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2화 〉23화, 탈주자 수색. (22/70)



〈 22화 〉23화, 탈주자 수색.

“간밤에 도적단의 의리를 저버리고 한 놈이 탈주했다.”

아침부터 시작된 도적단 사열, 대 두령 제이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으나 두령, 자마칸이 대신 자리하여 도적단 전원에게 말을 전달하고 있었다.

“샅샅이 산을 뒤져서 찾아내라. 그리고 생포해 와라. 배신자에게는 엄중한 처벌을 하여 그 본보기를 보여야 한다. 가라.”

그의 낮은 저음의 목소리가 크게 울리는 듯했다.
전달을 맡은 모든 인원이 일제히 움직였다.
가족과도 같은 자신들을 배신한 탈주자를 잡기 위해 모두가 혈안이 되어 있었다.
페이머스 도적단은 서로 간의 끈끈한 우정은 없어도 절대 서로 배신하지 못하게 하는 대대로 전해지는 지엄한 법이 있었다.
하여  번 페이머스 도적단에 몸담은 이상 죽는 순간이 아니면 절대 도적단을 벗어  수가 없다.
과거에서부터 이어진  지엄한 도적단의 법은 배신자를 절대 용서하지 않았다.
 법에 따라 처형당한 사람은 그 수를 헤아릴  없을 정도로 많았고 합심하여 법에 따라 하나가 된 도적단의 추적을 피한 사람도 없었다.

“허억…. 허억….”

도적단에서 멀리 떨어진 마수의 숲에서 바논이 빠르게 발을 놀려 달리고 있었다.
아침이 되었으니 도적단에서도 자신이 사라진 사실을 알고 있을 터.
추격자가 따라잡기 전해 조금이라도  멀고 안전한 곳에 당도해야 했다.
어머니가 있기에 언제라도 몸을 뺄  있는 준비를 철저히 해두었으나 도적단의 추격은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일단 일차적으로 자신이 도망친 장소를 알기 어렵게 하려고 추적 마법을 피하는 아이템을 장비했다.
잡무 담당으로 상단과 자주 교류를 하던 그였던 지라 이런 마법 아이템을 구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덕분에 사람이 오래 머문 자리에서 그 사람이 이동한 경로를 추적하는 마법 양피지가 먹통이 되어 도적단원들의 빠른 추적이 무산되었다.

“제길…. 마법 아이템을 가진 모양입니다.”

“양피지는 많다. 다시 한번 해봐!”

“어차피 양피지만 버리는 일이라고요 간부님.”

“젠장…. 용의주도한 녀석이로군.”

“우리도 발품 팔아서 수색에 합류하는 게 나을 거 같습니다. 마법으로 편하게 해결해 보려고 하다가 이거 다른 조에 뒤처지기만 했네요.”

“흥. 우리가 빨리 움직이면 다른 조를 추월하는 것은 쉬운 일이지. 가자.”

“예!”

마법의 추적을 피했다 하더라도 지금 그가 위치한 곳은 위험한 마수가 등장하는 숲이었다.
고블린 지역을 넘어 도착할 수 있는 숲을 가장 빨리 빠져나가는 지름길.
다만 이곳은 스틸 베어의 서식지였다.
온몸이 강철처럼 단단하다 하여 이름이 붙여진 마수로,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곰의 다섯  크기를 가진 위험한 마수였다.
기본 레벨이 50부터 시작하는 놈들로 잡식인 곰과 다르게 무조건 육식을 하기에 더더욱 위험했다.
지금 시기는 겨울잠을 자는 마수들이 겨울을 버틸 음식을 내부에 저장하는 시기였다.
그렇기에 지금 이곳을 지나는 것은 자살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바논은 이 역시 충분한 준비를 해 두었다. 상단으로부터 구매한 파파니의 고기를 던지며 이동한 것이다.

“크엉!!!”

“이크…. 조심스럽게 움직여야겠군…. 여기부터는 제아무리 놈들이라도 쉽게 따라오지 못할 거야.”

파파니의 고기는 닭과 비슷하지만 좀 더 크기가 크고 공격적인 마수의 이름이다.
이놈들은 초식하긴 하지만, 자신의 영역을 병적으로 지키기 때문에 동족이 아니면 무조건 선공을 가한다.
고블린처럼 레벨이 높지 않으나, 자웅동체인 놈들은 스스로 번식을 할  있기에  수가 무차별적으로 늘어나는 골치 아픈 마수다.
단, 놈들의 고기는 매우 고가에 팔릴 정도로 그 맛이 뛰어나 식량을 목적으로  수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사냥감이었다.
여기에 하나 더 놈들의 번식력이 뛰어나도  수가 적절하게 조절되는 이유는 스틸베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 이 파파니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겨울잠을 준비하는 스틸베어에게 파파니의 고기 냄새는 참을 수 없는 유혹이었다.
덕분에 인간 따위의 질긴 고기는 거들떠보지도 않게 된 스틸베어가 파파니 고기에 취한 덕분에 바논은 숲을 무사히 행보할 수 있었다.

‘조금만 더 가면 돼. 조금만 더’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이 스틸베어의 서식지를 벗어나면 마수의 숲도 끝이 난다.
그렇게 되면 취하지 않은 다른 스틸베어들이 도적단의 추격을 막아주는 사이에 자신은 안전하고 빠르게 가도를 건너 자신의 고향 땅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주섬주섬

“헉?!”

다만…. 그는 스틸베어의 서식지가 이렇게 크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였다.
수중에 있던 파파니의 고기가 거의 다 사라지고 이제 두 덩이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워낙 식탐이 많은 스틸베어이며 서식지의 한 중앙이다. 파파니의 고기가 끊어지면 냄새로 배가 고파진 놈들에게 무슨 짓을 당할지  수 없었다.

“앞으로 조금만 더 가면 되는데…. 제기랄….”

바논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앞으로   남은 파파니의 고기가 그의 수중에서 사라진다면, 그는 마수의  중앙에서 조난을 걱정해야 할 팔자가  것이다.
고향에서 앓고 계시는 어머니의 얼굴도 보지 못하고 이대로 이곳에서 마수의 밥이 될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

바논의 추적은 모든 도적단원이 합심하여 점차 그 수색망을 넓혀가는 중이었다.
나 역시 카밀라의 호출을 받고 그녀를 따라 어쩔 수 없이 수색에 참여했다.
배신자의 추적은 가장 민감한일이라 신입이고 뭐고 따지지 않고 전 대원이 수색에 참여한다.
지금 난 카밀라와 함께 가장 선두에서 앞서가고 있는 푸른색 머리카락의 건장한 여성의 뒤를 따라 마수의 숲을 거닐며 수색을 하는 중이었다.
바논이 탈주하리란 것, 내가 몰랐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술을 마시면서 그가 한 이야기만 종합해 보아도 그가 둘  하나의 결정을 내리리란 것은 충분히 알  있었다.
그걸 알면서도 고발하지 않았다는 것은 나에게도 충분히 죄를 뒤집어씌울 수 있는 사항이다.
그러나 난 내가 한 방관이 죄가 되더라도 그 죄를 달게 받을 것이다.
바논을 내가 직접 고발한다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카밀라. 바논이 잡히면 어떻게 되는 거지?”

물어보나 마나 극형에 처할 테지만…. 그래도 알고 싶었다.
적어도 가장 친했던 내 친구가 어떻게 될지는 알아야 했기에….

“뭐? 아…. 그렇지 너는 모르겠구나. 잠깐만, 속도 좀 줄이고 설명해 줄게. 베로니! 속도를 좀 줄이자. 지금부턴 마수의 숲이니 빠르게 이동하다간 마수들의 신경을 긁을 수도 있어.”

“오우! 알았어요. 누님”

거대한 전투 망치를 한 손에 들 정도로 완력이 뛰어난 여성 베로니가 카밀라의 말에 대답하며 속도를 줄였다.
베로니, 우르자인 조 소속인 카밀라 팀의 대원이다.
들어온 순서로 보자면  바로 위의 직속 선배이며 이 도적단의 전 여성을 통틀어서 가장 힘이 강하고 야성적인 여성이다.
같은 여자인 카밀라에게 언니도 아닌 누님이라고 칭하며 속도를 줄이는 그녀.
말투 역시 남자다운 면이 있었고 여자라기 보다는  생긴 남자라 해도 좋을 정도다.
이동 속도가 줄어들자 카밀라는  옆으로 바짝 붙으며 주변을 경계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배신자는 우선 죽이지 않고 생포하는 것이 도적단의 법이야. 그 뒤 생포한 배신자를 헛간에 묶어두고 3일 동안 아무것도 주지 않고 굶기지. 그런 다음에 4일째 아침에 목을 베서 배신자의 말로를 모든 도적단원에게 보이는 것으로 처형이 끝나. 너희도 배신하면  꼴이  것이라는 본보기를 톡톡히 보여주는 거지.”

“그럴 수가….”

“좀 야만스럽지?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하지만 도적단은 그 무엇보다 기강이 서야 한다고 대 두령이 말씀하셨지. 기강이 무너지는 순간 배신자가 속출하고 아지트의 위치가 발각되는 일이 벌어지고  뒤는 토벌을 당해 모두가 죽는 미래만 남게 되지. 도적단을 운영한다는 것은 냉정해져야 한다는 것이  두령의 철칙이야.”

“…….”

만약 바논이 잡힌다면 그에게 펼쳐질 미래가 너무도 암울했다.
내심 마음속으로는 그가 마수의 숲을 안전하게 빠져나갔으면 한다.
마수의 숲을 관통하면서까지 배신자의 수색을 계속할지는 미지수지만, 일단 마수의 숲을 빠져나가면 그가 생존할  있는 확률이 높을 테니까.
 표정이 일그러지자 속도를 줄여 우리 옆으로 다가와 있던 베로니가  등을 큼직한 손으로 툭 치며 냉정하게 말했다.

“이봐 형제. 너무 그렇게 표정 구기지 말라고. 바논 이랑 네가 친하다는 거, 나도 잘 알고 있다고. 그런데 어쩌겠어. 배신자는 모두를 위해 죽어줘야지.”

“적어도 자매라고 해주면 안 될까?”

“응? 자매? 농담도, 그건 계집애들끼리 하는 말이잖아. 우리 같은 짐승남들에게는 안 어울린다고.”
‘아니…. 우리가  계집애들이라고.’

그녀는 뭐랄까…. 자기가 남자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거기에 나까지 남자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야 나도 할 말이 없긴 하다.  벌어진 등과 갈라진 복부, 가슴과 엉덩이의 굴곡만 아니었으면 나도 여자라 우기기 힘들 것이다.
아마도 그녀는 내 모습에 동질감을 느끼고 저런 표현을 하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그녀는 내가 더 열심히 노력하고 성장판을 뚫을 정도로 키가 크면 도달할 수 있는 정말 대단한 몸을 소유하고 있으니까.
천진난만한 미소와 저 가슴이 없었으면 그녀 역시 영락없는 남자다.

“하여튼, 바논하고 친해서 네가 잘못한 기분을 느끼는 모양인데 그런 생각을 하고 도적단 생활 하면 금방 무너질 거야. 빨리 털어 버리라고.”

퍽!

다독이려고 한 거 같은데 솔직히 앞으로 엎어질 뻔했다.
도적단 내에서 완력으로 이길 여성이 없다더니 엄청난 힘이었다.

“고블린 지역을 벗어났으니 곧 스틸베어의 서식지야. 둘 다 이제 잡담은 그만둬.”

“알았어. 누님!”

“알았어. 카밀라.”

나와 베로니가 대답하자 카밀라는 말이 없어졌다.
진지한 표정으로 정면만을 바라보며 길을 걸어가는 그녀의 뒤를 따라 마수의 숲을 거닐었다.
잠시 시간이 지나자 우린 스틸베어의 서식지에 들어섰고 난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카밀라에게 질문을 던졌다.

“여긴 위험한 곳이라며?  굳이 이 길로 온 거야?”

“위험한 곳인 만큼 마수의 숲을 빠르게 나갈 수 있는 지름길이거든, 혹시라도 이곳을 관통할 수도 있으니 수색을 해봐서 나쁠 건 없어. 만약 죽었다면 시체라도챙겨 가야지.”

“가장…. 빠른 길이라….”

왠지 이 길을 따라 끝까지 가면 그와 만날 것만 같은 기분이 강렬하게 들었다.
지금 바논의 어머니는 위중한 상태다. 그렇다면 그는 빠른 길을 택할 것이 자명하다.
추적을 따돌리고 빠르게 마수의 숲을 벗어나기 위한 지름길…. 아마 그라면 이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스틸베어는 힘이 강하고 레벨도 50에 육박해.  역시  놈을 상대하는 것이 고작이니 만약  이상의 스틸 베어가 나타나면 무조건 후퇴해야 해. 알았지?”

“알았어….”

“저도  놈 정도는 상대할  있어요. 누님.”

“넌 괜찮아도 이루스는 아직 레벨이 낮아, 전투에 별 도움이안 되고 오히려 발목만 잡을 수도 있어. 위험을 감수해서 배신자를 찾느니 너희들의 목숨을 안전하게 지키는게 더 현명하다고.”

“누님…. 감격입니다!”

“…….”

난 속으로 차라리 후퇴할 수 있게 스틸베어들이 나타나길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내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스틸베어 서식지 초입을 넘어 중반으로 이동했을  잠들어 있는 스틸베어들이 드문드문 보였기 때문이다.

“하…. 이곳으로 온 것이 확실하네.”

확신에 찬 카밀라의 목소리…. 난 그녀에게 자초지종을 물었다.

“어떻게 아는 거야?”

“스틸베어는 파파니의 고기를 먹으면 그 맛에 취해서 잠이 드는 습성이 있어. 무방비하게 잠들기 때문에 그때를 노려 스틸베어를 사냥하는 방법도 많이 연구되어 있거든. 우리가 가까이 있는데도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잠을 깊이 자는 걸 보면 누군가가 여기에 파파니 고기를 뿌린 거야.”

“우연일 수도 있잖아? 파파니라는 그 마수가 이 안으로 들어왔을 수도 있고.”

“파파니들은 자기들 영역을 쉽게 벗어나지 않아. 거기에 천적인 스틸베어를 피해 멀리멀리 도망치는 것들이라고. 그리고 제아무리 파파니가 우연히 이 숲에 들어왔다 치더라도 작은 파파니 하나를 저 스틸베어들이 사이좋게 나누어 먹었다? 절대 불가능한 일이지. 식탐은 알아주는 것들이야. 그럴 수가 없어. 누군가 일부러 뿌린 파파니 고기를 먹고 취한께 확실해. 그리고 그런 일이 가능한 사람은 잡품 담당으로 상단과 거래를 할 수 있는 바논이지.”

듣기만 해도 완벽한 추리였다. 눈앞에서 생생하게 그려질 정도로 그녀의 말은 타당성이 있었다.
즉….  예민한 감각이 예상한 대로  길의 끝에는 바논이 있다.
난…. 친한 친구를 내 손으로 죽음의 길로 이끌어야 한다.
정신이 아득할 정도로 기분이 나쁘다.
마치 제이슨이 날, 범했던 첫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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