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화 〉8화, 속이다. (8/70)



〈 8화 〉8화, 속이다.

“하, 하이 드레인의 능력은 그…. 성교를 통해 상대방의 레벨을 흡수하는 능력이에요…. 낮아진 상대의 레벨만큼 제 레벨이 올라가요. 지금은 제 신체가 이 능력을 온전하게 발휘할  없으므로 발동을 제가 조절할 수 없고 흡수하는 레벨 역시 무작위라고 쓰여 있어요….”

거짓을 믿게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진실이 섞인 거짓을 말해 주는 것이다.
레벨이 높은 대상에게 항거할 수 없게 된다는 불리함을 굳이 이들에게 알릴 필요가 없다.
레벨이 낮은 대상인 나에게 항거할 수 없게 된다는 내용   알려봤자 날 위험인물로 생각할 것이 뻔하니 숨겼다.
여기에 아직 내가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없다는 것을 일부러 거짓으로 덧붙였다.
즉 하이드레인 때문에 성교를 한 대상의 레벨을 무작위로 흡수하는 시한폭탄이나 다름없게 된 것이다.
비록 제이슨에게 처음을 빼앗기고 짓밟혔지만, 이후로는 그가  함부로 건드릴  없게 속인 것이다.
그 말에 썩은듯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기 시작하는 제이슨의 얼굴이 보인다.
그 옆으로는 흥미로운 듯한 표정으로 내 얼굴을 살피는 왕국 관리의 얼굴이 보였다.

“흥미로운 내용입니다.”

“흥미롭기는…. 젠장. 이거야말로 못 먹는 음식이잖아. 하…. 내가 피땀을 흘려 높여둔 레벨이 고스란히 이 년에게 흡수되었다? 황금을 땅에 버린 격이군…. 제길.”

“대 두령에게는 불유쾌한 일이겠지만, 확실히 흥미가 느껴지는 내용입니다. 이 여성 말고 다른 게이트에서도 납치가 되어 끌려온 저쪽 세상의 사람들이 분명히 있겠지요. 그들도  여성처럼 이곳에 오자마자 레벨과 능력이 생겼을 확률이 높습니다. 이건 제가 따로 조사해 보아야겠고. 대 두령께서는 앞으로 이 여성의 상황을 정기적으로 보고해 주셨으면 합니다.”

“뭐야? 우리 거래에는 그런 시답잖은 일 따위 없었을 텐데?”

“지금 여기서  내용을 추가하죠. 정기적인 보고로 인해 우리가 알게 되는 새로운 정보에 관한 금액도 따로 내도록 하지요. 이는 보고된 적이 없는 미지의 일입니다. 저쪽 세상과 이쪽 세상의 경계를 더욱 좁게  수 있고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말이죠.”

“음…. 금액을  지급하겠다면야 내 거래를 하도록 하겠지만, 레벨을 흡수한다니. 이런 꺼림칙한 년을 계속 데리고 있어야 한단 말인가. 음…. 뭔가 사용해 먹을 방법이 있을 것도 같긴 한데…. 이거야 원.”

어제만 해도 날 마음껏 짓밟은 주제에 저런 말을 하다니, 만약 내 상황이 이렇지만 않았어도 바로 뺨을 후려갈겨 버리고 싶을 정도로 나에게 상처가 되는 말이다.
화장실 들어갈 때 나올 때가 틀리다 더니 딱 그런 격이다.

“아 참…. 그리고 저쪽 세계에 파견 나간 사람들에게 저쪽 세계 인간들을 해치거나 필요 이상으로 괴롭히는 등의 행동은 자제하게 해주시기 바랍니다.”

“뭐야? 그런 건 우리 소관이라고. 마석만 너희에게 넘겨 줄 수 있다면 어떤 일을 하든지 관여치 않기로 했잖아?!”

“물론입니다. 앞으로도 저희 왕국은  두령의 페이머스 도적단에 그 어떠한 관여도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아직 왕국 내부에서는 온건 협력파와 과격 침공파가 대립을 이어 나가는 중이지요. 비록 이번에는 침공파의 힘이 더 커서 약하디약한 저쪽 세상을 무작정 침공하였지만, 힘의 균형이라는 것은 언제 어느곳으로 치우칠지는 그 누구에게 모르는 겁니다. 그러니 혹시라도 온건파가 침공파를 누르고 정계를 장악했을 때 문제의 소지가 없도록 미리미리 조심하자. 뭐 이런 이야기죠.”

“흠…. 골치 아픈 정계 이야기 따위 내  바 아니지만…. 확실히 그렇게 되면 왕국과의 거래에  차질이 생길 수 있겠군. 알았어. 하지만 초반에 확실히 잡아두지 않으면 괜히 우리에게 도전하는 놈이 생길 수도 있어. 게이트 때문에 이 년이 레벨과 능력을 얻었지? 저쪽 세계와 우리 세계가 앞으로 얼마나 많은 연결점이 생길지도 모르고 그에 따른 부작용이 얼마나 어떻게 일어날지 아직  누구도 몰라.”

“흠…. 그렇군요. 요는 저쪽 세계에도 레벨과 능력이 생긴 자들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겁니까?”

“그래. 만약에 레벨과 능력이 생긴 놈들이 점점 생겨난다고 가정해 봐. 그렇게 되면 나중에는 관리하기 어려워질 거야. 저쪽 세계 인간들을 다 죽이지 않을 거라면 지금 목줄을 단단히 채워둬야 한단 말이야. 초기에 놈들의 기세를 꺾어 버리고 우리 말에는 절대복종하는 노예가 될 때까지는 처참하게 짓밟고  짓밟아 놓아야 해. 에탄 녀석은 잔인한 성격이지만, 그 도가 심하진 않아, 충분히 옥죄었다 판단하면 알아서 목줄을 조금 느슨하게 풀어줄 거야.”

“알겠습니다.  부분은 제가 어떻게든 무마해 보지요. 뭐 아직은 침공파의 위세가 강하니 얼마 동안의 일 정도는 나중에 흐지부지되게 만들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체벌과 노역을 시키되 목숨은 거두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 정도가 되면 저도 나중에 온건파에  이야기가 되지 않겠습니까?”

“좋아. 그러나 혹시라도 목숨을 거두게 된다면 우리가 알아서 잘 처리하지.”

“마지막 이야기는 전 듣지 못한 것으로 하겠습니다.”

“알았다.”

에둘러 표현하지만, 어느 정도는 허락하겠다는 이야기일 터….
 왕국에서 파견 나온 관리도 여간 무시무시한 사람이 아니었다.
관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이곳을 빠져나가면서 마지막으로 나에게 의미심장한 눈길을 보냈다.
앞으로 저 사람 역시 나에게 지대한 관심을 끌게 될 것이다.

“카밀라!”

“예 대 두령.”

“앞으로 저년은 네가 감시하고 잘 조련해서 네 부하로 써먹던지. 영 아니다 싶으면 도적단 내부의 말 안 듣는 놈들 처벌할 때 사용해. 레벨이 흡수되는 형벌이라. 정말 쓸만할 거라 생각이 드는군. 앞으로 저년이 이 도적단에 제대로 적응하기 전에는  앞에는 얼씬도 못 하게 할 것도 당부하지.”

“알겠습니다. 대 두령.”

“다만. 혹시라도  능력을 저년이 마음대로 조종할  있는 날이 온다면 말하도록 해라. 우리 도적단은 실력 있는 자. 그리고 희귀한 능력이 있는 자를 아주 우대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저런 상등품을 마냥 버리는 것도 아깝기도 하고.”

“제가 옆에서  년을 살피며 변화가 있다면 그 즉시 알리겠습니다.”

“그래, 그래 내 카밀라 널 믿고 있다. 난 할 일이 있으니 일단 이 년에게 우리 도적단 아지트를 보여주고 3일 정도는 체력 훈련 위주로 굴려. 그리고 4일 차부터는 약한 마수와 싸우게 해라.  이후의 일은 오롯이 네게 위임하지.”

“그렇게 하겠습니다. 야! 따라 나와. 그럼 전 가보겠습니다. 대 두령!”

“그래.”

그렇게 내 신병은 다시 카밀라에게 맡겨졌다.
이곳에 올 때와 같은 상황이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지금부터 나는 이 도적단에 말단으로 생활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노예가 되는 것보다는 조건이 좋으려나…. 아니다. 생각하지 말자.
괜히 기대하면 나중에 후회만 할 뿐이다.

“넌 당분간 나와 같은 방을  거야. 허튼수작을 부리거나 도망치려고 하거나.  말에 복종하지 않고 항거를 하면 그 즉시 체벌을 가할 테니 알아서 기어.”

쫙!

그녀는 자신의 허리춤에 감긴 채찍을 꺼내 내 발치 옆을 강하게 후려쳤다.
바람이 일고 땅이 조금 패여 버리는 그 강렬한 일격에 놀라서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자 그녀가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대답은 어디로 갔냐는 뜻일 것이다.

“그, 그럴게요!!!”

“감시 기간이 지나면  전용 방을 주지. 그러나 감시 기간이 끝난다 해도 네년의 일거수일투족은 우리 숨은 눈들이 지켜보고 있다.  품에서 벗어난 뒤에는 위에 열거한 행동으로 잡히면 내가 체벌을 하기도 전에 네년의 목이 몸뚱이를 떠나게  거다. 이건  위한 충고야. 괜한 짓으로 목숨을 버리지 말라는 충고. 알아들었어?”

마냥 나쁜 사람은 아니려나….
내가 알겠다고 대답을 하니 그녀는 그제야 말을 멈추고  어딘가로 향해 데리고 갔다.
그곳은 방이 아니었다. 어딘가로 통하는 통로였고 어제 걸어서 왔던 길이었다.

“한동안은 저 세계에 돌아갈  없을 거다. 그러니 네 동료와 만날 시간을 주지. 오늘 난 저쪽에 전달할 사항이 있어 정확히 두 시간 동안 체류하게 될 거다. 그  시간 동안 인사나 하고 와라. 노예에게는 이런 배려 따위 일절 없을 것이나. 넌 이제부터 우리 가족이다. 물론 완벽한 가족이 되기 위해서는 네 나름대로 노력이 필요하지만.”

“아, 알았어요.”

능력과 레벨이 생긴 것을 보고 날 도적단의 일원으로 키우겠다는 뜻을 밝힌 제이슨이었다.
특히나 내가 레벨을 흡수한다는 것을 듣고처음에는 꺼림칙하게 생각하였으나 한편으로는 어딘가 쓸모가 있을 거라 생각을 했는지 어떻게 해서든 이용할 생각인 듯했다.
카밀라는 우선 게이트를 넘어가기 전에 몇 가지 설명을  해주면서 옷으로 가라 입혔다.
이곳의 도적단들과 비슷한 디자인의 옷, 여성용 옷이라 모습이 조금 달랐지만, 색감과 재질은 같았다.
그리고 작은 단검을 받아 들고는 처음이라 엉기적거리며 장착해 본다. 제법…. 잘 어울리는 건가?
괜히 엉덩이나 가슴이 강조되는 딱 맞는 옷이라 신경이 쓰이지만, 눈앞의 카밀라 역시 나와 같이 짧고  끼는 치마, 그리고 가슴을 강조하는 스포츠브래지어와 비슷한 느낌의 반들거리는 가죽옷을 입고 있다.
그리고 몸을 움직이는 것에는 전혀 지장이 없고 제법 통풍도 잘 되어 생각보다 쾌적한 옷이었다.
옷을  갈아입으니 그녀는 날 이끌어 다시 게이트를 넘었다.
처음에 게이트를 넘을 때 느낀 울렁거림은 이제 느껴지지 않는다.
아무래도 어제  번 이동한 것으로 내 몸이 게이트에 적응해 버린 듯싶다.
그렇게 죽을뻔한 고비를 넘어 치욕과 수치를 잔뜩 안은 채 내가 살던 고향의 땅으로 되돌아 왔다.
어제와 전혀 다른  없는 공간. 그러나 확실히 뭔가가 변해 있었다.
시끄러운 경적의 소리도, 차가 지나다니는 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다.
아침나절에 창문 밖으로 보여야  도보의 인파도 없다.
게이트가 열린 곳이 한국에 얼마나 될지는 아직 모르나 아마 괴물들의 난동, 그런 괴물을 잡아 죽인 괴물 같은 인간들의 내용은 속보로 일파만파 퍼져 나갔을 터….
이곳 일대의 도시 전체가 봉쇄되었을 확률이 높았다.
총알도 통하지 않는 괴물, 마찬가지로 총알이 통하지 않는 괴물 같은 인간들, 이들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정부에서 머리 터지게 논의가 한창일 것이다.
이곳의 생존한 사람들의 생명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빠른 처리가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높으신 분들의 이권이 겹치고 겹쳐서 사건은 그리 빠르게 해결되지 않을 것 같다.
아니 애초에  일을 한국 정부가 해결할 수나 있을까….

“하아….”

절로 나오는 한숨을 내 쉬며 내 허리춤에 단단히 장착된 작은 단검을 바라보았다.
이것이 도적단 말단들이 사용하는 기본적인 무장인 듯했다.
길이는 짧지만, 매우 날카로워 보여서 그 절삭력만큼은 무시할 수 없어 보인다.
눈앞에서 카밀라가 이것을 사용해 질겨 보이는 가죽을 종이 베어버리듯 하는 모습에는 헛숨을 들이킬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 꼴을 하고 동기들, 선배들, 그리고 직장의 높으신 분들 앞에 서야 한다니 조금 막막하다.
가족이야 없으니 휴대전화로 연락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그 외 친구들에게는 연락하고 싶었다.
다시 되돌려 받은 나의 휴대전화를 들고 번호를 눌러보니 통화권 이탈이 떴다.
아…. 이곳은 이제 완벽히 저들 수중에 떨어진 것이구나….
한국에서 이곳만이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이것을 미루어 보자면 아마 인터넷 역시 끊어져 있을 확률이 높았다.
이들이 단순한 도적단이지만,  두령 제이슨은 제법 머리가 돌아가는 인물이었고 옆에 있던 왕국의 관리 또한 능구렁이 열 마리는 속에 키우고 있는 느낌이었다.
아마 정보의 전달, 그리고 수상한 것을 모두 배제하라는 명령을 내린 것이겠지….

“아쉽네…. 아란이한테는 연락하고 싶었는데.”

대학 후배의 이름을 말하며 다시 휴대전화의 화면을 끄고는 천천히….
천천히 내 회사 동기들과 다른 이들이 잡혀 있는 방으로 향했다.
회사의 회의를 하기 위해 만들어  거대한 회의실. 이곳에 모두가 잡혀 있다.

“멈춰. 넌 누구냐?”

“저…. 이우신이라고…. 이번에 카밀라님의 부하가 되었습니다.”

“엉? 보고받은 일이 없는데.”

“우리랑 같은 복장을 한 거 보니 거짓은 아닌 거 같지만. 이건 일은 확실히 해야 해서 말이지. 여긴 무슨 목적으로 온 거냐?”

“여기 갇혀있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려고요. 오늘 다시 게이트를 넘어가면 한동안 이곳에 돌아오지 못한다고 해서요.”

“그래? 그럼 단검은 여기 두고 들어가. 혹시나 불미스러운 일을 만들면 재미없을  알아.”

“예….”

“친구. 넌 여기 지키고 있어 줘. 난 여기에 이우신이라는 계집이 들어갔다고 에탄 두령님께 전달하고 올 테니까.”

“알았어. 단검 주고 들어갔다가 나와. 너무 오래 있지 마라. 괜한 의심 사서 좋을  없어.”

“알았어요.”

기본적으로 도적단들은 자기와 가족인 도적단원에겐 매우 친절한 모습을 보였다.
이 두 명 중에  단검을 받아 든 남자는 아직도 기억에 생생히 남아 있다.
추잡한 표정을 하고는 내 동기인 세연이를 강간한 남자  한 명이다.
그가 보지 못하는 방향에서 얼굴을 찌푸린 나는 그가 열어준 문을 통해 회의실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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