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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47화 > 1447. 다크문

나는 순식간에 사라진 여닌자를 보고 나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닌자답다고 해야 하나 엄청나게 빨랐다. 곧바로 디텍션 마법으로 주변을 탐색했으나, 느껴지는 인기척은 없다. 그 짧은 순간에 완벽히 사라진 것이다.

'닌자가 사용하던 힘. 그거에 관해 물어보고 싶었는데.'

그녀가 쉽게 답해주지 않을 거라는 건 안다. 그럼에도 한순간 차오른 호기심을 감당하지 못하고 말문을 열었었다.

'그건 분명 마법과 관련된 힘이야.'

내가 쓰는 마법과 다르지만, 마법을 베이스로 만들어진 힘인 건 확실했다.

'닌자 캐릭터는 원작 게임 속에서도 보기 힘든데 여기서 보네.'

닌자는 플레이어가 선택하지 못하는 직업 중 하나였다. 후에 DLC로 추가되는 콘텐츠가 닌자라는 소문을 돌았었던 기억이 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나는 뒤를 돌아봤다. 갑자기 나타난 닌자가 몰살한 시체들이 널브러져 바닥을 피로 채우고 있다. 비릿한 냄새를 맡으면서 조금 안도했다.

‘그 여닌자가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지 근처에 있다는 것도 몰랐어.'

내 감각권 내로 들어왔다면 바로 알아차렸겠지만, 그녀가 갱단원들을 죽이기 직전까지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건 꽤 충격적이었다.

'정확한 실력은 몰라도… 아마, 지금의 나보다는 강하겠지.'

나는 내 몸을 감싸고 있는 투명한 4장의 배리어를 확인했다. 배리어가 있으면 몇 번의 공격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암살이 두려워 배리어를 온종일 유지하고 다닐 수 없다는 거지.'

확실한 암살 대비가 필요하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게 있긴 하나, 당장 이행하긴 어려웠다. 내 마법 재능이 천재적이라고 해도, 지금의 나는 모든 마법을 통달한 게 아니니까.

'같은 5급 마법사들에 비해서 알고 있는 마법은 훨씬 더 적지.'

건물 밖으로 걸어가다가 멈칫했다. 뒤에 널린 시체들을 다시 한번 바라본다. 잠시 고민했다. 원래 계획은 갱단원들은 잔혹하게 죽인 뒤에 전시해 놓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여닌자가 끼어들었다. 이대로 내버려 둬도 뒤탈이 없는가?

'경고의 의미니 괜찮겠지. 그래도 일단은… 로즈와 대화해볼까.'

그녀라면 닌자에 대해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X구역의 X인력소로 들어갔다.

아직 해도 제대로 뜨지 않은 새벽. 인력소 앞에는 인부들이 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나 같은 용병이 아니라, 공장 같은 곳에 파견되어 돈을 버는 인부들이다. 그들은 나를 철저히 무시했다. 나도 굳이 그들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이윽고 로즈가 나타났다. 그녀는 주위를 한 번 둘러보고는 인부들에게 일을 배정했다.

"현장에서 사고 치지 마."

"하하…. 그때는 술에 취해서 제정신이 아니었어."

“일하면서 몰래 술 먹지 마. 경고하는데 진짜 이번이 마지막이야."

로즈는 인부들과 한마디씩 대화를 나눴다. 투박한 말들이 오갔다. 인부들이 모두 사라지고, 그녀는 내게 손가락을 까딱였다.

“들어 와. 오늘은 무슨 일로 왔어? 의뢰?"

"개인적인 일로."

사무실에 그녀와 마주 보며 앉았다. 로즈는 내 설명을 듣고 눈살만 찌푸렸다.

“사고 쳤네… 라고 하기엔 명분이 이쪽에 있어. 프랙슨 용병단이 나설 일은 없을 거야. 이런 일에 앞뒤 구분 못 할 정도로 멍청한 집단은 아니니까. 하버스 갱단은… 문제가 될 수도 있어. 그놈들은 가끔 앞뒤 가리지 않거든. 당장은 문제없을 거야. 내가 알기로 쥬피트는 지금 꽤 바쁜 거로 아니까."

"닌자에 대해선 아는 건 없나? 인비저블 블레이드라고 하더군."

“그 웃기는 이름은 또 뭐야. 이상한 놈이랑 엮였네."

“놈이 아니라 년이다."

"…진짜 이상한 년이네. 닌자는 몇몇 알고 있긴 한데 인비저블 블레이드라는 이름은 몰라. 실력이 뛰어나다고 했지?"

"정확한 실력은 모른다. 보통 실력이 아닌 건 확실하다."

“그런 실력자가 하버스 같은 조무래기 갱단을 몰살 했다라…. 명성 쌓기 말고는 이유가 없네. 아마 도시에 온지 얼마 안된 신참일 거야.”

"닌자에 대해 잘 알고 있나?"

“네오 런던에서 활동하는 유명한 닌자를 몇몇 알고 있는 정도야. 듣기로는 닌자의 뿌리가 언빌리버블 재팬이라는 것 정도?"

언빌리버블 재팬.

약 800년 전에 존재했었던 고대 국가다.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다.

“닌자가 사용하는 인술에 대해 아는 건 있나?"

"잘은 몰라. 그게 그렇게 궁금해?"

"내 얕은 지식으로 닌자는 인술을 사용할 때 수인(手印)을 쓴다. 그런데 그 여닌자는 수인을 사용하지 않고 인술을 사용했다."

"마법사도 수인을 쓰잖아. 거기에 당신은 무영창까지 쓰고. 그게 그렇게 놀라운 일이야?"

"닌자와 마법사는 다르다."

"닌자를 보고 어지간히도 놀라셨나 보네."

“놀랐지. 그야말로 닌자 리얼리티 쇼크였다…."

“그건 또 뭐야?"

“그런 게 있다."

“아무튼, 미안하지만 난 닌자에 대해서 잘 몰라.”

“그래."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뢰는 안 해? 어제 당신 앞으로 들어온 의뢰가 있어."

"바빠서 그럴 시간이 없다. 근데 무슨 의뢰지?”

"경호 의뢰야. 이제 곧 다크 문이니까. 보수가 제법 쎈데 할 거야? 다크 문까지는 제법 여유가 있잖아."

"…경호 의뢰는 좀 그렇군."

"왜? 경호 의뢰는 운이 좋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돈만 챙길 수도 있는 의뢰야."

"경호와 관련된 일은 몇 번 해봤는데… 썩 좋은 경험이었던 적은 별로 없다."

“알았어. 그럼 이 의뢰는 거절할게. 아, 오늘 있었던 일은 와서 말해줘서 고마워. 뭐,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긴 한데… 사고치고 아무 말 안 하는 놈들도 있거든.”

나는 그녀와 인사를 한 뒤, 집으로 돌아갔다.

평소보다 가게를 일찍 닫고 골목길에 몸을 숨기고 맞은 편의 피시 앤드 칩스 가게를 지켜봤다. 가게 주인인 존 클락의 뒤를 조용히 미행한다. 놈은 잔뜩 움츠러들었으며,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불안함을 몸으로 표현했다.

'하버스 갱단의 소식을 들은 모양이군.'

그는 일의 내막을 알고 있으니, 내가 관련되어 있다는 걸 짐작할 것이다. 그는 보복의 칼날을 두려워하고 있다.

존의 자택은 F구역에 있었다. 흔히 말하는 상류층 구역이다. 상류층 구역 중에서도 끝자락. 돈만 많은 졸부들의 구역이다.

‘피시 앤드 칩스 가게를 운영하는 놈이 여기서 산다고? 말도 안 되지. 갱단에 속해 있을 때 한탕 하고 나와 집을 산 건가?'

나는 놈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는 걸 확인했다.

[디텍션]

마법으로 주변을 확인한다.

경호원은 존재하지 않았다. 대신 정원과 자택 내부에 무인 경비 로봇이 존재했다. 겉으로 봤을 때는 잘 보이지 않게 숨어있었다.

수준을 파악했다. 바로 행동에 나선다. 예전, 군대에 있을 때 경비 로봇을 뚫고 침입하는 임무는 지겹도록 경험했다.

경비 로봇은 기계다. 값비싼 마도 공학 경비 로봇이 아닌 이상 전류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일렉트릭 필드]

발치에서부터 전류가 땅을 타고 흐른다. 물론 전류는 적당히 조절했다. 딱, 경비 로봇을 무력화시킬 출력으로만.

앞으로 걸어간다. 수풀 속에 교묘하게 숨겨져 있던 경비 로봇은 무력화되어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

성공적으로 침입한 나는 소파에 앉아 TV를 보며 맥주를 마시는 존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재밌는 영화를 보고 있군. 플라네타리움. 재밌는 영화지. 좀 야하긴 하지만 말이야."

"너, 너는…!"

존 클락이 기겁하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그의 손에서 맥주캔이 굴러떨어져 바닥을 노랗게 더럽혔다.

"덕분에 어제 잠을 못 잤다. 밤을 쫄딱 새는 건 오랜만이라서 가게 일을 하는 내내 기분이 안 좋더군."

"나, 나는 레시피만 얻으려 했다고! 진짜야!"

“치킨 레시피 때문에 사람을 납치하나? 내가 힘이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살아 있었을까?"

"주, 죽일 생각까진 없었다! 레시피만 알아내면 돌려보내 줄 생각이었다!"

"개도 안 믿을 소리를 지껄이는군. 갱단에 납치된 사람은 이미 죽은 목숨이다. 이 도시에선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잖냐."

우웅.

마나가 움직이며 허공에 마법진이 그려진다. 마법진을 본 그는 바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며 손을 싹싹빈다.

"내가 잘못했다! 이렇게 사과할 테니… 한 번만…! 딱 한 번만… 죽어라!"

소파 아래에 숨겨두었던 권총을 꺼내 정확히 내 머리를 향해 총알을 쏘았다.

팅!

결과는 배리어에 흠집조차 내지 못했지만.

"소파 아래, TV 뒤, 서랍 안쪽 거실에만 무기를 7개나 숨겨놨군. 찔리는 일이 많았나 보지?"

“겨, 경비 로봇! 침입자다! 침입자가 왔는데 왜 안 움직이는 거냐?!"

놈이 방아쇠를 당긴다. 쏟아지는 총알은 배리어 한 장 깨부수지 못했다.

파지지직.

완성된 마법진이 번뜩이며 사라졌다. 놈의 얼굴에 깊은 절망감이 서린다. 일부러 마법진을 보여준 보람이 있었다.

“영화 결말은 여주와 남자가 헤어지는 것으로 끝나더군. 그리고 이건 내 오리지널 마법이다."

[마이크로웨이브]

놈의 몸이 부풀어 오르더니 폭발음과 함께 터졌다.

한순간에 온몸이 터졌으니 고통을 느꼈는지는 모른다. 허나 겉보기에는 그 어느 것보다 끔찍했다. 사방에 피와 내장이 튀었다. 배리어를 조작하지 않았다면 내 몸에도 튀었을 것이다.

나는 최대한 흔적을 남기지 않게 주의하며 돌아갔다.

그로부터 5일 뒤, 로즈에게서 전화가 왔다.

-요즘 바빠?

"아니. 괜찮다. 의뢰인가?”

가게는 안정되었다.

나를 대신해 주방을 맡아줄 사람들을 고용했고, 지금은 프랜차이즈를 희망하는 사람들 문제다. 그 외의 시간은 모두 개인 시간이다. 나는 마법을 연구하는 데 쓰고 있었다.

-맞아. 당신을 콕 찍은 지명 의뢰야. 내용은 쥬피트와 관련된 의뢰. 자세한 내용은 아직 몰라. 그쪽이 철저한 보안을 요구해서 당신이 의뢰를 받아들이면 내용을 공개하겠다고 조건을 걸었어.

키워드는 던져졌다.

쥬피트.

의뢰인은 나와 하버스, 그리고 쥬피트의 관계를 자세히 알고 있다는 거다. 의뢰인은 쥬피트의 일원일 수도 있었다. 그게 아니면 여닌자 쪽과 관련되어 있거나.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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