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화 〉1화, 침략자들. (1/70)



〈 1화 〉1화, 침략자들.

문득, 너무도 힘든 나날에 지쳐하늘을 올려다보며 지금 내가 뭘 하는 건지, 이렇게 살면 어떻게 될지 고민을 해본다.
그러나 답은 떠오르지않고 걱정 고민만 많아지고 머리만 어지럽고, 구역질이 나올 것만 같은 우중충한 하늘이 나를 반겨준다.

“하….”

“우신 씨! 거기서 뭐 하고 있어. 빨리 내려와서 서류 복사 좀 해!”

“네- 네- 금방 가요--”

‘나…. 지금 쉬는 시간인데’

처음에는 쉬엄쉬엄하라던 저놈의 과장은 입사 1개월 만에 본색을 드러냈고 이젠 그 어떠한 편의를 봐주지 않는다.
군대에  적은 없지만, 남자들은 항상 이런 걸 두고 계급이 깡패라고 하더니 그 말이 참 이해가 가는 순간이다.
손거울을 들고 화장을 고치며 잠시 시간을 끌어 보지만, 뒤통수에 날아와 꽂히는 과장님(놈)의 눈초리가 점차 거세지는 느낌이 든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20대의 풋풋함은 온데간데없이 삶의 무게를 다 받은 듯 여기저기 피부가 푸석푸석하다.

“씁….”

탓!

뒤에서 과장님(놈)의 입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보니 슬슬 다시 잔소리가 들려올 타이밍이다.
손거울을 닫아 버리고 거대한 복합기 앞으로 다가간다.
위에 올려진 서류 한 아름을 보며 한숨을 쉬지만 어쩌랴, 블랙 기업인  알면서도 돈이 필요하니 일을 해야지….

콰창 쩌억!

“어?!”

“뭐야!!!”

‘뭘까? 어디서 들린 소리지?’

복합기에 신경을 집중하느라 소리는 들렸는데 그 진원지가 어딘지는 모르겠다.
나뿐만 아니라 과장님(놈)도, 다른 사원들도 들은 듯 우왕좌왕하고 있다.

‘뭐가 찢어지는 듯한 소리였….’

“그어-”

“어?”

사람이 놀라면소리도 못 지른다고 하더니, 이게 그런 건가?
뒤돌아본 내 눈앞에 있는 것은 이상하리만치 찢어진 입을 가진 기형적인 무언가였다.
그것은 아주 천천히 나에게 다가와 입을 점차 닫기 시작했다. 마치 나를 잡아먹으려는 듯….

“이우신! 피해!”

“우, 우신씨! 조심해!!!”

“우신아!!!”

동기, 과장님(놈), 그리고 선배 순으로 목소리가들려오지만….
경고할 시간이 있으면 좀 도와주면 안 되는 걸까?
지금…. 너무 무서워서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 걸 보고도 모르는 건가….
과장님(놈)은 몰라도 나머지 두 사람은 그런대로 친한 사이인데 조금 야속하다….
입이 닫히려는찰나 덜덜 떨리는 다리가 겨우 움직이게 되었다.
그러나 다리가 움직였지만, 시간은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
뭔지 모를 놈의 입이 완전히 닫혀버렸고….내 시야는 어둠에 물들었다.
입이 닫혀버리는 것으로 주변과의 모든 것이 차단되었다.
눈앞에 보이는 것은 컴컴한 어둠이고 귀에는 들리는 소리는 전혀 없다.
이곳은 너무도 고요하고 또 한  앞도 안 보이는 공간이다.

“힉!!!”

왜…. 하필 나였을까? 힘든 세상에서 불평불만 하는  인생을 빨리 끝내주려는 거였나?
그런데 기왕 끝을낼 거면 고통을 좀 덜 주는 방법으로 끝내주면 안 되는 걸까?
이렇게 두려운 공간에 혼자 남겨두다니…. 고문도 이런 고문이 없을 것이다.

‘미, 미칠 거 같아. 정신이 나갈 것 같아!’

내가 지금 주저앉아 있는 건지, 아니면 서 있는 건지도 인지가  되는 상황이다.
주변을 더듬어 보아도 입속이라 생각되는 이 공간에는 벽도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어릴  읽었던 만화책의 마술적 공간에 들어오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이 어둠의 공간에서 내 몸은 살아남기 위한 발악을 시작하였다.
허둥지둥 움직이고 여기저기를 더듬거리고 소리치며 미친 여자처럼 발광한다.
그러나 들려오는 것은 내 목소리뿐이었고 다른 그 어떠한 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다.

“열어! 열란 말이야!!! 죽기 싫어!”

….

“열어달라고!!! 너 뭐야! 뭔데  잡아먹은 거냐고!!! 하필 왜 나야!!!”

…….

아무리 소리쳐도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고 아무리 움직여도 손이나 발이 닿는 곳은 없었다.
지금 어디를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걸까? 이곳은 이승이 맞긴 한 걸까? 혹시 지옥은 아닐까?

“꺄!!!”

정처 없이 앞으로만 걸어가다 보니 어느 순간 발밑이 쑥! 하고 꺼졌다.
잡을 것을 찾아 허우적거리지만, 잡을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내 몸은 그렇게 무력한 상태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은 공간에서 추락했다.
추락하는 이 느낌은 만큼은 너무도 생생하게 느껴진다.
보이지도들리지도 않는 곳에서의 추락은 정말 이상한 느낌이다.
멈출 줄 모르고 점차 빨라지는 하강 속도에 두려움을 느꼈다.
주변이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며 아래로…, 아래로 내려간 끝에 어느 순간 시야가 환해졌다.

“꺼내!!!”

“우신씨 정신 차려!!!”

“우신아!!!”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선배의 얼굴…, 못 미더워 보이는 인상이지만, 항상 주변을 잘 챙기는 그다.
덕분에 여성 사원들에게 인기가 만점이라 바로 밑 후배인 나에게 여성 사원 진의 눈초리를 전부 쏠리게 하는 남자….
머리가 혼란스러워서 선배의 이름이 바로 기억나지 않았다.
그가 내 팔을 잡아 어딘지 모를 공간에서 끄집어낼 때, 내 의식도 점점 멀어져가기 시작했다.

“우…. 정신….”

“정신차….”

“우신!!! 정….”

“기우…. 선…. 배….”

박기우. 그래 그 남자의 이름이다.
그것을 기억해 내는 것을 마지막으로 내 의식은 완전히 끊어졌다.

….

…….

……….

“으….”

정신을 차리자 내가 있는 곳은 회사의 사옥이 아니라 어딘지 모를 공간이었다.
어지러운 머리를 잡고 자세히 주변을 살펴보니 조금 후에는 내가 있는 곳이 어딘지  수 있었다.
이곳은 내가 일하는 회사의 사장실이다.

대기업의 밑도급하는 작은 회사다 보니 사장님의 공간마저 작은 곳이다.
 눕힐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서 책상까지 구석으로 치운 듯 주변이 어질러져 있다.
상체를 일으키니 내 위에 덮었던 무언가가 스르르 하고 흘러내렸는데 확인해 보니 비품실의 담요였다.

‘상미랑. 두희?’

내 양옆에는 권상미와 한두희라는 이름의 여사원이 기절해 있었는데 아무래도 두 사람도 아까 전 일어난 사태에 휘말린 모양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  없는 상황에 혼란스러워하고 있으니, 불이 꺼진 사장실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처음 보는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정신 차렸으면 당장 나와!!!”

“힉!”

‘기차 화통 삶아 먹었나? 무슨 목소리가 저리 크담…. 깜짝 놀랐네.’

목소리에 겁을 먹고 남자가 보이는 거리까지 주춤주춤 다가가니 남자의 복장이 조금 이상하다.
저게 무슨 패션인지…. 거적때기를 두른 건가? 목에는 웬 머플러?
그것도 색감이 너무 구리다. 그리고 손에 든 저건 뭐지? 검? 검?!

핏!

내가 꾸물거리는 것이 마음에 안 든 건지 그 남자는 자기 앞에 도달한 내 목에 다짜고짜 손에  검을 휘둘렀다.
검이 내 목을 살짝 스치듯이 베고 지나가는 것이 느껴진다.
살갗이 베여 작은 고통과 함께 뭔가가 목을 타고 내려오는 느낌….
이건 피다.
살갗을 베어버리는 이 날카로움…. 내 목에 겨누어진 이것은 진짜 검이었다.

“사…. 살려…. 주….”

아….

체면이고 뭐고…. 소변까지 지리고 말았다.
 언저리의 쓰라림 그리고 치마 안쪽이 축축하게 젖어 가는 것이 기분 나쁠 정도로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을 봐선 이건 절대 꿈이 아니었다.
눈앞의 괴한이  것은 정말 사람을 죽일  있는 위험한 흉기였다.
조금이라도 저 남자의 수가 틀리는 순간 죽을 위험에 처한 것이다.
하반신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새어 나오는 것을 멈출 수도 없었다.
거기에…. 어른인데 누군가의 앞에서 소변을 지린 것은 부끄럽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흥…. 뭘 했다고 지리고 지랄인지…. 야 더러우니까 치마 벗고…. 아니 그냥 옷  벗고 나와. 그편이 편하니까.”

“그…. 무슨 소리를….”

“죽고 싶어?”

“버…. 벗을게요…. 벗으면 되잖아요.”

 앞에 칼이 들어와 있는 상황인데, 살기 위해서는 얌전하게 따라야 했다.
괜히 저런 미친 사람을 자극하는 것은 절대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

주섬주섬

찌릿!

천천히 옷을 벗으니 검을 들고 있는 남자의 눈초리가 날카로워진다.
하는 수 없이 시간 끌지 않고 실오라기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 되어 놈의 앞에 섰다.
그러자 남자는 기분 나쁘게 웃으면서 내 몸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기분 나빠….’

“하…. 씨팔 젖탱이 봐라? 얼굴도 굉장한데 몸도 진짜 죽이네 죽여. 이런 상등품이 다 있었다니 흐흐흐”

덥석!

“꺄!!!”

“닥쳐!”

짝!!!

가슴을 잡혀 놀라 소리를 지르자 놈은 거칠게  뺨을 때렸다.
입안에서 비릿한 향이 감도는 것을 보니 안쪽이 터진 모양이다.
야만인…. 여자를 이렇게 다루는 사람이 아직도 문명사회에 존재하고 있다니….
아니 따지고 보면 저 흉측한 흉기를 들고 다니는 점에서부터 문명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우리와는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아가는 산도적 같은 느낌이 드는 자라고 해야 하나?
도대체 이 남자는 어디서 갑자기 나타난 것일까? 영문을 모를 일이다.

“뭐해?”

“아- 아냐. 이년이 시간을 끌어서 겁을 좀 주고 있어.”

“적당히 하고 빨리 데리고 나와. 다른 년들은 어때? 정신 차린 년은  없어?”

“없어 이 년이 다야. 남은  년은 아직 기절해 있어.”

“흥 팔자 편 년들이로군, 잠시 더 기다렸다가 안 일어나면 물을 뿌려서 깨워.”

“알았어. 야! 나가 저 새끼 따라가면 된다.”

“네…. 네….”

남자 때문에  뒤의 상황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남자응 밖으로 나가니 이 남자와 비슷한 패션을 하고 역시나 흉흉한 무기를 든 남자가 문 앞에 있었다.
새로운 남자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내 몸을 바라보고 있다.
이 사람 역시 앞선 남자처럼 음흉한 표정을 지으며 다가오자마자 나에게 손부터 댄다.

“고년 진짜 죽이네? 여기 있는 년들 중에 이년이 가장 살집이 좋은데?”

덥석

“흐윽….”

한 번 뺨을 맞은 것 때문인지 내 몸은 너무도 당연하다는  비명을 억누르고 작은 신음만 겨우 내보냈다.
남자가 아무렇게나 휘두른 손바닥이 이렇게 아플 줄 생전 알지 못했는데…, 점점 내 몸을 공포가 지배해 간다.

앞선 남자보다 이 남자는 더 노골적으로 내 가슴을 주물렀고 급기야 엉덩이까지 자기 멋대로 쭈물거리며 희롱했다.
그러나 공포에 질려 있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만약 발악하기라도 하면 저들의 날카로운 검이 내 심장을 찌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하니 더더욱 아무런 행동을  수 없었다.

“그만 만지고 빨리 데려가기나 해. 두령이 기다린다.”

“알았다. 따라와 이년아. 아휴 젖탱이가 참 탐스럽네! 내가 찜했다. 두령이 맛본 다음엔 내 차례야.”

“지랄. 그년은 내가 찜했어.”

“닥쳐! 먼저 박는 놈이 임자지.”

“그럼 두령이 임자잖아 멍청한 새끼야.”

“아? 그런가? 그러네….”

“멍청한 놈….”

“….”

‘머리는 좋지 않은가 봐….’

혹시 몰래카메라 같은 건가? 그렇다면 지금이라면 용서해 줄 수 있으니 당장 나와서 사실을 밝혀 주었으면 한다.
그러나 이건 내 희망 사항일 뿐이고 인생이란 것은 그렇게 쉽게, 쉽게 희망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남자를 따라 내가 향한 곳은 아까 전 내가 괴물에게 잡아 먹혔던 사옥이다.
사옥 중간에는 거대한 크기의 무언가가 널브러져 있었다.
궁금함에 그것을 확인한 나는 너무도 놀라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히익!!!”

“입 다물어.”

“으….”

저런 걸 보고 어떻게 놀라지 않을 수 있는 걸까?
거대한 동물인지 뭔지 모를 얼굴만 남아 있는 괴물…, 혹시 저 괴물에게 잡아 먹혔던 걸까?
거대한 소음의 진원지는 건물 옆이 완전히 박살 나는 소리였던 모양인지 벽에 큰 구멍이 뚫려 있었다.
그렇다면 뒤에 들린 뭔가가 찢어지는 소리는  기형의 괴물이 입을 벌리는 소리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놈의 몸은 저 건물 밖에 널브러져 있는 걸일까?
궁금하긴 하지만, 지금 경거망동했다가는 무슨 사달이 멀어질지 모르니 눈치껏 행동해야 했다.
그리고 거대한 괴물은 둘째 치고 지금  사옥에서는 법이 지켜주는 울타리 안에서 일어날  없는 잔혹한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아악! 아파요! 아프다고요!”

“아오…. 개 같은 것 같으니. 물 개같이 안 나오네. 좀 적셔봐 빡빡하잖아.”

“흐윽…. 흐으윽...”

“울지마 쌍년 같으니. 죽고 싶냐!”

“어흐윽….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거대한 몸을 가진 근육질의 남성이 내 동기 위에 올라타 있었다.
유세연이란 이름의 작고 아담한 키를 가진 귀여운 애였는데…, 지금은 얼굴이 상처투성이에 가슴에 이빨 자국과 여기저기 손찌검을 당한 모습이 역력해 보인다.

“빌어먹을. 야 검 줘봐.”

“네.”


남자는 검을 받아 들자 그것을 세연이의 목에 가져다 대고는 아까 내가 당한 것처럼 목을 살짝 배어 피가 새 나오게 했다.
그러자 세연이는 눈이 완전히 죽어 정신이 온전치 못한 모습으로 변하더니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그대로 실신했다.

“에이 심약하네….  이거 치워. 너희들이 따먹든지 알아서 해.”

“헤헷. 알았수 두령.”

“두령! 여기 새것 가져왔어.”

“오! 그런데 왜 한 년이냐?”

“다른 두 년은 아직 못 깨어났거든.”

“씨팔…. 이 세계 여자들은 왜 이렇게 약해 빠진 건지.”

“우리 세계 인간들이 강한 거지 끌끌끌”

“그건 그렇지. 야 그년 이리 넘기고  가서 남자들 동태 좀 살펴. 혹시 이상한 행동 하는 녀석이 있으면 죽여버려.”

“알았어. 대신이  맛보고 다음에 나 좀 시켜 주쇼.”

“그래그래 기억해 둘게.”

대화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그리고 내 신병은 처음 보는 괴한에게서 두령이라 불리는 거대한 남자의 앞으로 인계되었다.
나보다 얼굴이 두 개는  위에 있어서 올려다봐야 하는 거한….
솔직히 두려웠지만, 세연이가 어떻게 당했는지 이미 봐서 얌전히 있기로 했다.
작지만 활발하고 성격이 강한 세연이는 그에게 항거하다가 저리되었을 것이다.

“오! 이년은 먹음직스러운데 젖통도 크고 엉덩이도 커서 박을  괜찮을  같네.”

내 몸을 상품 보듯 더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저 눈….
평소 내 성격이었으면 후벼 파버린다고 경고를 했을 텐데 지금은그런 용기도 나지 않았다.
내 위로 그 거대한 남자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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