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5화 〉16화, 고통을 딛고 (15/70)



〈 15화 〉16화, 고통을 딛고

놈들에게 잡혀 욕을 보고 고블린 워리어에게는 더욱 큰 치욕을 당했다.
그런데 고블린 워리어가  안에 더러운 것을 싸지르자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놈이 사정하는 순간 몸에 힘이 돌아왔고 더욱이 알  없는 힘이 넘쳐 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 그것이 내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고블린 워리어의 레벨 5가 사용자 이루스에게 흡수됩니다.)
(현재 사용자의 레벨 11)
(항거 불가 상태가 해제됩니다.)
(레벨 상승의 여파로 모든 피로, 체력이 회복됩니다.)

내 몸은 항거 불가 상태에 빠져 있었으나 지금 하이드레인의 레벨 흡수로 그 상태가 풀린 것이다.
 레벨은 6, 그리고 고블린 워리어의 레벨이 12였다. 그런데 지금 5점이 나에게 흡수 되면서 놈과 나의 레벨이 반전되어 역전이  것이다.
하이드레인의 단점은 레벨이 높은 자에게 항거할수 없는 것, 그러나 지금 그 단점이 높아진 레벨 덕분에 상쇄된 것이다.
다른 고블린들은 성교의 시간이 짧아서 그런지 흡수가 재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내 안에 확실히 사정한 저놈, 고블린 워리어의 레벨은 지금 나에게 흡수된 것이다.
놈들에게 욕을 본 상태였지만, 정신을 다잡기로 했다. 지금 이 기회를 놓치면 다음 기회는 오지 않을 것이다.

촤악!!!

단검을 휘둘러 워리어를 공격하니 놈은 너무도 무력하게 나에게 목을 상납했다.
그에 그치지 않고 나머지 다른 고블린들을 향해서도 단검을 휘둘렀다.
고블린 녀석들이야 원체 약한 녀석이다 보니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졌다.
허무하게 모든 적을 쓰러트리고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제야 놈들에게 당했던 일이 떠올라서 온몸이 분노로 부들부들 떨려왔다.

“시발새끼야!!!”

콰직!!!

죽은 워리어의 머리를 짓밟았다. 물론 힘은 조절했다.
이 녀석도 어금니를 빼가면 분명 돈이 될 테니 심하게 훼손시킬 수 없었다.
놈의 머릴 밟고 있으니 이렇게 허망한 죽음을 녀석에게 허락했다는 생각이 들어 괜히 억울함이 느껴진다.
내 몸을 마음껏 희롱한 놈을 더 괴롭히지 못하고 죽여버리다니…. 이렇게 허망할 수가 있을까?
그러나 괜한 행동으로 목숨을 잃어버리기는 또 싫었다.
한숨을 내 쉬는 것으로 분노한 마음을 다스리며 그대로 단검을 들고 놈들의 입을 벌렸다.
상황이 이런데도 카밀라가 말한 어금니를 챙기고 있는 내 모습이 조금 우습기도 하다.

주륵…. 주르륵….

“흐읏!”

뭔가가 흐르는 기분이다. 내 음부에서부터 흘러내리는 것은 워리어가 싸지른 정액이다.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리는 이 기분은 너무도 더럽고 추악했다.
어찌해야 하나  난감하긴 했지만, 일단 뭔가 씻어낼 것이 필요했다.
갈기갈기 찢겨나간 치마에 매달려 있던 물병이 눈에 들어와 가까이 가보니 아직 상태가 괜찮았다.
그것을 들고 뚜껑을 열어 그 입구를 내 음부에 위치시켰다.
그리고는 물을 살살 흘려 천천히 놈이 싸지른 더러운 것을 씻어냈다.

졸졸졸-

안전한 날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절대 안심할 수 없는 것이 마수의 정자가 얼마나 살아남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 세계에는 마수 학자가 존재하는데 그들도 마수의 정자에 관한 것까지는 조사하지 않는다.
분명 고블린 뿐만 아니라 다른 마수도 발정기가 존재할 텐데 그렇다면 그것들에 의해 나와 같은 피해를 본 여성도 엄청 많을 것이다.
 정도는 감내하고 살아야 하는가…. 참으로 위험천만한 곳이라는 것이 다시금 내 가슴에 새겨지는 사태였다.

“일단…. 이거라도….”

하반신은 고블린의 거적때기를 이어서 묶어 그것으로 가렸고 상반신은 찢겨나간 옷을 대충 이어붙여 입었다.
거적때기는 단검의 무게를 지탱할 수 없기에 검집 채로 손에 들고는 터덜터덜 다시 왔던 길을 돌아 마수의 숲을 빠져나왔다.
저 멀리서 날 기다리고 있는 카밀라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의 모습을 보니 왠지 모르게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간다.
결국, 다리에 힘이 빠져 그 자리에 주저하지 않았고 그런  귀로 놀란 카밀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이루스?! 야, 이루스!!!”

나에게 다가온 카밀라가 내  상태를 살핀다. 그리고는 눈이 놀란 사슴처럼 커졌다.
고블린들이 날 험하게 다루었기에 온몸은 놈들의 손톱에 긁힌 상처투성이다.
거기에 물로 닦아내긴 했어도 내 몸에는 놈들의 정액이 아직 덕지덕지 붙어 있다.
당연히 누가  상태를 본다 해도 눈앞의 카밀라처럼 걱정과 경악이 가득한 표정을  것이다.
카밀라는 바로 물병을 꺼내  몸에 묻은 더러운 정액들을 씻어 주었다.

“발정기 조심하랬지!!! 수가 많으면 도망쳐 오라니까 이게 뭐 하는 거야!!!”

“하…. 진짜…. 설마 이렇게 죽자사자 달려들 줄 누가 알았겠어?”

내 능력에 대한 것을 숨겨야 하기에 항거할 수 없다는 것을 빼고 대충 이야기를 지어냈다.
고블린들이 발정해서 죽자사자 달려드는 통에 워리어의 접근을 허락했다는 것으로 말이다.
다행히 바로 목숨을 취하지 않고 겁탈을 하느라 정신없는 녀석들이 사정 후 지쳤을  놈들의 목을 베고 돌아왔다는 것으로 이야기가 완성되었다.
카밀라는 걱정이 만연한 표정이었지만, 다행히 살아 돌아왔으니 되었다고  등을 두드렸다.

“으휴…! 그래…. 차라리  됐다. 이 세계에서 살아가면 언제 곳 당할  있는 일이었어. 마수에 강간당하는 사건은 비일비재하지. 그냥 액땜했다고 생각하자.”

카밀라에게 모아온 고블린들의 어금니를 내밀었다.
처음 사냥한 세 개, 그리고 이어서 워리어와 함께 온  개를 더해 총 일곱 개의 어금니.
마지막으로 다른 고블린보다 좀 더  크기를 가진 고블린 워리어의 어금니까지.
어금니를 모두 받은 카밀라는 흡족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내 어깨를 두드린다.

“잘했어. 합격이야. 욕봤어 이루스.”

“하…. 욕봤지…. 정말 기분 더럽네.”

“킥킥킥 고블린은 그래도 애무는 잘하는 데 기분 좋지 않았어?”

“미친년이…. 잠깐? 너 그건 어떻게 알고 있어?”

“아….”

내 말에 대답은 하지 않고 도망치듯이 먼저 앞질러 가기 시작하는 카밀라
 모습을 보고 그녀가 분명 고블린과 뭔가 일이 있었다는 것을 유추할  있었다.
나중에 술을 진탕 먹여서라도 그 일에 대한 걸 들어봐야겠다.
그래야 아픔을 공유하는 진정한 동료가 하나 생겨 내 마음이 조금 나아질 테니까.

*****

아지트에 돌아와 새 옷을 지급받고 바로 그것으로 갈아입은 뒤 제이슨의 호출을 받아  두령의 방으로 이동했다.
먼저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카밀라와 다시 만났고 제이슨은 내가 사냥한 고블린의 어금니를 보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 막내가 처음으로 사냥한 고블린 어금니라. 감회가 참 새롭군. 쓸모없으면 레벨 하락시키는 벌칙 도구로 사용하려 했는데 이젠 악에 받친 암고양이가 다 되었으니 말이야.”

그는 껄껄 웃으며 고블린의 어금니를 다시 주머니에 담았다.
다만 한가지, 고블린 워리어의 어금니 만큼은 다시 나에게 내밀어 주었다.

“시험은 고블린 사냥이었다. 고블린 워리어를 사냥한  네가 이룩한 업적이니 이건 네가 가져. 상단이 오면 팔던지. 아니면 가공해서 네가 사용하든지 마음대로 하라고.”

“주셔도 되는 겁니까?”

뭐. 이번에는 공짜가 아니라 내가 이룩한 업적으로 봐주며 그 보상으로 준다니 꺼릴 것은 없었으나 괜히 제이슨에게는 쌀쌀맞은 태도를 보였다.
아직도 내 처녀를 마음대로 앗아가 버린 그에게 좋은 감정이 없다.
그런 내 모습에도 제이슨은 꺼릴 것이 전혀 없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큭큭 그래 이건 네것이다. 그러니 마음대로 사용해라.”

“그렇다면 고맙게 받겠습니다.”

“그래. 그래야지. 카밀라”

“예  두령님!”

“받아라.”

턱!

탁자 위에 아무렇게나 던져지는 주머니, 그 안에는 제국 금화가 들어 있었다.
이곳에서 가까운 곳에서 유통되는 제국의 금화라고 하는데 왕국 금화보다 그 값이 비싸다고 한다.
카밀라가 그 주머니를 받아 들자 제이슨이 말을 이어 나갓다.

“마음껏 먹여라. 다 써도 좋으니 오늘은 푹 쉬게 하고 내일부터는 마수의 숲에 혼자 보내서 사냥을 시켜.”

“알겠습니다.”

“가봐. 가서 먹고 놀고 쉬어.”

“쉬세요. 대두령님!”

“쉬십시오.”

그렇게 제이슨의 축객령에 대화가 얼추 끝나고 나와 카밀라가  두령의 방을 나서려는 순간이었다.
뭔가가 떠올랐다는 듯한 제이슨의 목소리가 우릴 막아섰다.

“참 잠깐 질문할 게 남아 있었군.”

다시 등을 돌려 입구 바로 앞에 서 있는 우릴 바라보며 제이슨의 입이 열린다.

“이루스 너 고블린 놈들한테 윤간을 당했다고 했지? 레벨 몇이 되었냐?”

“…….”

잘 넘어가는가 싶었는데 그것을 물어보았다. 제이슨 이 남자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다.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으면 분명 의심할 것이다. 여기선 내 레벨을 말하는 편이 옳았다.

“레벨11 이 되었어요.”

“헉?!”

“레벨…. 11이라?”

방금 사냥을 가기 전까지만 해도 내 레벨은 6이었다.
그런데 사냥에서 돌아온 내 레벨이 11이라는 말에 카밀라는 놀라서 입까지 벌리고 있다.
내 능력이 참으로 추잡하고 음란하지만, 레벨을 엄청 잘 올리는 능력임에는 절대 이견이 없었다.
고블린 따위의 경험치로는 그다지 많은 레벨을 올릴  없고 레벨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필요한 경험치도 많아지기에 나중에는 거의 레벨을 올리기 힘들다.
원래 아무리 워리어를 사냥했어도 끽해야 8, 정말 운이 좋았으면 9 정도에서 레벨이 멈췄어야 했다.
그런데 11이 되었다고 하니 놀라는 것이다. 내 대답을 들은 제이슨이 소리 높여 웃었다.

“크하하하하하!!! 마음에 드는 군,  께름칙한 능력이 이렇게나 레벨을 잘 올려주다니. 앞으로 장래가 유망한 녀석이니 이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을까.”

“…….”

기분 좋게 웃어 보인 제이슨은 나와 카밀라에게 손을 휘휘 저으며 다시 축객령을 내렸다.

“됐다. 궁금한  다 알았으니 가봐라. 마지막으로 이루스.”

‘가란 거야 말라는 거야…. 개새끼 진짜….’

가라고 했다가 다시 부르고 또 가라고 했다가 다시 부르는 행동이 두 번 반복되니 안 그래도 짜증 나는 면상이 더 짜증 나게 보였다.
그런 내 표정을 읽었는지 제이슨이 히죽거린다. 정말  면상에 주먹을 찔러 넣고 싶다.

“이 고블린 발정기를 잘 이용하면 네녀석 레벨을 엄청나게 올릴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말이다.”

“흥! 필요 없습니다! 먼저 실례할게요!”

화가 치밀어 오른다.
 말은 나에게 고블린을 상대로 가랑이를 벌리란 뜻이 아닌가….
뇌에서 생각은 하고 말하는 것일까?
과연 저것이 생각이라는 것을 하는 사람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일까?
화가 치밀어 대 두령의 방을 나오니 카밀라가 내 뒤를 빠르게 쫒아왔다.
그녀는 바로 내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다독여 주기 시작했다.

“화 풀어. 저건 농담으로 한 말이라고.”

“네가 그걸…. 하…. 아니다. 너한테 화내면 무슨 소용이겠니.”

“대 두령이 말이 좀 험해도 심성은 얼마나 착하다고.”

“착해? 착하다고. 퍽이나…. 내가 다른 건 다 인정해도 네 그 말은 정말 인정할 수가 없다.”

“너도 알게 될 거야. 내면에 누굴 아끼는 마음이 없으면 대 두령 못 해 먹지. 아직 단 한 번도 두령들의 반란이 없는 이유가 바로 대 두령의 포용력이 대단하기 때문이야.”

“하…. 알았다. 알았어. 이 대 두령 빠순이 년아.”

“뭐?! 썅년이 진짜.  오늘 국물도 없어. 이건 어제 네가 처먹은 술값으로 내가 가질 거야. 알겠어?”

“윽! 그런 게 어디 있어. 대 두령이 같이 마시라고 준 돈이잖아!”

“흥! 그러니까 적당히 맞장구를  줬어야지. 됐어 나도 기분 상했다고.”

“카, 카밀라! 야 카밀라!!!”

카밀라는 새초롬하게 고개를 돌리더니 그대로 나와 거리를 벌리며 자기 방으로 향했다.
힘들게 일하고 와서 진탕 마시려는 내 계획이 무산되었다.
그냥 잠이나 잘까 하고 이제는 나에게 주어진 방으로 가기 위해 몸을 돌렸는데 누군가 날 불렀다.

“야! 이루스!”

“바논?”

바논이었다. 그는 방금 막 잡은 토끼 세 마리를 손에 들고 나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자식! 살아 있었구나. 고블린 잡느라 힘들었지? 안줏거리로는  작지만 조리해서 가져갈게 방에서 기다리고 있어.”

“이 좋은 녀석! 그래 술도 있는 거지?”

“네 술배를 채울 만큼은 아니지만, 적당히 준비해뒀어. 아무렴  사냥을 성공적으로 마쳤는데 축하는 해줘야지.”

“고맙다 자식. 그럼 씻고 내 방에 가 있을게.”

“알았다!”

술이 조금 부족한 감이 있었지만, 수준급으로 조리해온 바논 특제 토끼 고기와 함께 스트레스를 잘 풀었다.
취해서 먼저 돌아간 바논을 뒤로하고  방의 침대 위로 올라가 천장을 바라봤다.
이제 이곳이 내 혼자만의 공간이다. 카밀라도 없는 오롯이 나 혼자만의 공간이다.

주륵

뜨거운 눈물이 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강한 척을 해보지만 결국 나는 나약했었다.
워리어의 레벨을 빼앗지 못했으면 그 자리에서 죽을 운명이었다.

“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다행이었다.
내 우는 모습을 그 누구에게도 심지어 가장 친한 카밀라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약한 모습을 보이는 그 순간…. 내 마음은 무너지고 그대로 잡아 먹힐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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