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9화 〉이단의 성녀, 금단의 수녀(12)(수정) (79/218)



〈 79화 〉이단의 성녀, 금단의 수녀(12)(수정)

어질어질하다. 숨이 가쁘다. 토할 거 같다. 팔다리가 떨린다.

“허억, 허억, 허억.”

눈에 뭐가 들어갔다. 땀인가? 덜덜 떨리는 팔을 겨우 들어 닦아보니 붉었다.

피였다. 언제 다쳤지.

“헤헤….”

“대장. 대장. 대장.”

“아앙….”

셰이,  그리 퍼질러 앉아 있는 거야. 아직 전투는  끝났잖아. 뭐? 이단이고 뭐고 당장 섹스나 하고 싶다고? 카야.  왜 그렇게 계속 부르는진 모르겠지만 일단 그 피가 뚝뚝 떨어지는 철퇴부터 내려놓고 이야기 하지 않을래? 뭐? 고갤 돌리면 눈깔을 터뜨려버리겠다고? 그리고 세스티아. 갑자기 내 등에 달라붙어서 목에 숨을 불어넣는 이유를 모르겠어. 일단 집중이 안 되니까 떨어져주지 않을래? 뭐? 뭐라도 좋으니까 일단 좀 쑤셔달라고?

제정신이 아니었다. 어디까지가 생각이고 씨발 치킨 먹고 싶다 어디까지 말로 내뱉었는지 구분이 안 갔다.아니 중간중간에 내 생각이 아닌 게 존나 카야 가슴 빨고 싶다 끼어있는  같은데, 아닌가?  생각이 맞나?

우리, 저놈들과 싸우고 있던 건 맞나? 환상인가?

분노와 패기와 용기로 똘똘 뭉쳐있던 동료들은, 어느 순간 정신을차려보니 어딘가 나사가 빠져있었다. 아 세스티아 살 존나 말랑말랑 부드러울 거 같아. 한입 베어물어도 좋다고 울부짖을 년 같으니, 존나 흔들거리는 젖탱이 하나 정도는….

‘뭐야. 뭐야. 뭐야.   이래.’

씨발 미친, 내가 지금 무슨 셰이눈알 핥고 싶다 생각을, 씨발…!

나돈가?

짝-짝- 짝-

“하하! 하하하하! 으하하하하하하하하!”

미쳐버린 생각의 연쇄는 갑작스런 폭소에 끊겼다. 어? 뭐야. 방금 전까지만 해도 지랄하던 공포무새들, 그러니까 수녀년들이랑 좆제놈들,  어디 갔지? 뭐야? 아직 4마리는 남은 거 같았는데?

흐릿하게나마 정신이 돌아왔다. 나뿐만 아니라 맥 빠지는 웃음을 지으며 바닥에 널브러졌던 셰이도,내게 몸을 부비적거리던 세스티아도, 그런 우리를 차갑게 쳐다보며 철퇴를 까딱거리던 카야도.

 기분 나쁜 웃음이, 내가 봤던 것과 생각했던 것이 전혀 환상이 아니었다는 걸 알려줌과 동시에 지독한 불쾌감을 선사했다.

“그 대단하신 믿음! 의지! 전우애! 부디 꺾이지 않고 마음껏 부딪쳐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지독한 불쾌함은 곧, 익숙한 공포로 변해갔고.

“그래야 더욱 순수하고 기나긴 공포를 맞이할 테니!”

[보스 괴물 <공포의 성녀, 베스티아>가 등장했습니다.]
[보스 괴물 <공포의 대제사장, 핀들리에>가 등장했습니다.]

공포는, 최악의 상황에서 최악의 형태로 우리 앞에 나타났다.

**

[체력]
셰이 : 18/20
카야 : 15/16
유진 : 16/17
세스티아 : 22/24

[멘탈리티]
셰이(무기력) : -33
카야(집착) : -24
유진(혼란) : -20
세스티아(무절제) : -18


‘씨발?’

하하, 4잠식?

언제?

[속도 체크]
셰이 : 0
카야 : 5
유진 : 7
세스티아 : 4
핀들리에 : 6
베스티아 : 3

[유진의 턴이 앞서게 됩니다.]


‘이게 뭐야 시발.’하고 중얼거리는 사이에 전투가 시작됐다. 셰이랑 카야가 똑같은 정신이상에 걸린 건 그렇다 치더라도, 나랑 젖소년, 아니 세스티아는 대체 어느 틈에 잠식당한 거지? 왜, 기억이 안 나는 거냐고!

‘아 카야 허벅지 핥고 싶, 아니 씨발!!!’

이게 정신병인가? 미칠  같았다. 아니, 미쳤구나 이미. 아니, 아니야 내가 미칠 리가 없잖아. 미치면  되지. 끊임없이 내가 아닌내가 나를 밀어내는 것 같았다. 내가 난지, 아닌지조차 헷갈렸다. 한유진이랑 헨드릭이랑도 헷갈렸다.

‘셰이랑 카야는 1구역 후반 내내 이걸 견뎌냈던 거야?’

그야 걸린 정신이상이 다르니 겪고 있는 증상도 다르긴 하겠지만….

막막했다.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이 안 잡혔다. 셰이 보지, 아니 씨발 실은 간단했다. 우선 적 스펙 확인하고, 우리 상태 확인하고. 만만치 않은 적이다 싶으면 낙인 찍고 자지 박고, 아니 기절 박고 공격적으로 박을 건지, 수비적으로 박힐, 아니 씨발 진짜….


“하아앙….”

“대장.”

몇 초나 지났지? 아님 몇 분?

핀들리에라는 가면 쓴 새끼는 느긋하게 보짓물, 아니 핏물을 만지작거리고 있었고, 베스티아인 것 같은 수녀(였던 것)는 검붉은 빛에 둘러싸인 채 공중에서 절정, 아니 발작 중이었다.

 진짜.

생각을 아예 안 하는 게 낫겠네?

나는 세스티아의 팔을 뿌리친 다음, 카야에게 다가갔다.

“카야. 내  좀 때려줄래.”

“…예?”

“어서.”

처음엔 무척 황당해하던 카야는 내가 계속 부탁하자 슬쩍 세스티아랑   언저리를 보더니, 주저 없이 내 뺨을 후려갈겼다.

[유진 멘탈리티 –4]
[세스티아 멘탈리티 –4]

“어떡해… 많이 아프겠다. 누나가 쓰다듬어줄게요?”

[카야 멘탈리티 –5]

정신이 번쩍 들다 못해다시 나가버릴 정도로 카야의 싸대기는 강력했다. 정말 뒤지게 아팠지만, 더 환장하겠는  뭘 해도 멘탈리티가까이는 이 상황과 눈앞에 나타난 메시지들이었다.

[공포의 대제사장 핀들리에와 공포의 성녀 베스티아는 체력을 공유합니다.]
[공포의 수녀 셋, 공포의 사제 셋을 처치했습니다.]
[처치 6/12]
[공유 체력이 50% 증가합니다.]
[공포의 성녀 베스티아는 3턴 뒤에 활동을 시작합니다.]
[공포의 성녀 베스티아가 활동을 시작할 때의 체력에 비례해 능력치가 가중됩니다.]
[공포의 성녀 베스티아가 활동을 시작할 때까지 걸린 시간에 비례해 능력치가 가중됩니다.]

하수인을 소환하는 형태의 보스가 아닌, 사상 최초의 2보스 체제인 것도 모자라서 체력 공유. 거기에 조건부 능력치 증폭까지.

여기까지만 해도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카야랑 셰이랑 앞뒤로… 하지만… 보고 싶지 않으면서도, 하고 싶지 않으면서도 해야만 하는 일이 있었다.

나는 보스들의 스펙을 체크했다.

[공포의 성녀 베스티아]
체력 248/248(77)
공격력 10~10
방어력 1
속도 3

[공포의 대제사장 핀들리에]
체력 248/248(88)
공격력 10~10
방어력 3
속도 6


“하하….”

공유 체력 248.

메시지가 준 정보에 따르면 그나마앞선 웨이브에서 여섯이나 때려잡아서 이 정도에 그쳤다. 더 소름인 점은, 만약 하나도 못 잡았다면 248이 아니라 330이라는 숫자가 내 눈을 강타했을 거라는 것이다.

‘3턴 안에 깰 수 있을까?’

딱 봐도, 저 성녀가 깨어나면 좆될  같다는 느낌이 팍 들지 않는가.

나는 그새 다시 엉겨붙은 젖, 아니 세스티아를 최대한 부드럽게 밀어냈다.

[세스티아 멘탈리티 –3]
[카야 멘탈리티 –4]

“다들 집중해!”

그녀들에게만 한 소리가 아니었다. 언젠가 카야랑 셰이의 입으로  자지를… 씨발. 섹스 못해서 죽은 귀신이 달라붙었나 아까부터 왜 자꾸!!!

[수배범 발견]

일단 나 자신부터가 집중을 잃지 말아야 했다. 내가 대장이고 내가 지휘자였다. 내가 잘못되면 끝장이었다.

미쳤어도, 미치지 않아야 했다.

[유진이 공포의 성녀 베스티아에게 1의 데미지를 입혔습니다.]
[남은 체력 247/248]
[낙인은 3턴 간 유지됩니다.]
[낙인이 유지되는 한, 모든 물리적 데미지가 25% 증폭됩니다.]

다행히 낙인은 무사히베스티아의 자궁에 안착했다. 이제  도끼가 그녀의 가슴을 뜯어내고 보지를 가르며 낙인을 찍어내기만 하면 된다.

“….”

돌겠군.

[유진 멘탈리티 –4]

생각을 입 밖으로 내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일까. 스스로 뺨을 다시 한 번 갈기고 싶었으나, 그랬다간 보지들이 불안함에 떨어댈 수 있으니 꾹 참았다.

“애써 괜찮은 척 하는 게 참으로 보기 좋습니다. 성녀님도 상태가 저러시니심심했던 차에, 재미있는 특급 관람객들이 오셔서 말입니다.”

내 턴이 끝나고 핀들리에의 턴으로 넘어갔다. 그는 곧장 공격하지 않고 손가락으로 가면을 톡톡 건들면서 원판 주위를 또각또각 걷고 있었다.

“우리들이 왜 이런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했는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개씨발 좆같은 소리 집어쳐! ”

“유감입니다. 순순히 알려드리려 했건만. 궁금하지 않으시다니, 정말로 유감입니다.”

[내 눈을 피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저랑 어울려주셔야겠습니다. 성녀님은 한창 바쁘시니까 말입니다.”

[공포의 대제사장 핀들리에가 필시(必視)의 공포를 뿌립니다.]
[2턴 간, 공포의 성녀 베스티아를 공격할 수 없습니다.]
[공포의 대제사장 핀들리에의 방어력이 4 증가합니다.]

“이런 씨발새끼가?”

“하하하!”

대제사장이라는 놈이 광역도발을 걸어? 쳐맞기 좋아하는 놈이야? 이씨발 좆같은 놈이 멘탈리티 공격이나 처할 것이지 뭔놈의 탱킹을 하겠다고!

씨발… 저놈의 방어력이 오른 것도 오른 거지만, 방어력이 하찮은 성녀에게 극딜을 퍼부어 공유 체력을걸레짝으로 만든다는 계획과 성녀에게 박아뒀던 내 낙인 자체가 한순간에 쓰레기가 됐다.딜 템포, 레이스 모두 꼬였다. 지금 카야가 할 수 있는 건… 철퇴를 휘두르는 것 말고는 딱히 없었다.

“카야. 모든 것은 신의 뜻대….”

“하으읏….”

[카야가통제를 벗어났습니다.]
[카야가 절정을 발동합니다.]
[카야의 속도가 1 증가합니다.]
[카야의 최대 공격력이 1 증가합니다.]
[카야의 공격 적중시 무작위 아군의 체력을 1 회복합니다.]

“….”

카야. 너마저  그래. 어? 뭘 잘했다고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거야? 왜? 보짓물 흘렸다고 칭찬해달라고? 네 보짓물이 맛있긴 한데, 그래도 이건 아니지.

부정적 특징에 ‘집착’, 그리고 정신이상 ‘집착’에 확률적으로 턴 통제 불가가 있긴 했다. 그치만, 그치만… 안 돼. 침착해. 이미 턴은 지나갔어. 나는 겨우 정신줄을 붙잡았다.

“세스티아. 보호의 요새를.”

“하아아….”

“세스티아?”

“미치, 겠어요. 헨드릭님….”

“뭐?”

“잠깐, 이라도 좋으니, 어디라도, 만져주세요… 네?”

“세스티아 자매님. 지금 무슨 추태를 보이시는 겁니까. 대장의 지시에 불응하는 겁니까?”

“아, 아니. 그게 아니라아… 하아읏….”

“대장님에게서 떨어지십시오, 당장.”

[카야 멘탈리티 –6]
[유진 멘탈리티 –5]
[세스티아 멘탈리티 –5]

세스티아는 얼굴을 붉힌 채 몸을 꼼지락대고 있었다. 그녀는 계속 날 힐끔 쳐다보며  목에 야릇한 한숨을 내쉬었는데, 전투가 시작되며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기 시작한 내 이성을 단숨에 박살내려 했다.

왜, 그런거 있지 않은가. 해수욕장에서 어린 아이가 어떻게든 공 들여 겉으로나마 성처럼 보이는 모래성을 겨우 쌓았는데, 어떤 젖큰년이 발정해서는 아이한테 몸을 비비다가 성을 무너뜨리고, 그걸 지켜보던 ‘집착’ 상태의 소꿉친구가 발끈해 해변가의 섹스러운 3P가….

“야이 씨발년들아, 지금 뭐하는 짓거리야.”

“…에.”
“…히끅.”

보지들한테 욕한 적은 처음인 거 같은데, 나도 모르겠다.

“그 천박하고 음탕한 젖탱이, 나중에 얼마든지 만져줄 테니까. 닥치고 보호의 요새나 쓰라고 이 창년아!”

“네, 넷!”

[보호의 요새]
[세스티아가 모든 용사들의 체력을 2 회복시킵니다.]
[셰이의 체력이 2 회복됩니다.]
[남은 체력 20/20]
[카야의 체력이 1 회복됩니다.]
[남은 체력 16/16]
[유진의 체력이 1 회복됩니다.]
[남은 체력 17/17]
[세스티아의 체력이 2 회복됩니다.]
[남은 체력 24/24]
[세스티아가 모든 공격을 우선해서 받아내는 보호막을 생성합니다.]
[보호막 남은 체력 8/8]

[카야 멘탈리티 +3]
[세스티아 멘탈리티 +3]

‘미친년들….’

멘탈리티 수치를 확인했다. 이미 맛이 갔다는 걸 빼면, 아직 그렇게까지 위험한 수준들은 아니었다.

[공포의 성녀 베스티아가 희생양의 기운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공포의 성녀 베스티아가 턴을 넘깁니다.]
[공포의 성녀가 활동하기까지 2턴 남았습니다.]
[남은 체력 247/248]

아직 셰이의 턴이 남았다지만, 공포의 성녀를 타겟팅  수는 없는 상황.

아무리 내가 낙인 찍고 세스티아가 보호막 거는데 첫 턴을 썼다고 해도, 남은 체력을 보니 그저 헛웃음만 나왔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셰이도 자벞 걸고 넘길까?

[셰이의 속도가 0입니다.모든 행동에 역보정이 붙습니다.]
[셰이가 턴을 포기합니다.]

“하하….”

속도 0? 언제 0이 됐지?

모르겠다 씨발.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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