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화 〉스펙 업(6)
“…저는 대장님이랑 언니 사이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어요. 사랑하고 있는데 옆에서 누군가 있다는 거 자체가, 굉장히 부끄러운 일이잖아요? 하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이나. 그래서그런 거니 너무 큰 뜻을 부여 안 해도 돼요. 그리고 거기에 간 건 제 의지가 아니라, 걷다보니 어쩌다 간 거에 불과해요.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두 사람 다.”
“아니요. 그게 아닙니다, 셰이.”
“네?”
둘의 복장은 아까와 동일했다. 하지만 분위기는 그때와 달랐다. 매우 달랐다.
“대장. 잠시만 나가주시겠습니까.”
“어?”
“셰이와 긴히 할이야기가 있습니다. 잠시면 됩니다.”
“그, 그래. 알았어.”
나는 한숨 돌리기도 전에 다시 방을 나가야만 했다.
**
“셰이. 솔직하게 말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뭐를요?”
“그때, 두 번째 휴식처에서 있었던 일들 말입니다.”
“….”
이번엔 반대로, 카야가 셰이의 손을 잡고 있었다.
“모든 일이 끝난 후, 우린 서로의 마음을 알아챘습니다. 아닙니까?”
“맞아요. 모를 리가 없잖아요.”
“태어나면서 이토록 간절히 원하는 것이 생길 줄은 몰랐습니다. 그게 물건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것도 몰랐고, 하물며 인간 남자라는 것도.”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직접적인 말로 다시 듣는 건 또 달랐다. 셰이는 고개를 숙였다.
헨드릭이 공식적으로 뭐라말한 적은 없었지만, 사실상 그와 연인이나 다름없어보이는 카야가 개전을 선언한다면… 그녀는 이길 자신이 없었다. 이를 악물었다.
“저는 제 생각보다 욕심이 있었고, 그것은 곧 집착으로 변했습니다. 아니, 변했다는 말은 어폐고 어쩌면 그것이 제 추악한 본성일지도 모릅니다. 던전은 그 숨어있던 본성을 드러낸 것이고. 절 있는 그대로 바라봐준 대장에게 사랑을 느끼고 또 저만 바라봐주길 집착했습니다. 던전에서는 셰이에게 질투하기도 했습니다.”
“저도, 언니에게 질투하고 있어요. 지금도요.”
“그것 참 이상한 말입니다. 셰이같이 완벽한 여자가 저 같은 여자에게 질투를 하고 있다니. 전 셰이에 비해 너무나 모자란 여자고….”
“말도 안 돼요!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요! 언니가 그런 식으로 말하면, 내가 뭐가 되는데요!”
“셰이…?”
셰이는 거침없이 자신의 팔을 걷어냈다. 그녀의 팔을 본 카야의 눈이 커졌다. 그걸 본 셰이는 망설임 없이 다리까지 드러냈다.
“제가 먼저 일어나는 바람에, 전 언니의 몸을 봤지만 언니는 제 몸을 못 봤죠. 그래서 그렇게 생각했을 수도 있어요. 충분히 그럴 수 있어요. 자. 이제 제대로 보세요. 똑바로 보세요. 이래도 제가 완벽한 여자라고요? 제가? 아. 참고로 몸통은 팔다리보다 더 심각하다구요?”
“셰이.”
“보세요. 언니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
“그래서 대장은, 셰이에게 뭐라고 했습니까?”
“…네?”
셰이는 카야의 눈빛을 보곤 혼란에 빠졌다. 카야의 어조는 평소와 같았고, 그녀의 눈빛에서 혐오감이나 동정심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담담히, 묻고있을 뿐이었다.
“대장은 셰이의 몸을 보고 뭐라고 했습니까?”
“아름, 답다고… 여신님께 맹세할 수 있다고….”
“그래서 어땠습니까?”
카야의 물음에 셰이는 자신의 배에 진하게 입을 맞추었던 헨드릭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목걸이에서 은색 광채가 떠올랐던 것도.
“그, 그래도 그땐, 어두워서….”
“이해합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으니까. 믿기 힘들 겁니다. 내가 받은 관심, 그리고 애정이 진실일 리가 없다고. 일시적인 거라고. 아니면 내가 착각한 거라고. 그도 아니면 대장이 너무 착해서, 동료를 너무 아끼는 성격이라 그런 거라고. 우리가 불쌍해서 돌보는 거였다고. 던전을 끝까지 돌파한다는 운명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행하는 거였다고.”
카야는 조심스럽게 셰이의 팔에 손을 뻗었다. 셰이는 흠칫 뒤로 물러나려 했지만, 카야의 손에 붙들려 있었다. 그녀의 손이 흉터에 닿자 소름이 돋았다.
“대장은 우리를 언제나 진실로 대했습니다. 대장이 셰이에게 무슨 말을 건네며 품에 안아줬는지는 모릅니다. 만일, 대장이 셰이의 몸을 보고 아름답다고 했다면, 그걸 여신님께 맹세까지 했다면… 대장은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그래도…! 알아도! 언니가 있잖아요! 언니가 먼저잖아요! 대장님의 눈에 내가 아름답게 보인다 해도, 언니가 훨씬 더 아름답잖아요!결국,결국 먼저 다가간 건 제 쪽이 아니라 언니 쪽이잖아요!”
“옷을 바꿔 입었다면 제가 아니라 셰이에게 갔을 겁니다. 대장의 눈에는, 적어도 대장은 저희 둘을 다 아끼고 있으니까.”
“거짓말! 거, 거짓말 하지 마세요….”
셰이의 눈에서 눈물이 차올랐다. 그녀도 안다. 카야가 거짓말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그래도 뭔가 비참했다. 선택받지못한 자가, 선택받은 사람에게 위로받고 있다는 것이…?
“저는 위대한 길을 걷고 있는대장에게 굴레를 씌우기 싫습니다. 그럴 자격도 안 되고.”
“네? 굴레…요?”
“아예 철저한 동료 관계였다면 모를까, 이미 저에게나 셰이에게나 대장은 ‘대체 불가능한 남자’가 되지 않았습니까.”
“읏, 그건.”
“전 셰이도 좋습니다. 셰이가 절 꼬박꼬박 언니라고 불러주며 다가와주고 챙겨주는 건, 제게 또 다른 행복을 주었습니다. 그런 셰이와 어색하게 되긴 싫습니다.”
“언니….”
“셰이가 나가고 쭉 생각해봤습니다. 그때처럼 처음부터 따로 있는 게 아니라면, 그런 식으로 셰이만 배제하는 건 비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셰이의 도움을 받은 건 난데, 정작 대장의 관심을 받는 사람이 나뿐이라는 건… 제가 셰이의 입장이었다면, 그 자리에서 눈물이 나와 분위기를 엉망으로 만들고 뛰쳐나갔을지도 모릅니다.”
카야는 여전히 붙들고 있는 손을 잡아 셰이를 일으켰다. 그리고 방문으로 이끌었다.
“언니?”
“셰이가 직접 대장을 불러오십시오. 셰이를 찾기 위해 바람같이 달려나갔던 대장을.”
“네! 언니…!”
셰이가 환하게 웃었다. 눈물 한 방울이 툭 떨어졌다.
**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한 거지?’
여자들 간의 암투 따위는 없었다. 셰이는 울면서 웃고 있었고, 카야도 드물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셰이, 괜찮아?”
“괜찮고말고요! 헤헤.”
그녀는 훤히 드러난 팔로 눈물을 스윽 닦고는 나를 침대로 이끌었다.
좌 셰이, 우 카야.
‘데쟈뷰인가.’
그때처럼 붙어있는 침대의 중앙에 이끌린 나는, 이어지는 그녀들의 행동에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랐다.
“대장, 그렇게빤히보시면….”
“지, 진짜 부끄럽네요….”
왼쪽에 있던 셰이와 오른쪽에 있던 카야가 동시에 옷을 벗기 시작한 것이다!!!
옷을 입은 것보다도 벗은 것에 가까웠던 카야는 금세 알몸이 되었지만, 차려입은 게 많았던 셰이는 한참이 걸렸다. 카야의 알몸은 또 봐도 여전히 눈부셨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셰이의 탈의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어두운 던전 속 텐트 안이 아닌, 밝은 여관에서 보는 셰이의 알몸.
“헤, 헤헤. 밝은 데서 보니까 생각보다 더 흉하앗!”
확실히, 그녀 말대로였다. 저번엔 보이지 않았던 흉터도 있었고, 저번에 봤던 흉터도 더 징그러웠다. 하지만 변하지 않은 게 있었다.
“밝은 데서 보니까, 더 예뻐.”
“….”
얼굴이 잔뜩 붉어진 셰이가, 여전히 예쁘다는 것.
최대한 몸을 가리는 포즈로 서 있던 셰이를 왼팔로 껴안은 나는, 오른팔로 카야를 껴안았다. 그리고 잠시, 그 자세 그래도 가만히 있었다.
“너희들끼리 무슨 말 했는지는 몰라. 물어봐야 알려줄 거 같지도 않고. 그렇지?”
얼굴이 빨개진 그녀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녀들의 허리를 휘감아 탄탄한 복부에 손을 댔다. 그러자 둘 다 동시에 움찔거렸다.
“그동안 내가 한심하게 굴었어. 무심하기도 했고. 솔직하지도 못했어. 카야의 말을 듣고 나서야 깨달았지.”
“아닙니다, 대장.”
“아냐. 확실히, 난 쓰레기처럼 행동했어.”
계기야 어찌됐든 현재의 나는 카야를, 그리고 셰이를 둘 다 좋아한다. 그리고 포기할 수 없었다. 둘 다 끝까지 끌어안으려 한다.
“그러니 이 자리에서 확실히 말할게.”
뭔가 자세나 분위기가 예상과 다르긴 하지만, 상황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며.
“카야.”
“예, 대장.”
“셰이.”
“네, 대장님.”
“여러 모로 모자란 날, 혼자서는 아무 것도 아닌 나를… 끝까지 함께해줄 수 있어? 동료로서, 그리고… 여자로서.”
둘 다 내 여자로 가지고 싶다는 말을 내뱉은 내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지금은 알몸으로 내게 얌전히 안겨있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법.
내 어깨를 짚은 그녀들의 손에 힘이 꽉 들어간 것이 느껴졌다. 힘이 보통이 아닌 그녀들이 힘을 주자 어깨가 비명을 질렀으나, 진짜로 비명을 지르면 분위기가 된통깨지겠지. 필사적으로 참아냈다.
억겁과도 같았던 시간이 흐르고….
“저야말로, 부탁드립니다. 대장이 나아가시는 길을 끝까지 동행하고 싶습니다. 동료로서, 그리고…대장의 여자로서.”
“저도요! 저 이제 대장님 없으면 안 되거든요?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헤헤….”
설마… OK? 진짜로?
둘은 서로를 바라보다 흠칫 놀라고는 내게 시선을 집중했다. 아무리 여자끼리라도 서로의 알몸을 보는 건 부끄러운 일이어서 그런 것 같았다.
둘이 무슨 말을 주고받았는진 모르겠지만, 여기서 둘 다 내 여자로 하겠다는 내 말에 알몸으로 안기면서 OK싸인까지 보내줬으니….
꿀꺽-
‘쓰, 쓰리썸이라니. 3P라니!’
날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이 있다면 방구석 게임 폐인이 이세계에선 난봉꾼? 같은 제목이지 않을까.
- 고작 2명 주제에 난봉꾼은 무슨.
‘씨발?’
현대 지구인이었던 한유진의 사고방식으로는 2명과 동시에 한다는 것 자체가 배덕감이 풀 차징되는 일이었다.
- 그래서, 안 할 거야?
‘줘도 못 먹는 병신은 아니라서.’
“하윽!”
“햐앗?!”
허리에 있던 손을 단숨에 위로 올려 가슴을 움켜쥐었다. 왼쪽에선 하이톤의 맑은 비명소리가, 오른쪽에선 중저음의 허스키한 비명소리가 스테레오로 울려퍼졌다.
카야의 가슴? 셰이의 가슴?
부드럽고 탱탱한 가슴도, 커다랗고 쫀득한 가슴도.
비교해서 무엇 하리오. 가슴은 가슴인 것을.
내겐 너무 과분한 미녀들의 가슴을 만지는 행위는, 감촉도 감촉이었지만 그 행위 자체로도 엄청 흥분이 되었다.
“으읏, 하악, 하으윽…!”
“햐앙, 하앙, 아앙!”
섭섭하지 않게 왼쪽 가슴, 오른쪽 가슴 전부 주물럭거렸다. 발딱 선 꼭지들을 굴리고 문지르고 잡아당겼다. 그녀들은 내게 기대거나 허리를 뒤로 젖히거나 부들부들 떨어댔다.
“고개 들어.”
“흐으, 흐읏, 흐엣?”
입이 근질거렸다. 찐하게 키스하고 싶었다. 근데 카야는 내 말이 들리지 않았는지 내 어깨에 고개를 파묻고 부들대고 있었다. 그래서 젖꼭지를 꼬집었다. 화들짝 놀란 그녀의 입을 급습했다.
‘어딜 도망 가.’
카야의 입술을 먹으며 슬쩍 빠지려는 셰이의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셰이는 가슴도 크고, 엉덩이도 컸다. 커다란 엉덩이를 마음껏 주무르며 자연스럽게 밑으로 향했다.
츄우웁- 츄웁- 쯉, 쪼오옥-
“으응, 응읏, 흐응….”
“아, 아, 아아….”
두 개의 명기가 양쪽에서 화음을 이루었다. 카야의 음색도 다양하긴 했지만, 음역대까지 다양하진 않았다. 풍부한 베이스와 바리톤에 테너가 추가된 느낌이었다. 완성된 음역대, 조화로운 하모니. 귀에 다이렉트로 꽂히는 그녀들의 화음은, 그 파괴력이 두 배가 아니라 제곱이 되어 귀르가즘을 일으켰다. 뭐 하지도 않았는데 쌀 수 있을 거 같았다.
‘아, 여자니까 메조 소프라노랑 소프라노인가.’
- 씨발 방구석 게임 폐인 아다새끼 주제에 뭔 잡생각이 그렇게 많은 거지? 눈앞의 절경에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인정.’
이번만큼은 음습한 자아놈의 통렬한 꾸짖음을겸허하게 수용했다. 아다 소리를 들었지만 감히 반박하지 못했다.
그럼, 지금부터 ‘집중’해보자고.
“읏?!”
“햐앗!”
나는 옷을 벗으며 그녀들을 침대에 밀치듯 눕혔다.
“대장….”
“하으, 대장님…!”
나란히 누워 날 애타게 올려다보는 두 여자의 나신은, 그야말로 절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