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8화 〉마음가짐(11)
발정 한 번에 일이 진짜 이렇게까지 흘러간다고?
1. 발정난 여우를 아예 용사대에서 내쫓는다.
2. 발정을 달래주고 잔류시킨다.
3. 일루미나를 어떻게든 참게 한 다음, 발정기가 끝나고 제대로 화해해서 관계를 재구축한다.
왜 내가 정답이라 생각하는 3번 선택지는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고 1번과 2번 중에서만 골라야 하는 거지?
카야와 셰이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이건 양립할 수 없는 문제예요. 개인적으로는 전혀 탐탁지 않으니까요. 싫으니까요. 어느 누가 좋아하겠어요? 제가 카야 언니한테 얼마나 많이 고마워하고 있는지는 언니도, 대장님도 잘 모를 거예요. 그 정도라고요. 근데… 던전 공략이라는 중대한 목표가 있잖아요. 개인적인 감정으로 저 여자를 어떻게 하기엔, 손해가 크잖아요. 그러니 한쪽으로 확실히 정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설령 지금은 어떻게 넘어간다 해도, 발정기는 주기적으로 찾아온다고 들었습니다. 그럼 그 다음엔 어쩌실 겁니까? 그 다음번이 던전 안이라면? 지금 확실히 정해야 합니다.”
우회로 따윈 없었다.
연인들의 손을 들어 일루미나를 추방시키느냐, 아니면 목표를 위해 일루미나를 안고 잔류시키느냐.
그 둘을 천칭에 올렸다. 잠시 부르르 떨던 천칭은 곧 한쪽으로 쑥 내려갔다.
‘그동안 들인 시간과 돈과 감정들, 그리고 앞으로 또 들여야 하는 것들을 생각하면 아깝기 짝이 없지만… 미래를 생각해보면 내치는 쪽이 맞다. 도저히 설득할 자신이 없어.’
그동안 들었던 식비나 숙박비, 그리고 방어구 업그레이드 비용 정도는 그녀가고생했던 것에 대한 비용 정도로 생각하기로 했다. 그렇게 마음을 굳히고 다시 한 번 명확하게 말하려는 그때였다.
쿠웅-
“일루미나?!”
“허락, 해, 주세요….”
여전히 물을 질질 흘리며 제정신 못 차리고 있던 일루미나가 무릎을 꿇고는 고개를 조아렸다.
“저도, 끄, 끝까지 함께 하고 싶어요. 이야기를, 이야기를… 우리들의 이야기를 엮어보지 않겠냐고, 했잖아요….”
“그건.”
“한 번만, 한나절도 아니고, 반나절도 아니고 한 번이면 돼요. 제발, 제발 부탁이에요. 미칠 것 같아요. 지, 지금도 겨우 정신 붙들고 있어요. 온몸이 불타는 거 같아요. 제발요….”
내가 차마 대답하지 못하고 있자 일루미나는 엉금엉금 기어서 셰이의 발목을 붙잡았다. 그 와중에도 느끼고 있는지 바닥에 그녀의 흔적이 남았다.
“이, 이거 놔요.”
“한 번만, 한 번만. 응?”
“갑자기 그런 식으로 애원해도!”
“왜 셰이 너는 되고 나는 안 되는데?”
“지금, 뭐라구요?”
“나, 나도 헨드릭의 여자가 되고 싶은데. 왜 날 쫓아내려는 거야?”
“아니 무슨 태도가 그렇게 확확 바뀌어요!”
“두 번째도 됐는데 왜 세 번째는 안 돼? 응? 수인이라서 그런 거야? 늦게 들어와서 그런 거야? 왜 왜 왜안 되는데? 난 왜 안기면 안 되는데? 응? 으응? 으으응?”
“이거 놓으라니까요?”
“못 놔아… 못 놔아!”
“아으 진짜! 언니! 어떻게 좀 해봐요!”
셰이는 차마 힘까지 행사하긴 좀 그랬는지 카야에게 지원을 요청했다.한숨을 쉰 카야가 일루미나의 옷을 잡고 뒤로 끌어당겼다. 그러자 얇은 상의가 쭈욱 늘어나며 일루미나의 목을 졸랐다. 그녀는 켁켁대면서도 끝내 셰이의 다리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발정 해소를 위해 한 남자, 그것도 이미 여자가 둘이나 있는 남자에게 세 번째 여자가 되겠다는 말을 어찌 그리 쉽게 하는 겁니까?”
“아, 아무리 발정기라고 해서 다리를 쉽게 벌리는 거라고 생각하지 마! 난 최대한 자제하는 편이야! 처, 처음엔 창관도 생각했다가 곧바로 지워버렸다고! 지금도 몸이 이, 이런데 이렇게 대, 대화를 하는 거 자체가아앗!”
하읏!
일루미나는 말하다 말고 저러다 탈수증상이 오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또 한 번 성대하게 뿜어냈다.
“부, 분명 정조 관념이 너희들에 비해 약할 수는 있어도, 그렇다고 아무에게나 헤프게 몸을 맡기고, 감정의 교류를 모르는 건 아냐! 특히나, 마음이 어느 정도 있었으니까, 꽂힌 거야!”
“애초에 임자 있는 남자에게 마음이 꽂혔다는 것 자체가 비정상적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습니까.”
“엘프는 어쩔지 몰라도, 난 수인이야! 능력 좋은 사람이 배우자 여럿 거느리는 건 드문 일도 아니라고! 그리고 헨드릭은 능력 있는 남자고! 그리고 이미 일부일처도 아니잖아!”
“저기, 아직 결혼은 안 했는.”
“조용히 하세요, 대장님.”
“어, 어어.”
나도 모르게 속마음이 튀어나오고 말았다. 곧바로 셰이에게 제지당했다.
“그동안 대장과 당신 사이는 용사대 동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그 이상의 기류는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대장도 당황하고, 거절하신 것입니다. 반대 입장이 되었다고 생각해보십시오. 그냥 동료였던 자가 연인이 되어줄 테니 자기 발정 좀 어떻게 해달라며 갑자기 달려들면, 어떨지.”
“나도 안다고! 비정상적으로 보일 거라는 거! 그, 그치만! 서서히 알아가면서 사이가 깊어진 다음에 교미를 맺는 것도 있지만, 그 반대도 있는 법이야! 순서가 바뀔 뿐이지 아예 없는 사랑의 형태도 아니란 말이야!!”
한 문장으로 요약해서 선 사랑 후 섹스파와 선 섹스 후 사랑파가 격돌했다. 카야가 주장한 게 일반적인 상식이었다. 아마 대부분의 커플들은 그렇게 맺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지구에서 살았던 나는, 직접 사랑을 해본 적은 없었지만 상당히 많은 소설과 만화와 드라마와 게임을 접했었다. 흔히 말하는 ‘떡정’이라는 건, 일루미나의 말대로 절대 무시할 만한 게 못됐다. 어떤 이유에서 만났듯, 원래라면 하룻밤의 불장난으로 끝났을 인연이 몸을 섞고 나서 상대방의 몸 이외의 것을 궁금하게 되는 스토리는 꽤 존재했으니까.
내가 어느 쪽이냐를 둘째 치고, 일루미나의 주장 자체는 공감이 갔다. 딱 하루 안은 세스티아를 다시 만날때마다, 그때의 정사가 떠올라 가슴이 떨리는 것도 부정할 수 없었으니….
일루미나는 또 이성의 한계가 찾아온 것인지 다시 맛탱이가 가기 시작했다. 카야랑 셰이는 말이 안 통하는 여자라고 고개를 저었다. 그녀들의 시선이 다시 내게 쏠렸다.
젠장.
구경하는 거 은근 꿀잼이었는데, 갑자기 위가 쓰렸다. 그래도 구경하면서 생각할 시간이 좀 생긴 덕에 결론은 이미 내렸다.
“카야, 셰이.”
“예, 대장.”
“네, 대장님.”
“너희들도 알다시피… 난 욕심쟁이야.”
“아.”
그녀들의 얼굴이 삽시간에 어두워졌다.
“그날 너희 둘을 한꺼번에 취한 것처럼, 이라고 말하면 너희 둘 사이의 유대를 무시하는 걸로 들리겠지. 그래도… 일루미나도 결국 던전에 같이 들어갈 동료야. 만약 이번 던전행이 저번 던전행과 과정이 유사하다면, 일루미나는 던전 안에서 혼자 곤란해질 거야.”
“….”
“그렇다고 그녀의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종족적 특징 때문에, 그것도 용사대가 위험해지지 않는 문제로 일루미나를 내친다? 아르한테 기절 당해서 실려왔는데도 불구하고, 우리의 목표를 비웃지 않고 공감해주며 특유의 친화력으로 빠르게 우리 용사대에 녹아든 그녀를 내친다? 그것도 내가 영입을 제안했는데?”
“처음에는 거절하셨잖아요!”
“맞아. 근데 듣다보니까 일루미나의 말도 일리가 있는 것 같아서. 제3의 선택지가 있었다면 그걸 골랐겠지만, 둘 중 하나로 확실히 선택해야 한다면 이쪽을 고르겠어.”
“….”
“미안해. 이런 놈이라서.”
결국 난 일루미나를 품는 쪽을 선택했다. 끝까지 함께 하고 싶다고, 이야기를 엮고 싶다는 그녀의 외침이 계속 귀에 맴돌았다. 내가 그녀를 꼬시기 위해 던졌던 멘트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셈이었다. 카야와 셰이의 마음을 달래고 설득해야 한다는 문제가 남았지만, 그래도 일루미나 자체가 나쁜 여자가 아니라 어떻게든 융화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늘은, 다른 방을 구해서 그곳에서 자겠습니다.”
“언니?!”
카야는 그대로 방을 나가버렸다. 그녀의 뒷모습을 보던 셰이도 성큼성큼 따라나갔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굉장히 차가웠다.
“하아….”
“하아, 하아, 하악.”
연신 카야와 셰이의 눈치를 보던 발정난 여우가 헤죽거리며 내게 다가왔다. 내 사타구니에 얼굴을 들이밀고는 숨을 가쁘게 들이쉬었다. 주륵 흘린 침이 자지가 있는 자리를 적셨다. 셰이보다도 더 큰 가슴을 연신 허벅지에 문대고 있었고, 그럴 때마다 묵직한 중량감과 함께 톡 튀어나온 꼭지가 느껴졌다.
‘이런 음유시인은 찾기 힘들 거야… 그래, 그런 거야.’
눈을 딱 감고,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다짐했다.
“일루미나.”
“헤으.”
“너나 나나 앞으로 진짜 잘해야 돼. 알아들어?”
“헤응.”
글렀다. 내 사타구니에 얼굴을 묻었던 순간부터 일루미나는 발정 100%의 여우가 되었다. 이 와중에도 힘을 쓰지 않고 강제로 날 범하려 하지 않는다는 게 그녀의 성정을 보여주는 듯 했다.
‘후, 씨발.’
못 참겠다.
바지와 속옷을 함께 벗었다. 해방감과 함께 툭 튀어나온 자지가 일루미나의 콧등을 때렸다. 컁 소릴 내며 화들짝 놀라던 그녀의 눈이 내 자지를 보는 순간, 완전히 돌아가버렸다.
꼴깍-
내 다리 사이에서 쪼그리고 앉은 채 날 올려다보는 그녀의 표정은 너무나 애달팠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부터였다.
‘착정’당하기 시작한 것은.
“크윽!”
일루미나는 맛난 고기 막대를 먹는 것처럼 내 자지를 한꺼번에 삼켰다. 숨이 막히는 것도, 구역질이 나는 것도 아랑곳 않고 무조건 끝까지 삼켰다.
자지털에 닿는 그녀의 숨, 기둥을 정신없이 핥아대는 혀, 그리고 귀두를 압박하는 목구멍에 이러다가 망가질까 두려울 정도로 무섭게 왕복하는 고개까지.
일루미나는 어서 빨리 정액을 싸지르라고 매우 격정적으로 움직였다.
“이, 일루미나!”
“으브브븝!”
아무리 그래도 입싸는 좀 그래서 빼려 했지만 오히려 그녀가 내 허리에 팔을 두르더니 뿌리까지 삼키고는 목구멍을 조여댔다.
꿀꺽- 꿀꺽- 꿀꺽-
눈물로 범벅된 얼굴로 정액을 물처럼 받아 마신 일루미나는 입안을 벌려 내게 보여주고는 내 자지를 보며 혀를 할짝였다. 몸짓이나 얼굴이 너무 야해서, 자지가 금세 서버렸다.
그녀는 급격히 들이닥친 감각에 잘게 떠는 날 보며 고갤 갸웃하더니, 속이 다 비치는 상의와 속옷만도 못한 하의를 벗어버렸다. 상의는 벗다가 귀찮았는지 반쯤 찢어버렸다.
“흐응!”
그러고는 콧소릴 내며 내 쪽으로 엉덩이를 내밀고는 좌우로 씰룩거렸다. 빳빳이 서있는 붉은 꼬리와 큼지막한 엉덩이, 그리고 외설스럽게 벌렁거리는 음탕한 보지 모두 내 시선을 강탈했다.
나는 홀린 듯이 왼손은 꼬리의 뿌리 쪽을 쥐며, 오른손으로 엉덩이를 때렸다.
“캬아아앙!!!”
왈칵-
반응이 격했다. 대번에 보짓물을 한가득 뱉어내며 울부짖었다. 고양이 육구를 만지는 느낌으로 일루미나의 꼬리를 마구 주물렀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앙앙대며 엉덩이를 자꾸 내 쪽으로 내밀었다. 꼬리나 엉덩이나 만지는 맛이 일품이었다.
“히이잉….”
“알았다 알았어.”
귀두를 보지에 갖다 댔다. 그러자 날 애처롭게 보며 재촉하던 일루미나가 혀를 내밀며 헥헥댔다. 그런 그녀를 보니 내가 수캐라도 된 것 같아, 정말 개처럼, 짐승처럼 박아보고 싶었다.
‘아니, 수여우인가.’
모르겠다. 페로몬 때문인가, 나도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이제 저 살랑거리는 꼬리도, 부들거리는 엉덩이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음탕한 고기구멍.
저곳을 쑤시고 쑤시고 또 쑤셔서 눈앞의 여우에게 힘껏 싸지르고 싶었다.
푸우우욱-
“아아아아앙!!!”
나름 거근이라고 할 수 있는 내 자지가, 뿌리 끝까지 단번에 쑥 들어갔다. 그리고는 어딜 나가냐며 꽉 붙들었다. 손으로 쥐어짜이는 느낌이었다.
“씨발…!”
“앙! 아앙! 하응!”
“아, 안 돼!”
꽤 오랜 시간 참아온 것, 발정기 피크의 수인이 전력으로 내뿜는 페로몬의 영향, 그리고 말도 안 되는 보지압력차에 곧바로 사정하고 말았다.
첫 번째 사정 포함, 채 10분도 지나지 않았으리라.
‘나, 조루야? 이 정도는 아니지 않았나…?’
말도 안 되는 쾌감과 허탈감에 휩싸여있을 때, 날 뒤돌아보던 일루미나의 귀가 시무룩 주저앉은 걸 보고 말았다.
이 씨발년이?
“하.”
짜악-!
“캬앙!”
그녀의 무지막지한 가슴을 쥐어짜며 엉덩이를 부숴버릴 듯이 박았다. 그녀가 아프다며 질러대는 비명소리에, 왠지 모를 즐거움이 담긴 듯 한 건… 기분 탓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