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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8화 〉후유증(2) (148/218)



〈 148화 〉후유증(2)

“침착하라니까?”

“역시… 안 되는 거겠죠….”

유스티티아는 얘가 갑자기 왜 이럴까 싶다가 곧 그녀의 신체를 떠올리고는 고개를 저었다.

“아이야.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라거나 싫은 일이었다면 이렇게 제안하지도 않았을 거란 생각은 안 들어?”

“그치만….”

“네가 어여뻐서, 신경 쓰여서, 자랑스러워서 제안하는 건데  갑자기 그렇게 시무룩하고 있는 거야? 어깨 당당히 펴. 넌 내 자랑스러운 검이자 동료들의 듬직한 방패야. 네가 아니었으면 이번에 다 죽었을 거야. 자신감을 가져.”

“여신님…!”

감격에 찬 셰이가 저도 모르게 유스티티아의 손을 붙잡았다. 여신의 육체에 손을 댄다는 자각도 없는 거 같았다. 유스티티아는 손을 떼려다가 말았다.

‘어차피 강림하려면 나한테 익숙해지는  맞겠지… 아니 근데 왜 이 아이를 달래고 있는 거지?’

셰이가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숙일 때까지, 유스티티아는 셰이의 심신을 다시 번 살폈다. 가까이서 보니, 여러 의미에서 아슬아슬하다 싶었다.

‘이 아이가 이리 조르지 않아도, 최대한 빨리 하는 게 낫겠네. 관건은 스스로가 정신에 입은 상처를 얼마나 빨리 극복하느냐겠어.’

유스티티아는 격려의 말을  마디 한 뒤 사라졌다. 셰이는 급격한 허무함을 느꼈다. 기쁨, 존경, 사랑, 믿음, 동경 같은 충만한 감정들이 한꺼번에 사라지고 고통과 외로움이 밀려들어왔다.

헨드릭이 눈깔괴물이라 부르던 놈에게서 붉은 빛을 맞았을 때, 그리고 정체불명의 덩어리를 직시했을 때.

그때 느꼈던 어마어마한 고통들이 다시 떠올랐다. 잊고 싶지만 어찌 잊을  있을까. 차라리 아주 어릴 때였다면 그저 엄청 아팠다 정도로만 기억했을 텐데, 어느 정도 자라고 난 이후에 겪었던 일들이라 그러지도 못했다. 성전사 생활을 겪으면서, 용사대에 속하면서 겨우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더러운 기억들이 눈깔괴물에 의해 마구 휘저어져서 정신이 흙탕물이 되고 말았다.

예전이었다면, 다시 가라앉히기 위해 고통을 감내하며 기도했을 것이다. 탈진할 때까지 검을 휘둘렀을 것이다. 온몸을 피와 살점으로 물들 때까지 괴물이나 이단을 조지러 갔을 것이다.

자기학대에 가까운 행위를 하는 순간만큼은 그 더러운 기억이 심신을 지배하지 않았으니까. 몸이 고되면 잡생각이 줄어들 듯, 타인에 의한 고통이 아닌 자기 자신이 유발한 고통만큼은 ‘정신적’ 고통이 동반되지 않았으니까.

예전이었다면.

‘대장님….’

지금은 아니었다. 혼자가 아니었다.

나야. 네 대장님이야. 여기 있어. 네 앞에 있어. 어디 가지 않아. 너와 함께 있어.  뒤에 있어. 네 옆에 있어.

그녀가 사랑하고 그녀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었다.

미안해. 힘들었지. 외로웠지.  버텨주었어. 잘 해내주었어. 셰이 네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네가 있어서 우리가 이렇게 있을  있어.

자신의 고통을 경시하지 않고 포용해주고 감사해하는 사람이 있었다.

-  어떤 것도  망가뜨릴 수 없어. 내가 아는 셰이는 그런 여자니까.  봐. 날 똑바로 봐. 너는 고작 저 눈깔괴물새끼에게 굴복할 여자가 아니야. 셰이는 강하니까.

자신의 존재 자체를 긍정해주고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었다.

카야 언니랑 일루미나도 언니도 좋은 사람이었지만, 셰이의 마음속에서 가장 큰 존재감을 뽐내는 건 헨드릭이었다.


“아.”

눈을 떴다.

지금 이 순간, 헨드릭이 미치도록 보고 싶었다. 헨드릭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헨드릭의 품에안겨 그의 냄새를 맡고 싶었다. 그의 존재 자체를 만끽하고 싶었다.

“내 앞에, 내 옆에, 내 뒤에 있겠다면서….”

끼이이익-

초승달이  높이 뜬 밤, 셰이는 침대를 벗어났다.

**


츄릅, 쮸웁, 츄웁-

“으으….”

츕, 쯉, 쮸으읍-

“뭔 소리야….”

한참 잘 자고 있었는데 무언가 쪽쪽 빠는 소리에 잠이 깨고 말았다. 꿈은 아니었다. 귀에 들리는 소리랑 축축한 감촉이랑 무게감이 너무 생생했다.

‘잠깐. 축축함? 아니, 왜 이렇게 무겁….’

눈을 떴다. 하마터면 소릴 지를 뻔했다.

얇은 잠옷 차림의 셰이가 내 몸 위에 올라타 내 목을 빨아대고 있었으니까!

“셰이!”

“흐움, 우움.”

“야, 야!”

그녀는 대답 대신 입술을 움직였다. 스르륵 위로 올라오더니 귀를 우물우물거리질 않나, 혀를 귓바퀴 안쪽으로 집어넣질 않나… 소름끼치는 느낌에 기겁했지만 그녀가 환자라는사실을 깨닫고는 가까스로 떨쳐내지 않을  있었다.

“대장니임.”

“그, 그래. 셰이야.”

“대장님은… 제 옆에 계속 있는  맞죠…?”

“그러엄. 그렇고말고.”

“근데… 왜 제 옆에 없었어요…?”

“어어….”

적어도 하루나 이틀은 기절해있을 거라는 말을 들어서? 세스티아가 그러지 말라 그래서?

 다 적절한 대답은 아니었다.

“미안….”

“거짓말쟁이….”

“악!”

셰이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내가 소릴 지르자 깨문 자리를 혀로 살살 문질렀다.

“셰이. 몸은 괜찮은 거야? 이렇게 빨리 깨어날 줄은 몰랐어.  물론 빨리 깨어난  좋긴 한데.”

“안 괜찮아요.”

“어?”

“대장님이 필요해요.”

내 셔츠가 부우욱 소릴 내며 찢어졌다. 내가 뭔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셰이는 내 맨 가슴에 얼굴을 들이대곤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스읍- 하아…!”

“셰, 셰이야?”

“대장님이, 그랬죠… 내 곁에 있겠다고. 그리고 난 강한 여자고, 누구도 날 망가뜨릴  없다고….”

“어, 그, 그랬지.”

“근데, 어쩌면 좋아요? 나, 지금 너무 괴로운데. 괴로워서 망가질 거 같은데. 깨어났을 때 대장님이 곁에 없어서  마음 아팠는데. 네? 어떡하면 좋아요?”

“….”

“절 고통스럽게 했던 기억들이 절 괴롭혔어요. 방금 전까지는요. 근데 이렇게, 대장님과 살을 맞대니까… 대장님 냄새를 맡으니까… 지금은 괜찮아지는  있죠…?”

“큭.”

셰이가  가슴을 깨물었다.

“저요… 대장님에게 부탁이 하나 있어요….”

“부, 부탁? 말만 해.”

“절 괴롭혀주세요.”

“……뭐?”

“그리고 저도 대장님 괴롭힐 수 있게 해주세요.”

“잠깐, 잠깐만.”

“오물처럼 제 마음을 더럽히는 이 기억들을 없애버리고 덧씌우게 해주세요. 대장님이라면 어떤 것도 받아들일  있을 거 같아요. 그리고 대장님도… 다 받아주세요. 그랬으면좋겠어요.”

셰이의 눈과 마주쳤다. 그녀의 시선은 섬뜩했다. 먹이를 내려다보는 맹수의 눈이 이럴까 싶었다.

“아직, 네  상태가.”

“대장님. 싫어요 좋아요. 그것만 대답해요.”

“그….”

“싫다고 대답하면,  어떻게 될지 몰라요.”

“싫지 않아! 싫을 리가 있겠어?”

“역시 그렇게 대답할  알았어요. 기뻐요, 대장님.”

그리 말한 셰이는 제 잠옷도 부우욱 찢어버렸다. 이쯤 되면 카야나 셰이는 밤만 되면 단추의 존재를 항상 까먹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박력 넘치는 차력이었다.

그녀의  가슴이 출렁거리며 모습을 드러냈고, 조금 땀을 흘렸는지 약간 후덥지근한 체향이 내 코를 자극했다.

꿀꺽-

한동안 내 위에 올라탄 자세로  내려다보던 셰이는 내 몸에서 내려오더니 옆에 누웠다.

“대장님이 먼저… 절 괴롭혀주세요.”

“….”

“대장님만이  망가뜨릴  있어요. 대장님 말고는, 절대 망가지지 않도록….”

“….”

“저를… 철저히 망가뜨려줘요.”

“….”

“나를, 완전히 너로 물들여줘, 유진. 햐앙!”

다소 우악스럽게 셰이의 가슴을 쥐었다. 그녀의 가슴은 부드러움과 탱글탱글함과 꺼끌꺼끌함이 공존했다.

‘…정신에 충격이 누적되긴  모양이야.’

입술을 깨물었다. 셰이가 부탁하는 모습은, 누가 봐도 정상이 아니었다. 용사대에 갓 합류했을 때와 지금의 셰이는 달랐다. 나와의 인연이, 던전행이 그녀의 알맹이를 바꿨다. 이단만 눈에 보이고 시도 때도 없이 폭언을 퍼부으며 유스티티아님의 이름을 부르짖던 성전사는, 오로지 나를 갈구하고 있었다.

심지어 정상적인 애정표현도 아니었다.

나만이 망가뜨릴 수 있으니, 자기를 망가뜨려달라니. 고통스런 과거를 잊기 위해 내게 괴롭혀달라니… 누가 봐도 악순환의 시작 버튼이었다. 나중에 가면 더 심해질 것이다. 의존은 집착이 되고, 자극의 정도는 점점 더 강렬해지겠지.

하지만 외면할 수 없었다.

셰이가 이렇게  건 나 때문이라는 책임감과 그럼에도 여전히아름다운  여자라는애정을 동시에 느꼈다.

그러니 받아주자.

지금 이러는 건 근본적인 치료행위가 아닌, 대증 치료에 불과하지만… 셰이가 어떻게 되든, 그녀는 내 여자니까.

 업보요, 내 책임이요, 내 소망이었다.

“아앙! 더, 더 세게!”

“좋아? 이게좋아?”

“으응… 더… 너라면 얼마든지 좋아앙!”

유두를 살살 굴리다가 꼬집었다. 괴롭혀달라는 말은 빈말이 아닌 듯, 더 세게 꼬집기를 바랐다. 그래서 오히려 더 부드럽게 쓰다듬어줬다.

“흐앙…?”

“괴롭혀달라면서. 네가 바라는 대로 해주면 그게 괴롭히는 건가? 아니잖아?”

“아앙… 흐응, 응, 으응….”

셰이는 아무 말도 못하고 몸을 뒤틀었다. 한 손으로 그녀의 목을 잡아 고정했다. 그리고는 그녀의 하의를 마저 벗겨냈다. 상의를 벗을 때보다 훨씬  후끈한 공기가 퍼져나왔다. 냄새는 말할 것도 없었다.

푹 젖어있는 속옷이 답이었다.

“자고 있는데 쳐들어와서 다짜고짜 괴롭혀달라고 말하면서 이렇게 흥건히 젖어있다? 셰이, 너 엄청 변태구나.”

“나, 변태 아니야….”

찔꺽-

“으으응…!”

셰이의 허벅지를 붙잡고 속옷 째로 흡입했다. 두툼하면서도 부드러운 보짓살과 음란한 냄새와 질척거리는 보짓물에 약간의 까끌함을 완전히 상실한 속옷의 콜라보는 환상적이었다. 입안에 담고 살짝 깨물기도 하고 혓바닥 전체로 핥기도 하고 혀끝으로 쿡쿡 찌르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셰이는 허벅지를 벌벌 떨며 자지러졌다.

속옷은 완전히 기능을 상실했다.

“그, 그마아안….”

“괴롭혀달라고   누구더라?”

“그건 그만하고, 그, 그거….”

“그거?”

셰이가 시선을 회피했다. 손으로 볼을 붙잡아 강제로 눈을 마주쳤다.

“그거가 뭔데.”

“…지.”

“안 들려. 크게 말해.”

“…자지.”

“뭐라고?”

“자지! 네, 네 자지! 크고 굵은 자지! 입으로 그만 괴롭히고, 이제 자지로 괴롭혀줘!”

셰이가 속삭인 음탕한 말에, 가뜩이나 피가 잔뜩 몰려있던 자지가 바르르 떨었다. 특히나 늘 존댓말을 하던 셰이가 반말로 그런 말을 하니, 파괴력은 두 배가 되었다. 무슨 심경의 변화로 그러는진 모르겠지만, 왠지 더 애태우고 싶어졌다.

“왜? 내가 아까 말했지. 네가 원하는 대로 해주면 그게 괴롭히는 거냐고.”

“으으….”

“다시 한 번 말해봐.”

“뭐, 뭐를?”

“아주 정중하게, 바라는 걸 말해보라고.”

 말에 멍하니 입을 벌리던 셰이는 눈을 질끈 감으며 소리쳤다.

“네 무식한 자지로, 평소처럼 푹푹 찔러줘!”

“정중하게 말하라고 했을 텐데.”

“푸, 푹푹 찔러주세요….”

“싫은데.”

“에.”

쯔브읍-

“아, 아아….”

진짜로 거절할 줄 몰랐는지 멍한 표정을 지은 셰이의 얼굴을 바라보며, 아주 천천히 자지를 집어넣기 시작했다.

“빠르게 찌르든 천천히 찌르든, 부드럽게 집어넣든 거칠게 쑤시든  마음대로 할 테니까, 넌 당하기만 하면 되는 거야. 알겠어?”

“아아앙…!”

어딘가 많이 뒤틀린 멘탈 테라피는 이제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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