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화 〉20화, 유흥방의 신입.
화려한 조명이 비추는 곳이다.
이 화려한 곳의 중앙에는 무대가 설치되어 있다.
무대 위에서는 야릇한 옷으로 몸을 치장한 무희들이 서로의 실력을 뽐내는 것에 여념이 없었다.
물론, 나 역시 그러한 무희들의 중앙에서 몸을 흔들며 춤을 추고 남성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지금 왜 이 꼴이 되었는지 알기 위해서는 잠깐 과거의 시간으로 돌아가 볼 필요가 있었다.
그때 왜 그녀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였는지 원….
나와 그녀가 서로의 능력을 공유하고 이야기가 끝났으리라 예상했을 그 무렵이다.
“한 가지, 더 있어.”
“더? 서로 하나씩 주고받았으면 거래는 끝난 거 아닌가요?”
“아니지. 잘 생각해보면 이 거래는 너에게 두 배로 유익한 계약인데 나도 얻는 게 있어야 하지 않겠니?”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들어봐. 난 내 능력으로 너에게 레벨을 양도해서 능력의 효율을 높인다. 그리고 넌 너대로 나에게 능력을 사용해 레벨을 흡수하고 능력의 효율을 높이지. 알겠어?”
“잘 모르…. 음….”
이야기를 들어 보니 그녀가 하려는 말이 뭔지 대충 알 것 같았다.
즉 이 거래를 통해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능력의 효율, 그리고 레벨, 또 레벨이다.
레벨을 두 번 언급한 이유는 그녀가 나에게 주는 레벨, 그리고 내가 흡수하는 레벨을 뜻한다.
그녀의 말마따나 두 번이나 레벨을 올릴 기회가 생기기 때문에 그걸 두고 나에게 두 배로 유익한 계약이라 말한 것이다.
“좀 억지이지 않나 싶은데요.”
“억지라 생각한다면 할 말이 없긴 하네. 그래서. 솔직히 두 번째 거래 조건도 너에게 그리 나쁜 조건은 아닐 거야.”
“내용을 먼저 듣고 받아들이겠어요.”
“좋아. 나도 네 선택을 존중하니까.”
그리고 거기서 시작된 그녀의 현란한 말솜씨에 완전히 넘어가서 이 꼴이 되었다는 내용이다.
이곳은 제이슨과 우르자인이 거래를 하여 생겨난 남성들의 스트레스 해소용 유흥의 방이다.
무희들이 춤을 추고 그윽한 조명을 받고 향유가 듬뿍 발라진 그 육체를 선보이며 남성들을 기쁘게 하는 곳이다.
지금 그 무희들의 틈에서 서툴지만, 내 몸을 열심히 흔들어 저 추잡한 남성들의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중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우르자인의 꾐에 빠진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녀가 날 설득한 이야기는 별거 없었다. 성교가 전제조건인 능력이라 남성을 가까이서 자주 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궤변이다.
지금 와서야 그것이 궤변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지만, 당시에 듣기에는 뭐가 씌웠는지 몰라도 정말 솔깃하게 느껴졌다.
[“네가 그 능력을 껄끄럽게 생각하는 거 잘 알아. 나 역시 그랬으니까. 하지만 이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 어떠한 것이라도 이용해야만 해. 네 능력이 최후의 보루라 생각한다면 적어도 최후에 와서 그 능력을 아낌없이 사용할 수 있을 준비는 해 두어야지. 막상 그 능력을 사용해야 할 시기에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어떻게 되겠어? 내일부터 나와 함께 일을 좀 하자. 남성을 거리낌 없이 상대할 수 있도록 내가 도와줄게. 물론 돈도 충분히 주고, 이 일을 통해 좀 더 많은 레벨을 얻을 수도 있을 거야.”]
말만 들어보면 정말 솔깃한 이야기였다. 말만 들어보면….
그러나 막상 그녀의 말을 따라 이곳에 오자마자 그 특유의 변장술과 화장법으로 바뀐 내 모습을 보았을 때는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었다.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해 있는 내 모습, 독이 바짝 올라있던 독사는 어디 가고 거기엔 남성의 욕구를 자극하는 요염한 무희 하나가 존재하고 있었다.
얼굴의 반을 가린 반투명한 베일, 그리고 가슴의 앞만 가리고 옆을 훤히 드러내는 디자인의 보석 브래지어와 허벅지가 그대로 드러나는 아찔한 치마까지.
그 왜 팔과 다리에 낀 어딘지 선정적인 모습을 극대화 시키는 스타킹과 장갑까지….
눈가와 입술에 화장하고 우르자인의 교육에 따라 표정을 조금 달리하였다.
여기에 그녀가 내 머리카락을 마음껏 조정하니 내 모습은 완전히 요염한 무희로 뒤바뀌었다.
그 뒤는 간단한 춤 교육을 받은 뒤 이렇게 바로 무대 위에 서서 몸을 흔들게 된 것이다.
‘하…. 악마와 계약을 한 건가….’
능력을 좀 더 능숙하게 사용하도록 남성을 대하는 법을 알려준다는 것은 그리 크게 다가오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돈을 주겠다는 것, 그리고 레벨을 좀 더 얻을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것, 이것이 낚인 주된 이유다.
“자- 자- 음악을 바꾸자. 좀 더 끈적한 곡으로- 춤은 이대로도 좋아.”
“알겠습니다. 마담.”
유흥방을 책임지는 마담 유린, 유르자인의 세 번째 모습이다.
즉, 그녀는 평소에는 두령 우르자인으로, 주점이 열릴 때는 서빙 바네사로, 유흥 방이 열릴 때는 마담 유린으로 세 가지 역할을 철저하게 나누어 생활하는 것이다.
유흥 방은 이 세계의 주말인 흙의 날과 태양의 날에만 열린다.
그리고 오늘은 흙의 날이었다. 완전히 된통 걸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짝. 짝. 짝. 짝.
우르자인, 아니 마담 유린의 손뼉 소리에 맞추어 음악의 속도가 변화했다.
경쾌하고 몸을 흥분시키는 음악에서 점차 느려지기 시작하는 속도.
이윽고 음악은 느리고 끈적하게 귀를 자극하는 그런 곡으로 탈바꿈했다.
그런 음악에 맞춰 춤을 추니 왠지 모르게 남자들의 시선이 더 자극적으로 느껴졌다.
향유 덕분에 땀이 조금 흘러도 그것이 크게 티 나지는 않았으나 이미 몸이 질척한 기분이라 춤을 출 때마다 뭔가를 중요한 것을 잃어버리는 처참한 기분이 펼쳐졌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내 능력을 잘 다루는 법이란 거야!’
속으로 욕을 하며 우르자인을 흘겨보지만, 그녀는 내 시선을 철저히 무시하며 웃기만 했다.
그때 무대 아래에서 이곳을 바라보기만 하던 남성들의 움직임이 부산해졌다.
“자- 자- 돈들 내라고 돈들 내! 너희가 기다리던 터치 시간이 왔다고. 돈 낸 사람들만 가능하니까 참여할 사람은 빨리 돈을 내라고.”
“오! 기다리던 시간인가?”
“줄 서 줄! 내가 첫 번째라고!”
“으악! 밀지 말라고!”
“돈! 돈 여기 있다!”
“비켜! 비켜!!!”
무대 위를 향하던 그들의 눈이 소리치는 한 남자에게 향한다.
그는 남자들을 상대로 돈을 걷고 있었다. 물론 우르자인은 그 행동을 막지 않았다.
아무래도 그는 우르자인의 밑에서 맡은 일을 하는 듯했다.
돈을 걷는 것이 얼추 끝나니 무대의 조명이 좀 더어둑하게 변하였다.
무희들이 입은 보석이 치장된 브래지어가 반짝이며 어두워진 조명을 받아 오히려 더 빛났다.
그때 무대 중앙으로 올라온 우르자인이 아래쪽의 남자들을 향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기다렸지? 너희들의 스트레스를 풀 시간이야. 다시 말하지만, 춤을 심하게 방해하는 짓은 하면 안 돼. 무희들에게 주먹질하거나 손찌검을 하는 것도 불가능해. 가슴과 엉덩이, 허벅지나 허리 같은 곳에 손대는 것까지만 허용이야. 입으로 애무를 한다든지 키스를 강요하거나 옷을 벗기는 것도 안 되니까, 잘 명심해둬. 이건 대 두령 제이슨이 만든 법칙이니 잘 따르라고.”
“알고 있다고 마담 유린”
“자. 터치 허용이야 마음껏 무희들을 즐기라고.”
그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남자들이 무대 위로 난입했다.
그리고 마치 이런 일이 익숙한 듯 무희들이 서로의 거리를 벌리며 무대를 넓게 사용하기 시작한다.
멀뚱히 제 자리에만 있던 내 주변에서 무희들이 멀어지고 그 자리를 남자들이 차지했다.
‘자, 잠깐만!이런 건 내용에 없었잖아!!!’
이건 사전에 설명이 없었다. 우르자인 저년…. 분명 일부러 나에게 알려주지 않은 것이다.
저 가증스럽게 웃고 있는 얼굴이 정말 짜증 난다. 두령만 아니었으면 진작에 때렸다.
한 가지 의외인 점은 우르자인 역시 무대에서 내려가지 않고 남자들의 터치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었다.
자기 위치가 있을 텐데 제이슨과의 거래가 그만큼이나 중요한 것일까? 아니면 완벽하게 자신의 역할을 연기하고자 하는 이유일까.
뭐가 되었든 이 생각을 계속하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어느 사이엔가 내 주위로 몰려든 짐승 같은 눈의 남자들이 침을 뚝뚝 흘리며 날 포위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흐흐흐 아래에서부터 미치는 줄 알았다니까.”
“다른 살집 풍부한 년들만 보다가 이렇게 건강한 근육 덩어리를 보니까 또 색다르네.”
“가슴도 크고 엉덩이도 큰데 복부가 쫙 갈라졌다니 음탕한 것도 정도가 있어야지.”
“킥킥킥 예쁜 것 너 때문에 내가 처음으로 돈을 지급했다고 고마운 줄 알아.”
“이리 와봐. 예쁜이. 내가 마사지를 좀 해주지 크헤헤!”
남자들은 저마다 특색있는 비웃음과 대사를 늘어트리며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다른 무희들은 절대 그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다. 그 뜻은 이곳에 속한 이상 나 역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미 일을 하겠다고 약조를 했으니 지켜야 했다. 도중에 그만두는 것은 나와 맞지 않았다.
‘젠장…. 확실히 뜯어내 줄 거야. 두고 봐!’
오늘 벌어들인 돈 중에 충분한 몫을 제공하지 않았다간 좋은 꼴을 보지 못하리라.
‘흐읏!!!’
남성들의 손길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가슴, 엉덩이 허벅지 그리고 허리 등등 이곳저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느껴지는 징그러운 감각이다.
다행인 점은 제이슨이 미리 법칙을 만들어 두었기에 춤을 방해할 정도로 격한 손길은 없다는 점이다.
거기에 옷을 벗기지도 않고 옷 위로 만지는 행동, 그나마 참을 만한 행위들이었다.
다만…. 숨결이 거칠어지는 놈들의 모습은 정말 참기가 고역이었다.
부풀어 오르는 저 자지들을 발로 걷어차고 싶은 충동을 억지로 참아내며 춤을 추었다.
‘이건 왜…. 성교로 치지 않는 거야….’
도를 넘어서는 심한 교접이 아닌 그저 몸을 터치하는 정도로는 성교로 취급하지 않는 모양이다.
그리고…. 무슨 일인지 모르겠는데 어딘지 모르게 몸이 감질나서 미칠 거 같았다.
‘시발…. 이게 무슨 일이야! 지금…. 달아오르는 거야? 이 상황에?!’
절제된 터치가 오히려 너무도 감질나게 내 몸을 간질이는 기분이었다.
차라리 가슴을 강하게 쥐고 엉덩이를 터트릴 듯 세게 쥐어짜는 게 훨씬 나을 거 같았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뭔가가 잘못되어 가고 있었다.
분위기와 조명, 그리고 춤사위와 환락의 시간에 점점 내 몸이 취해가는 느낌이었다.
하앙!
응…. 응!!!
아으응!!!
꺄응!
어디선가 격한 신음이 들려왔다. 소리의 진원지는 주변 전부다.
주변의 무희들은 마치 이 일을 즐기기라도 하는 것인지 남자들의 손길에 아양을 떨거나 신음을 내며 화답을 해주고 있었다.
이미 인사불성이 되어 자신의 몸을 한 남자에게 격하게 비비는 여성도 있었다.
그리고 내 주변의 놈들도 말은 안 하지만 그걸 바라고 있는지 손길이 더노골적으로 변해갔다.
그리고 나 역시 주변의 상황에 점차 물들어 가는 건지 몸이 제멋대로 과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쫙!
허벅지가 양옆으로 쫙 펼쳐졌다. 훈련으로 단련된 내 몸이 쫙 벌어진 음란한 자세를 취하는 데 사용되고 있었다.
그 자세를 유지하며 허리만 이용해 하반신을 돌리기 시작했다.
과거 어디선가 본 적이 있던 섹스어필 댄스가 이렇게나 완벽하게 내 몸에서 펼쳐질 줄이야….
남자들이 열광하기 시작했다. 그 열광은 그대로 나에게 전해져 몸에 탄력을 불어 넣었다.
“응하….”
낮고 깊은 곳에서부터 흘러나오는 듯한 신음이 내 귀로 들려온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내 입에서 흘러나온 것이었다. 분위기에 취한 몸이 자연스레 발산한 것이다.
남자들의 눈이 충혈되다 못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그런 상황이 어느 정도 지속하였을 때 분위기가 바뀌었다.
마치 맥을 끊어버리는 것처럼 조명이 밝게 변하였고 음악이 뚝 끊어졌다.
“자- 자- 여기까지. 오늘도 수고한 무희들을 위해 팁을 줘야지.”
“아이고 벌써 끝인가.”
“제법이었어. 이 년 신입인 거 같은데 죽이잖아?”
“흐흐흐. 저 복근 마음에 들어서 앞으로도 자주 애용해야지.”
“내일도 나올 거지? 팁 두둑하게 줄게 자.”
팁을 주는 행위도 사실 그리 얌전하지 않았다. 팬티 끈을 살짝 늘어트려 그사이에 도적단에서만 사용하는 기프트(수표)를 끼워 주거니 브레지어를 들추고는 그곳에 금화를 넣어 주거나 하는 행동들이다.
내 몸에도 기프트와 금화가 잔뜩 넣어졌다. 물론 대부분은 기프트였다. 이런 자리에서는 기프트를 사용하는 것이 거의 규정인 듯했다.
무대가 끝이 난 듯 남자들이 몸을 돌려 무대 위에서 내려갔다. 그러자 내 옆으로 우르자인이 다가온다.
“어때? 많이 벌었지?”
“당신…. 진짜 짜증 나.”
“후후훗. 그거 칭찬으로 받아야겠네. 어때 남자들의 손. 생각보다 괜찮지 않아?”
“대답하기 싫어. 그냥 닥치고 있어….”
“까칠하기도 해라. 그 고양이 같은 성격이 내 마음에 쏙 든다니까.”
“…….”
“자. 따라와”
“또 뭔데? 이제 좀 쉬고 싶다고. 춤추느라 이젠 몸이 녹초야”
“한탕 크게 벌 수 있는 건 이, 다음이라고. 그리고 약속한 레벨은 아직 못 얻었잖아?”
“뭐?”
“따라와 다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
물론 그녀의 말에 또 낚여버리고 말았다. 이번에야말로 확실히 거절해야 했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