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화 〉2화, 처음 보는 세상.
“뭐야? 너 아까 미노타우로스한테 잡아 먹혔던 년 아니냐?”
“미, 미노 뭐요?”
“아. 너희는 이놈이 뭔지 모르지. 쉽게 말하면 마수야. 저 소 대가리 녀석 말이야.”
그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 잘린 머리만 남아 있는 그 괴물의 모습이 자세히 보인다.
소처럼 생긴 얼굴을 하고 있다는 말이 바로 이해가 되는 모습….
이 남자의 말에 따르면 아까 날 잡아먹은 놈은 저놈이라는 것이 된다.
“이야. 그럼 내가 생명의 은인이잖아. 알아서 잘 모셔라. 고분고분 말에 따른다면 난폭하게 다루지는 않을 거야. 단 괜히 손톱이나 이빨 세우고 덤벼들었다간 방금 애들 먹이로 던져준 저년 꼴이 되겠지만.”
“그. 그게…. 흡!”
“호읍! 흐으음! 흐으음!!!”
괴물에게서 다시 그 거한, 그리고 거한의 말을 듣고 그의 뒤에서 벌어지는 참상에 눈이 가버렸다.
괴한이 잔뜩 범해서 정신이 없는 세연이가 그의 뒤에서 남자들 무리 중앙에서 처참하게 윤간당하고있었다.
강제로 입을 벌려 그 안에 성기를 물리니 그녀의 입에서 고통스러운 신음이 흘러나온다.
그것도 성에 안 차는지 음부에, 항문에, 양손에 바글바글 붙어 한 여자를 그야말로 성교의 고문을 가하고 있었다.
이미 세연이는 눈을 뒤집은 상태로 남자들에게 짓밟히는 중이었다.
“으…. 으…. 싫어….”
다리에 자연스레 힘이 빠진다.
도대체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이 남자들은 뭐고. 저 괴물은 또 뭘까….
혼란과 공포가 만연한 이 공간에 나 혼자만 동떨어져 있는 기분이다.
“뭐해. 어디서 주저앉아. 일어나.”
“아윽!”
어깨를 잡은 우악스러운 손이 내 몸을 너무도 쉽게 일으켜 세웠다.
강한 힘으로 강제로 새워지다 보니 후들거리는 다리로는 제대로 땅을 디딜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이 남자의 허리를 잡고 중심을 잡아야 했다.
내 그 꼴이 우스웠던 건지 남자는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아양도 떨고 할 맛이 나는 년이네. 좋아. 정했다. 내가 만족하면 넌 내 전용으로 해주지. 저 뒤에 넘긴 년처럼 되기 싫으면 노력을 해보라고.”
전혀 좋은 소식이 아니지만, 왜 내 몸은 안심하는 걸까….
큰 공포가 앞에 있으니 작은 공포가 낫다 이건가? 최악보다는 차악이다,뭐 그런 건가?
무슨 일이 되었건 지금 내가 지켜온 22년의 정조가 깨질 상황에 부닥쳐 있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저번에 기우 선배한테 줄걸…. 괜히 튕겨서. 이 지경이 되다니….’
직속 선배, 후배 사이라 스스럼없이 지내면서 여사원들의 질투를 한 몸에 받아 귀찮다는 듯 말하긴 했지만, 사실 나랑 기우 선배는 알게 모르게 눈을 주고받았었다.
얼마 전 회식이 끝난 다음에 선을 넘을 기회가 한 번 있었는데 그때는 마음에 준비가 되지 않았었다.
거기서 살며시 발을 빼는 바람에 좋았던 분위기는 바로 무산되었다.
다행이라면 그 뒤로도 나와 선배의 관계는 변하지 않았고 계속 나와 신호를 주고받으며 호감을 유지하고 있었다.
다음 기회에는 끝까지 가려 했건만 이 지경이 되어 버리고 말다니…. 누가 예상이라도 했을까?
‘미안해요. 선배. 그때…. 내가 좀 더 용기를 내었다면…. 그랬다면….’
“떠는 거냐? 담담한 얼굴을 하고는 몸은 솔직하네. 흐흐- 이거 참을 수 없겠어. 맛을 좀 볼까?”
“으으!”
놈의 손이 내 소중한 부분을 쓰다듬어 오니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이렇게 더러운 기분을 앞으로도 느껴야 하는 걸까?
꿈이라면 제발 깨어났으면 하지만, 이건 절대 꿈이 아니었다.
왜 손가락 하나하나가 다 느껴지는 걸까…. 왜 내 몸은 이리 민감한 감각을 소유한 걸까?
예전에는 이런 민감한 감각 때문에 위험을 피하거나 접촉이 있기 전에 미리 방지하는 등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되었는데 지금은 그 민감한 감각이 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쯤에서 그만하시지.”
“앙?”
음부에 닿은 손길의 감각이 사라진다.
이 남자의 등 뒤에서부터 들려온 여성의 목소리가 그 시발점이었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위협이 사라지니 긴장이 풀려 몸이 스르르 풀리는 기분이 든다.
힘이 들어가지 않는 다리 때문에 다시 자리에 주저하지 않고 말았다.
“뭐야 카밀라냐? 근데 뭐가 어쩌고 어째? 지금 간부 주제에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명령 질이냐? 죽고 싶어!”
선이 굵고 강렬한 붉은 머리, 그리고 까무잡잡하게 탄 피부를 가진 건강해 보이는 여성이다.
이 거한의 남자가 여성을 향해 주먹을 들이밀며 호통을 치는데도 저 카밀라라 불리는 여성은 요지부동이다.
당당히 맞서는 모습을 보이는데 방금 이 남자 때문에 공포에 사로잡혀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내가 다 부끄러울 지경이다.
“그래 이제 두령이시다. 이거지? 두령이 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주제에 같은 간부 시절을 보낸 나한테 유세를 떨어 봤자 별로 무섭지도 않고. 대 두령이 너희들이 지랄 난리 피울까 봐 나한테 명령 내렸으니까. 지금 내 말을 거역하는 건 대 두령의 뜻을 거스르는 행동이라는 것만 알아두고 염병을 떨든 말든 마음대로 해.”
“뭐. 하…. 젠장 아직 다 못 풀었는데 제기랄.”
“지금 왕국에서 감시의 눈길이 파견 나왔으니 이쯤에서 정리해. 잘못하면 괜히 구설에 올라서 이 큰 사업에서 배척당할라. 그렇게 되면 대 두령이 네 녀석 목을 비틀어 뽑아 버릴지도 몰라.”
“아, 알았어. 알았다고. 젠장. 야! 그년 따먹는 거 그만 멈추고 씻겨서 옷 입혀놔. 얼른!”
“아…. 알았소. 두령.”
“아…. 알았소. 두령.”
“아…. 알았소. 두령.”
“아…. 알았소. 두령.”
마치 하나의 입으로 말하는 듯 네 사람이 한데 모여 대답을 하니 사옥에는 목소리가 울리는 듯했다.
세연이는 죽은 개구리처럼 바닥에 퍼져 있었다.
그 참혹한 모습에 더는 그 모습을 볼 수가 없어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야. 넌 나 따라와.”
“뭐야! 이년은 내가 찜했다고. 어딜 마음대로 데려가?!”
“너랑 같이 두면 또 염병 떨 거 같아서 미리 떨어트려 놓으려는 거다. 그리고 너만 좆 달았어? 대 두령은 생각도 안 하지?”
“그, 그럼 대 두령한테 바치려고?”
“대충 둘러 보니까 여기 이 년이 가장 참한데 당연히 대 두령한테 먼저 드려야지 어디 두령 주제에 함부로 먼저 처먹을 궁리만 하냐?”
“흐! 대두령 자지는 네년이 알아서 상대하던가.”
“미쳤냐? 난 그런 식으로 내 직위 올릴 생각 없거든?누가 창년줄 알아?”
“그럼 아니었나? 과거 대 두령의 자지 노예 년이 이젠 출세 좀 했다고 과거 청산하려는 모양이네?”
“개새끼야! 말 다 했냐? 넌 오늘이 뒈지는 날이야!!!”
촤앙!
말싸움 끝에 같은 동료라 생각한 카밀라라는 여성이 거한의 남성을향해 검을 뽑아 든 듯 날카로운 쇳소리가 울려 퍼졌다.
눈을 뜨고 바라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은데 몸이 떨려서 눈이 떠지질 않았다.
‘이 사람들 동료 같은데 왜 이렇게 단합이 안 되는 거지?’
“흥! 어디 해보든지! 예전에 네년 앞에서 꼴사나운 모습을 좀 보였다고 아직도 내가 그때의 그 애탄이라생각하면 오산이다. 이년아!”
“싸움을 혓바닥으로 하냐? 그러니까 네가 꼴사납다는 거야.”
“뭐야! 이 씨발년이!!!”
촤앙!
또 한 번 쇳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는 분명 내 앞에 있는 거한이 검을 뽑아 든 소리일 것이다.
눈을 뜨고 상황을 보지 않아도 지금이 누구 하나 움직이기 힘들 만큼 얼어붙은 상황이라는 것쯤을 알 수 있었다.
조용히 몸을 낮추고 말려들지 않기 위해 몸을 돌돌 말아 땅에 엎드렸다.
지금은 조용히 몸을 낮추고 이 위협이 사라지기만을 기다리는 것이 현명한 처사일 것이다….
도대체 왜…. 내가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는 건지 아직도 이해는 안 가지만, 지금은 살아 남는 것만 생각해야 했다.
“그만 들 해! 지금 뭣들하고 있는 거야. 대 두령이 찾는데 여기서 시답잖은 행동으로 시간을 낭비할 거냐!”
“자마칸 두령….”
“씨팔…. 저년이 꼴 받게 하잖아!”
“에탄 너도 잘한 거 없을 텐데? 카밀라는 우리 도적단의 실력자이며 간부다. 그런데 네가 카밀라를 마치 창녀처럼 가랑이나 벌리라는 듯 도발을 했으니 나 같아도 좋은 소리는 나오지 않을 거야.”
“제길…. 이놈이나 저놈이나 두령인 이 몸을 뭐라 생각하는 건지.”
“그래 너 두령이다. 그런데 난 너보다 더 오래전부터 두령이었어. 따지고 보면 내가 선배이니 까불지 마라.”
“뭐야!”
“그리고…. 대 두령이 명령을 내렸는데 지금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지? 정녕 두 사람 다 지엄한 대 두령의 명에 목이 떨어져야 정신을 차릴 거냐?”
“흠…. 흠흠….”
“흥!”
거한은 헛기침했고 카밀라라 불린 여성은 도도하게 콧소리를 내며 등을 돌린 듯했다.
쇳소리가 다시 들리는 것을 보면 두 사람 모두 검을 집어넣은 모양이었다.
슬며시 눈을 떠 보니 새로이 들려온 목소리의 주인공이 날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이년은 뭔지?”
“대 두령한테 받칠 년이야.”
“아, 아니 이년은 내가….”
“그럼 빨리들 움직여. 더 시간을 지체했다간 대 두령의 불호령이 떨어질 거다.”
“쳇…. 알았다고. 야! 이곳에 있는 놈들 모두 창고에 가두고 잘 감시하고 있어. 괜히 본보기로 죽이지는 말고 적당히 어루만져 주기만 해. 그리고 되도록 이후에는 여자 따먹지 말아라. 왕국 감시관이 돌아가면 다시 여자들을 마음껏 희롱하게 해주마.”
“예 두령. 다녀오십시오.”
“가지.”
두 남성이 사옥을 빠져나가 어딘가로 향했다.
멀뚱거리며 서 있는 내 앞으로는 카밀라라 불린 여성이 다가와서 고운 이마를 찌푸렸다.
그녀의 입에서는 거칠고 강한 어조의 남자라 해도 될 만한 걸걸한 대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따라와. 입 다물고 눈 굴리지 말고 정면만 쳐다봐. 혹시 이상한 행동 하면 창자를 뽑아서 보지에 처넣어 버릴 거니까. 알았어?”
끄덕! 끄덕!
대답도 나오지 않아서 맹렬하게 고개만 끄덕이고 말았지만, 다행히 그것을 가지고 큰 트집을 잡는 모습은 보이지 않아 다행이다.
얌전이 그녀의 말을 듣고 그 뒤를 따라 이동했다.
사옥을 벗어나자마자 건물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계단 입구 바로 옆까지 이동하게 되었고 그곳에서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무언가를 두 눈으로 목격했다.
푸른색…. 물결? 저게 대체 뭐람…. 뭔지 모를 기이한 원판의 위에서 흐물흐물 움직이는 푸른색의 물결 모양.
그것은 반투명하여 뒤의 공간이 다 비쳐 보였는데 신기한 점은 그 푸른 물결 안에서 사람이 튀어나왔다는 점이었다.
“지원 나왔습니다.”
“수고해. 이동하는 사람 더 없지?”
“제가 마지막이고 교대는 1시간 뒤입니다.”
“알았다. 야. 따라와. 좀 울렁거릴 수도 있으니까 입 꽉 닫고 토하려면 들어가서 내가 하라는 곳에 해. 알았지?”
“예…. 예.”
그녀가 이끄는 대로 푸른 물결의 앞으로 도달했다.
내가 도망이라도 칠까 봐 그러는 건지 그녀는 내 바로 뒤를 따라 물결을 향해 날 미는 듯한 느낌으로 몰아붙였다.
하는 수 없이 그 알 수 없는 푸른 물결을 향해 몸을 들이미니 정말이지 속이 다 뒤틀리는 듯한 느낌이 온몸을 몰아쳤다.
손과 발이 늘어났다가 줄었다가, 허리가 배배 꼬이거나 가슴이 눌리는 듯한 감각이 한꺼번에 온몸을 엄습했다.
“우엑!!!”
그녀의 경고를 무시한 건 아닌데 물결을 통과하여 모든 감각이 정상으로 돌아오자마자 느껴지는 엄청난 울렁거림에 참지 못하고 그대로 속을 게워내고 말았다.
목이 다 시큰거릴 정도로 몸 안의 모든 것을 다 내뿜어 내니 한결 속이 편한 기분이다.
“에이…. 더럽게. 이거누가 다 치우라고. 내가 분명히 경고했지? 입 꽉 다물라고. 내 말 허투를 들었어?”
“아…. 아니…. 이건 불가항…. 우엑!!!”
대답할 겨를도 없이 2차 고역이 시작된다.
두 번째 게워내는 중이라 그런지 올라오는 것은 신물뿐이었다.
그래도 시원하게 토해내니 속이 점차 안정되기 시작한다.
그녀는 내가 안정된 것을 확인하자. 이번에는 앞에 서서 날 이끌기 시작한다.
“따라와. 잘못해서 나랑 떨어지면…. 뒤는 상상에 맡겨라. 모르긴 몰라도 내가 널 다시 찾으러 가는 동안 넌 수십, 수백의 남정네 자지에 둘러싸여서 비명을 지르고 있을걸?”
“잘…. 따라갈게요.”
“그래야지. 움직여. 아. 몸에 터치가 조금 있을 수는 있는데 그 정도는 참아라.”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미 엉덩이 쪽에서 사람의 손길이 느껴지는데, 정말 노골적으로 만져대고 있었다.
내 표정 때문에 눈앞의 카밀라라 불리는 여성도 이미 눈치를 챘을 테고, 아마 이 상황을 알고서 경고를 보낸 것일 터다.
그렇게 어딘지도 모를 공간으로 끌려와 이상한 동굴과 같은 곳을 정처 없이 걸어 도착하게 된 곳은 거대한 동공이었다.
남녀가 그곳에 모여 마치 회의를 하듯 거대한 원탁에 앉아 있었는데 남자가 열 명에 여성이 세 명이다. 카밀라와 굳이 나까지 합치면 여성은 다섯 명이 된다.
“왔군. 앉아.”
“예 대 두령.”
대 두령이란 남자에게 대답한 카밀라가 조용한 어조로 내 귀에 속삭여 왔다.
“따라와서 무릎 꿇고 내 옆에 앉아. 허튼수작 부리면 여기선 내가 널 어떻게 도와줄 수 없으니 처신 잘해.”
“네….”
그녀의 말을 듣고 그 뒤를 따라가 그녀의 옆자리에 주저앉았다.
덩그러니 자리에 앉아 꿔다 놓은 보릿자루 신세가 되어 뻘쭘함을 느끼고 있을 때였다.
모두가 평등하다는 뜻에서 앉는 원탁에 어울리지 않은 거대한 상석에 앉은 남자.
그 남자가 자신의 수염을 매만지며 입을 열고 동공이 크게 울릴 정도로 거대한 웃음을 터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