이다.

“기본 전투 능력도 부족하면 도적단이 될  없지. 내가 바쁠 때는 카밀라나 튜테 같은 간부가 대신 오기도 하거든,  역시 나중에는 나 대신 이곳에  수도 있으니 잘 배워둬 알았지 보조 간부씨?”

“알았어. 알았다고.”

즉 이것은 노예상단을 구경시켜주겠다는 빌미로 진행된 공부였다.
그러나 여성 단원이 많아지면, 앞으로 튜테팀 역시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 공부를 해 둬야 나중에도 내가 여성 단원을 발탁하여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으리라.

“상급이랑 최상급은 어떻게 해?”

“상급은 최대한 사는 쪽으로 가지만, 추천하지 않아.”

“어째서?”

“자존심들이 높아, 자기가 비싸게 팔렸다는 것을 알고 있고 또 그만한 실력도 있어서 자칫 하극상이 벌어질 확률이 높은 년들이야. 참고로 카밀라가 상급 노예였어. 참 길들이는데 애먹었지. 한 번 그렇게 배우고 나니까 상급에는 손이 잘 안 가더라고.”

“아…. 하…. 확실히 카밀라가 아래에 있다고 생각하면…. 무섭긴 하다.”

“그치? 지금은 성격이 많이 온순해진 거라고 하면 믿을 수 있겠니?”

“진짜? 농담 아니고”

“진짜야. 옛날엔 정말 표독스러움 그 자체였어. 제이슨  두령이 구워삶아서 다행이었지, 아니었으면 진짜 골칫거리였을 거야.”

“와….”

대화하고 있으니 상급도 빠르게 지나갔다. 다음 남은 것은 최상급이었다.
최상급 노예들이 하나,  등장하자 우르자인의 눈빛이 달라졌다.
아까까지는그냥 설렁설렁 가격표를 들 뿐이었던 그녀가 기세부터가 달라져서 노예들에게 초집중하고 있었다.

“최상급은 최대한 놓치지 마. 어차피 다른 남자들도 최상급에는 돈이 부족하거나 내가 노리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니 우리가 표를 들면 건드리지는 않을 거야.”

“최상급은 왜?”

“자존심이 높아도 충분히 쓸만하니까. 그리고 최상급 년들은 고등 교육을 받았던 과거가 있는 고위급의 몰락 귀족 자제, 또는 파직 기사일 확률도 높아. 그러므로 말만 잘 통하면 충분히 길들이지 않아도 말을 따라줄 거야. 참고로 레오나와 튜테가 파직 기사 출신이야. 상명하복이 완벽해서 길들일 수고도 없었어.”

그러나 말은 그렇게 해도 사들인 노예의 수는  한 명이었다.
강직한 분위기를 풍기는 건강한 근육이 자리 잡은 여성이다.
아까 소개하는 것을 들어 보니 유망전도한 기사 출신이었으나 소동을 일으켜 기사단에서 퇴출당하고 그대로 가문에서도 쫓겨난  노예가 되었다고 한다.
기사 출신이라 그런지 조금 전에 중급에서 사들인 노예들보다 어딘지 모르게 더 늠름해 보이기도 하고 은연중에 흘러나오는 정갈한 기세 또한 대단했다.
다만 구속 구에 결박된 것이 참 가녀리기도 하고 아무렇게나 헝클어진 머릿결도 푸석푸석한 것이 한동안 제대로 씻지 못한 듯 보인다.
에메랄드빛을 한 머리카락은 조금만 정리해 주면 아주 예쁠 것 같은데 당장은  수 없으니 아쉽기도 하다.

“자! 마지막으로 준비된 것이 더 남아 있습니다. 물론 가격은 매우 비싸죠, 초특급 상품입니다. 하나는 사로잡힌 처녀 엘프이고 또 하나는 이세계의 아리따운 여인입니다. 마음껏 구경하시죠.”

순간 뒤통수에 망치를 정통으로 얻어맞은 것 같은 얼얼한 기분이 들었다.
 땅딸보 자식…. 지금 이세계의 여자라고 한 건가?
그렇다는 말은 게이트로 납치된 나와 같은 세계의 사람이 지금 상품으로 팔려왔다는 소리가 아닌가.

“이러지 마세요! 제발 놓아줘요! 놓아달라고요!”

“가만히 있지 못해!!! 팔려온  주제에 어디서 겁도 없이 함부로 입을 놀려! 상품이라 손을 대지 못한다고 기고만장해 있는 거 같은데 우리가 손을 못 댄다 해도 팔려간 주인에게까지 이런 태도를 보였다간 제 명에 살 수 없을 것이다. 크흐흐흐.”

“이러지 말라고요!  왕국에서 뭐든지 들어준다고 해서 따라왔을 뿐이라고요!”

“하하하 그거야 왕국에 가서 말씀하시지 난 상품을 돈 주고  왔고  상품을 더 비싸게 팔려는 거뿐이니까. 이야기가 길어졌군. 자자!! 여기 이 아리따운 처녀가 바로 이 세계의 여인입니다. 굉장한 아름다움이지 않습니까? 지금이 바로 주머니에 남겨둔 돈을 아낌없이 사용할 때입니다.”

와아아아아!!!

“엘프라. 이건  참지.”

“아니…. 미안한데 엘프도 엘프지만, 나 좀 도와줘.”

“왜? 저 여자가 신경 쓰여?”

“얼굴을 보아하니…. 나랑 같은 한국인이 틀림없어. 복장은…. 경찰인가?”

“음- 왕국에서 게이트를 열  최대한 가까운 좌표를 지정한 모양이네. 아무래도 그 때문에 너와 같은 인종이 있는 곳에 새로운 게이트가 열린 모양이야.”

“지금 기프트를 가져오지 않았지만, 사용한 만큼 내가 줄게. 만약 부족하면 일을 해서라도 충당할 테니까 제발.”

“으응- 우리 자기가 이렇게 부탁을 하면 내가 또 약해지지…. 좋아. 대신 내 부탁도 하나 들어줘야겠어.”

“지금 말하면  될까? 괜히 무서워지니까.”

“별거 아니야. 그냥 특수한 손님을 좀 받아 뒀으면 해.  게임까지.”

“윽….”

“물론  역시 같이 들어가서 레벨 양도를 해줄 거야. 그러니까 선택해. 이 부탁을 들어준다면  역시 부탁을 들어줄게.”

“좋아…. 할게.”

“거래 성립!”

거래가 성립되어 우르자인이 움직였다. 그녀는 무려 엄청난 패기를 부리며 가격 푯말을 두 개 집어 들었다.

“둘 다 살게. 내놔.”

한창 환호성을 지르던 좌중이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조용해졌다.
우르자인의 구매 의사 표시, 이걸로 누군가 숟가락을 올리거나 자기들끼리 가격 경쟁을 하며 아귀다툼을 할 수도 없어졌다.
이미 그녀의 손에 들려있는 두 개의 가격 푯말이 최고 금액을나타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파, 팔렸습니다. 아쉽게 되었지만, 다음에  기회가 올 테니 그때를 기대해 주시기 바라며 오늘 노예 경매는이것으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다음에 다시 찾아옵니다!”

땅딸보가 무대에서 내려와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천막 안의 사람들도 썰물이 지듯 점차 이곳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저급과 하급의 여인들을 손에 넣은 남성들은 입에 침을 흘리며 벌써 행복한지 표정이 헤벌쭉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나와 우르자인을 따르는 새로운 얼굴들, 중급의 노예 넷과 최상급 기사 노예, 그리고 특급의 엘프와 이세계의 여인.
나와 같은 곳에서 온 여자가 불안한 표정을 하며 자신의 찢겨진 옷으로 튀어나온 팬티를 손으로 가리며 쭈뼛쭈뼛 따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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