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8화 〉흉터(4)
모든 걸 포용하는 따뜻한 부드러움.
세스티아의 몸은 부드럽지 않은 곳이 없었다.
“허억!”
“아흣!”
심지어 그녀의 안조차 부드러웠고… 갑자기 쳐들어온 침입자마저 끝가지 받아들이는 것도 모자라 포근히 감싸 안았다. 조급하게 굴지 말라고, 밤은 아직 길다고 타이르는 것 같았다.
이미 오랫동안 자위를 해서 풀어진 탓인지, 자지가 터질 것 같은 압박감은 없었으나 오히려 그 때문에 넣자마자 위험했다. 박은 지 10초도 안 돼서 싸는 건,많이 아니지 않나. 엉덩이에 힘을 빡 주고 버텼다. 존나 얼굴이라도 개빻았다고 생각하며 흥분감을 억눌러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세스티아가 너무 예뻐서 도저히 빻은 얼굴로 볼 수가 없었다.
“가, 가만있어봐…!”
“흐읏, 흐응….”
흥분과 편안함이 공존하는 보지라니, 말이 안 나왔다. 적당한 압박감과 자지 전체를 오물오물 물어오는 그녀의 부드러운 질은 그야말로 살아있는 착즙기 그 자체였다. 거칠게 범해달라고 말한 주제에, 정액을 전력으로 갈구하는 그녀의 몸이 너무나 발칙했다.
“가만히 있으라고 그랬지…!”
찰싹-!
“아흑!”
그녀의 신경을 돌리기 위해 손바닥으로 옆가슴을 후려쳤다. 그러자 묵직한 웨이브가 내 망막에 맺혀 가슴까지 파고 들어왔다. 자지에 자극이 덜 가기는커녕 시각적 자극까지 추가됐다. 자승자박이었다.
“아흣, 흐읏, 차, 참지 않아도 돼요… 괘, 괜찮으니까… 정말로… 다른 건 생각하지 말고, 있는 힘껏, 저를 거칠게 탐해주세요. 취해주세요. 범해주세요.”
“왜, 왜 일부러 말을 그렇게 자극적으로, 크윽!”
가까스로 참고 있었는데 그녀가 다리로 내 엉덩이를 꾸욱 누르며 자지를 조여댔다. 상냥한 습격에,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1분도 안 돼서 1차 수문을 개방해야만 했다.
“하으으응-!!”
“크윽!!”
깜짝 놀랄 정도로 세게, 그리고 많이 뿜어져 나왔다. 거부할 수 없는 흐름에 나도 모르게 안에 사정하고 말았는데, 과장 좀 보태서 자궁 전체를 물들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의 양이었다.
꾸우욱-
“허억!”
“더… 더… 더, 해주세요. 더 물들여주세요. 더 덮어주세요….”
사정 직후의 예민한 자지가 자극을 받고 곧바로 다시 곧추섰다. 살짝 쪼그라들었던 자지가 다시 빈자리를 채우자 세스티아는 더욱더 내 몸을 끌어안으며 신음을 흘려댔다.
더 꽉 안아달라고, 계속 박아달라고 온몸으로 외치고 있었다. 명백한 시그널이었다. 해석하긴 참 쉬웠다. 참을 수 없었다.
싸버렸던 상태 그대로, 살짝 뒤로 뺐다가 뿌리 끝까지 한 번에 찔러넣었다. 그녀의애액과 내가 싸버린 정액이 뒤섞여 굉장히 미끌거렸고 질퍽했다. 저항 없이 쑥 들어갔다. 철퍽- 살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굉장히 야했다.
“하악! 악! 아악! 앙! 아앙! 하악, 하아아악!아아악!!!”
가슴을 쥐어뜯었다. 입술을 씹어먹었다. 밑에 깔린 여자를 부숴버릴기세로 박았다. 자제하지 않았다. 내게 이렇게 난폭한 면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거세게 몰아붙였다. 세스티아의 신음소리 중간중간 정말 아파서 내지르는 비명도 섞여있었다. 무시했다. 세스티아가 원했던 일이었다. 걱정돼서 도중에 멈춘다면 오히려 실망하고 재촉할 것 같았다.
고통을 잊기 위해 다른 고통으로 뒤덮는다. 똑같은 고통이지만 전자는 평생 갈 깊은 흉터요 후자는 연고라 불리는 쾌락에 찬 고통일지니.
지금 이 순간, 거칠게 박히고 있다 외의 모든 것이 생각나지 않도록.
나는 오버했다.
“악, 아악, 악, 아읍, 흐읍, 읏, 으읏, 흐읏….”
빨개진 가슴 곳곳엔 멍이 들기 시작했다. 푸른 핏줄이 보일 정도의 가슴에 검푸른 멍이 자리잡았다. 아무리 그녀가 원한다 해도 이 이상은 건드리기 그래서 타겟을 엉덩이 쪽으로 바꿨다. 내 치골과 계속 부딪치는 그녀의 엉덩이도 부어오른 지 오래였다.
짜악-!!
“아읏!!”
“더 꽉 조여.”
“네, 네…!”
찰진 엉덩이를 계속 때렸다. 세스티아는 아파하면서도 느꼈고, 순종적이었다. 그러면서도 격렬히 출렁이던 가슴을 피하던 내 손을 잡아 다시 가슴으로 이끌었다.
“전, 흐윽, 괜찮으니까, 정말로, 괜찮으니까앙!”
“…내 마음대로 범하라 했으면서, 유도하는 거야 지금?”
“죄, 죄송해요. 저, 저 같은 처, 천박한 년이 괜한 소리르으읏!!!”
그래. 천박한 년에겐, 천박한 자세로 박아주는 게 더 좋겠지.
내 허리를 단단히 옥죄고 있던 허벅지를 봐주지 않고 때렸다. 삽시간에 부어오른 허벅지가 파르르 떨리며 봉쇄를 풀었고, 처음으로 자지를 빼냈다. 정액이 울컥울컥 걸죽하게 흘러내렸다.
“엎드려.”
“하으, 헤으….”
“엎드리라고 말했잖아.”
짜악-! 짜악-!!
“네, 네! 죄송해요! 엎드릴게요!”
부어오른허벅지가 보기 안쓰러울 정도로 부들거렸다. 방금 또 맞은 엉덩이도 손자국이 없는 데가 없었다. 가뜩이나 큰 엉덩이가 더 커졌다. 그리고 그 밑에, 아직도 정액을 툭툭 뱉어내고 있는 음탕한 구멍이 어서 박아주지 않고 뭐하냐며 음란하게 뻐끔거리고 있었다. 몸은 아파하는데, 명백히 느끼고 있었다. 흥분하고 있었다.
현재 분위기나 상황은 둘째 치고, 이렇게 보니 그녀가 정말 ‘피학성애자’인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지금 뭐하는 거야.”
“하으응….”
“누구 멋대로 천박한 보지를 들이밀어? 범하는 건 나야. 네년이 아니라!”
짜악-!!!
“아으으으응!!”
그 잠깐을 못 참고 엉덩이를 자지 쪽에 들이민 세스티아의 보지를 후려쳤다. 정액이 거세게 튀는 느낌이 좋진 않았으나, 효과는 만점이었다. 손가락에 묻은 정액을 대충 그녀의 허리에 묻히며 뒤에서 개처럼 박기 시작했다.
“아, 아, 아, 아, 아, 아, 너, 너무 깊, 흐으읏….”
“그래서 싫어? 그만둘까?”
“으으응…!”
너무 깊다는 말에 피스톤질을 멈추자 그건싫다는 듯 보지를 오물거리며 엉덩이를 씰룩거리는 세스티아. 이젠 안 때리면 오히려 허전할 거 같은 엉덩이를 다시 후려치며 피스톤질을 재개했다.
“아아…! 더… 더…!”
이미 정상적인 섹스라고 부를 시기는 진작 지나갔다. 이제부턴 짐승간의 교미에 가깝지 않을까 싶었다. 형식적인 대화나 감미료 역할을 하던 자극적인 대화도 없었다. 이 이후로는 박고 박히고 뒹굴고 물고 빨고의 연속이었다.
침대는 진즉 우리 둘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땀, 애액, 정액 등으로 푹 젖어버렸고 그 때문에 어디에 누워도 축축했으나 그런 걸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끊임없이 세스티아를 괴롭히듯 탐했고, 그녀는 괴로워하면서도 날 원했다.
숨이 차면 그녀의 날숨을 뺏어먹었다. 그녀가 숨이 차면 내 날숨을 강제로 집어넣었다. 날숨은 들숨보다 산소량이 적다. 더 가빠진다. 그 주기가 짧아진다. 그럼에도 멈추지 않았다.
“아아악!!”
“크윽!”
멈추지 않는, 멈출 수 없는, 멈추고 싶지 않은 이 쾌락과 고통의 연쇄에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체위는 돌고 돌아 어느새 다시 정상위로 돌아와있었다. 난 무심코 그녀의 목덜미를 깨물었고, 입에서 달달한 피맛이 났다. 홀린 듯이 깨물고 빨았다. 잠시 후 내 목덜미에서도 고통이 느껴졌다. 그녀도 내 목덜미를 깨물고 빨고 있었다. 들숨과 날숨, 침과 애액의 공유로는 성이 안 찼다. 우린 뱀파이어처럼, 서로의 목을 상처내고 피를 빨아먹었다.
“….”
“….”
목이 물리는 고통이 상당해서 잠깐 이성이 돌아왔다. 우린 하나가 된 상태에서 잠시 서로를 마주봤다. 아무 말 없이.
“세스티아.”
“네, 헨드릭님.”
내 피로 흥건한, 여기저기 부르튼 그녀의 도톰한 입술이 움찔거렸다. 연갈색 눈동자가 온전히 날 담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짐승처럼 비명을 지르고 신음소릴 내던 요부의 눈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포근하고, 맑았다.
“목, 많이 아프겠어.”
“저는, 괜찮아요. 저야말로 죄송해요. 치유해드릴게요.”
“아니.”
내가 깨물은 곳을 검지로 살살 건드렸다. 그녀의 눈꺼풀이 바르르 떨렸다.
“여기도, 잘못하면 흉터가 남을 수도 있겠네.”
“그런, 가요.”
“평생 잊지 못할 오늘밤의 징표로 삼아줬으면 좋겠는데. 너도. 나도.”
“흐읏…!”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 나는 상관없었지만 그녀같이 아름답고 신실한 수녀의 목에 저런 흉터가 생기는 건, 명백히 그녀 손해였다.
하지만 그녀는 흔적을 원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자식을 잃은 다음 날 밤, 함께 자식을 죽인 남자에게 거칠게 범해지기를 원할 리 없었다.
가슴에 들었던 멍도, 부어올랐던 엉덩이도, 몸 곳곳에 묻은 체액도, 자궁에 들어찬 정액도 시간이 지나면 다 없어질 것들이었다.
하지만 고통으로 새겨진 작은 흉터라면.
세월이 지나면서 마음속에 새겨진 흉터와 동시에 조금씩 옅어질 흉터라면.
“여긴, 치유하지 마. 내 목도 그리할 테니까.”
“…네.”
우린 다시 서로의 흉터를 보듬었고, 체력과 정력이 다할때까지 그녀를 놓지 않았다. 몇 번이나 쌌는지, 몇 시간이나 지났는지 알 수 없었다.
“고마워요, 헨드릭. 정말 고마워요….”
몇 방울만 찔끔 나오고, 자지가 끊어질 듯 아파올 때가 되어서야 나는 그녀의 품에 쓰러지듯 엎어졌다.
“제 억지스런 부탁을 들어줘서, 정말 고마워요….”
뒷머리를 살살 쓰다듬는 그녀의 부드러운 손길과 말랑한 감촉, 그리고 따뜻한 체온 이 3박자가 날 급격하게 무너뜨렸다.
**
“세스, 티아….”
“네, 헨드릭.”
“살아. 계속, 살아….”
“….”
“….”
세스티아는 자신의 가슴에 고개를 푹 쳐박은 헨드릭의 머리를 계속 쓰다듬었다. 전신이 안 아픈 곳이 없었다. 특히 가슴과 엉덩이와 음부는 심각했다. 하지만 충만했다. 아프기에, 오히려 허하지 않았다. 이 생동한 고통 덕분에, 세스티아가 세스티아로 존재할 수 있었다.
자신에게 고통과 쾌락을 동시에 안겨준 헨드릭이,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동시에 안타까웠다. 다른 의미에서 가슴이 아팠다.
“헨드릭, 당신은 ‘진짜’ 용사잖아요. 그쵸?”
헨드릭의 대답은 없었다. 깊이 잠들었다. 비정상적인 자신의 변태적인 요구를 들어주느라, 무리하는 게 보였다. 그녀에겐 황홀한 시간이었지만, 그에겐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몇 번을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서 끝내 던전의 가장 깊은 곳까지 돌파할 용사… 카야 자매님과 셰이 성전사님도 당신에게 걸맞은 용사 분들이지요. 저 같은 여자가 아니라.”
귀를 만지자 헨드릭이 작게 고개를 움직였다. 가슴이 짓눌렸다. 그 작은 움직임만으로 세스티아는 기분이 좋아졌다.
“전에 말했듯 우린 서로 다른 방향으로 바빠지겠죠. 헨드릭은 던전을 돌파하기 위한 노력들을, 저는 이 사건의 뒷수습을. 방향이 달라요. 당신은 앞으로 나아가는데, 저는 뒤를 돌아봐야 해요. 당신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싶지 않아요. 길게 보면 그쪽이 당신에게나, 동료 분들에게나….”
좋은 일이에요.
마지막 말은 끝내 내뱉지 못했다.
세스티아는 비어있던 손을 복부에 비집어 넣었다.
“헨드릭 당신이 남긴 흉터는 당연히 간직할 거예요. 그게 없어도 오늘밤은 잊지 못하겠지만요. 그리고 어쩌면….”
그녀의 손이 땀과 정액 때문에 쩍쩍 달라붙는 제 하복부를 쓰다듬었다. 아주 조심스럽게, 소중한 보물을 다루듯이.
“헨드릭. 전 죽지않아요. 살아갈 거예요. 그러니 당신도 죽지 말아요. 게다가, 오늘밤이 지나고 영영 안 볼 것도 아니잖아요?”
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양손으로 헨드릭의 머리를 꼭 껴안았다. 자신의 심장 박동소리가 자장가가 되기를 바라며, 그의 숨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에 빠져들었다.
그녀가 잠든 직후, 탁자 위에 놓여있던 그녀의 로자리오에서 아주 미약한 녹색 광채가 떠올랐다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