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9화 〉30화, 튜테와 레오나. (29/70)



〈 29화 〉30화, 튜테와 레오나.

자리로 돌아오니 레오나는 혼자 멀찍이 떨어져서 무기를 다듬고 있었다.
그녀의 무기는 길고 날카로운 레이피어였다. 우르자인이 사용하는 무기와 같다.
다른 인원들을 각자의 편안한 자세를 취하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미녜가 다른 두 사람에게 물통을 들고 다가가는 것을 확인한 나는 한숨을 내 쉬고는 레오나의 옆으로 다가가  옆에 털썩 주저하지 않았다.

“여기  자리다.”

“전세 냈어요?”

“뭐라고?”

“여기가  레오나 언니 땅이냐고요.”

“언니라 부르지 마라. 선배라고 불러.”

“싫은데요? 선배 대접받고 싶으면 선배다운 행동을 좀 하시던지요.”

“말끝마다 좆나 짜증 나게 구는 년이네.”

“먼저 날 세운 건 그쪽이고…. 됐고 물이나 마셔요.”

방금  떠온 맑고 깨끗한 물이 가득 들어 있는 물병을 내밀었다.
그러자 레오나가 잠시 고민을 하더니 내 손에 든 물병을 밀어냈다.

“안 마셔 치워.”

“마셔요.”

“…….”

레오나는 못 이기는  물병을 받아서 한 모금 홀짝 하고 약간의 물을 들이켰다.
그리고는 내 손에 다시 물병을 쥐여주고는 몸을 획 돌려 다른 방향을 바라보며 앉았다.

‘원래 성격은…. 착했다더니…. 그건 맞는 말인가 보네.’

솔직한 감정으로 어차피 얼마  보고 해어질 사이라 너나 나 하나 죽자는 생각으로 기세 싸움을 이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미녜의 이야기를 듣고 난 후라 그런지 괜히 마음속에서 동정하는 듯한 감정이 일어났다.
그녀 역시 힘들었을 터다. 동료를 넷이나 잃어버렸으니 말이다.
두 사람은 자신의 실책으로….  두 사람은 사고로 인해서 떠나 보냈다.
그런데 그 사전의 중심에 튜테 언니가 있었다는 이유로 이렇게 날 선 모습을 보이는 것은 좀 잘못된  같았다.
두 사람의 사이에 끼어들어서 나까지 진흙탕 싸움을 일으킬 필요도 없고 지금이라면…. 어쩌면 잘못 끼워진 단추를 다시 끼워도될 만한 시간이라 생각된다.

“이루스라고 했나?”

“그런데요.”

“난…. 레오나다.”

“알아요.”

“서른셋이고.”

“언니 맞네요. 뭐. 첫 만남은 최악이었지만 앞으로 잘 부탁해요. 언니.”

“죽어도 언니라고 하네….  맘대로 해라.”

“하하.”

화해 아닌 화해. 그러나 이렇게 먼저 다가간 결과는 매우 탁월했다.
가끔 그녀의 눈빛이 튜테를 향하긴 했으나 이젠 나에게 향하는 그 싸늘한 표정이 사라졌다.
그리고 거리도 많이 좁혀 들었다. 여전히 한마디도 나와 나누지는 않지만, 분위기를 망치던 나와 그녀의 기세 싸움이 끝나자, 이동하는 내내 이쪽을 신경 쓰던 전방 인원들의 눈길도 사그라들었다.
인간의 감정이라는 것이 참 묘하다. 모르고 있었을 때는 죽일 년이 따로 없었는데 알고 나니 또 힘들어하는 언니로 인식하니 말이다.

‘스트레스가 쌓였거나. 극도로 날카로워진 상태였나 보네. 스트레스성 시비인가?’

어쨌든 지금은 한결 나아졌으니 다행이었다. 보부상이 길을 잃은 곳까지 도달하고 다시 돌아올 때까지 그녀와 나 사이에 큰 문제는없을 것이라 예상된다.

“저쪽이군.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어. 미녜랑 레오나, 그리고 이루스는 주변 경계를 하며후방을 맡아줘. 나랑 유나가 놈들의 무장을 해제시키고 너희를 부르도록 할게.”

딱히 문제가 느껴지지 않는 그녀의 명령, 그러나 레오나는 그런 튜테의 명령에 불복했다.

“내가 유나 대신 너랑 같이 갈게.”

“야…. 레오나!”

“왜? 어차피 후방 경계는 꼭 내가 할필요 없잖아? 유나보다는 내가 더 유능한 인원인데. 굳이 왜  뒤에 남겨두는 거지?”

“하…. 유나 네가 뒤에 남아.”

“어, 언니?”

“레오나 말도 일리는 있다…. 이루스는 처음이니까  사람이잘 보살펴 줘.”

“알았어요.”

“네. 언니.”

그렇게 두 사람이 앞으로 나서 보부상이 있는 곳으로 향하였고 난 남은  사람과 함께 주변 경계에 들어갔다.
나와 미녜가 나무 위로 올라가 상황을 살폈고 우리보다 나이가 두 살 많은 유나 언니는 나무 뒤에 숨어서 보부상들의 상황을 관찰했다.
놈들은 지금 길을 잃어서 우왕좌왕하는 중이었다.
그러는 놈들에게 두 사람이 접근하였고 잠시 시간이 지나자 짐을 바리바리 싸 들고 있던 놈들이 무상을 내려놓고는 짐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모든 행동이 다 끝나자 튜테 언니가 손짓으로 우릴 불렀다.
경계를 풀고 그곳으로 향하는 레오나 언니가 놈들의 짐을 분류하고 있었고 튜테 언니는 놈들의 몸을 밧줄로 묶고 있었다.

“자. 이루스가 여기 남고 남은 두 사람은 나와 같이 이놈들 숲 밖으로 내버리러 가자. 그런 다음 돌아와서 분류가 끝난 물건 들고 돌아가면 이번 임무는 끝이야.”

“하…. 겨우 끝인가. 돌아가서 목욕하고 싶어. 가을이지만 슬라임 숲은 너무 끈적해서 싫다니까….”

난 튜테 언니의 말을 듣고 레오나 언니의 옆으로 다가가려고 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레오나 언니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튜테 언니의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아니. 여긴 세 사람이 맡는 게 좋겠어. 이놈들은 튜테 너랑 내가 내버리러 가지.”

“작작  하지 못해!!! 지금 이게  하는 짓이야!”

“왜? 뭐 잘못됐어? 놈들을 버리러 가는 일은 숲을 벗어나는 일이잖아. 숲의 끝으로 갈수록 마수들이 위험해진다는 건 당연한 일이지. 그러니  더 유능한 나와 네가 가야지?”

“아까부터 계속 간부인 내 말을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잖아! 팀의 분위기를 그만 해치라고!”

“웃기네. 정말 웃겨. 팀의 분위기는 이미 예전에 지랄 났어. 씹탱아. 왜? 이번에는 여기 있는 미녜랑 유나도 죽여버리려고!”

“입닥쳐  같은 년아! 죽여버리기 전에!”

순간적으로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유나도, 미녜도, 나 역시도 섣불리 두 사람의 사이에 끼어들기 힘들 정도로 주변이 영구 동토가 된 느낌이었다.
보부상들은 이미 졸도하기 직전이다. 두 사람이 내뿜는 살기가 짖게 깔기기 시작했다.

“내 탓이 아니라고! 개년아! 내 탓이 아니야!!! 언제까지  일을 가지고 이렇게 지랄할 거야! 강등당해서 단원이 된 게 그렇게 억울하면 날 쳐 죽이고 내 자리를 꿰차란 말이야!!! 그런 식으로 꼽주면서 비아냥거리지 말고 말이야! 날 그렇게 비웃으면 즐거워?! 엉!!!”

“하- 꼽준다고? 그래 그렇게 느껴진다면어쩔 수 없는데, 내가그녀들의 죽음으로 강등당한 거?  그런  전혀 억울하지 않아. 모든 잘못은 나에게 있으니까. 그래. 튜테 너에게 과거의 두 사람을, 이번에 죽은 두 사람처럼 너와 한팀으로 묶어버린 잘못 말이야.”

으드득!!!

튜테 언니가 이를 강하게 갈았다.  눈을 치켜뜨고는 레오나 언니를 잡아먹을 듯 노려보고 있었다.

“나…. 때문에  사람이…. 아니 네 사람이 죽었다…. 그리 이야기 하고 싶은 거냐?”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해 보시지? 너 같이 동료 잡아먹는 년이랑은 상종하기도 싫어. 여기 남은 미녜랑 유나가 아니었으면,  벌써 다른 팀에 들어갔을 거야.”

“야 레오나!!!”

“뭐!!!”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튜테 언니가 무기를 꺼내 들었고 레오나 언니 역시 무기를 꺼냈다.
하는  없었다. 지금 두 사람이 무기를 맞대고싸우면 일이 복잡해진다.
난 레오나 언니의 옆으로 가서 그녀의 검을  손을 강하게 잡으며 그녀를 말렸다.

“그만. 지금 이럴 때가 아니에요.”

“이거 놔! 너도 위험해! 이딴 팀에  파견 같은 걸 나온 거야! 조금만 있었으면 알아서 해체되었을 텐데!!! 왜 사서 위험한 곳에 오는 거야 이 멍청한 년아!”

“알았으니까 무기 내려놓고 이야기하자고요! 튜테 언니. 언니도 무기 내려놔요. 미녜, 유나 언니 튜테언니 말려요!!!”

“아, 알았어.”

“응!”

나와 남은 두 사람이 전력을 다해 두 사람의 거리를 벌리고 어떻게든 일촉즉발의 상황만큼은 말릴 수 있었다.
그 뒤 미녜, 유나 두 사람이 레오나 언니와 함께 물건을 분류하기로 했고. 내가 자처해서 튜테 언니를 따라가겠다고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레오나 언니는 그것도 불만인 듯한 표정이었지만, 내가 강하게 만류하자 더 반목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보부상들의 신병을 유도해서 숲으 끝자락으로 이동한 뒤 그곳에서 밧줄을 풀어 주고는 목숨은 살려 추방했다.
놈들은 비록 물건은 빼앗겼지만, 무사히 풀려나서 목숨을 살려주어 고맙다는 말과 함께 그곳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미안해…. 꼴사나운 모습을 보여서.”

“네? 아…. 아니에요. 두 사람 모두 오해가 많아 보이는데…. 풀지 않으면 언제  터질까 겁나긴 하네요.”

“오해…. 그래……. 오해지.”

“저…. 이야기 들어 드릴 수도 있는데.”

“아니야…. 레오나 말이 맞을 수도 있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과거에 두 사람은 비록 내가 연루되었다고는 해도 그댄 내가 단원이었고 명령을 내릴 처지도 아니었으니 넘어간다 치더라도 이번에는 확실히 내 실책이니까.”

“과거…. 두 사람의 죽음….”

“너무 깊이 알 거 없어. 넌…. 어디까지나 파견 나온 사람이니까.”

“아…. 알았어요.”

마지막에 고개를 돌릴 때 그녀의 표정은 매우 슬퍼 보였다.
일은 성공적으로 완수되었고 보부상을 털어온 물품의 일정 금액이 우리에게 포상으로 쥐어졌다.
제법 많은 돈이 생겨그것을 들고 주점으로 향했다. 도중에  사람을 불러서.
두 사람의 일에 필요 이상으로 관여할 필요는 없으나…. 사람 궁금하게 하고 이렇게 끝내니  뭣 같다.
하는 수 없이 튜테 언니와 가장 친한 친구의 도움을 받기로 하고 그녀를 주점으로 불러냈다.
바로 카밀라다.

“뭔데 네가 나한테 술을 사주는 거야? 원래 반대로 해야 하는  아닌가?”

“내 술통을 감당할 수 없다면서?”

“아…. 그건 그래. 뭐….  친애하는 부하가 술을 사준다는데 감사히 먹어 줘야지.”

그렇게 카밀라와 함께 술을 들이키면서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자기 앞의 안주를 하나 물고는 카밀라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말해.”

“뭐…. 뭘?”

“그냥 술만 사주는 거라고? 지랄하네. 빨리 말해. 안 그러면 그냥 간다?”

“아. 알았어…. 눈치 빠를 년 진짜….”

“이런 자리가 뭐 처음인  아나.  너무 무시하는  아니야?”

“그렇긴…. 하겠네.”

뭐 그렇다고 하니 오히려 이야기 꺼내기는 더 쉬웠다.
튜테 언니와 레오나 언니 사이에 일어난 일,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하여 불러냈다고 하자 카밀라가 잠시 고민을 했다.

“이거…. 튜테랑 내가 친하다 보니까 내 주관적인 입김이 좀 있는 내용이거든? 그러니까 알아서 걸러서 들어야 한다?”

“아, 알았어.”

“그리고. 앞으로 두 번. 술 사주는 거  번 더 달아 둔다. 한 번으로 대신하기엔 어림도 없지.”

“아. 진짜…. 알았다고! 이야기나 해줘.”

“그러지 흠-”

그렇게 시작된 카밀라의 좀 더 자세한 과거의 이야기.
임무를 받아서 파견된 레오나 팀의  사람, 그중 두 사람은 죽고 튜테 혼자만 살아 돌아온 것에 관한 내용이 먼저 시작되었다.
반년전에 일어난 사고로, 당시 활발하고 도전적인 성격을 가진 세 사람의 단원이 내기 경기를 하다가 이 사달을 내었다고 한다.
내기 경기는 임무가 마수 사냥일 경우 자주 일어나는데 대상인 마수를 누가 얼마나  많이 사냥하냐를 두고 겨루는 것이다.
이긴 사람이 이번 임무 보수의 절반을 가지고 나머지 절반을 두 사람이 나누어 가지는 것으로 경기가 시작되었고 누구보다 많은 마수를 잡기 위해 두 사람이 너무 깊은 곳에 들어갔다가 시체가 되어 돌아온 일이다.
당시 튜테는 오른손에 상처를 입고 있었기에 경기는 남은  사람에게 헌납할 생각으로 쉬엄쉬엄 사냥하고 있었는데 두 사람이 너무 오랜 시간 동안 돌아오지 않아 급한 마음에 바로 아지트에 돌아와 보고를 올린 것이다.
그리고 찾아낸것이 싸늘하게 식어버린 두 사람의 시체였다.
당시 튜테가 두 사람을 도와서 깊은 곳에 갔었다면 세사람 모두 생환했을 거라는 주장도 있었지만, 이미 벌어진 일에 왈가왈부를 더 해서 뭤하냐는 제이슨의 일축으로  문제가 정리되었다.
결과로 레오나는 팀의 일원들을 제대로 이끌지 못했다는 내용을 뒤집어쓰고 강등, 그리고 가장 먼저 팀의 변고를알아채고 재빠른 행동으로 아지트에 알린 튜테가 간부로 승격하였다.

“여기까지 과거의 이야기야. 물론 그때 튜테가 잘못이 없었다고는 할 수 없어. 하지만 그녀는 손에 상처를 입고 있었고 사냥 속도고 조금 떨어진 상태였지, 두 사람이 너무 열을 내서 깊은 곳에 들어간 것도 화근이야.”

“확실히…. 누구의 잘못이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네. 레오나 언니가 강등된 것은 조금 심한 감이 있지만.”

“동료의 죽음 만큼 간부의 책임이 따르는 일이 없어 그 때문에 당시 간부였던 나와 두령인 우르자인 언니도 크게 문책을 받았어.”

“후….”

저절로 술이 넘어가는 이야기였다.
잠시 숨을 고른 그녀는 이번에는 얼마 전에 일어난, 바논의 탈주로 인해 생겨난 배신자 수색에서 일어난 그 사건을 알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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