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3화 〉13화, 정식 단원& 14화, 마수 사냥. (13/70)



〈 13화 〉13화, 정식 단원& 14화, 마수 사냥.

“정식 단원이  기념 선물치고 값이 나가 보이는 데요? 이런걸 함부로 받아도 되나 모르겠어요.”

세상엔 공짜가 없다고 하지 않던가. 좋은 물건을 준다는 것은 그에 상응하는 뭔가를 원한다는 뜻이 된다.
나에게 아무런 이유도 없이 이런 좋아 보이는 단검을 선뜻 내어줄 리가 없었다.
의심 가득한 내 말에 제이슨은 가소롭다는 듯이 피식 웃으며 대답한다.

“크- 꼴에 도적단이 되었다고 의심 많은 척하기는, 그래 그걸 주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왕국에서 널 특별 대상으로 취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쪽 세계에서 차원을 넘어 레벨과 능력이 생긴 사람들, 이른바 너 같은 후천적 능력 발현자들 덕분에  세계가 아주 떠들썩하다 이 말이지. 왕국보다 먼저 내가 널 선점해 둬서 중간에 얻어먹은 게 참 많단 말씀이야. 그러니 이건 내가 받은 것에 일부분에 떼어내서 너에게 주는 거다. 서로 공생한다. 뭐 그런 말 알잖아.”

내가 알고 있는 공생이라는 단어와 제이슨이 알고 있는 공생이라는 단어는 좀 다른 모양이다.
어쨌든 그런 이유라면 이건 내가 정당하게 받아도 될 물건이다.
마침 단검도 이가 빠졌고 설명도 들어서 뒤가 구린 것도 없으니, 물리치지 말고 고맙게 받아야겠다.

“고맙게 받을게요. 대 두령님.”

“그래. 그래야지. 나도 이제 좀 마음이 편하군. 원래 혼자 처먹은 건 배탈 나기 일쑤거든. 이 말 잘 명심해 둬. 나중에  도움이 될 거다. 새겨들어 아무나 해주는 조언이 아니라고.”

“제이슨, 혹시 꼰대라는 말 알아요?”

“응? 혹시 욕인가?”

“비슷해요. 우리 세상에서 딱 제이슨 같은 사람을 꼰대라고 부르거든요.”

“그거, 참…. 한  먹었군.”

“어쨌든 선물 고마워요. 대 두령님. 그럼 카밀라는 오늘 바쁠 예정이니 이후의 훈련은 나 혼자 할게.”

“아. 그럴 거까지야. 어차피 밤에 하는 일인데 뭐….”

“대 두령님, 대 두령님 노래를 불러서 내 고막을 다치게 한 게 어디 살던 누구였지?”

“끙….”

내 말에 반박하지 못하고 꿍하게 고개를 숙이는 카밀라를 뒤로하며 대 두령의 방을 나왔다.

스아앙….

단검이 검집에서 뽑혀 나오는 소리가 스산하고 매우 예리하게들려온다.
잘 벼려진 검, 광이  정도로 담금질이 잘 되어 있었고 그 예리함도 마음에 들었다.

훙!

가벼운 손동작으로 횡 배기를 해보니 마치 공기의 저항을 받지 않는 것처럼 부드럽게 휘둘러진다.
검신의 길이가 조금 길어진 만큼 웬만한 단검보다는 좀 더 무거워졌지만, 다루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지금까지 사용해 오던 단검들이 너무 가벼웠다고 느껴질 정도다.
제이슨이 해준 꺼림칙해 보이던 선물이 점차 마음에 들어온다.

착!

단검을 검집에 다시 넣고는 쓸모가 없어진 단검과 바꾸어 허리춤에 장착했다.
그와 동시에 이제는 쓸모가 없어진 단검을 검집 채로 들고 사용이 끝난 무기류를 버리는 창고에 가져다 두었다.
페이머스 도적단은  산으로 통하는 길목을 지키며 길목을 넘어가는 모든 대상을 털어먹는 악질 도적단이었다.
그러나 그런 도적단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대화가 통하는 거래 상대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거래 대상이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상단이었는데 마침  상단이 도적단 아지트에 당도했다.

“휘유! 오늘도 참 많군요.”

정기적으로 이 도적단에 찾아오는 상단 행수, 나와 면식은 없지만, 카밀라의 설명으로 알 수 있었다.
배불뚝이에 한눈에 봐도 돈 밝힐 것처럼 생긴 재수 없는 상판대기. 그야말로 설명 그대로다.

“자마칸 두령을 불러올 테니 잠시 쉬고 계셔.”

“예- 예- 그러지요.”

사용하고 버린 무기와 빼앗은 기들을 구매하기 위해  자들이니 딱히 나와는 상관이 없다.
내가 버린 단검도 이젠 내 손을 떠나 저 상단에 팔려나가 고철이 되어 다시 새로운 모습이 될 것이다.
흥미를 꺼버리고 다시 훈련장으로 향하였다. 대련 상대가 없으니 남은 일정은 혼자 소화해야 했다.

“흡!!!”

팡!!!

훈련용으로 설치된 허수아비. 정확한 명칭은 페이크고블린이라는 물건이다.
고블린처럼 색을 입힌 짚단에 갑옷을 입혀 놓은 말 그대로 훈련용 샌드백이다.
그 훈련용 페이크고블린이 바람 잘 날 없이 흔들거린다.

퍼억!!!

 주먹이 급소로 표시된 곳을 강하게 타격하니 페이크고블린의 모여진 짚단이 터져 나간다.
흩날리는 지푸라기의 사이로 잠시 쉬면서 땀을 닦고 있으니 내 뒤로 누군가가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페이크고블린한테 뭐 원수졌어? 이거 관리하는 거 힘들단 말이야. 살살 좀 다뤄.”

“훈련용으로  걸 살살 다루면 훈련이 될까 싶은데?”

“썩을 년 같으니라고. 신입인 주제에 아주 건방지단 말이야.”

“미안하네! 오늘부터 나도 정식 단원이거든. 이제 너와 어깨가 나란히 섰다. 이거야. 바논.”

바논, 도적단의 잡품들을 담당하는 담당관이다.
잡품 담당관이라고 거창하게 이야기했지만, 그 직급은 그냥 일반 단원, 이젠 나와 다름이 없는 남자다.
콧수염을 길게 기른 것이 인상적인 남자인데, 말은 저렇게 해도 유쾌하고 위트가 넘쳐 인기가 많은 남자다.

“아하. 방금 불려갔던 게 그거 때문이었군! 이거 참 오늘 한턱내는 거냐?  입이 좀 비싸서 싼 건 안 먹는데.”

“거지 같은 놈. 신입에 빌붙어서 뜯어먹을 궁리만 하고 있지 아주.”

“이젠 신입이 아니잖아. 정식 단원 양반. 크크크 페이크고블린의 원한이다. 거하게 한턱내라고.”

“개새끼…. 하…. 알았다. 알았어.”

입으로 쌍욕을 날리지만, 이 유쾌한 남자의 넉살은 도무지 이길 수가 없다.
어차피 내일부터 마수를 사냥해야 하기에 오늘은 거나하게 한잔 마실 생각이었다.
카밀라가 없으니 다른  상대가 마침 필요했는데 잘 되었다.
바논이라면 주변에 시비 붙을 사람도 없겠다. 편하게 마실 수 있을 것이다.

*****

페이머스 도적단의 아지트에는 정말 도적단을 꾸리는데 필요한 것들만 갖춰져 있다.
그러나 아무리 도적단이라도 빡빡한 일정만을 강요하면 반란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기에 그것을 풀 수단이 필요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도적단의 아지트에는  스트레스를 풀 공간이 딱 두 개 있는데 그것은 주점과 창관이다.
잡아  여자들로 꾸린 창관과 다르게 주점은 술과 노래, 그리고 자발적으로 일하는 여성들이 서빙을 하면서 확연히 수가 많은 남자 단원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준다.

“어머- 우리 자기 왔어?!”

바논과 함께 이루스가 주점에 들어서자마자 그 앞으로달려와 앞을 막아서는 한 존재가 있다.
주점의 야한 복장을 한 그 여성은 바논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이루스의 품에 매달리다시피 안겨서 그녀에게 애교를 떤다.

“징그럽게 자기가 뭐야…. 자리나 잡아 줘 바네사.”

“아이- 귀여워라. 부끄러워하긴. 따라와 자기야. 홍홍-”

토실한 엉덩이를 흔들며 경망스럽게 앞서 나가는 여성, 밝은 분홍빛의 머리카락을 가진 미모의 주점 서빙 바네사다.
정말 의외였지만, 이곳의 도적단들과 이루스가 딱 하나 비빌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면 그건 바로 주량이었다.
블랙 기업의 회사원 스트레스는 도적질하면서 쌓이는 스트레스와 충분히 경쟁할 수 있을 만큼 대단했다
잦은 회식, 그리고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자주 음주를 했던 이루스의 주량은 충분히 이들과 맞먹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덕분에 이곳에  지 일주일 만에 처음으로 주점에  이루스는 웬만한 주당들을 격파하고 주점에 그 이름을 당당히 올린 주당으로 자리 잡게 된다.
여자면서 터프하고 호쾌하게 술을 물먹듯 마시는 그녀의 모습에 남자는 물론 여자들도 넋을 잃고 쳐다보았다나 뭐라나 하는 소문이 있지만, 정작 그녀 자신은 그리 신경 쓰지 않는 소문이다.
바네사의 안내로 자리를 잡은 이루스와 바논, 바논은 자리에 앉자마자 바네사에게 툴툴거린다.

“난 보이지도 않아?”

“어머- 바논이네.  왔어.”

“뭐야?! 그게 다라고? 나 여기서 얼마나 돈을 쓰는지 알면서  고객한테 이러기야?”

“그래, 그래.  마실 거야?”

“야이 쒸!”

장난을 치면서 바네사와 소소한 말다툼을 벌이는 바논, 이루스는 입가에 소소한 미소를 머금고는 바논을 놀렸다.

“그만해 바논. 꼴사나워.”

“아니. 썅…. 아오. 말을 말아야지 내가.”

“바네사. 맥주 두 잔. 난 내 전용 잔으로.”

“알았어. 맥주  잔. 한 잔은 이루스 전용!”

“오! 이루스냐? 알았다 꽉꽉 말아 주마.”

주점 계산대 너머로 말끔하게 차려입은 애꾸눈의 남자가  주문을 받아들었다.
바네사는 다른 손님의 주문을 받기 위해 멀어졌고 자리에는 이제 이루스와 바논만 남게 되었다.

“안주 뭐 먹을래?”

“네 마음대로 시켜, 얻어먹는 사람이 시키는 거 봤냐?”

“알았어. 흠….”

“그보다 내일부터 마수 잡으러 간다며?”

“어? 어…. 카밀라가 말해주든?”

“어. 정식 단원이 된다 해도 마수는  더 시간을 들여서 훈련한 뒤에 잡는데, 넌 정말 남들보다 빨리 뛰어가는구나.”

“야, 야…. 이런 자리에서 그런 딱딱한 소리 할 거야?”

“하하…. 좀 그랬나? 처음에는 빌빌거려서 얼마 안 가  주점이나 창관에서 네 얼굴을 볼 수 있을 거라 내기를 했는데 너 때문에 홀라당 날린  억울해서 그런다 인마.”

“객쩍은 소리 하긴…. 네 그 입을 막기에는 소 뒷다리 통구이가 제격이겠군.”

“와오! 화끈한데? 가장 비싼 메뉴를 시켜주겠다고?”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데 즐길  있을 때 즐겨야지. 어차피 돈은 카밀라가 내줄 거야.”

“와…. 이런 썅년 봐라.”

“큭큭큭 칭찬 고맙다.”

턱!

수다를 떠는 도중, 주문한 맥주가 자리로 나온다. 건장한 체격의 남자가 서빙을 했는데  이유는 다음 놓일 맥주잔의 크기 때문이다.

쿵!

확연히 다른 소리의 내려놓는 소리가 들려온다. 바논의 앞에 놓인 나무로 만들어진 컵과 달리 이건 통나무를 그대로 파서 만들어진  아름 크기의 거대한 맥주 통이었다.
이루스의 잔은 바로 이 맥주 통이다. 그녀를 위해 바텐더가 직접 개발한 이루스의 한잔. 모두의 이목을 끄는 장면이 아닐  없었다.

“언제봐도 참 두려움을 주는 크기야….”

“마셔.”

끄덕

바논은 자기 앞에 놓인 맥주를 반을 마시고 내려놓았다. 그리고 그때

쿵!

“크!!!”

다 비워진 맥주통, 아니 이루스의 잔이 바논의 눈에 띄었다.
그가 겨우 반절 비워내는 동안 이루스는 그 거대한 통을  번에 들이켰다.
 모금도 남지 않고 깨끗하게 비워낸 이루스, 그러고도 그녀는 취기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이 세계의 맥주는 흑맥주다. 그리고 주조 방법이 그리 뛰어나지 않은 싼 맥주이다 보니 맛은 좋긴 해도 그 도수가 맥주치고 높았다.
그런데 그런 맥주를 한숨도 안 쉬고 한 아름의 맥주 통을 통째로 들고 다 마셔 버린 것이다.
바논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나중에 이루스와 마시면 무조건 각자 내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었다.

“오늘도 시원하게 마시네. 자기야!”

“자기라고  하지 마. 바네사.”

“뭐 어때? 난 술 잘 마시는 사람이 좋다고. 언제 한  내 방으로 안 올래?”

“나 그런 취미 없어.”

“앙- 딱딱하긴. 후후.  딱딱한 사람도 좋아.”

“나, 나도 딱딱한 거로는 아무에게도  져!”

“바논…. 꼴사납다니까.”

“제, 젠장….”

또 바논을 놀린 이루스는 바네사에게 안주를 주문했다.
안주가 나오는 것을 기다리며 이루스는 술을 추가했고 그 거대한 술을 또 한 번에 비운 뒤 드디어 기분이 좀 풀리는  입가에 미소를 띠고는 시원하게 소리를 높였다.

“크하! 맛있다.”

“어휴….  진짜 주당 중의 주당이다.”

“여기 와서 늘어난   근육이랑 힘, 그리고 술뿐이라고. 내가 고생한  생각하면 앞으로 이 술을 수천 번을 마셔도 모자랄 거야.”

“어련하겠냐.”

안주가 나왔다. 그런데 두 사람 다 안주에는 딱히 손을 대고 있지 않았다.
추가한 술이 나오자 이번에는 이루스 역시 조금씩 끊어서 마시면서 그제야 안주를 한 입 입에 넣는다.
분위기가 무르익어가자 주점의 불이 하나, 둘 꺼지며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킨다.
그리고 그 분위기를 타고 바논이 슬쩍 이루스를 향해 말을 걸었다.

“사냥하는 마수는 뭐야?”

“고블린. 고블린이야. 처음엔 가벼운 상대부터 시작하는 거라고 하던데?”

“음- 음-. 가벼운 상대라면 가벼운 상대지만, 하필 지금 고블린이라니. 조금 위험할 수도 있는데.”

“뭐가?”

술을 한 모금 털어 넣은 바논은 진지해진 눈으로 술기운을 잠시 누르며 이루스에게 대답했다.

“지금 시기에는 고블린 워리어가 자주 등장하거든, 가을에는 놈들의 발정기라서 말이야.”

“발정기랑 워리어가 무슨 상관인데?”

“일반 고블린들을 약하기 때문에 워리어가 일반 고블린과 같이 다니면서 씨를 뿌릴 암컷을 찾아다니지 이놈들은 한 암컷에 여러 수컷이 붙어서 윤간을 해서 씨를 뿌리거든. 해서 이 시기의 고블린은 위험한 종자들이야. 한 마리 한 마리야 별거 없지만, 몰려다니면 참 골치가 아프거든.”

“그렇군….”

이루스는 속으로 고블린 워리어에 대하여 생각을 하더니 남은 술을 털어 넣으며 고민도 같이 흘려넘겨 버렸다.


“…….”



이 아래로 14 추가분
*****************


머리가 적당히 어질어질한 것으로 살아 있다는 것을 만끽하는 좋은 아침이다.
바논과의 술자리가 꽤 길어지는 바람에 과음을 한 듯 머리가 띵 하게 울려온다.

“후!”

시원한 물로 정신을 차릴 겸 머리를 감으며 얼굴을 닦아내니  개운해졌다.
오늘은 다른 훈련 일정이 모두 취소되었다.
대신 마수 사냥을 가기로 예정되어 있으니 카밀라와 접선하기로 한 장소로지금 가야 한다.
기다리게 했다가 그 성격 더러운 년이 무슨 소리를 할지 모르기에 일찍 가야 맘 편할 것이다.
다행히 아지트 입구에서 조금 더 떨어진 산 깊은 숲으로 이어지는 길에는 내가 먼저 나왔다.
이제 카밀라가 올 때까지 여기서 시간을 조금 보내고 있으면 된다.

“야!!!”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요즘 호랑이는 속으로만 생각해도 오는 건가? 하고 실없는 생각을 하던 나에게 불의의 기습이 이루어진다.

“컥!”

“이 씨발년아!!!”

카밀라의 기습, 정확히 복부에 꽂힌 그녀의 스트레이트에 난 순간 방광이 풀릴 뻔했다.
이렇게 단련을 했는데도 그녀와 나의 레벨 차이는 50 이상이라 있는 힘껏 때리는 주먹은 역시나 위험했다.

“커…. 커 흑…. 왜, 왜 그러는 거야!”

“왜 그러는 거냐고?!  개 같은 년이 어제 아주 주점의 술이란 술은  거덜 내 버렸더라? 그리고 안주는 또  이렇게 비싼 거 처먹었어! 아니 처먹은  상관없는데 왜  앞으로 달아 놓은 거냐고!!!”

“아…. 그거…. 미안….”

주점에서 먹고 싶은  있으면 내 앞으로 달아 놓으라고 호언장담을 한 것은 그녀였다.
그러나 지금 그걸 걸고넘어지면 저 흉악한 주먹이 다시 내 복부를 노릴 것이다.
그리고 나 역시 어제 너무 기세가 올라서 비싼 안주, 그리고 퍼먹은 술이 있기에 그냥 혼나야 했다. 잘못 한 것은 나니까.

“너도 이제 정식 단원이니까 주어지는 돈으로 사먹어! 알았어?”

“알았어…. 미안해 카밀라.”

“으휴 술고래 년. 넌 나중에 술통에 빠져 익사해 죽을 거야.”

“익사하기 전에 그거 다 내가 마실 텐데?”

“시끄러워!!!”

“…….”

“입 다물고 따라와. 으휴! 내가 미쳐버려. 왜 그딴 말을 꺼내서.”

먹고 싶은  있으면 자기 이름 대고 다 먹으라고 했던 그 말을 후회하는 모양이다.
아무튼, 난 그녀의 뒤를 따라 숲 깊은 곳으로 향했다.
도적단의 아지트 주변은 마수의 흔적이 거의 없다.
아지트의 안전을위해 주변을 청소했기 때문인데, 그 덕분에 어제 이곳에 왔던 상단도 안전하게 도달한 것이다.
다만 방어를 위한 함정과 각종 미로와 같은 지형은 이곳을 잘 아는 사람이 아니면 들어오기 힘든 구조였다.
어제 온 상단의 상인은 자기 혼자만 이곳의 미로와 같은 지형, 그리고 함정을 기억하고 그들을 이끄는 것이다.
보안 차원에서 발설하지 않겠다는 마법 양피지의 각서 덕분에 그와 그를 따르는 상단원는 자기가 아는 사실은 다른 사람에게 알려줄 수 없었다.
나 역시 그 양피지에 각서 썼기 때문에 같은 도적단원이 아니면 이 길을 알려줄 수 없다.
카밀라의 뒤를 따라 함정, 그리고 미로로 이루어진 길을  기억하며 마수가 존재하는 깊은 숲에 당도했다.

“여기서부터는 마수의 영역이야. 게이트 너머로 보내는 마수도 이곳에서 사냥하곤 하지. 지금은  훈련이니까 생포를 목적으로 하지 말고 죽여 없애는 것을 전제로 진행할 거야.”

“그럼 마석을 얻을  없잖아.”

“고블린 따위 마석은 아무리 많아도 결국 길가에 굴러다니는 돌멩이 같은 거야. 수요가 많은 마석도 등급에 따라 인기는 천차만별이야. 고블린의 마석은 비싸지도 않고 다른 왕국, 제국과 연계를  용병, 도적단, 등등이 많이 사냥하니까 구태여 너까지 그런 자잘한 걸 신경 쓰지 않아도 돼.”

“흠-”

“그리고 마석을 소환하기 위해서는 일단 마수가 변이해야 하는데 제아무리 약한 고블린도 일단 변이를 하면  레벨로는 턱도 없어. 괜히 위험한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니까 그냥 고블린 사냥만 하고 끝내자.”

“알았어.”

“아. 참고로 지금 고블린 녀석들 발정기라 워리어가 가까이 있을  있거든? 그러니까 수가 좀 많아 보이면 바로 도망쳐서 이리 돌아와. 사냥 목표는 고블린 다섯 마리, 증거품으로 놈들의 어금니를 뽑아오면 돼.”

“어금니?”

“마석 뿐만 아니라 마수의 사체에서 얻는 부산물 중에는 도움이 되는 물건이 있거든, 고블린의 어금니는 마법 화학품의 재료가 되니까 돈이 된다고.”

“알았어. 어금니란 말이지.”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돌아오고 어두워질 거 같다면 어금니 수를 못 채웠다고 해도 그냥 돌아와. 물론 못 채우고 돌아오면 알지?”

최악!

“음….”

돌아와도 좋은데 돌아오지 말라는 건가…. 이거 내 세상에서나 있는 밈이라 생각했는데….
어쨌든. 그렇게 내 첫 마수 사냥, 고블린 사냥이 시작되었다.
일단 바논도 그렇고 카밀라도 모두 발정기의 고블린을 조심하라 했으니 수를 신경써야 겠다.
카밀라와 멀어져서 숲의 안으로 들어가니 주변의 공기가 확실히 변하였다.
피부를 찌를듯한 살기가 넘실넘실 흐르고 있다.
마치 숲 전체가  노리고 언제 어디서 달려들지 모르는 암살자가 되어버린 듯한 기분이었다.

‘자…. 어디들 있으려나.’

긴장감 반, 그리고 기대감이 반, 지금 내 상황을 설명하자면 이렇다고  수 있다.
마수를 사냥한다는 것은 한 달 전의 나였다면 정말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연약하고 나약하고 있는 거라고는 몸뚱이가 전부인 과거의 나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준비가 되어 있다고 나 자신도 당당히 자부할 수 있었다.
강철과 같이 단련하고 또 단련한 나를 내 스승이라 할 수 있는 카밀라가 인정하고 있다.
처음에는 그녀와 많이 대들고 참기 힘들어 폭발하는 바람에 많이 다투었다.
그럴 때마다 그녀에게 많이 맞기도 했으나 지금은 그게 다 날 걱정해서 한 일임을  알고 있다.

“키?”

“후우….”

잡생각을 접었다. 눈앞에 나타난 초록색의 소인종 고블린을 발견했기에 숨을 골랐다.
녀석은  인기척은 느꼈지만, 아직 날 발견하지는 못하였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녀석은 천천히 내가 숨어있는 나무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녀석의 머리가 천천히 내가 숨은 나무 뒤로 움직인다. 지금이다!

푹!!!

“칵!”

단말마와 함께 머리가 그대로 잘려나가며 즉사해 버리는 고블린의 모습에 난 참았던 숨을 토해냈다.
마수의 레벨은 녀석을 집중해서 바라보면 알 수 있다. 이 녀석의 레벨은 4였다.
고블린이 약하다고 해도 레벨이 4인 이 녀석의 목을 단칼에 잘라   있다니, 제이슨이  단검은 생각 이상으로 예리한 듯하다.

“키?”

“키이. 키이.”

마냥 승리를 만끽할 시간은 없었다. 바로 다음 죽을 대상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번에는  마리다. 수가 많아지면 상대하지 말고 숨거나 도망치라 했으나 두 마리 정도는 괜찮을 듯싶다.
놈들이 알아채기 전에 죽는 고블린의 시체에서 어금니를 뽑아 품에 넣고는 놈의 시체를 던져 놈들의 주의를 끌었다.
고블린 놈들은 단순하므로 소리가 크게 나면 일단 그곳을 바로 수색한다는 카밀라의 조언에 따른 행동이었다.

“카아!!!”

“카아아!!!”

놈들은 그것이 함정인 줄도 모르고 시체가 날아간 방향을 향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죽은 고블린의 시체에서 분명 피 냄새가 진동할 텐데 단순한 놈들은 그런 것을 생각지 못하나 보다.
난 나무 뒤에서 조용히 움직이며 시체를 향해 달리는  녀석의 뒤를 따랐다.
시체가 날아간 방향은 풀이 무성한 곳이라 두 녀석은 그 시체의 방향의 풀을 마구 파헤치고 있었다.

“키?!”

“키이?!”

그리고는 날아간 것이 자신들의 동족임을 알고 당황했다.
그 당황은 나에게는 이들을 죽일 수 있는 최고의 기회가 되었다.
놈들의 뒤를 노리고 달려나가서 한 녀석의 머리를 향해 단검을 휘두르며 조용히 말했다.
뭐…. 어차피 알아들을 수 있을 리가 없었지만 말이다.

“죽어.”

촤아!

“키!”

머리가 날아가서 바로 즉사하는 고블린, 그리고 나머지 한 마리 역시 당황해서  바라보자마자 내 단검에 머리가 날아갔다.

촤아!!!

 마리의 고블린을 모두 사살한 난, 놈들의 어금니 역시 잘 갈무리 하여 품에넣었다.
이제 남은 고블린 사냥 수는  마리다. 어렵지 않게 끝내고 빨리 돌아갈 수 있을 듯 했다.
남은 사냥감을 물색하기 위해 일단 나무 위로 올라갔다.
놈들이 죽은 동족의 시체 냄새를 맡고 이 자리로 찾아올 수도 있기에 일단 상황을 살피기로 한 것이다.

‘그나저나….  능력의 단점이 너무 뼈아픈데….’

내 능력인 하이드레인은 단숨에 레벨을 획기적으로 올릴 수 있다.
나와 성교한 상대는 나에게 레벨을 상납하게 되는 너무도 상스러운 능력이다.
되도록 사용하고 싶지 않은데 그러자니 내 능력의 단점이 내 발목을 잡게 된다.
하이드레인 능력의 단점, 성교를 통한 레벨 흡수로만 레벨을 올릴 수 있다는 이 단점 때문이다.
두 마리의 고블린을 사냥한 경험치는 그대로 공중에 분해되어 버린 것이다.
레벨4 한 마리, 레벨 3 두 마리를 사냥했는데 얻은 것이 고작 어금니   뿐이다.
나중에는 분명 레벨이 오르지 않는  두고 말이 많아지게 될 것이다.
난  능력의 진실을 숨기기 위해 제이슨과 카밀라마저 속이고 적당히 둘러대었기에 진실이 밝혀지면 위험하다.
그러나 진실을 밝힐 수는 없다. 내가 능력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 제이슨이 또  몸을 노릴 것이 분명했기에 숨겨야 했다.

‘그나저나…. 큰일이네. 기껏 사냥했는데 나중에 레벨이 전혀 오르지 않는 것이 밝혀지기라도 했다간 뭐라 대답하지….’

일단 숨길 수 있는 순간까지는 숨긴다 쳐도 밝혀졌을 때의 할 말을 분명히 생각해 두어야 했다.
이런 고민에 휩싸여 있을 때,  눈에 기이한 움직임이 보였다.
그것은 다섯 마리의 고블린 무리가 한꺼번에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었다.

“크아아아!!!”

‘저놈…. 워리어로군.’

레벨 15의 고블린 워리어가 등장하여 동족의 시체를 보고는 포효를 내질렀다.
높은 레벨의 고블린, 다른 고블린과 다르게 키가 사람만한 고블린 이었다.
그 레벨만큼이나 강인한 녀석일 터,  무리는 사냥할  없으니 천천히 이곳을 이탈해야 겠다.
나무를 내려와 이곳을 이탈하기 위해 다리를 움직이려고 하는데 순간 내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어?!”

튼튼한 나뭇가지를 디딘 내 다리가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다리뿐만이 아니었다. 팔도, 고개도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손과 발이 나무에 접착제로 고정이 되어 있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영문을 모르고 당황하고 있는 내 눈앞에 떠오르는 안내창은 날 나락의 구렁텅이로 빠트리는 전주곡을 연주했다.

(고블린 워리어가 당신을 적으로 인식했습니다.)

‘제길…. 녀석 눈치가 빨라…. 근데 왜 몸이 말을 듣지 않는 거야?!’

(레벨이 높은 고블린 워리어에 항거할 수 없게 됩니다.)

‘하, 항거할  없다고?!’

이거였다.  능력, 하이드레인의 두 번째 단점이다.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는 내 능력인 하이드레인은, 나보다 상대의 레벨이 높으면 항거할  없고, 내가 상대보다 레벨이 높으면 반대로 항거할  없게 만들어 버린다.
고블린 워리어가 날 적으로 인식한 그 순간, 높은 확률로 발동하는 이 단점이 발동해 버린 것이다.

“아…!”

고블린 워리어가 달려왔다. 그 뒤를 따라 다른 고블린들도 달려와 나무를 포위했다.
녀석들은 포위를  채로 나무를 흔들기 시작했다.
움직일 수 없는 내 몸은 그 상태로 중심을 잃어버리고는 땅으로 추락하였다.

“아앗!!!”

땅으로 떨어져 큰 고통이 느껴지리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고통이 없다.
떨어지는 나를 고블린 워리어가 낚아채서 자기 품에 안아버린 것이었다.

“이, 이거 놔! 놓으라고!”

구해준 것이 아니었다. 눈을 보면 알 수 있는 아주 간단한 일이었다.
놈의 눈은 동족을 죽인 자에게 보내는 살기가 아닌 욕정을 풀기 위한 탐욕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주변으로 몰려들어 오는 다른  마리의 고블린들 역시 눈에는 욕정이 가득했다.

“시……. 싫어! 이거 놔!”

‘이놈들은 한 암컷에 여러 수컷이 붙어서 윤간을 해서 씨를 뿌리거든.’

하필이면 이 상황에 바논의 말이 기억나다니, 그의 말대로라면 지금 난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것이다.
놈을 보자마자 몸을 뺐어야 했는데 생각이 많아지는 바람에 이런 꼴을 당하게 되었다.
다른 고블린 놈들은 몰라도 눈앞의 워리어는 정말 위험하다.
레벨이 높아 항거할 수가 없다는 것은 실제로 겪으니 너무도 위험한 단점이었다.

“크히이이이”

놈이 징그럽게 웃기 시작했다.

촤아!!!

다음 순간 내 옷이 모두 찢어졌다. 좌우의 고블린과 고블린 워리어가 합심하여 내 옷을 찢어발긴 것이다.

불끈!

다음 순간 짐승같이 발정해서 암컷을 취하려는 다섯 마리의 고블린이 벌겋게 성난 방망이를 들고 다가오기 시작했다.

“싫어…. 그만!!!”

내가 할  있는 것은또 무력하게 소리 지르는 것뿐이었다. 마치…. 처음 제이슨이 나를 무참하게 범했던 날처럼 말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