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화 〉7화, 하이 드레인.
“하-!”
기분 좋게 자신의 모든 욕망을 우신에게 분출한 제이슨은 실신하여 잠들어 버린 우신의 옆에서 그녀를 한쪽 팔에 안아 주며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번 시원하게 하고 침대에 누워 여운에 잠긴다. 그가 생각해도 운치가 있는 행동이었다.
“텅텅 비도록 짜내어졌군. 이런 적이 얼마나 되던가…. 하하하 정말 좋은여자야. 명기야 명기.”
마음에 쏙 든 모양인지 그는 잠든(실신한) 우신의 입술을 마음껏 훔치며 가슴을 주물렀다.
너무 심했다간 다시 고개를 쳐들고 일어날 자신의 아랫도리를 생각해 조금씩 조절을 하지만, 솔직히 좀 아쉬운 기분을 들었다.
“카밀라에게 훈련을 좀 시키라고 할까? 이런 약한 몸으로는 잘못하다간 졸도해서 죽겠군. 그러면 안 되지. 안 되고말고. 얼마 만에 마음에 드는 년을 구했는데 그러면 안 되지.”
이우신을 훈련 시켜서 체력을 붙이고 몸을 좀 더 튼튼하게 만들어 오랫동안 먹을 생각이었다.
우신에게는 거의 사형 선고나 다름없는 생각이었지만, 그는 뭐가 그리 좋은지 낄낄거리며 잠들이 전에 항상 하던 것처럼 자신의 신체 상황을 보여주는 화면을 띄웠다.
마법이 발전한 이 세계에서는 누구나 자신의 신체 상황을 자유로이 볼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의 신체 상황을 보기 위해서는 허락이 필요하지만, 대체로 적이 아닌 이상 굳이 숨기지는 않았다. 어차피 볼 수 있는 것은 레벨과 직업이 다였으니까.
그와 반대로 자기 자신의 신체 상황은 좀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었다.
레벨과 직업, 이름, 나이, 종족과 성별, 건강 상태와 자신이 익히고 있는 특수한 능력 등등 제이슨은 항상 잠들기 전, 그리고 잠에서 깨어난 후에 자신의 신체 상황을 점검하곤 했다.
“어?”
신체 상황을 띄운 그는 잠이 다 달아날 정도로 놀라서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
화면에 떠오른 것 중에 자신의 레벨이 이상했다. 아침에 일어날 때만 해도 그의 레벨은 215였다.
그런데 무슨 영문인지 지금 신체 상황에 표기된 레벨은 210으로 5점이나 낮아져 있었다.
“레벨이 낮아졌다고! 그럴 리가 없는데?!”
한번 올린 레벨은 낮아지지 않는다. 지금까지 그것이 이 세계의 법칙이었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레벨이 강함의 증거요, 자신이 지금까지 걸어온 험난함의 경험을 보여주는 척도였으니 레벨은 그야말로 자신의 모든 것이나 다름없었다.
레벨이 오르면 자연스레 몸이 강해진다.
레벨을 올리며 수련을 병행하면 몸이 레벨에 더욱 쉽게 적응해 빠르게 강해질 수 있다.
그러나 수련을 통해 강해지는 것보다 레벨이 올라 강해지는 능력이 더욱 컸다.
레벨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요구하는 경험치가 많아지는 것이 문제이긴 해도 그걸 넘어서는 효과는 톡톡히 볼 수 있었다.
그렇기에 전투에 이골이 난 직업일 경우는 더더욱이 레벨을 올리기 위해 혈안이 되며 그걸 위해서 마수를 사냥하거나 전쟁에 참여해 사람을 죽여 자신의 레벨을 올린다.
레벨이 오르면 올랐지, 지금까지 레벨이 떨어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자신의 선대, 선대의 선대까지도 그런 일은 전대미문이었다.
그런데 지금 자신의 레벨이 5나 낮아진 것이다. 이 알 수 없는 상황에 그가 느꼈을 충격은 상당할 터였다.
“이게 도대체 어찌 된 영문이야. 피땀 흘려서 얻은 레벨이 어디로 간 거냔 말이야!!!”
결국, 자리에 앉은 그는 오늘 자신이 했던 일들은 찬찬히 떠올리기 시작했다.
도적단 아지트를 순찰하고 부하들의 보고를 듣고 왕국에서 파견 나온 사람과 보상 조율을 하는 것….
그리고는 잡다한 업무를 보고 대충 처리한 것들…. 그것 말고 이상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허!”
아니 한가지 있긴 했다. 바로 방금 일어난 일이다.
질펀하게 즐기던 도중 항거할 수 없을 정도로 기분이 좋아져서 자기도 모르게 막대한 사정을 해버린 바로 방금의 상황 말이다.
이 이우신이라는 여자의 안에 사정할 때 뭔가 몸에서 힘이 쭉!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긴 했다.
아까는 그저 오랜만에 만난 명기가 자신과 속궁합이 좋은 나머지 이런 감각이 들었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인제 보니 그게 아니란 의심이 들어오는 제이슨이었다.
분명히 이 여자에게 뭔가 비밀이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아니 그것이 틀림없을 것이다.
“이년!!!”
뭔가를 직감했는지 제이슨이 우악스러운 손길로 이우신의 목을 강하게 졸랐다.
그러자 숨이 턱! 하고 막힌 우신이 잠에서 깨어나 숨이 막히는 비명을 질렀다.
“컥!!!”
“네년! 당장 나에게 신체 상태를 보여라! 어서!!!”
자다가(실신) 벼락을 맞은 기분이 바로 지금 이우신의 기분일 것이다.
그러나 막 깨어나서 온전하지 못한 그녀의 정신은 그의 말에도 빠르게 반응하지 못하였다.
점차 조여오는 숨통에 아…. 이제 죽는구나 하고 생각한 그녀는 의식이 다시 흐려지는 가운데 겨우겨우 대답했다.
“보…. 보세…. 요…. 오옥….”
물론 그녀는 신체 상태가 무엇인지 모른다. 그저 보여달라는 말에 보라고 대답을 했을 뿐이었다.
숨이 막혀가는 그녀는 마지막 힘을 다해 대답을 마친 그녀는 점차 눈을 뒤집기 시작했다.
목이 졸려서 점차 산소가 부족해지니 그녀의 온몸이 격렬하게 진동하였다.
점차 혀가 튀어나오고 거품까지 물기 직전이었다.
하반신에 힘이 빠지는 바람에 그녀는 강한 물줄기로 소변을 싸기 시작했다.
쏴아아!
털썩!
다행히 숨이 완전히 넘어가기 직전에 제이슨의 손에 힘이 빠졌다.
그녀는 눈을 뒤집고 혀를 내민 그 상태 그대로 침대에 완전히 뻗고 말았다.
처참하게 실신한 그녀의 위로는 제이슨이 원하던 이우신의 신체 상태가 떠올랐다.
이것은 이변이었다. 이것은 정말 의외의 일이었다.
그녀는 이 세계의 사람이 아닌 다른 세계의 사람이다. 이 신체 상태가 떠오르면 안 되었다.
“제기랄…. 뭔가 잘못되었군…. 한참 잘 못 되었어!”
게이트를 넘어온 저쪽 세계의 인간, 그것이 뭔가 부작용을 일으킨 것일까?
그녀는 저쪽 세상 사람들이 가지지 않고 있던 신체 정보를 가지게 되었다.
제이슨의 눈앞에 떠오른 내용은 마치 앞으로 일어난 일의 전조를 보이는 듯했다.
레벨:6
직업:일반인
*****
“……….”
눈을 뜨고 가장 먼저 본 것은 아무것도 없는 낯선 천장이었다.
기억이 흐릿한 와중에 점차 봇물이 터지듯 기억이 몰아쳐 오기 시작했다.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기억의 파도가 휘몰아친다.
“아…. 그래…. 난 어제….”
어제 제이슨의 거대한 방망이에 음부를 흠씬 두들겨 맞았다.
그런데 그런 것 치고는 하반신의 상태가 멀쩡했다.
음부에서도 그다지 아픔이 느껴지지 않았고 침대를 나와 땅을 디뎌도 가랑이가 아프지 않았다.
“그 약 때문인가…. 그 약 쓸데없이 효능이 좋구나….”
어제 음부를 그렇게 흠씬 두드려 맞았는데도 아프지 않다니, 정말 효능 좋은 약이다.
이 세계에 마법이 있다고 했으니 마법적 처리를 통해 만들어진 약일 터….
내 세상에 팔면 돈 좀 만지지 않을까 싶었지만, 지금 내 상황에서는 말도 안돼는 생각 이었다.
“노예 같은 생활이 펼쳐진 가운데 팔자 좋은 생각이구나.”
“혼자 뭘 그렇게 떠들어!”
“힉!”
예고도 없이 누군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잠시 놀라서 누군지 확인하지 못했지만,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확인하니 카밀라였다.
예의 그 앙칼진 눈으로 날 노려보던 그녀는 새 옷을 대충 던져 주며 입으라 했다.
“빨리 갈아입어 대 두령님이 기다린다!”
“아. 알았어요.”
“빨리! 갈아입어 어서 빨리!!!”
어제보다 더 기분이 안 좋아 보인다.
저러는지 도대체 영문을 알 수 없지만, 지금은 고분고분 따라야 했다.
이제부터 그녀와 자주 만날 거 같은데 괜히 더 기분을 나쁘게 할 필요는 없으니까.
빠르게 옷을 갈아입고 머리만 대충 정리하고 나오니 카밀라가 다짜고짜 내 손을 잡아 이끌었다.
그리고 도착한 곳에는 어제 날 거대한 방망이로 흠씬 두들겨준 제이슨과 그 옆에슨 왕국에서 나왔다고 알고 있는 한 관리가 앉아 있었다.
“왔군. 저 년이오.”
“그렇습니까? 흠…. 흥미롭군요. 이름이 무엇인가요?”
“저, 저요?”
“아가씨 말입니다. 괜찮으니 말하세요. 전 이들과 다르게 신사적이니까요.”
“흥! 신사들 다 죽었군. 껄껄껄.”
“후후.”
누가 뭐라고 하든 드는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이런 놈들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듯한 달관한 표정이다.
그래도 그는 어느 정도 문명인이라 생각되어 이름을 말하기보다는 그에게 다른 말을 건넸다.
“구해주세요…. 뭐든지 다 알려드릴 테니…. 제발.”
“입 다물어! 노예 주제에!”
카밀라가 날 저지했지만, 대 두령이 손을 들어 그녀를 막았다.
그리고 내 말에 대한 대답이 그 관리에게 들려왔다.
“조금만 잘해주면 꼭 기어오르는 종자가 있곤 하죠. 바로 당신처럼. 제가 부탁하는 것처럼 말하니 그러는 걸까요? 그렇다면 다시 하도록 하죠. 노예는 이름을 말하세요.”
“아….”
말만 번지르르 기품 있지만, 역시 이 남자도 이들과 전혀 다를 게 없었다.
자신은 마치 생각을 하는 문명적인 사람이라는 표정을 하고 있지만, 내가 노예로 전락했다는 정보가 머릿속에 입력됨과 동시에 바로 태세가 바뀌었다.
“이…. 우신입니다….”
“좋아요. 노예 이우신. 지금부터 당신의 신체 상태를 보고 내가 묻는 말에 대답하세요.
만약 거짓을 말한다면 내 나름대로 고통을 당신에게 선사해 줄 수 있으니 잘 생각하고 대답하는 게 좋을 겁니다.”
“네….”
“좋습니다. 그런 자세 아주 좋아요. 내 이름은 트러스입니다. 앞으로 부를 때는 트러스님이라 부르면 됩니다. 그럼 노예 이우신. 신체 상태를 떠올려 보세요.”
“시, 신체 상태가 무…. 힉!!!”
질문을 더 이어갈 필요도 없이 신체 상태라는 것을 머릿속으로 강렬히 생각한 것뿐인데 눈앞에 반투명한 창이 떠올랐다.
그것은 뭔가 알 수 없는 문자로 무언가를 알려오고 있었는데 다음 순간 글자들이 어지럽게 변하더니 내가 읽을 수 있는 한국어로 번역이 되었다.
“당신의 직업이 뭡니까.”
“이, 일반인이요.”
“좋아요. 옳은 내용이군요. 진실하게 계속 그렇게만 대답하세요.”
“네….”
“당신의 지금 레벨이 6이지요?”
“예…. 6이네요.”
“그게 참 이상한 부분입니다. 신체 상태가 보이고 레벨, 직업을 가진 것은 당신이 게이트를 넘어오면서 생긴 부작용이라 치지만…. 당신은 이곳에 온 직후 바로 이 도적단의 노예가 되었고 그러므로 레벨이 올라갈 수 없는 상황이지요. 그런데 레벨이 6이란 말이지요.”
이 말에 제이슨의 볼멘소리가 이어졌다.
그는 마치 모든 것이 내 탓이라는 듯 어제와는 전혀 다른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날 노려보고 있었다.
“확실해, 내 낮아진 레벨만큼 저년의 레벨이 오른 거야. 빌어먹을 일이로군.”
“흠…. 지금까지 보고가 된 바가 없는 너무도 특이한현상입니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지요.”
“뭐…. 뭔가요.”
“혹시 당신의 능력 창에 특수한 능력이 있습니까? 원래는 직업이 없는 사람에게 능력이 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현상이지만, 레벨이 낮아지는 기현상이 일어난 것을 보면 뭔가 능력이 있는 것이 확실하다고 생각되는군요.”
“능력…. 이요?”
나야말로 이 상황이 말도 안 된다, 생각되지만…. 이곳은 내가 있던 세계와는 다른 곳이다.
저 트러스라는 남자의 말처럼 게이트를 넘은 부작용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 것이라면 저들이 원하는 답이 나에게 있지는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눈앞에 띄워 올린 신체 정보 창에는 트러스의 말처럼 역시나 능력이 존재하고 있었다.
“하이…. 드레인….”
“그거군요. 집중하면 자세한 설명이 떠오릅니다. 그걸 알려 주시죠.”
“네.”
트러스의 말을 듣고 하이드레인이라고 적힌 능력을 집중하여 바라보니 그 위로 새로운 화면이 떠올라 하이드레인의 능력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능력: 하이드레인
(1. 상대방의 레벨을 낮추고 자신의 레벨을 올리는 능력.)
(2. 상대방이 자신보다 레벨이 높으면 그 차이가 크면 클수록 흡수율이 높아진다.)
(3. 자신보다 레벨이 높은 대상에게 전투, 성교 중에 높은 확률로 항거할 수 없게 된다.)
(4. 자신보다 레벨이 낮은 대상은전투, 성교 중에 높은 확률로 항거할수 없게 된다.)
(5. 상대방과의 성교[몸을 섞기만 하면 무엇이든 가능]를 통하여 발동된다.)
(6. 경험치를 이용해 레벨을 올릴 수 없다.)
(7. 능력이 발동할 때마다 효율이 높아진다. 현재 레벨 흡수 효율은 1%[최대 흡수량 5레벨])
(8. 같은 대상에게 하루에 한 번만 발동한다. 단 흡수한 대상과의 연전이 이루어지면 최대 세 번까지 연속으로 발동한다.)
(9. 능력이 강제로 발동하는 것을 억제하려면 성교가 시작되기 전에 상대방을 흡수 불가 대상으로 지정해 둬야 한다.)
여기서 일생일대의 고민을 해야 했다.
이것을 곧이곧대로 말해야 하는지….
아니면 적당한 구색으로 속여서 대충 얼버무려야 하는지 말이다.
성교를 통해 레벨을 흡수한다.
저질스러운 능력이지만, 지금 나에게는 하늘에서 내려온 황금 동아줄이나 다름없었다.
이곳에서는 레벨이 높으면 높을수록 신체 능력이 점점 강해진다.
지금은 나에게도희망인 레벨이 생겼으니 나 역시 강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것을 이용해야 했다. 그리고 저들이 내 능력이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게 만들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각색이 필요했다.
다른 것을 다 숨기고 일단 저들이 원하는 내용만을 조금 흘리는 거다.
어차피 지금 상황을 보니 저들은 내 능력을 볼 수 없는 듯하니 연기를 잘 해보면 이 상황을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마음을 다잡은 뒤 이들을 속이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연기를 시작했다.
두려운 듯, 그리고 무서운 듯 덜덜 떨면서 아는 대로 다 말한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