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8화 〉29화, 튜테팀의 과거 (28/70)


〈 28화 〉29화, 튜테팀의 과거

찌릿!

찌릿!!!

앞서 나가는 사람들이 뒤에 신경을 쓰지않으려고 하지만, 무의식중에 눈길이 가는지 다들 힐끔힐끔 이쪽을 보고 있다.
그야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지금 나와 이 옆에 있는 개 싸가지의 기세 싸움이 한창이기 때문이었다.
내가 노려보자 지지 않겠다는 듯 나를 마주 노려보는  여자, 레오나.
나이는 먹을 만큼 먹어 성숙해 보이는데 성격은 아주 개차반에 밴댕이 소갈딱지보다 더 좁다.
자기가 먼저 때려 놓고 자존심은 어찌 그리 센지 아주 이를 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올 정도다.

“곧 슬라임 서식지다. 다들 집중해.”

선두에서 튜테 언니의 명령이 떨어지니 저년의 눈빛이  사그라들긴 했는데, 그래도 그 눈빛이 한 번씩은  내 쪽을 향하며 날카롭게 빛났다.

‘괜히 건드렸나. 미친년인 줄 알았으면  참았을텐데.’

순간 나 역시 화가 치밀어 저년의 복부를 샌드백 치듯이 시원하게 갈기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개 같은 성격일 줄 알았으면 개한테 물린 셈 치고 그냥 넘어갈  그랬다.
그래도 이미 벌어진 일이니 어쩌랴, 이젠 내가 저년한테 지고 들어가거나 저년이 내 밑으로 지고 들어오거나 둘 중 하나만 남았다.
그런데 난 저년에게 지고 들어갈 생각이 전혀  1도 없으니 남은 건 기세 싸움에서 어떻게 이기냐는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 영양가 없이 등을 맡겨야 할 수도 있는 동료와 계속 반목을 하는 것도 좋은 선택은 아니다.
그런데 저년의 저 눈을 보면 그런 건 전혀 생각하지 않는 듯한 표정이다.
괜히 미친년을 건드는 바람에 동행 길이 아주 지랄발광이 펼쳐질 전망이다.
레오나 년의 눈빛을 받으며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피고 있을 때, 전방을 살피던 튜테 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슬라임이다.”

파란색의 몸을 엉기적엉기적 움직이는 물컹한 덩어리 두 개, 거대한 액체 괴물인 슬라임이다.
기본적으로 물리 공격에 강한 내성이 있기에, 웬만한 물리 공격력으로는 녀석을 쓰러트릴 수가 없다.
마법으로 공격하거나 무기에 슬라임이약점인 화염 속성 인첸트를 부여해 공격하는 것이 가장 무난한 사냥법이다.

“둘이네요. 저랑 미녜가 하나씩 처리하죠.”

“단기형 인첸트 스크롤 챙겨 놓았으니 하나씩 받아요.”

인첸트 스크롤을 나누어 주는 미녜, 그리고 전투의 허락을 받고 움직일 준비에 들어가는 유나.
 사람 모두 튜테의 명령에 매우 순종적인 모습을 보인다. 어디에 누구와는 다르게 말이다.
지속시간이 짧지만, 그 가격이 저렴한 화염 속성 인첸트 스크롤로 무기에 화염 속성을 부여한  사람은 조용하고 날렵한 움직임으로  마리의 슬라임에게 쇄도했다.

브브브븝

특유의 울음소리는 없지만, 액체로  몸에서 기포가 올라오는 듯한 이상한 소음을 내며 미녜, 유나의 접근을 알아차린  슬라임.
그중  마리는 당황한 건지 바로 그녀들의 공격에 반응하지 못하였다.

피슈우우우!!!

미녜의 검이 슬라임의 몸을 간단하게 꿰뚫었다.
그러자 화염 속성이 인첸트 된 검에서부터 수증기가 일어나 슬라임의몸을 증발시키기 시작한다.
남은  마리의 슬라임은 그녀들의 접근을 눈치채고 재빠르게 몸을 뒤로 튀어 올렸다.
그러나 녀석의 그런 행동보다. 접근해서 공격을 가한 유나의행동이 더 빨랐다.

피유우우우!!!

놈 역시 검에 꼬치처럼 궤여 수증기를 일으키며 점점 몸을 증발시켜간다.
그러게 조금 시간이 지나니 놈들의 투명한  중앙에 불투명한 뭔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슬라임들의생명인 핵이다. 이 핵을 부수면 슬라임은 그대로 즉사한다.
다만. 핵만 멀쩡하다면 언제 어디서라도 수분만 공급할 수 있다는 가정하에 절대 죽지 않는 마수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 슬라임의핵이 부산물의 핵심이었다.
몸을 증발시키고 핵만 안전하게 취하여 수분이 없는 주머니에 넣고 마법 실험의 재료로 파는 것이다.
화염 마법의 경우 힘을 조절하지 못해 핵까지 부수어 버릴 수도 있기에 이렇게 근접전에서 몸을 서서히 증발시켜서 핵을 취하는 것이 가장 핵의 상태를 안전하게 유지하는 방법이다.
마치 교과서에서 배운듯한 깔끔한 솜씨의 두 사람의 행동, 그렇게 두 개의 슬라임 핵이완벽한 모양으로 채취되었다.

“둘  잘했어. 슬라임 핵은 주머니에 넣고 다시 이동한다.”

“알았어요.”

“네. 언니.”

“다음번에는 레오나, 그리고 이루스가 해봐.”

“알겠어요. 언니.”

“흥….”

역시나 이번에도 레오나의 대답은 콧방귀였다.이쯤 되면 이 여자를 왜 데리고 왔는지가 의문일 정도다.
슬라임 서식지를  시간 정도 이동하니 전방의 튜테 언니가 모두를 멈춰 새웠다.

“여기서 잠시 쉰다. 슬라임 서식지는 범위가 넓고 지리를 잘 알지 못하면 헤매고 말지. 그리고 슬라임들이 주변에 페로몬을 잔뜩 뿌리기 때문에 지치거나 과호흡으로 그것을 너무 많이 들이쉬면 좋지 못한 꼴을 보게 된다.”

“다 아는 사실을 주저리주저리 떠들 필요가 있나?”

“레오나 너랑 다른 아이들은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이루스는 오늘 처음 슬라임 서식지에 오는 거야. 차근차근 하나씩 알려 줘야지.”

“이래서 신입은….”

사실 나 역시 알고 있는 사실이긴 하다. 이곳에 오기 전에 카밀라가 구두 학습을 시켰으니까.
다만 가르쳐주는 사람의 성의가 있는데 알고도 모르는 척을 해야지, 괜히 다 안다고 배울 필요가 없다고 해봐야 관계만 이상하게 변한다.
그런 줄도 모르고 괜히 옆에서 사람 속을 긁어놓는 레오나가 더 짜증 나게 느껴진다.
내가 그녀를 노골적으로 노려보고 있으니 미녜가 다가와 내 어깨를 두드렸다.

“물 뜨러 갈까? 가까운 곳에 맑은 냇가가 있거든.”

“아…. 네. 같이 가요.”

잘 되었다. 여기 계속 있어 봐야. 레오나랑 기세 싸움이나 해서 분위기만 계속 해칠 것이다.
미녜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가까운 냇가에 이동했다.
정말 그녀의 말대로 맑고 깨끗한 냇가였다. 흐르는 물 위에 내 얼굴이 거울과 같이 비췄다.

“이렇게 맑은 냇물을 처음 보내요.”

“슬라임들은 자기들이 서식하는 곳의 물을 깔끔하고 맑게 유지하려는 습성이 있거든, 놈들이  징그러워 보여도 그 수분들은  깨끗하고 맑은 물로 이루어져 있어. 이  역시 슬라임들이 깨끗하게 정화한 물이야.”

“위험하지는 않아요?”

“전혀. 슬라임의 상위 개체인 포이즌 슬라임이라면 모를까 일반 슬라임에게는  같은 것이 없어 오히려 아주 깔끔한 녀석들이야. 몸을 잠시 단단하게 해서 물리 공격을 해오긴 하지만, 레벨보다 그리 대단한 공격성은 없지. 다만 여자들에게는 조금 위험한 마수이긴 해.”

듣지 않아도  수 있었다. 카밀라가 이미 나에게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슬라임은 무성 번식을 하며 자신의몸에 필요 이상의 영양이 축적되었을 때 2세를 생산한다.
2세 생산은 작은 핵을 몸에서 분리해 내는 것으로 이루어지며 이 핵이  자라면 슬라임으로 변화한다.
동굴 안(안전함), 바위의 틈(습하고 따듯함), 또는 물이 가득 고여 있는 우물의 안쪽(수분이 많음) 같은 곳이 이것들의 주 번식장소이다.
그리고 습기와 수분, 안전함, 추가로 적절한 온기까지 가지고 있는 여인의 자궁은 그것들이 바라는 최적의 장소이다.
해서 이것들도 나름 생물이라고 여름에 강우량이 많을 때 번식기가 찾아오는데 이때가 슬라임이 가장 활발하고 여성에게 위험할 시기이다.
원래는 자기들끼리 뭉치는 것을 모르는 저급하고 머리 나쁜 마수인데. 이때만 되면 자기들끼리 몸을 한데 모여 거대 슬라임이라는 상위 개체로 변화한다.
20, 25레벨에 약하고 공격성도 전혀 없는 슬라임이 90에서 100레벨대의 무시무시한 마수가 되며 공격성, 그리고 흉포함까지 늘어나는 시기다.
이때는 슬라임의 숲으로 여성은 절대 가지 않는다는 도적단만의 법도 있다.
하여튼, 슬라임은 여성 한정, 발정기에 정말 조심해야 하는 놈들이다.
거기에 일반적으로는 절대 일어나지 않지만, 강제적으로 놈들을 발정시키는 방법이 있기도 했다.
수분을 가득 내포하고 있는 과일이나 일정한 등급 이상의 물 마법으로 공격을 가하면 강제로 발정상태를 유도할 수는 있다는데, 정신이 나가거나 여성을 괴롭히고 싶은 외도가 아닌  그러한 행동을 일부러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알려줘서 고마워요. 미녜.”

“응. 우리 팀이 많이 줄어들어서 요즘 침체기야. 이루스 네가 와서 참 다행이라고. 잘못했으면 우리 팀이 붕괴해서 갈기 갈리 찢어질 위기였어.”

“그 정도였나요?”

“한 팀의 최소 인원은 여덟 명으로,  정도는 되어야 네 명은 임무에, 그리고 나머지  명은 휴식을 취할 수 있거든. 그런데 이번에 우리 팀 구성원이  명이나 목숨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이제 튜테 언니랑 나, 유나 언니랑 레오나 언니밖에 남지 않았거든.”

“네…. 명?”

그녀의 말대로라면 원래 그녀들의 팀은여섯 명이었다는 것이 된다.
그녀가 직접 한 팀의 인원은 여덟 명이 최소 인원이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지금 튜테 언니의 팀은 원래부터 결원이 있던 상황에 아등바등 버텨왔다는 것이다.

“우리가 여섯이긴 했어도 임무에 지장을 주거나 하는 일은 거의 없어서 대 두령이 따로 팀의 해산을 명령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역시나 두 명이 죽는 바람에 해체 명령이 떨어지기 직전이었어. 카밀라 간부랑 미스틸 간부가 도와주지 않았으면 우린 두 사람의 팀으로 각각 들어갔을 거야. 튜테 언니도 일반 단원으로 강등당했겠지.”

“인원을 빌려주어서 그걸 채웠다는 거군요.”

“응. 미스틸 팀에서 파견 나온 사람은 지금 쉬고 있어. 어제 막 임무를 끝내고 돌아왔기에 바로 불러오기 좀 그랬나 봐.”

새로운 인원이 충당될 때까지 다른 팀이 인원을 빌려주어 최소한의 활동이 가능한 상태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쩌다가 사람이 둘이나 죽게 된 것일까…. 수색 작업이 그리 위험한 내용은 아니었는데.

“궁금하다는 표정이네…. 알고 싶어?”

“아…. 시간이 괜찮다면요.”

“음…. 저기 이루스. 먼저 우리 제대로 통성명부터 할까? 아까부터 존댓말 하는 거 조금 낯간지러워.”

“아…. 미안해요. 전 이루스고 스물둘이에요.”

“어머? 정말?! 나랑 동갑이었네. 정말 반갑다.  미녜야. 나도 스물둘이고 튜테 언니 팀에서는 지원, 갈무리 등등 아직은 조금 부족해서 이런 일만 맡아서 하는 막내야.”

“아…. 그렇다면 말을 놔도 될까…?”

“당연히 되고말고, 새로운 인원이 올 때까지는 같은 팀의 동료인데 우리 친하게 지내자.”

“그래…. 반가워 미녜.”

“응!”

나와 미녜는 서로 손을 내밀어 꽉 마주 잡았다. 그리고는 정말 기분이 좋다는 듯 위아래로 흔들어 대는 미녜의 행동이 잠시 중심을 잃을 뻔했다.

“그러니까…. 어디 가지 이야기했더라? 아. 맞아 두 사람이 죽은 이유…. 음…. 조금 과거로 돌아가야 하는데 이루스 네가 오기 전, 그러니까 한 반년 정도 전에는 이 팀의 이름이 튜테팀이 아니라 레오나 팀이었어.”

“헉!”

“놀라는 것도 당연하지. 지금은 저런 모습이지만, 과거에는 존경받는 간부였고 엄청 잘나가는 언니였어. 튜테 언니와도 사이가 좋았고.”

“그런데 어쩌다가  사람이 저렇게 다투는 사이가 된 거야? 그리고 위치도 바뀐 거고?”

“레오나 언니가 다 좋은데 임무에서 항상 다혈질적인 모습을 자주 보여서 큰 실책을 범했거든, 그때 팀의 인원이 둘 줄어서 지금까지도 이어져 온 거고 그 일을 기점으로 레오나 언니는 단원으로 강등, 레오나 언니 바로 다음으로 레벨이 높았던 튜테 언니가 팀을 이끄는 간부가 되었어.”

“실패와…. 두 사람의 죽음…. 강등당해도 할 말이 없긴 하겠네.”

“당시까지는 레오나 언니도 자기 잘못이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별문제 없이 단원으로 행동을 해왔는데, 튜테 언니의 방식이 자신과 맞지 않아서 다소 다툼이 많이 있긴 했어. 그래도 선을 넘어서 큰 싸움을 벌이거나 팀의 분위기를 필요 이상으로 망치지는 않았는데…. 이번에 두 사람이 죽어버리는 상황이 일어나서 상황이 크게 변한 거야.”

“튜테 언니의 잘못된 판단으로 죽은 거야?”

“잘못된 판단은 아니었어. 다만 두 사람이 너무 상황을 쉽게만 보다가 필요 이상으로 깊숙한 곳까지 수색했고 돌아오지 못한 채 뒤이어 따라온 수색대에 의해 시체로 발견되어 돌아온  문제가 되었지. 사실…. 튜테 언니는 두 사람을 따라 같이 이동하고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두 사람과 거리가 멀어지는 바람에 그 한순간의 잘못으로  사람이 목숨을 잃어버린 거야.”

“음….”

“그리고…. 레오나 언니가 이렇게 튜테와 반목하는 이유는…. 과거에 두 사람이 죽었을 때도  사람들과 튜테 언니가 같이 있었거든, 우연의 일치일 뿐인데…. 튜테 언니가 잘못한 거라면서 레오나 언니가 화를 내는 거야.”

“…….”

충분히 오해하고도 남을 상황이긴 하지만…. 레오나의 싹수없는 태도가 이 이야기로 인해서 정당성을 찾을 수는 없었다.
내가 초반에 좀 날을 세우긴 했지만…. 그게 그렇게까지 화낼 일인가? 한 번씩 주고받았으면 되었지….
미녜의 설명을 듣고 싱숭생숭한 마음이 되어 나와 그녀는 다시 일행들과 합류 하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