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7화 〉28화, 튜테팀 (27/70)



〈 27화 〉28화, 튜테팀

그의 죽음에서 정확히 하루가 지났다.
그가 보고 싶다거나 그런 감정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내 기분은 최악이다.

“크아!!!”

난 최악의 기분을 풀기 위해 마수를 사냥했다. 고블린과 고블린 워리어는 이제 내 사냥감일 뿐이고 미노타우로스가 나온다는 리저드맨의 숲 역시 내 사냥 범위로 넓어졌다.

쿵!!!

[레벨 상승]

거대한 미노타우로스의 몸이 쓰러짐과 동시에  레벨이 상승했다.
온몸에서 느껴지는 활력을 느끼며 다시 몸을 움직였다.
바논의 레벨을 흡수하고 방금 올라간 레벨로 인해  현재 레벨은 40에 도달했다.
여성 단원중에 가장 레벨이 높은 베로니와 8 차이밖에 나지 않게 된 것이다.
덕분에 리저드맨 사냥에 전혀 문제가 없었고 방금 쓰러진 미노타우로스도 혼자 있다면 충분히 겨루어 볼만했다.

“윽!”

그러나 역시 너무 무리했는지 몸 이곳저곳에서 괴로운 비명을 질러댔다.
오늘 하루 사냥한 수중의 물건들, 수많은 고블린, 고블린 워리어의 어금니와 리저드맨의 손톱, 그리고 지금 막 사냥에 성공한 미노타우로스의 뿔. 이미 가방은 한계를 넘어가고 있다.
미노타우로스의 뿔을 넣을 공간조차 없어 손에 들고 움직여야 했다.
기분은 아직 안 좋았지만, 이제 더 사냥해도 들고 갈 수가 없기에 되돌아가야 했다.
아지트에 돌아와 정산을 담당하는 정산소에 가니 도적단 단원들이 늘어져 있었다.
바논의 사형을 본 녀석들은 조금 빠릿빠릿해지는가 싶더니 벌써 이 꼴이 되었다.

쿵!!!

“뭐, 뭐야?!”

괜히 심술이 나서 놈들의 휴식을 방해하려고 일부러 크게 내 가방을 탁자에 올려두었다.
놀라서 일어난 녀석은 얼굴이 썩어들어가다가 내 가방 안의 내용물을 보고는 혀를 내둘렀다.

“미친….  뭐 마수하고 원수졌어? 사람이 하루 만에 잡아 올 양이냐?”

“시끄럽고 어서 정산이나 해줘.”

“알았다 알았어. 이건 또 뭐야? 미노타우로스의 뿔? 진짜. 작정하고 다녀왔군. 야! 이거 정산 좀 해라.”

“나 바쁜 거 안보이냐? 네가 해!”

“시부럴…. 어디 보자. 고블린의 어금니랑…. 워리어 어금니…. 손톱에 뿔에…. 에…. 그러니까….”

가방은 마수의 부산물에서 도적단에서 사용하는 기프트로 태워졌다.
너무 큰 금액의 기프트는 사용하기 힘드니 10 실버 씩 나누어 기프트로 달라고 했더니 기프트가 거의 스물이 넘었다.
10 실버는 주점에서 가장 비싼 안주, 그리고 내가 마시는 잔(맥주 한 통)으로  잔의 술을 마실  있는 큰돈이다.
내가 살던 곳의 돈으로 치자면 한 10만 원 상당의 금액으로 칠 수 있으리라.
사냥 한번 갔다 와서  100만이 넘는 돈을 벌어 온 것이다. 이거야 원…. 이젠 블랙 기업 시절로 돌아갈 수나 있을지 좀 의문이 들어온다.
환전받은 돈으로 주점을 찾아가 진탕 한잔 마시고 주변에서 같이 마시자는 남정네들의 불쾌한 눈동자를 즐거이 받아준다.
다들 흑심이 느껴지는 눈빛이다. 그러나 누구도 날 술로 이길 수 없기에 저들이 먼저 취해 쓰러질 뿐이었다.

“오늘도 다 쓰러졌군. 많이 마셔주는 건 고마운데 몸 생각도  하라고.”

“킥…. 마스터. 오늘도 잘 마시고 가요.”

“그래.”

주점을 나와 방으로 향한다. 술기운이 올라오니 머릿속이 지워지는 기분이다.
이런 상태가 되었는데도 우정을 나눈 놈의 얼굴이 더 또렷하게 떠올랐다.
이 상태는 조금 오래갈 것 같았다. 아무래도 이곳에서 정을 나눈 친구의 마지막이었으니까.

“어? 마침 오는 중이었네. 잠깐 대화  할까?”

“튜테 간부님?”

“그래 나야.”

술기운에 잠시 누가 다가온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내 뒤로 다가온 튜테가  불러 세웠다.
생글생글하게 웃는 모습이  매력적인 여성이다.
그녀는 예의 웃음을 유지하며 나에게 다가와  방의 문을 열어 주었다.

“많이 마셨나 봐?”

“그렇게 되었네요. 용건은 안에서 들어도 좋죠?”

“그래. 마침 나도 네 방이 좀 궁금하던 차였어. 우리 여 단원들은 정말 끈끈한 유대가 부족해서 서로의 방을 구경시켜주지 않는단 말이지.”

“소녀 같은 감성이 없는 거 아닐까요? 다들 목숨 걸고 있는 거니까.”

“소녀 감성? 오. 그거 말이 되는군. 맞아 우리 도적단 년들에게는 그게 없어. 확실해.”

“그거 자폭이에요 간부님.”

“아…. 씁…. 맞아 나도 그 도적단 년들 중에 하나지.”

유쾌한 여자였다. 물론 그렇다고 바논이 잊히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녀에게 집중 할 수 있도록 확실한 존재감이 느껴진다.

“오? 여기가 이루스의 방이야? 정리 잘하고 있네?”

“이게요?”

이불은 아무렇게나 어질러져 있고 테이블 위에는 내가 먹다 남은 음식이 아직 남아 있다.
그리고 내가 벗어둔 옷가지가 방에 어질러져 있는데 이게 정리를   거라고?

“내 방만해도 이거에 한 세배? 아니다 다섯 배는 어질러져 있어. 너 카밀라 방에서 생활했었잖아? 그년도 제법 어지르는 것 선수인데.”

“잘 치우던데요. 카밀라….”

“네 앞이라서 내숭 덜었나 보네. 내가 카밀라랑 친해서 잘 알아. 겉으로는 잘 꾸미고 여성스럽게 다니는 년인데 혼자 있으면 좆나 털털한 년이야. 나중에 한 번 불시에 방문해봐  말이 맞는다는  알게 될 거야.”

“푸훕….”

그 뒤 우리는 잠시 그녀의 용건을 듣기 전에 가벼운 대화로 분위기를 좋게 만들었다.
나이는 몇이냐. 좋아하는 건 뭐냐. 여기에서 외롭지는 않으냐 등등
그녀는 좋게 말하면 상대를 사귀고자 하는 성격이고 나쁘게 말하면 참견이 많은 성격이었다.
다만 그녀가 참견하는 것 대부분은 내 겉으로 드러나는 것뿐이었지 개인적인 사정…. 부모와 그 왜 다른 콤플렉스 같은 것들은 캐묻지 않았다.
그리고 바논의 죽음에 대해서는 그녀는 딱히 이야기하지 않았다.
대충 분위기가 무르익자 그녀는  더 친근하게 말을 꺼내왔다.

“그럼 내가 세 살이나 언니네? 간부님 말고 편하게 언니라고 불러줄래?”

“그래도 돼요? 괜히 문제 생기지 않을지….”

“괜찮아.  팀도 다들  언니라고 부르는걸.  이야기하니까 내 휘하에 나보다 나이 많은 언니가 하나 있는데  힘들어. 나이 많은 사람 부리는 게 참 그렇더라.”

“여기나…. 저기나 그런 건 비슷하네요.”

“그렇지? 사람 사는 게  비슷한 거지 뭐.”

“그렇네요.”

“아…. 시간을 너무 빼앗았나. 용건 이야기하고 슬슬 나가줄게.”

“괜찮아요. 덕분에 기분이  나아졌거든요. 용건이 뭐였나요?”

잠시 숨을 고른 튜테가조금 진지해진 얼굴이 되어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번에 말한 대로 우리 팀의 인원이 적어져서 말이야. 카밀라한테 허락은 받았는데 아직 제이슨 대 두령의 허가는 떨어지지 않고 있었거든, 그런데 오늘 막 허가가 떨어졌어. 내일이랑 모래 우리 팀이 모종의 임무를 가지고 마수의 숲으로 가는데 그때 동행해서 우릴 좀 도와주면 돼.”

“이미 카밀라랑 대 두령이 허락했으니 당연히 따라야죠.”

“아니, 아니. 난 그런  싫어한다고. 일단 허가는 떨어졌지만, 네가 싫다고 하면 다른 사람을 빌려올 수도 있으니까. 어때? 도와줄래?”

“네. 도와드릴게요. 튜테언니.”

“아하! 좋아. 성격도 시원하고 참 마음에 든다니까. 카밀라 말고 내 밑에 있었으면 내가 더 사랑해 줬을 텐데.”

“닭살 돋아요. 저 그런 취미도 없고.”

“뭔 소리야. 나도 그런 취미 없거든! 그냥 친동생처럼 아껴준다는 뜻이라고.”

“오해할만해요. 사랑해 준다니….”

“그런가…. 음…. 조심하지 뭐.”

손을 흔들며 방문을 열고 횅하니 밖으로 나가 버리는 튜테.
그녀의 마지막 움직이는 길에 바람을 타고 전해지는 향수 냄새가 방에 배었다.

“언니라….”

다른 건 몰라도 여유가 넘치는 성숙한 여인의 향이 그녀에게서 느껴졌다.
지금 내가 너무 조급해하고 있는 것이 다 부질없게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

도적단 아지트에서 마수의 숲으로 통하는 길목은 총  개가 있다.
하나는 고블린 서식지와 스틸베어 서식지로 통하는 동쪽 마수의 숲.
또 하나는 리저드맨 서식지와 미노타우로스, 키메라가 서식하는 서쪽 마수의 숲이다.
또 다른 하나는 슬라임과 리빙아머, 골렘이 서식하는 북쪽 마수의 숲이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어스드래곤과 와이번이 서식하는 위험한 남쪽 마수의 숲으로 이곳으로 통하는 길만은 다른 길과 다르게 막혀 있다.
위험한 곳이기에 괜히 어스드래곤과 와이번을 자극하는 일이 없도록 미연에 방지한 것이다.
어스드래곤과 와이번의 경우 레벨이 400이 넘어가는 진짜 괴물들이다.
이곳은 대 두령 제이슨조차 목숨을 장담할 수 없는 곳이라 더더욱 일반 대원들이 들어가지 목하게 엄중하게 막아두고 그 앞을 거대한 바위로 완전히 봉해둔 곳이다.
와이번이야 자기들 서식지를 잘 떠나지 않지만 어스드래곤의 활동반경은 꽤 넓으므로 이리 시야에서 사람이 보이지 않게 잘 막아두어야 위협이 없었다.
 네 개의 갈림길 중에 슬라임과 리빙아머, 그리고 골렘 서식지로 통하는 북쪽 숲의 입구에 다섯 명의 여성이  있었다.
간부 튜테를 비롯한 그녀를 따르는 튜테팀의 인원 셋, 그리고 남은 하나는 바로 이루스였다.
인원들의 면면을 살핀 튜테는 그들의 앞에 서서 오늘 해야 하는 일정에 관해 설명했다.

“슬라임 서식지에 우리와 거래를 하지 않는 다른 상단이 고립되어 있다고 한다. 놈들의 짐을 모조리 털고 살아남은 놈들은 되도록 죽이지 않고 밖으로 쫓아내라는  두령의 명령이 있었어. 정찰조의 말에 따르면 말이 상단이지 개개인이 물품을 등에  보부상이라더군.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요즈음 우리 도적단 짓거리 많이 안 해서 다들 실력이 떨어졌을 수도 있으니 오늘을 기점으로 다시 평가해볼 거야. 그러니까 괜한 짓거리 해서 자기 평가 깎아 먹지 말도록 해.”

예 언니!

“네”

“흥…….”

대답한 두 명의 여자와 이루스, 그런데 세 사람과는 다르에 콧방귀를 끼며 대답을 하지 않는 사람이 있었다.
이루스의 바로 옆자리의 여성이다. 주황빛이 감도는 긴 머리카락, 그리고 잘 단련된 몸을 하고 있었으나 확실히 다른 사람에 비해 나이가 많아 보이는 성숙하기 그지 없는 여성이다.
이루스가 그녀를 살짝 바라보니 그녀는 바로 이루스를 향해 눈을 흘겨왔다.

‘뭐야 이 싸가지없는 년은.’

이젠 이루스 그녀도 이런 도발에는 너무도 익숙해져 있었기에 그녀는 그 눈빛을 가볍게 넘겨 버렸다.
그리고는 히죽 하고 웃으며 그녀를 역으로 도발하니 주황빛 머리의 여성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너  얼굴 뭐야?”

“내가 뭘요?”

“싸가지 좆나 없네? 너 들어온 지 얼마  되는 신입 아니야? 선배한테 버릇없이 쪼개?”

“이상한 트집 잡지 마세요. 그리고 신입이긴 한데 같은 팀 소속도 아니고 잠시 파견 나온 건데 예의는 적당히 따져도 되지 않나요?”

“하…. 이젠 이딴 년까지  무시하고 지랄이네?”

훅!!!

텁!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루스를 향해  주황빛 머리 여성이 손을 강하게 휘둘렀다.
손바닥으로 뺨을 때리는 것도 아니고 주먹 강하게 쥐고 휘두른 것이다.
다만 이루스는 그것을 보고 어렵지 않게 손바닥으로 받아 내어  화를 피할 수 있었다.

“야! 레오나!!! 그만두지 못해!”

“하…. 뭔데 간부. 당신이  이년을 감싸? 못 봤어?  개씨발 년이 나한테 눈 흘기는 거.”

“그만두지 못해! 먼저 시비를  건 너잖아!”

“씨발…. 개 같이 구네. 같은 팀원도 감싸주지 않는 간부 밑에 있어야 한다니.”

주먹을 물리는 레오나라 불린 여성. 하지만 그녀의 화살은 이루스를 떠나 다른 곳으로 향했다.
레오나는 자리를 옮겨 튜테의 앞으로 이동했다.
그리고는 그녀를 내려다보면서 대놓고 무서운 눈빛을 쏘아내고 있었다.

“간부면 간부답게 좀 해주면 안 될까? 아…. 간부가 된 지 얼마 안 돼서 그건 무리려나?”

“닥치지 못해? 지금 너 하극상하는 거다!!!”

“지랄하네. 하극상하려면 좀 더 제대로 했지. 미안한데 간부. 나 건드리지 좀 마. 괜히 간부 위세를 보이려고  네 마음대로 할  있게 만들려 하지 말란 말이야.”

“하…. 넌 진짜.”

자기 할 말을 다 끝낸 레오나가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왔다.
돌아가는 길에 레오나는 다른 사람이 보이지 않는 위치에서 이루스의 정강이를 강하게 가격했다.

“큽!!!”

생각보다 그 발길질이 묵직했는지 이루스가 신음성을 내었고 그것을 모두가 다 들었다.
레오나는 모르쇠로 일관하며 고개를 다른 곳으로 돌렸고이루스는 괜찮다는  자세를 바로했다.

“야. 신입, 너 처신 똑바로 해라.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버리는 수가 있어.”

“…….”

“출발한다.”

남들에게 들리지 않게 속닥거리며 튜테의 뒤를 따라가는 레오나, 그런 레오나의 등을 천천히 두드린 이루스
그에 레오나가 몸을 돌리는 순간 그녀는 레오나의 복부를 향해 온 힘을 다한 주먹을 꽃아 넣었다.

퍼억!!!

“으훅!!! 케…. 케헥….”

숨이 막히는지 잠시 그 자리에 멈춰버린레오나.
레오나가  이상한 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뒤로 향하자 이루스가 그런 그녀의 몸을 지탱해 주었다.

“어머. 언니 괜찮아? 몸이 안 좋은 거야?”

누가 봐도 어설픈 연기를 하는 그녀…. 그러나 튜테를 비롯한 다른 두 사람은  사람의 그런 기세 싸움에 끼어들 수가 없었다.
너무도 뜨거울 정도로 불타오르고 있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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