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0화 〉31화, 면담. (30/70)



〈 30화 〉31화, 면담.

“어찌 보면 이번에 튜테팀에  명이 죽은 일이 벌어진 이유는 도적단 안팎으로 점점 꽉 조여드는 분위기가 역력하기 때문일지도 몰라.”

“조이는 듯한 분위기라니.”

“아…. 왕국과 거래를 하면서 우린 막대한 이익을 취할 새로운 돈의 공급원을 찾았지. 그러나 그 때문에 왕국의 비호를 받는 이름난 거대 상단을 털지 않겠다는 조약을 믿었거든, 즉 우리가 왕국 산하에 들어가 서로 거래를 주고받는 합법적인 도적단이 된 거지.”

“합법 도적단이라니 이렇게 안 어울리는 말이 또 어디 있어?”

“내가 생각해도 그래. 하지만 뭐…. 이미 일어난 일이고 왈가왈부하고 싶다면 대 두령님께 해줘. 물론 내가 허락하지 않을 거지만.”

‘어쩌라는 거야 이년은…. 언제나 이런 식으로 이야기한다니까. 조그마한 게….’

“너 그 표정 풀어라. 누누이 말하는데 내가 네 상관이야.”

“예! 죄송합니다. 간부님.”

“씨발년이 꼭…. 간지러우니까 집어치워.”

“후후….”

농담을 주고받으며 다시 술을 한 잔씩 비워낸 나와 그녀, 술잔을 내려둔 그녀가 이야기를 이어 가는 것으로 다시 대화가 진행되었다.

“일은 에탄 두령의 조가 파견 나가서 대부분 해결하는 중이고 그걸로 도적단을 운영하는 것도 그리  무리가 없어. 그런데 그러다 보니 이곳에 남아 있는 다른 조의 기강이 엉망이 되었다는 점이 문제야. 원래 같으면 상단을 습격해서 여자를 납치하고 남자는 본보기로 죽이거나 노예로 끌고 와서 팔아 버리거나 할 텐데 그런 본보기가 없어지고 피 맛에 굶주리거나 힘이 빠진 자들이 속출하였지.이 때문에 대 두령이 필요 이상으로 도적단을 조이게  거야.”

“흠…. 기강을 세우기 위함이라.”

“그래. 그래서  간부와 두령을 불러 작은 일도 아주 꼼꼼하게 처리하라, 마수를 사냥해 부대원의 실력을 키워라, 수련을 게을리하지 마라. 등등의 일을 지시했고 그에 따라 다른 것은 몰라도 그 수가 부족했던 튜테의 조는 점점 교대로 일을 처리하는데 많은 노고가 따르게 되었지. 그렇게 계속 쳇바퀴 돌 듯이 일은 들어오는데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이대로는 튜테 조가 해체될 위기에 처할지도 모른다는 강박까지 생겨 실적을 올리기 위해. 이번 배신자포박 임무가 하달되자. 눈에 불을 켜고 달려 들은 거야.”

“으음….”

“거기다 여성 단원이라는 게 툭하면 채워지는 게 아니야. 이번에 이루스  같이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정말 드물게 채워지지. 너 역시  언덕에서 주저앉았으면 창관에 들어가 있었을 테니까.”

정말이지 식은땀이 흐르는 내용의 말이다. 어쩜 저런 말을 저리  하고 던질 수 있는 걸까.
내 표정이 썩어들어 가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는 자기 이야기에 집중했다.

“아마  역시 원래는 튜테 팀에 들어가 있었을지도 몰라. 그런데 대 두령님이 날 총애하고 너 역시 대 두령의 마음에 들어서 널 훈련 시키고 단련시킨  밑에 함께 묶어두고 싶었는지 그게 그렇게 안 되었어. 결과적으로 튜테 팀은  명이 결원된 상태로 계속 일을 하게 되었고 무리해서 공을 탐내다가 이런 결과가 초래되었지.”

“…….”

“당시 튜테는 팀원 두 사람에게 너무 깊은 곳을 수색하지 말라고 단단히 경고를 해두었는데 두 사람이 공을 앞다투는 바람에 일이 그르쳐졌어. 그리고…. 작지만, 의견 다툼도 있었나 봐. 이번에 죽은 두 사람은 사실 레오나가 아껴주던 사람들이었는데 그 때문에 레오나의 자리를 꿰차버린 튜테가 그리 곱게 보이지 않았던 모양이야. 그리고  결과, 튜테의 명령을 거부한  사람이무모한 행동으로 인해 목숨을 잃었고 두 사람을 구하기 위해 움직인 튜테는 만신창이가돼서 돌아오게 되었지.”

“충분히 오해할 내용이긴 하네. 레오나 언니의 입장이라면 말이야.”

“그렇긴 하지. 솔직히 나도 튜테의 입장만 듣고 말해주는 거라서. 레오나랑  그리 친한 사이가 아니거든.”

“음…. 이건 쌍방의 이야기를 들어 봐야겠는걸.”

“왜?”

“잠시지만 내가 속할 곳이잖아. 이런 분위기에서 일하라니 난 절대 못 해. 다시 카밀라 네 밑으로 돌아가거나  사람을 화해시켜서 이상적인 분위기를 만들거나, 둘 중 하나야.”

“너도 성격이 참 피곤해.”

“과거의  성격이라면 조용히 묻어가겠지만, 지금은  달라졌지.”

사내에서의 생활, 그때라면 사원들끼리 싸움에서도 상급자와 하급자의 싸움에서도 조용히 무시로 일관하였을 것이다.
솔직히  일을 하는 것도 바쁘고 살기 팍팍했는데 주변의 일이 들어오기나 할까.
그러나 이곳에서의 일도 아주 힘들고 어렵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동료와 함께한다는 것이다.
아주 잠깐의 동행, 그러니까 바논을 수색하는 일에서 내가 배운 점은 은근히 많았다.
확실한 지휘관의 존재, 그리고 그런 지휘관의 명령에 순응하고 행동하는 대원들, 그런 대원들과의 유대감, 그리고 팀으로 이루어낸 임무 성공의 기쁨 등등.
공교롭게도 튜테의 팀에서는 팀원 간의 불화에서 일어난 다툼만을 느끼고 말았다.
잠깐 스쳐 지나가는 곳이라 할지라도 이 잠깐은 내가 속해 있어야 할 팀이다.
작은 분란이 지나치게 커지면 다음에는 그 화가 나에게도 미칠지 모른다.
원인을 제공하는 두 사람의 화해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그저 이 상황을 조금이라도 봉합하여 임무에 차질만 없게 만들고 싶었다.
임무마다 이런 식이라면, 솔직한 감정으로 이 팀에서 나가 원래의 팀으로 돌아갈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다만, 도중에 그만두고 다른 곳으로 도망치는 것이 마음에 안들뿐….

‘나도, 참…. 성격 변했어…. 그것도 피곤하게.’

술이 달다. 적어도 지금 나에게는 너무도 달게 느껴진다. 쓰디쓴 흑맥주임에도.

*****

임무에 성공했고 그에 따라 휴식이 이루어지고 있다.
난 그 틈을 타서 그녀에게 접근해서 대화를 나눌 계획을 세웠다.
그녀가 밖으로 나온 것을 확인한 뒤 그녀의 뒤를 따라 다녔다.
역시나 신경이 쓰이는지 나에게 까칠한 반응을 보여온다.

“왜 졸졸 따라 데는 거야?”

“이야기 좀 하자고요.”

“난 할 이야기 없어.”

“튕기지 말고 술이나 한잔해요.”

“싫다고!”

“에이 진짜. 내가 살 테니까 가요.”

“싫다니까. 짜증 나게 굴지 말고 꺼져.”

“에이. 재미없어라. 그럼 튜테 언니랑 마실까?”

멈칫.

 입에서 나온 튜테라는 말에 그녀가 쌍심지를 키며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이를 악 물면서 내 멱살을 쥐고 나와 거리를 좁혔다.

“너 뭘 원하는 거야.”

“언니랑 술 마실 시간?”

“닥치고. 네가 원하는 걸 말해. 지금  행동 진짜 짜증 나니까.”

“정말이에요. 우리 술이나 한잔하면서 진솔하게 대화 좀 해요.”

“씨발….”

그녀의 손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녀는 내 멱살을 풀었고 몸을 돌렸다.

“밤에 시간 낼 테니 그만 쫓아다녀. 알았어!”

“네- 제 방 아시죠? 술 준비해 둘 테니 거기서 봐요.”

“젠장할.”

그리고 그녀는 약속한 대로 밤에 내 방으로 찾아 왔다.
주점이아닌 방으로 약속 장소를 잡은 이유는 주점에서 할 만한 대화가 아니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용의 역린을 건드리는 내용이 이어질 것은 자명한바 잘못해서 그녀와 다툼이 일어나도 내 방이라면 주변에 피해는 끼치지 않을 터였다.
간편한 복장으로  방에 들어온 그녀, 저 까칠한 표정을 풀면 좀 더 예쁜 언니일 거라 생각이 되는데 아쉽기도 하다.
군살이 좀 있어 보이긴 해도 나와는 다르게 몸이 풍만하고 성숙함을 물씬 가지고 있는 그녀다.
뭐…. 표정으로 말하자면 나도  말 할 처지가 아니긴 하지만 말이다.

“시답잖은 내용으로 부른 거면 가만 안 둬.”

“시답잖은 내용이면 부르지도 않았어요. 일단 한잔 받아요. 언니.”

“그 언니라는 말  그만두면 안 되겠어? 진짜 마음에 안 들거든.”

“선배라고 부르는 건 저도 마음에 안 드는데요?”

“이름으로 불러. 허락할게.”

“헤에. 그럼 레오나.”

“개년….”

왠지 그녀에게 승리한 기분이 드는 것은 착각일까?
그렇게 나와 그녀는 한 잔씩 술을 주고받으며 잠깐 말없이 안주에 술을 마셨다.
몇 잔을 주고받으니 분위기가 조금 풀린 기분이다.
그녀의 볼도 적잖이 붉어졌고  역시 얼큰한 기분이 들어온다.
난 그때를 놓치지 않고 과거 상사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던 사회생활로 몸에 익은 행동을 모두 사용했다.

“레오나. 뭐 하나 물어봐도 될까요?”

“뭔데.”

“튜테가 싫죠?”

튜테 뒤에 붙였던 언니라는 존칭도 생략했다. 그래야 그녀가 반응하지 않으리라.
 예상처럼 언니가 붙지 않은 튜테의 이야기가 흘러나오자 눈을 찌푸리지만,

“그걸 지금 질문이라고 해? 너도 눈이 있으면 봤잖아. 나랑 그 씹어먹을 년이랑 어떤지.”

“뭐. 눈으로 본 그것보다는 진심을 듣는 게 더 확실하니까요. 튜테의 어디가 그렇게 싫어요?”

“내가 왜 너한테 그런 이야기를 해줘야 하는 거지?”

“잠시지만 같이 일할 사이니까요. 난 지금 몸담은 곳이 어이없는 상태로 붕괴하는 것도, 그 때문에 내가 피해를 보는 것도 싫어요. 그렇다고 나 혼자 도망치는 것은 더더욱 싫고요.”

“피곤한 성격이야….  그러다가 제 명에 못 죽어!”

“뭐, 그건 제 사정이고. 지금은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요. 정 싫다면 그냥 술이나 마시다가 돌아가시고요. 절대 강요는 안 합니다.”

“…….”

잠시 그렇게 나와 그녀는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안주는 진작에 떨어졌고 술도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 오자 그녀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그리고 그녀의 입에서는 의외의 대답이 들려왔다.

“싫어하지 않아. 오히려 난 튜테와 날 세우고 싶지 않다고.”

“그런데 왜 그렇게 반목하는 거예요?”

“그래야 하니까. 이 빌어먹을 저주받은 조를 빨리 깨 버려야 하니까 그러는 거야. 내가 벌을 받거나 다른 인원들이 더는 못 참겠다고 조를 박차고 나가거나…. 둘 중 하나가 일어나는 일이 되어서  조가 사라졌으면 해.”

“왜 그렇게까지 하려는 건데요.”

“몰라서 물어?! 마가 꼈는지…. 아니면 튜테가 뭔가 꾸미는 건지 몰라도 인원이 넷이나 죽었어. 이 육 개월 동안에!!! 더는…. 싫어. 차라리 다 부숴버리고 싶어….”

“…….”

레오나의 상태는 예상한 그것보다 더 심각한 상태였다.
그녀는 튜테보다는  조 자체에  큰 원한을 가진 듯했다.
이 조에 속한 것으로 다른 사람들이 죽어 나갔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튜테와 반목하는 것, 그렇게 해서 조의 분위기를 흐리고 일촉즉발까지 가는 것은 모두 조를 해산 시키기 위함이었다.

“튜테가 그렇게 버티는 것도 난 마음에 들지 않아. 분명히 힘들 텐데 억지로 버티고 있다고. 내 자리를 꿰찬 건 전혀 억울하지 않다고. 그 애가…. 이 조의 모두가 점점 어려운 길로 내달리고 있어. 차라리 조를 해산하고 다른 조의 산하에 들어간다면 일은 일대로 잘 이루어지고 휴식 시간도, 그리고 일의 부담도 줄어들 거야. 하지만…. 튜테는 너무 완고해.”

그녀의 앞에 놓인 술잔,  안에 담긴 마지막 술이 그녀의 입을 통하여 몸속으로 사라진다.
마지막 술을 들이켠 그녀는 눈이 살짝 풀려 있었다. 술기운이 확 올라온 모양이다.

“크윽…. 후…. 튜테 이 나쁜 년….  그렇게까지 하는 거야…. 왜 이미 무너진  다시 쌓으려는 거야…. 무너진 건 다시 새로 새우면 되는 거잖아…. 그런 자리에  연연하는 거냐고…. 큭…. 하아…. 걘…. 열심히 하지만 너무 무능한 지휘관이야…. 너무 무능해….”

“무능하다?”

“그래…. 안 되는 걸 끝까지 하려고 하고…. 되는 것도 너무 공을 들여서 일을 어렵게 만들어. 물론 그게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필요 이상으로 팀의 모두를 힘들게 만들고 있어. 지난 육 개월간의 행적을 보면…. 우리가 한 일들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점차 뒤로 밀려나는 것도   때문이야. 정도라는 것이 없으니까. 무조건 좋게 많이. 그것만을 바라는 지휘관이라…. 그녀는 지휘관으로는 불합격이야.”

“그게 불만인가요?”

“그래! 불만이야! 나도 힘들지만, 그녀가  힘들다고! 으으…. 튜테 이 불쌍한 년아…. 왜 그러는 거냐고…. 안 되는 걸  붙잡고 놓지를 못해…. 왜…. 크윽…. 후….”

툭….

그 말을 마친 레오나가 탁자에 완전히 엎어졌다. 난 그녀의 몸을 부축해서 내 침대 위로 옮겼다.
불의 밝기를 조절하고는 레오나의 옆자리에 눕자 그녀의 손이  몸을 감싸온다.

‘술주정 귀엽게 하네.’

“튜테…. 튜테-”

‘이건…. 애증인가?’

생각보다 이 일은 정말 복잡해 보인다….
정말 복잡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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