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3화 〉진실게임(5)
“언니.”
“예, 셰이.”
“대장님은… 우리 둘로 부족한 걸까요?”
“….”
“그쪽 방면으로 지식이 풍부하진 않지만, 제 교단 성전사는 아무래도 남자가 더 많잖아요. 그래서 어깨너머로 들은 게 있는데… 젊은 남자는 대개 성욕이 왕성하대요. 그리고 개체에 따라서는, 우리가 흔히 정력이라고 부르는 그게 좋은 남자는… 더 왕성하구요.”
“젊고, 정력이 좋은 남자.”
“그거예요. 대장님은어쩌면 평소에도 성욕이 왕성한데, 참고 있는 게 아닐까요? 우리랑, 그, 그걸 하는 게 부족해서….”
“그래서 우리가 잠든 사이에 성욕이 쌓였고, 그 틈을 세스티아님이 노렸다… 이 말입니까.”
셰이가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카야는 한숨을 쉬었다. 쉽게 부정할 수 없는 가설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대장님은 저흴 분명히 아끼시는 거 같은데….”
“….”
“대장님이 잘했다는 건 아니고, 제 화가 벌써 풀렸다는 것도 아니에요. 그치만, 만약 제가 생각한 게 맞다면 그건그것대로 화가 나는 일 아니에요? 우리가, 그것도 둘이서 한 명을 만족 못 시켰다는 거잖아요.”
“그건.”
“분명 대장님도 똑같이 무리했어요. 대장님도 많이 다쳤단 말이죠. 근데 그 상태에서 조금 회복되자마자다른 여자를 안았다는 건….”
“성욕은 쌓였으나 우리는 기절해있었고 때마침 세스티아님과 눈이 맞았다.”
“네! 그러니까 언니. 만약에 상호공개고해에서 대장님이 정말 진심과 진실만을 말한다면… 그래서 우리가 딱히 추궁할 게 없고 대장님도 참회할 기회가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꿀꺽-
셰이는 스스로의 상상에 얼굴을 붉히며 괜히 침을 삼켰다.
“우리가 성욕을 한계까지 해소시켜주는 거예요. 다른 여자가 다가와도 건드릴 의욕조차 안 나게!”
“어떻게 말입니까?”
“일단 확실히 해야 하는 게, 이건 우리들의 화풀이잖아요. 그쵸?”
“예.”
“그러니까, 대장님이 우리에게 벌을 받는다는 것이 대전제예요. 성욕은 해소하되, 대장님은 아무 행동도 못하고 우리가 ‘강제로’ 해소시켜주는 거죠!”
“강제로…?”
카야가 상체를 기울였다. 그녀의 목울대가 울렁거렸다.
“옷을 전부 벗긴 다음, 침대에 팔다리를 묶는 거예요.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꽁꽁. 그다음에, 자극하는 거죠. 대장님, 우리 가슴이랑 엉덩이 엄청 좋아하잖아요? 근데 만지지도 못하고 빠, 빨지도못하고 가만히 지켜만 봐야하면… 얼마나 괴롭겠어요?”
“계속.”
“닿을 듯 말 듯, 흥분되려고 하면 그치는 방식으로 계속 안달나게 하는 거예요. 중간중간 대장님의 잘못을 속삭이면서, 이건 맛보기라고 경고를 하는 거죠. 지금은 이렇게 팔다리가 묶인 채 성욕만 해소당하지만, 다음에 또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이런 식으로요.”
“과연. 부정적인 상상을 대장 스스로 부풀려서 극대화시키는 효과를 노리는 겁니까.”
“아무리 그래도대장님의 성욕을 진짜로 조절하는 건 그렇잖아요. 이름값만 이용하려구요.”
“셰이는 천잽니다.”
“헤헤.”
“그렇지만 두 가지 걸리는 점이 있습니다.”
“두 가지나요?”
카야가 신중히 고개를 끄덕였다.
“첫째. 그만한 구속 도구를 어디에서 구할 것인지. 둘째. 대장이 이 행위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가 문제입니다. 구속 도구야 어디에서 구할 수 있다 쳐도, 벌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대장의 임계점을 넘어버린다면… 아무리 대장이 반성하고 있다곤 하지만, 선을 넘어서는 안 되지 않습니까.”
“언니 말이 맞긴 해요. 과연 그럴까요?”
“그건 무슨 말입니까, 셰이.”
“대장님은… 우릴 위해서이긴 했지만, 던전 안에서도 우릴 안았어요.”
“가, 갑자기 그 때 이야기는.”
“귀환하고 나서는 우리둘을 한꺼번에 안았구요. 그리고 그 때도, 대장님은 우리 둘을 상대로 밤새도록 계속 안았었죠? 지쳐서 쓰러지면 번갈아서라도….”
광란의 밤을 떠올린 카야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셰이의 얼굴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어, 어쨌든! 잘만 조절하면 대장님은 구속하는 거 자체는 크게 뭐라고 안 하실 거 같아요. 그만큼 성욕이 왕성하고 정력도 뛰어나니까! 중요한 건 주객이 전도되면 안 된다는 거가 있겠네요. 우리까지 즐겨버리고, 그래서 대장님까지 즐기게 되면 안 돼요. 그게 중요한 거예요. 알겠죠? 구속 도구는 제가 구해오면 되니까요.”
“으음…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암막을 구해오겠습니다.”
분명, 그리 다짐하고 철저하게 계획을 짰었는데….
**
“하악, 학, 하아아악-!”
“앙, 아앙, 햐응! 응, 응, 으응! 거, 거기! 더, 더 세게… 햐앙!”
‘천국 속의 지옥인가? 지옥 속의 천국인가?’
사지가 묶여있는 상태에서 방이 밝아진 순간, 눈앞엔 카야와 셰이가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알몸으로.
분명 표정은 무표정이었는데, 몸은 잘게 떨고 있었고 얼굴은 붉어져있었다. 본인들은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거 같았다.
-우리들 외엔 생각도 나지 않게 하겠어요. 각오하세요!
‘진짜 몰래카메란가?’
다짜고짜 그리 외친 셰이가 내 얼굴 위에 걸터앉고, 카야가 내 자지 위에 걸터앉을 때. 상황은 그때부터 묘하게흘러가기 시작한 것이다.
- 세스티아님 보, 보지는 맛 보지 않았죠? 네? 그렇다고 말해요!
- 으브븝.
- 햐응?!
입술에 닿은 순간 이미 셰이의 보지는 질척해진 상태였다. 잠시 내가 처한 상황도 잊고 웃음이 나왔다. 그걸 셰이가 귀신 같이 파악하고는 지금 죄인 주제에 쳐웃지 말고 어서 보지나 빨라는듯 마구 비벼댔다.
‘뭐지? 포상인가?’
어차피 거부할 수도, 벗어날 수도 없었다. 아직 완전히 방심할 수는 없었지만 이런 벌이라면 달게 받을 수 있었다. 나는 성심성의껏 빨기 시작했다.
“대, 대장님… 당신은, 당시느으으응!”
츄루르릅- 츄르릅-
셰이는 하체를 부들부들 떨어대며 무언가를 말하려 했지만 몇 번 경험해봤다고 어느 정도 능숙해진 내 혀놀림에 번번이 말이 끊겼다. 체감 상 3분도 되지 않았는데 애액이 한 차례 왈칵 쏟아졌다. 마침 목 말랐는데 잘 됐다 싶어 모조리 받아먹었다. 그러다 움직임이 없어서 위쪽을 올려다봤는데, 눈동자가 핑글 돌아버린 셰이가 날 잡아먹을 듯 쳐다보고 있었다.
“셰, 셰이?”
“빨아요.”
“으브븝!”
“하아, 하아, 하앙…!”
셰이는 아예 내 머리를 붙잡고 더 끌어당겼다. 숨이 콱 막혔다. 팔다리가 묶여있어서 움직일 수 있는 건 머리뿐이었는데 그마저도 셰이의 손에 잡혀있어서 고정된 상태였다.
혀.
혀놀림만이 살길이었다.
“더, 더, 더 열심히… 그래요, 그렇게 계속, 흐으응!”
포상이라고 생각했던 몇 분 전의 내가 어리석었다. 셰이의 보지맛은 일품이었지만, 그렇다고 보지에 깔려 질식사하고 싶지는 않았다. 어떻게든 그녀를 흥분시켜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야 했다.
‘잘못된 좆질은 보지로 혼낸다는 건가?’
가뜩이나 분주했던 내 혀에 필사의 각오가 담겼고, 셰이의 몸이 들썩들썩하며 조금씩 공간이 확보됐다. 그녀의 황금색 보지털까지 적셔가며 어떻게든 클리토리스를 집중적으로 공략하려던 그 순간이었다.
푸우욱-
“하아아악-!”
“으브븝!!”
“햐앙! 앙! 거, 거기에 대고 말, 말하지 말아앙!”
셰이 때문에 앞이 안 보이는 상황에서 갑작스레 자지에 들이닥친 황홀한 감각 때문에 혀놀림이 멈추고 말았고, 기껏 확보한 작은 공간이 다시 사라졌다. 설상가상으로 셰이는 아까보다 보지를 더 꾸욱 눌러대는 것도 모자라 앞뒤로 움직이기까지 했다.
‘수, 숨 막혀!’
미칠 것 같았다. 분명 좋았다. 끝내줬다. 내가 유진이었다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이런 호사를 누려보겠나.
하지만 불완전했다. 답답했다.
당장이라도 폭풍 섹스를 할 것 같았던 카야는 삽입 후 가만히 앉은 채 보지만 꾸물거리며 불알을 건드리고 있었으며, 셰이는 살랑살랑 비비면서 내 혀를 요리조리 피하기 시작했다. 팔 다리가 묶여서 더 답답했다.
나는 최후의 방편으로, 엉덩이와 허릿심을 이용해 하반신이라도 쾌락을 탐하고 싶었지만….
“가만히, 큿, 있으십시오!”
“으읍!”
허벅지에 따끔한 감촉과 함께 카야의 손이 내 골반을 확 눌러버렸다.
‘으아아아아! 숨 쉬고 싶어!! 빨고 싶어!!! 움직이고 싶어!!!!’
덜컥덜컥덜컹-
산소와 섹스를 원하는 내 몸은 발악하기 시작했다. 물론 내 발악은 번번이 조기에 진압됐다. 나는 진심으로, 코앞의 보지를 깨물어야 하나 고민했다.
“하아, 하으, 대, 대답해요, 대, 대장님.”
‘비켜줘야 대답하지!’
“대장님을 구, 구속하고 싶은 새, 생각은 없어요.”
‘뭐?’
“그, 그치만… 고해소에서 고해했던 것처럼, 저, 저희에게 말해주세요. 흣, 혀, 형식적으로라도, 물어봐주세요.”
‘아.’
의식이 점점 몽롱해지는가운데, 셰이의 말뜻을 이해했다. 그리고 이 몰래카메라 같은 구속 플레이의 진짜 뜻을 이해했다.
‘그렇구나… 미안하다고 머리 박는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사과하는 것 자체도 가슴을 후벼 파는 행위였구나. 이 일을 계속 곱씹는 것도 상처고….’
최선은 애초에 쓰레기짓을 하지 않는 것. 차선은 미리 상의하는 것. 최선과 차선 모두를 어긴 나는, 저질러놓고 모르쇠로 넘기다가 나중에 들키는 최악과 자수하고 광명 찾자는 차악 사이에서 차악을 고른 것뿐이었다.
‘그래… 자수해서, 이런 광명이 찾아온 건가… 핑크골드 보지라… 나쁘지 않은 광명이야….’
- 아아. 나쁘지 않은 삶이었다.
“저희도, 읏, 여자…입니다. 대장. 대장을 좋아하고, 소중히 여기고, 흣, 사랑…하는 만큼, 상처도, 받습니다.”
“대장님의 진심은 잘알고 있고, 하읏, 이번에 더잘 알게 됐어요… 저, 저희를 향한 관심이, 애, 애정이 있다는 것도 믿고 있어요….”
“곧바로 말씀해주신 건, 좋았지만, 그래도… 한 번쯤은, 저희를, 흣, 다시 생각해주셨으면, 바라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왕이면, 하으, 성욕은, 저희에게 풀어내도, 돼요… 언제든지, 원하면, 부끄럽긴 해도, 가능하니까요…? 아? 대, 대장님? 대장님?”
“셰이. 왜 그럽니까?”
“대, 대장님이 숨을 안 쉬어요!”
“다, 당장 거기서 일어나십시오!”
“언니부터요!”
“예? 아… 하윽!”
“대장님! 대장니임!!!”
“이, 일단 숨! 숨을 불어넣으십시오! 기도는 제가!”
이세계 중세판 진실게임(물리, 강제)은 그렇게 어디서도 밝힐 수없는 터무니 없는 이유로 종말을 맞이했다.
특히나 사악한 이단으로부터 세일럼을 구한 용사대의 대장이, 성전사 보지에 깔려 복하사 직전까지 몰렸다는것은. 죽을 때까지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