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9화 〉후유증(3)
오랜만에 맛보는 셰이의 안은 늪과 같았다. 끈적거리고 질척거렸다. 부드러우면서도 압박이 장난이 아니었다.완급조절은 없었다. 무조건 압박하고 끌어당겼다. 박기 위해선 빼는 게 필요한 법인데, 계속 박으라고, 더깊이 박으라고 아우성쳤다. 무시무시한 보지였다.
물론, 무시하고 허리를 움직였다.
잊어선 안 됐다. 지금 난 셰이를 괴롭히는 중이었다.
“앙, 아, 아, 앙, 아앙, 아아앙… 제발… 제발….”
절대 거칠게 움직이지 않았다. 몸은 그러길 원하고 있었지만, 감질맛 나서 미칠 것 같았지만 귀중한 세공품 다루듯 정말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조용히 하라 그랬지. 내가, 원하는 대로, 할 테니까, 넌,당하기만 하면 된다고.”
“아앙… 제발….”
괴롭히되 소중히 다룬다.
셰이의 심히 뒤틀려버린 부탁을 들어주기 위한 내 마음가짐이었다. 그녀가 원하는 대로 거칠게 다루면 지금 당장은 그녀의 정신적 고통이 섹스에 함몰될 수 있겠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정말 근시안적인 행동이었다.
“유진, 어째서 날 괴롭혀주지 않는 거야? 어째서 날 고통스럽게 하지 않는 거야? 어째서, 그렇게 부드럽게 대해주는 거야?”
“조용히 하랬지.”
“날 망가뜨려줘. 부탁했잖아. 철저히 망가뜨려달라고… 이렇게 부드럽게, 소중하게 대해져버리면… 다시 약해져버리잖아… 말랑말랑해져버리잖아…!”
“그건 강해지는 게 아니라 무뎌지는 거야.”
“읏, 내가, 내가 부탁했잖아!”
“그래. 그래서 괴롭히고 있잖아.”
“이건 괴롭히는 게 아니야!”
“시끄러워.”
셰이가 몸부림쳤다. 내가 제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자 날 깔아뭉개려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의 힘은 엄청났다. 하지만 내가 이미 위를 점하고 있었고, 그녀는 환자였다. 더군다나 자지가 들어간 상태였다. 가까스로 그녀를 억누를 수 있었다.
“이거 놔! 날 괴롭히지 않을 거라면, 내가 괴롭힐 거야!”
“셰이!”
손으로 그녀의 입을 막았다. 손을 깨물렸다. 아팠다. 그녀의 클리토리스를 자극했다. 손을 빼낼 수 있었다. 그 틈을 파고들어 키스했다. 그 와중에 내 혀놀림은 만족스러웠는지 혀를 깨물진 않았다.
딥 키스도 부드럽게.
그녀와의 첫 경험 때보다도 더 부드럽게 키스하면서 허리를 움직였다. 계속 반항하던 셰이도 점차 절정에 가까워지자 꿈틀거리는 대신 내 몸을 꽉 홀드하고는 연신 비명을 질렀다.
“이러면, 으응, 이러면… 난 다시 약해져… 또 망가져버려엇….”
“아니. 넌 이미 강한 여자야. 그리고 더 강해지겠지.”
“난… 하응, 강하지 않아… 대장님 없으면… 아무 것도 아닌, 흐읏, 그저 그런 성전사들 중 하나….”
“내가, 네게 새로운 고통을 주는 것보다는…! 네가 네 고통을 내게 덜어내! 그리고 공유해!”
“그럴,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상처엔, 크윽, 연고를 발라야지, 그 상처가 너무 아프다고다른 상처를 내진 않아!”
“연고 따위로 안 나아!”
“나을 때까지 발라줄게! 그게 내가 널 괴롭힐 방법이니까!”
“이, 이이…!”
셰이의 기분은 불안한 정신상태를 방증하는 듯 마구 널뛰었다. 화냈다가 웃었다가 짜증냈다가 흥분에 취했다가 다시 화냈다가 칭얼거렸다가….
그녀가 다시 화를 내려는 순간, 지금껏 서행만 쭉 유지하던 피스톤질에 풀악셀을 밟았다.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아아응!”
내 급발진에 셰이의 화와 말이 쏙 들어갔고, 나는 그녀의 안에 사정하기 위해 지금껏 억지로 참았던 움직임을 해방했다.
사정까진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사정은 오래 걸렸다. 지구에서의 나였다면 절대 불가능했을 양이었다. 셰이는 날 꼭 안고 엄청나게 부들거렸다.
“하악, 하악, 하아응?!”
“벌써 지친 거야? 지쳤으면 말해.”
“자, 잠깐. 방금 가버려서.”
“지쳤어, 안 지쳤어. 그것만 대답해.”
“그건….”
“뭐, 그건 중요한 게 아니지.”
“아흑?!”
삽입을 유지한 채 다시 찔러넣었다. 내가 싸지른 정액이 역류해서 비벼지는 느낌이 이상했지만, 그건 그것대로 흥분되는 요소였다. 짧게 끊어치자 숨을 허겁지겁 몰아쉬던 셰이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더니 이내 뒤집혔다.
“나한테 괴롭혀달라고 한 건 너니까, 어떻게 괴롭히는 건 내 마음이지. 그렇지?”
“….”
“그래, 착하다.”
푸우욱-!
“아앙!”
첫 사정 이후,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정액으로 자궁을 가득 채울 기세로 계속 싸질렀다. 중간부터는 생각을 비운 거 같았다. 그냥 계속 셰이를 안았다. 키스하고 주무르고 깨물고 핥고 쑤시고 싸지르고 빨아대고 쑤시고 싸지르고 쑤시고 싸지르고쑤시고 또 쑤시고….
호시탐탐 날 제압하려고 눈치를 보던 셰이도 한 일곱 번째인가 여덟 번째 사정 이후로는 포기했는지 얌전히 자지를 받아들이며 팔다리를 흐느적거렸다.
짹- 째잭-
어느 샌가 아침에 들리곤 하던 새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커튼을 쳤지만 방 안도 꽤나 밝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내 자지는 셰이의 보지와 맞물려있었다. 침대는 삐걱거렸고, 셰이는 흐느적거렸으며, 이불과 보는 흥건한 지 오래였다.
삽입은 기계적이었다. 푹쩍거리는 소리와 가끔 가다 흘러나오는 셰이의 신음소리만이 우리가 의식을 차리고 있다는 걸 증명해주었다.
“아.”
방금 또 싸버렸다. 이젠 몇 방울 나오지도 않았다. 몇 번째 사정인지 세다 까먹었다. 자지도 얼얼하고 별 느낌이 없었다. 아마 제3자가 지금 우리 겉모습만 보면 상호 쾌락을 위해서라는 섹스의 제1목적은 이미 의미를 상실한 것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 둘은떨어질 생각을 안 했다. 육체적 쾌락은 떨어졌을지라도 정신적 교감은 더 깊어졌다. 오랜 시간 하나로 이어졌다는 것 자체가 중요했다. 떨어지자는 말도, 잠시 쉬자는 말도 없었다. 적어도 나는 셰이를 내 방식대로 괴롭혀야 했다. 처음에 삽입했을 때부터 장기전은 각오했던 일이었다. 그녀의 상처를 나로 덧씌우는 일이 어디 하룻밤 만에 될 일이던가. 싸다 쓰러지면 다음날, 그 다음날에도 안 되면 또 그 다음날에도 계속 셰이를 사랑으로 괴롭힐 생각이었다.
“대장님….”
“왜.”
셰이의 목소리는 상당히 갈라져있었다. 내 목소리도 마찬가지였다. 몇 시간만의 대화였다.
“저… 간밤에 유스티티아님을 만났어요….”
“유스티티아님?”
“네… 제 몸에 강림할 수 있다고….”
셰이는 다시 존댓말을 했다. 그러니까 뭔가 분위기상 섹스의 끝이 다가온 것 같았다.
“어째서? 네 몸에 무리는 없는 거고?”
“절, 쭈욱 지켜보셨던 것 같아요… 제가 잠시나마 여신님을감당할 수 있다면… 제 신체가 좋아질 수 있다고, 하셨어요… 제게, 저희 용사대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고….”
“유스티티아님께서….”
“네… 그러니까.”
너무 키스를많이 한 나머지 부르튼 입술을 가져다 댔다. 그녀는 일부러 쪽 소릴 내며 입술을 뗐다.
“고마워요, 대장님. 여신님께서 강림은 제 정신 상태가 나아진 이후에해보자고 하셨는데… 대장님 덕분에 많이 좋아졌어요.”
“…그래? 유스티티아님을 못 믿는 건 아니지만, 정말 괜찮은 거 맞지?”
“네 그럼요. 불가능한 걸 억지로 하진 않는다 하셨으니까요. 그리고… 못난 모습을 많이 보였어요, 대장님.”
“못난 모습? 뭐가 못났는데.”
“대장님에게 괜히 짜증내고, 화내고, 막 떼쓰고….”
“그거야 사람 살다보면 당연히 있는 일인 거 가지고 뭐. 그런 게 아예 없으면 도리어 이상한 거야.”
“네?”
“화가 나면 화를 내. 짜증나면 짜증 내. 슬프면 눈물을 흘려. 웃기면 웃고, 힘들면 기대. 넌 사람이고, 난 네 남자니까. 그런 것 정도는 받아줄 수 있어.”
“대장님….”
“물론 너무 자주 화내면 좀 무섭긴 하겠지만, 흐흐.”
“뭐예요. 저 그렇게 화 자주 안 내잖아요.”
셰이가 투닥거렸다. 그녀 치고는 굉장히 힘이 빠져있었다. 고작 조금 빨개졌을 뿐이니까.
“근데, 셰이 너반말할 때 느낌이 색달랐는데. 다시 안 하는 거야, 반말?”
“아. 그건… 잊어줘요.”
“반말해도 되는데 왜?”
“그,그땐 머리가 어떻게 되서 그런 거니까요!”
비록 목소리는 갈라졌지만 셰이의 회복된 모습을 보니 지친 몸에 활력이 돌아왔다. 아직 완전히 회복된 건 아니겠지만, 그녀의 의지력에 감탄하며 대화를 위해 잠시 가만히 있었던 허리를 다시 튕기기 시작했다.
“아응, 대, 대장님?”
“하던 건, 마무리 해야겠지?”
“자, 잠시만요. 배, 배가… 아아응!”
셰이의 몸부림을 부끄러움에서 비롯된 앙탈이라 생각하고 꽉 억누르며 라스트스퍼트를 감행했다. 그리고….
푸쉬이이--
“아, 아아아….”
마지막 사정과 함께,샛노란 물줄기가 내 하체를 강타했다.
“셰, 셰이.”
“난… 끝났어….”
던전에서 상했던 멘탈은 어찌저찌 회복시킨 거 같은데, 어째 다른 의미에서 그녀의 멘탈이 박살난 것 같았다….
**
“티티,정말로 강림할 거야?”
“그렇다고 몇 번이나 말해.”
“….”
“왜. 뭐가 불만이야?”
“아니, 그건 아닌데….”
“이 아이들은 달라. 정말 가능성 있는 아이들이라고. 너도 쭉 지켜봤잖아.”
“그건 그렇지만.”
유스티티아는 한숨을 쉬었다.강림에 적극적으로 찬성할 줄 알았던 라엘라가 의외로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니 답답했다. 힘을 실어주려면 지금이 적기라는 것과 그들에게 강림까지 하면서 힘을 실어주려는 이유는 굳이 더 설명하지 않아도 다 알고 있었다.
“뭐 때문에 그러는데.”
“….”
“설마, 그 이상한 기운 때문이야?”
“…응.”
“아니, 참.”
“내 아이가 싫은 게 아니야. 내 아이의 동료들이 싫은 것도 아니야. 강림하기 싫다는 것도, 내 힘이 떼이는 게 겁나는 것도 아냐. 다만 예측이 안 되는 게 두려워. 내가 섣불리 내 아이에게 강림했다가 내가 알지 못하는 부작용이 생기면 어떡해?”
유스티티아는 섣불리 부정할 수 없었다. 그녀가 셰이에게 강림하려는 걸 서두르려는 이유도 그 이상한 기운이 커질 기미가 보였기 때문이었으니까. 라엘라의 아이가 품은 이상한 기운의 크기는 그녀의 아이의 것보다 두 배 이상 컸다.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이 있진 않았잖아. 지금까지.”
“그렇긴 한데, 우리가 강림하는 건 보통 일이 아니잖아. 무슨 반응을 보일지 모르잖아.”
“그렇긴 해. 그럼, 강림 안 할 거야?”
“…모르겠어. 나도 내 아이에게 힘을 주고 싶은데, 자칫 잘못될까 두려워.”
“그럼 이렇게 하자. 일단 나만 강림해볼게.”
“티티만?”
라엘라의 눈이 동그래졌다.
“내 아이도 그 이상한 기운이 아예 없지는 않잖아. 그니까 내가 강림하는 걸 지켜보고, 이상이 없으면 네 아이에게도 강림하면 되지. 간단하지?”
“뭐가 간단해! 그것 때문에 네가 강림하는 것도 신경 쓰여서 이랬던 건데!”
“어휴, 라엘라 이년아.”
“아야! 티, 티티!”
유스티티아가 라엘라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우리가 지금 바라고 있는 거랑 우리아이들이 겪고 있는 일들을 생각해봐. 좋은 걸 얻으려면 그 정도 위험성은 극복해야 하는 거야. 우리나, 아이들이나.”
“그, 그래도오.”
“내 아이는 의지가 강력해. 적합하기도 하고. 그러니까 네가 걱정하든지 말든지 난 강림할 거야. 아, 말 나온 김에 내 아이 좀 보여줘봐. 얼마나 회복됐는지 좀 보게.”
“알았어….”
라엘라가 구슬의 시점을 옮겼다.
- 앙, 아, 아, 앙, 아앙, 아아앙… 제발… 제발….
두 여신의 얼굴이 붉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