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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염의 피닉스-1467화 (1,462/1,497)

< 1467화 > 1467. 다크문

인류의 적인 디로이드의 기계 전투 장갑.

마나 왜곡도 견뎌내는 그 내구성을 보면 전격도 통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나는 승산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딱 한 번이면 된다. 전류가 기계 속으로 침투하는 순간 저 육중한 기계 전투 장갑은 꼴사납게 뻗어 버릴 것이다.

문제는 그 한 번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하하하! 이걸 사용하는 건 대체 얼마 만인지 모르겠군!"

철컹철컹.

프롱의 양팔이 기관총처럼 변한다. 양손에 달린 각각 3개의 총구가 나를 겨누며 불을 뿜었다. 50 구경 탄환이 배리어를 두들긴다. 쏟아지는 탄환 세례에 배리어가 요동쳤다. 배리어 한 장이 10초도 버티지 못하고 산산이 조각났다.

나도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라이트닝 스피어]

최대한 낮게.

무릎 아래에서 생성된 번개의 창이 황무지를 가르며 놈에게 날아갔다.

'밑에서부터 타고 올라가라.'

기계 장갑에 닿은 라이트닝 스피어가 폭발하며 전류를 흩뿌렸다. 전류는 내 의도대로 가까운 기계 장갑에 달라붙어 그 표면을 질주했다. 그래. 표면만 질주했다. 전류는 기계 장갑 안으로 조금도 질주하지 못했다.

“소용없다. 디로이드의 특수 배틀 슈트다. 설마 EMP에 대한 대비도 안 되어 있다고 생각한 거냐?"

투투투투투투투투.

쏟아지던 탄환이 멈췄다. 총알이 다 떨어진 것이다. 내게 남은 배리어는 한 장이었다. 우선 배리어를 보강할 때였다. 놈의 등 뒤에서 제트 엔진이 모습을 드러내더니 그 크고 거대한 몸으로 도약해 순식간에 내 앞에 떨어졌다.

"디로이드가 왜 인간의 두려움을 사는지 아나? 기계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연약한 육체는 결국 강철 덩어리에 짓눌릴 뿐이다!"

놈의 팔이 총에서 철퇴로 변했다. 내 상체를 단숨에 짓누를 것 같은 커다란 철퇴가 배리어를 때렸다.

배리어가 유리창처럼 부서진다.

생각보다 더 강력한 위력에 당황했다. 하지만 곧바로 정신을 수습하고 전투에 집중한다. 전투에서 집중력을 잃는 놈은 바로 죽는다.

[찰나(刹那)를 사용합니다. 남은 스택: 5]

맞서 싸우는 건 자살하는 것과 다름없다. 일단 거리를 벌린다.

[레비테이션]

하늘 위로 올라갔다.

"도망칠 생각이냐? 하기야. 네놈이 선택할 수 있는 건 그것밖에 없겠지. 근데 내가 보내줄 것 같으냐?"

"도망칠 생각은 없다. 오늘 이곳이 네 무덤이다."

놈은 등뒤의 제트 엔진의 추진력을 이용해 내가 있는 하늘로 점프했다. 그 어마어마한 도약력은 나를 지나쳐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게 했다. 놈의 실수다.

'꼴을 보아하니 저 배틀 슈트 조작에 익숙하지 않은 거군.'

그래도 빠른 속도로 익숙해지고 있는 게 눈에 보였다. 시간을 끌면 내가 더 분리해진다.

놈은 떨어지면서 내 머리를 노렸다. 나는 몸을 옆으로 날리며 놈의 공격을 피했다.

그때, 네오 런던 쪽에서 전투기 5대가 하늘로 날기 시작했다. 배틀 슈트를 떨어뜨렸던 디로이드의 전투기를 추적하는 것이다. 디로이드의 전투기는 도망치지 않고 전투를 벌였다.

'일부러 네오 런던의 시선을 끄는 건가. 네오 런던이 이쪽에 관심을 가지지 않도록?'

1대5의 공중 전투. 놀랍게도 그 우세한 건 디로이드의 전투기 쪽이었다.

'인공지능. 인간과 달리 실수 하나 없이 정확하게 전투기를 조종할 수 있는 최고의 파일럿. 이렇게 보니 네오 런던이 디로이드에게 당하는 것도 당연하게 느껴지는군.'

네오 런던은 딱히 걱정하지 않았다.

네오 런던의 최대 전력은 전투기, 미사일, 탱크 같은 게 아니었다.

기사.

맨몸으로 전장을 누비는 그 괴물들이 나서는 순간 디로이드의 전투기는 오래 버티지 못하고 격추될 것이다.

"어딜 보는 거냐? 멍청이가?!"

"전투기의 공중전을 보는 건 처음이라 구경하고 있었다."

"미친놈이!"

도약한 놈이 내 코앞에 나타났다.

"물론 내 다른 감각들은 전부 너한테 집중하고 있었다."

[그래비티]

중력을 증폭한다. 1급 마법이지만, 같은 마법이라도 사용하는 마법사에 따라 위력이 천차만별 다르다. 50배의 중력이 프롱의 기계 전투 장갑을 찍어누른다. 여긴 공중. 지지할 수 있는 땅도 없다. 놈은 지상으로 끌려가듯 떨어진다.

[어림도 없다!]

제트 엔진의 출력이 커진다. 육중한 거체는 50배의 중력을 이겨내며 공중을 날았다. 그 화려한 공중기동을 보며 나는 다급히 찰나를 사용했다.

[찰나(刹那)를 사용합니다. 남은 스택: 4]

놈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한다. 철퇴가 내 머리에서 2cm 거리를 두고 빗겨 갔다. 배리어도 없었던지라 심장이 철렁했다.

'제트 엔진이 붉게 타오르고 있다. 아마 무리하고 있는 거겠지. 이렇게 무리하는 건… 내가 도망치는 걸 우려하고 있는 건가.'

프롱은 나로 인해 부하들을 잃었다. 놈에겐 가진 재산 대부분을 잃은 느낌이겠지. 침착한 척 말하고 있으나 속으로는 열불이 터질 것이다.

[찰나(刹那)를 사용합니다. 남은 스택: 3]

'찰나가 아니었다면 이미 난 죽었겠군. 뭐, 찰나를 믿고 이렇게 정면에서 대치하는 거지만.'

다시 아슬아슬하게 철퇴를 피하며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블루 디스토션 꽃잎이 잡힌다. 약간이지만 주저했다. 지금 주머니에 있는 것들을 모두 사용하면 블루 디스토션의 연구를 할 수 없게 된다.

'…블루 디스토션은 돈과 시간이 있다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어."

수백 장의 푸른 꽃잎이 내 손에서 흩뿌려졌다. 꽃잎은 염력에 의해 내 주위를 천천히 날아다녔다.

"무슨 짓거리냐? 그깟 왜곡은 내게 통하지 않는다."

"내 생각과 다르군."

마나 역장에 의한 왜곡이 아예 통하지 않는 건 아니었다. 놈의 장갑은 공간 왜곡에 의해 약간이지만 찌그러졌다. 다시 말해 이건 출력의 문제라는 거다.

'블루 디스토션 수백 장, 내게 남은 마나를 쏟아 부으면… 승산은 있다.'

[찰나(刹那)를 사용합니다. 남은 스택: 2]

철퇴를 피하며 술식을 전개한다.

[마나 역장]

수백 장의 블루 디스토션이 공명한다. 공간 자체가 파랗게 변했다. 공간 내에 있는 프롱의 움직임이 느려졌다.

프롱이 지상으로 몸을 기울이며 제트 엔진의 출력을 최대치로 높였다. 우선 이 공간에서 벗어나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그의 움직임은 마나 역장의 영향을 받아 무척이나 느렸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마나 역장을 관리하는 게 영 쉽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집중력을 잃는 순간 마나 역장의 공간에 내가 휘말릴 것이다.

‘그전에 끝장을 낸다.'

공간 왜곡이 일어난다. 왜곡은 전투 기계 장갑의 오른쪽 어깨로 향했다. 공간이 일그러진다. 디로이드의 전투 기계 장갑은 싸구려 로봇 장난감처럼 찢겨나갔다. 장갑 속에 있는 프롱이 보였다.

'끝이다.'

왜곡이 놈의 머리로 향한 순간이었다. 갑자기 전투 장갑이 분해되더니 내 시선을 막았다. 놈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마나 역장에서 벗어나 지상으로 빠르게 추락한다.

'입장이 반대가 되었군. 놈이 도망치기 전에 죽인다.'

[찰나(刹那)를 사용합니다. 남은 스택: 1]

[라이트닝 스피어]

번개의 창이 생성한다. 이것만으로 부족하다. 놈은 썬더 브레이크를 견딘 사이보그다. 고작 라이트닝 스피어 하나로 끝장낼 수 있을 리 없다.

허공에 흩뿌려진 블루 디스토션 꽃잎들이 염력에 의해 모여들기 시작했다. 수백 장의 꽃잎은 라이트닝 스피어에 들러붙는다.

라이트닝 스피어. 블루 디스토션. 극축소 마나 역장. 세 겹으로 이루어진 무기를 추락하는 놈을 향해 던졌다.

창은 정확히 놈의 가슴에 꽂히고 폭발을 일으켰다.

파지지지지지지직!

거대한 전류와 함께 공간 왜곡이 일어난다.

나는 그 광경을 보며 침을 꼴깍 삼켰다. 깊게 생각하지 않고 사용한 일격인데… 그 위력은 내 예상보다 훨씬 더 뛰어났다.

'거대한 믹서기 같군. 공간 왜곡은 믹서기에 의한 칼날이고.. 저 안으로 들어가면 뼈도 못 추리겠어.'

공간 왜곡이 사라진 뒤에야 지상으로 내려갔다.

인간의 살점과 기계 파편들이 사방에 뿌려져 있었다.

"망할…."

나직한 욕설이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얼굴의 절반, 기계 부분만 간신히 남은 놈의 욕설이었다.

“이딴 곳에서 죽게 될 줄이야…. 조만간이다…. 조만간 네놈도 죽을 거다."

“그딴 의미 없는 저주를 지껄일 시간에 당장 지옥으로 꺼졌으면 좋겠군."

"지옥? 죽으면 끝이다. 사후세계 같은 건 없다. 마찬가지로 신도 없다."

"글쎄. 그건 네 생각이고.”

나는 마무리하기 위해 놈에게 다가갔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내가 가까이 다가갔을 때, 놈의 마지막 기계 육체는 고철 덩어리가 되어 있었으니까.

-끝났지? 어물쩍거리지 말고 빨리 차로 와. 디로이드 전투기가 추락했어. 런던 가드와 기사가 이쪽으로 올 거야. 흔적은 다 지워뒀으니 떠나기만 하면 돼. 아, 거기에 남은 흔적은 없지?

나는 주위를 둘러봤다.

나를 유추할 수 있는 흔적은 별로 없었다. 내가 사용했던 블루 디스토션은 재가되어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그쪽으로 간다. 차에 시동 걸어 놔."

임무는 성공적이었다.

인비저블 블레이드는 네오 런던에 들어오고 헤어졌다.

그녀는 헤어지기 전에 나를 노려봤다. 차에서 내리기 전에 망설이는 느낌이 있었다. 내게 할 말이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녀가 아무말 않고 사라진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프롱에 이어 인비저블 블레이드까지 연속으로 상대하는 건 꺼려졌는데… 내 뒤통수를 치지 않아서 다행이군.'

그녀가 얌전해서 정말 다행이었다. 쓸데없는 시간을 아낄 수 있었다.

'이제 마나 로드를 수복할 수 있다.'

운전대를 잡은 손이 흥분으로 덜덜 떨린다. 나는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며 차를 반납했다. 그리고 마차를 불러 E 구역의 에이라 스트리트 입구로 향했다.

고메즈 클리닉에 도착한 나는 라나 고메즈에게 가방을 내밀었다.

"네 딸이 빼앗긴 물건이다. 프롱 갱단을 토벌했다."

라나 고메즈는 상자를 받아 열었다. 화려한 드레스가 있는 걸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역시 들었던 대로 실력은 확실하군. 지금 네오 런던이 시끄러워. 디로이드 전투기가 떴다고 하던데, 혹시 이 일과 관련있나?"

“프롱이 디로이드와 손을 잡았다."

“상상 이상의 개새끼였군.”

"마나 로드 수복은? 당장 할 수 있나?"

“재료는 전부 있으니 지금 당장에라도 할 수 있지. 중요한 건 네 의견이다. 지금 할 건가?"

“좋아. 일어나. 수술실로 가자. 수술은 길어도 5시간이면 끝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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