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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염의 피닉스-1462화 (1,457/1,497)

< 1462화 > 162. 다크문

'몸매가 좋군.'

쭉 뻗은 팔다리와 티 하나 없이 매끈한 피부.

가슴은 풍만하다. 그러나 그게 여닌자처럼 엄청나게 크다는 뜻은 아니었다. 적당히 크다고 해야 할까. 밸런스가 좋았다.

보지는 털 하나 없이 매끈했다.

벨은 나를 의식하듯 이쪽을 힐끗 거린다. 내가 당당히 서 있자, 그녀 또한 당당히 있으려고 노력했다. 나는 최대한 냉정함을 유지하려고 애썼다. 그렇지 않았다면 자지가 발기했을 거니까.

“심박수가 올라가고 있군. 피는 사타구니 쪽으로 모이려 들고… 자네, 발정했나?"

캡슐 안에 바르카세의 목소리가 들렸다. 밖에 있는 벨이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는 걸 보니 내 캡슐에만 들리는 소리인 모양이다.

"…솔직히 저 여자의 몸과 얼굴이 죽여주는 건 사실이잖나."

“그렇지. 보기 드문 미녀지. 나도 육체가 있었다면 시선을 빼앗겼을 거네."

"…육체가 없는 느낌은 어떻지? 포르노를 봐도 아무렇지 않나?"

"나는 성욕, 식욕, 수면욕. 그 모든 것을 초월했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지. 가끔은 그 욕구들이 그립긴 하지만, 욕구에 영향을 받지 않는 건 항상 이성적인 자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니 후회는 없네."

"상상이 잘 안 가는군."

옷을 전부 벗은 벨은 조심스럽게 맞은편 캡슐로 들어갔다. 내 시선은 잠깐 그녀의 엉덩이로 향했다. 매력적인 엉덩이다.

"이제 시작하지."

천장에서 액체가 떨어진다. 겉보기에는 물처럼 보이는 액체다. 내 몸에 스며들었다가 바로 빠져나가는 느낌이 든다.

“자네는 마법사라 그런지 노폐물이 적군. 으음? 마나 로드 50개. 그중에서 16개가 손상됐구만. 어지간히도 험하게 다뤘나 보군."

“…고칠 수 있나?"

“마나 샤워에 그런 기능은 없다. 전문가를 찾아가라."

액체는 바닥에 고여서 점점 차오르기 시작했다. 익사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건 액체처럼 보여도 액체가 아니라 마나니까.

액체를 보면 내 몸에서 나온 시커먼 것들이 아래로 가라앉아 캡슐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저게 노폐물이었다.

"좋은 걸 하나 알려주겠네. 자네 파트너는 순결한 처녀로군. 이 문란한 세계에서 처녀를 지키는 건 어려운 일인데… 대단하군."

"벨은 내 파트너가 아니야. 오늘 처음 만난 사이다."

“그런 것치곤 꽤 친해 보이던데."

"처녀니 뭐니 그딴 말을 내게 지껄여도 되는 거냐?"

“그게 뭐 중요한 정보라고 그러나. 그리고 그녀에겐 자네가 가슴과 보지를 보고 발정했다고 말했네."

“……이 새끼가.”

한대 때리고 싶었다.

마음 같아선 이 기계도 박살 내고 싶다. 정말 그랬다간 나만 손해지만.

"예상했지만 자네는 운동 신경이 별로 없군."

“…알고 있다. 난 운동 쪽으로는 재능이 전혀 없다."

“마나 워터를 제어하는 건 그만뒀으면 하네. 마나 샤워는 위험한 게 아니야."

“마나 워터를 제어한 적 없다."

"오호? 마나 워터가 제멋대로 자네에게 감응하고 있는 건가. 터무니없는 재능이군. 다시 조정이 필요하겠어. 아무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게.”

어느새 무릎까지 올라 온 마나 워터가 출렁거린다. 아래로 늘어진 귀두 끝부분이 마나 워터에 닿았다. 썩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훌륭한 물건을 가지고 있군. 섹스주의자들이 자네를 봤으면 군침을 뚝뚝 흘리며 환장했을 거야."

“섹스주의자?"

“섹스 그 자체를 종교로 삼은 미친놈들이네. 그놈들 교리가 3일에 한 번 난교하는 것이네. 자기들 말로는 의식이라 부르는 듯하지만…. 그냥 병신들의 미개한 지랄 쇼지."

"……."

내가 모르는 정보였다. 바르카세가 농담하는 것 같지도 않다.

마나 워터는 곧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숨을 쉴 수 있었다. 답답하지 않다. 공기가 조금 무거워진 듯한 느낌이 들 뿐이다.

말하는 것도 가능했다.

“마나 로드는 수복할 수 없나?"

“신체를 재생하는 기능은 있긴 하나, 마나 로드의 개념은 약간 다르지 않나. 불가능하네. 전문가를 찾아가게. 되도록 빠르면 좋겠군. 작살난 마나 로드가 자네의 성장을 막고 있네. 16개. 전체의 30%가 박살 났지. 이건 심각한 상황이네."

"…나보다 더 호들갑이군."

"내가 정상이네. 냉정한 자네가 이상한 거지. 알고 있나? 보통 마법사라면 제대로 된 마법도 못 썼을 거네. 자네가 지금까지 불편함 없이 마법을 써온 건… 그냥 재능빨이라네."

"……."

알고 있다.

다른 건 몰라도 마법과 관련된 재능만큼은 진짜니까.

"노폐물 배출은 끝났네. 다음은 마나 샤워로 육체를 강화시켜주지. 아, 그리고 마나 감응력이 약간 오를 거네. 자네에게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네만."

"자네는 앞으로 13분.”

"벨은?"

"50분은 더 걸릴 거네. 자네와 달리 기계를 조정해주기로 했으니까. 몸에 달고 있는 기계 자체는 고급품인데… 최적화가 전혀 안 되어 있군. 게다가 운영체제도 쓰레기라 새로 깔아주기로 했네. 특히 심장 부분은… 이런. 이건 말하면 안 되겠지."

"대충은 알고 있다."

"흐음?"

나는 입과 눈을 다물었다.

"끝났네."

마나 워터가 빠져나가고 캡슐이 열렸다. 밖으로 나온 나는 웃을 입고 캡슐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아 대기했다. 마나 캡슐에 들어가 있는 벨을 바라본다. 정신을 잃은 듯 눈을 감고 있었는데 기계로 된 팔과 다리가 펼쳐져 있었다. 나노 머신인지, 작은 로봇인지 몰라도 작은 기계들이 그녀의 팔과 다리를 조정하는 중이다.

나는 자리에 앉아 그녀의 보지와 가슴을 구경했다.

콰아아앙!

바깥쪽에서 굉음이 들렸다.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바르카세의 홀로그램이 내 옆에 나타났다.

"방금 뭐지?"

"카메라 영상을 띄워 주겠네."

홀로그램 화면이 나타났다.

괴물 한 마리가 유적 입구를 두들기고 있었다.

놈은 전체적으로 고릴라처럼 생겼다. 왜소한 하반신에 비해 상반신이 엄청나게 발달해 있었다. 팔도 어마어마하게 길었다. 다만, 머리가 있을 부분에는 뇌가 달려 있었다. 사람의 뇌 3개를 이어 붙여 놓은 듯한 끔찍한 모습이다.

'저런 걸 만들 곳은 한 곳밖에 없지. 카발리아 연구소. 벨의 흔적을 쫓아온 건가?"

카발리아 연구소. 벨은 그곳에 엄청난 증오를 가지고 있다. 벨이 그곳의 실험체이기 때문이다.

"걱정 말게. 저딴 괴물이 문을 부술 수 있을 리가 없…."

콰앙!

괴물의 연속된 주먹에 문이 찌그러졌다. 바르카세는 영상을 보며 미간을 좁혔다.

“고작 저딴 공격에 문이 부서질 리 없다. 이건 아마도."

"다크 문의 영향이겠지."

“저놈의 뇌를 잘 보게. 총알 구멍이 난 흔적이 있네. 아마도 이미 죽은 놈인데 다크 문의 영향을 받아 다시 부활한 것 같군."

아마도 놈은 파괴자 특성이다. 단단한 갑옷이나, 건물의 벽을 효과적으로 부수는 특성. 게임에서는 갑옷의 내구도가 순식간에 달아서 물리저항과 더불어 전사들이 가장 싫어하는 특성이다.

"여기에 방어기구 같은 건 없나?"

“없네. 여긴 초월주의자들이 마나 샤워를 하기 위한 건물일 뿐이네. 마나 샤워를 받고 바로 떠나지."

"이대로면 결국 놈이 안으로 들어오겠지. 내가 나서야겠군.”

"부탁하지."

밖으로 가는 문이 열렸다. 나는 캡슐안에 있는 벨 테리어를 힐끔 본 뒤에 복도를 걸어갔다.

아스트랄을 개방한다.

육체의 마나가 내 의지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마나 샤워 덕분인지 마나의 반응이 평소보다 더 빠르게 느껴진다.

'좋네.'

몸이 가볍다.

보이지 않는 족쇄를 털어내고 하늘을 나는 것 같은 개운함이 느껴진다. 초월주의자들이 왜 주기적으로 마나 샤워를 하는지 알겠다.

몸을 점거하며 복도를 걸었다. 저기 저 찌그러진 문 사이로 놈의 역겨운 뇌가 보인다. 뇌의 일부가 갈라지더니 빨간 눈알 하나가 튀어나왔다. 눈알은 문 사이로 나를 바라봤다.

내 다리는 멈추지 않는다. 마나 술식을 계산하고 구축한다. 마나 샤워를 받기 전보다 캐스팅 속도가 약간 빨라졌다.

"바르카세. 문 열어라."

문이 열린다. 문이 찌그러져서 그런지 전부 열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괜찮았다. 괴물이 안으로 들어오기에 충분한 공간이 나왔으니까. 놈은 광분하듯 쿵쿵 뛰며 내게 달려든다.

나는 손바닥을 괴물을 향해 내밀었다.

[에어 블라스트]

강력한 바람이 정면으로 불었다. 괴물을 단숨에 날려버린다. 놈의 육중한 몸이 하늘로 치솟았다.

찰나를 이용해 느려진 세계에서 새로운 술식을 구축한다.

[레일건]

밤하늘에 푸른 궤적을 남기며 날아간 레일건이 놈을 가슴을 꿰뚫었다.

"쯧. 머리를 노렸는데… 도중에 몸을 비틀어서 가슴에 맞았군."

쿠웅!

지상으로 착지한 놈은 짐승처럼 팔과 다리를 이용해 네발로 달려들었다. 그 속도가 제법 빨랐다.

[라이트닝 스피어]

번개의 창을 던졌다. 괴물의 몸에 명중한 창은 폭발을 일으키며 사방에 전류를 흩뿌렸다. 전류는 괴물의 몸을 타고 흘렸으나, 괴물의 멈추지 않았다. 아예 타격이 없는 것 같았다.

'전격계가 안 통하나? 이것도 다크 문의 영향인가.'

머리로 술식을 계산하며 양손으로 그동안 연습했던 수인을 어설프게나마 맺는다.

[격류]

[프로스트]

괴물의 발아래에서 물이 솟으며 그 몸을 적신다. 직후, 프로트스의 냉기가 괴물을 얼렸다.

쨍그랑!

괴물은 3초 만에 얼음을 박살 내고 나를 향해 돌진한다.

[레비테이션]

괴물의 주먹이 내 몸에 닿기 전에 하늘로 날아올랐다. 괴물이 멈칫했다. 얼이 빠진 듯 나를 올려다본다. 그러면서 주먹을 휘휘 젖는다. 2m가 넘는 길이의 팔이라도 하늘에 떠 있는 내 몸에 닿을 수 없다.

괴물의 무릎이 굽혀진다. 있는 힘을 다해 점프했다. 허나 거대한 상반신에 비해 부실한 하반신에는 한계가 명확했다.

"진작에 하늘로 올라올 것 그랬군."

느긋하게 코트 주머니에서 탄환을 꺼낸다. 염력으로 탄환을 고정하고 마법을 사용한다.

[레일건]

아래로 떨어진 레일건이 괴물의 어깨를 꿰뚫었다.

'이번에도 머리를 노렸는데 그걸 또 피해? 둔중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반응속도가 엄청나군.'

괴물은 근처에 있는 바위를 뽑아들더니 나를 향해 던졌다. 콰앙! 배리어와 바위가 부딪쳤다. 배리어는 부서지고, 바위는 지상으로 떨어졌다. 남은 배리어 2장은 멀쩡한 걸 확인하고 마법을 연속으로 사용했다.

[레일건]

[레일건]

[레일건]

2발의 레일건 명중하지 못했지만, 마지막 3발째의 레일건은 놈의 뇌를 시원하게 날렸다. 괴물의 육중한 몸체가 바닥에 쓰러졌다. 나는 지상으로 내려와 괴물의 시체를 바라봤다.

'확실히 죽었군.'

내 감각에 거슬리는 무언가가 계속 느껴진다.

'확인해보면 될 일이지.'

[워터 블레이드]

워터 블레이드로 놈의 시체를 갈랐다. 워낙 단단해서 꽤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시체의 심장에 있는 작은 칩을 발견했다.

나는 칩을 뚫어지라 쳐다봤다. 칩에서 흑마나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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