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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염의 피닉스-1452화 (1,447/1,497)

< 1452화 > 1452. 다크문

인비저블 블레이드가 도착한 곳은 찌든 기름 냄새가 나는 폐공장이었다. 나는 함정이 있나 유심히 살폈다.

"끈질기네. 끈질긴 남자는 인기 없는 거 알아?"

여닌자는 오른손으로 칼을 들고, 왼손을 허리에 얹은 자세로 여유로운 척 말했다. 허나, 그녀의 연기는 100점 만점에 70점 정도다. 목소리가 떨리고, 가슴팍이 오르락내리락한다. 그녀가 지쳐 있다는 증거였다.

“이 장소를 택한 이유가 있나?"

"딱히 없어. 굳이 꼽자면 사람 하나 죽여도 들키지 않을 것 같아서?"

그녀가 왼팔을 휘둘렀다. 물표창이 날아와 배리어에 부딪쳤다. 물표창은 형태를 잃고 바닥에 후두둑 떨어졌다.

“후후후. 배리어가 한 장밖에 없네? 하긴. 계속 두 장, 세 장을 유지하는 건 힘들겠지."

"……한 장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그녀는 다시 팔을 휘두르려다가 어깨에 힘을 뺐다. 닌자도의 칼끝이 바닥으로 내려간다.

“우리 이쯤에서 그만하지 않을래?”

"여기서 그만둘 거면 시작도 하지 않았다."

"내 시작된 지 얼마 안 된 커리어는 네 덕분에 박살 났어."

“그건 네 잘못이지. 누가 이중 의뢰를 받으라고 했나? 이 의뢰를 같이 수행하는 순간, 우리는 일시적이지만 동료다. 그러나 넌 우리를 배신했다."

"혹시 군대 출신이야? 그쪽 냄새가 진하게 나는걸. 짬내라고 하지?"

"……."

"네가 뭘 우려하는지 알아. 맹세할게. 이 일은 여기서 끝이야. 네게 보복 따윈 안 할 거야."

"가면을 쓴 암살자. 거기에 이중 의뢰를 받아 우리를 배신한 네 말을 믿으라는 거냐?"

"미안하지만, 이 가면을 벗을 순 없어. 난 닌자니까. 그리고 배신이라 말할 정도의 사이는 아니었잖아? 이 업계에서 이런일은 흔한 일 아니야?"

"흔하지 않다. 절대로."

"흐응. 그래. 사실 거짓말을 한 게 있어. 여기 이 장소 말이야. 사실 내가 애용하는 수련 장소 중 하나야."

그녀의 발이 바닥의 어느 부분을 쿵 찍었다. 철컥, 철컥. 공장 내부의 기계들이 움직이며 목각 인형 같은 형태를 취한다.

"이것들을 이런 식으로 쓰게 될 날이 올 줄 꿈에도 몰랐지만.”

그녀는 뒤로 물러나며 벽에 딱 달라붙었다. 그녀에게도 향하던 기계 인형들의 센서가 내 쪽으로 향한다.

'벽에 달라붙으면 적으로 인식하지 않는 건가.'

나는 벽으로 갈 수 없었다. 공장 중심에 있었고, 벽으로 가려면 기계 인형들을 밀쳐내고 가야 한다.

키이이잉.

기계 인형들이 질서 정연하게 움직인다. 마치 병사들처럼 진을 짜고 서서히 압박해 온다.

"쉽지 않을 거야."

인비저블 블레이드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코트 주머니에서 파란색 액체가 든 유리병을 꺼냈다. 나는 뚜껑을 따고 바로 입에 털어 넣었다.

고갈되었던 마나가 일부 차오른다.

마나 포션.

이 세계에선 회복 포션 보다 더 희귀한 물건이지만, 전작 선호도는 회복 포션보다 낮다. 단순히 효율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상급의 마나 포션이라고 해도 회복시켜 주는 마나는 매우 적다. 가격은 또 가격대로 비싸다. 이 세계에선 마나를 대량으로 사용하는 마법사가 아니라면 굳이 사용하지 않는 물건이다.

'찰나.'

[찰나(刹那)를 사용합니다. 남은 스택: 3]

술식을 계산한다.

지금부터 사용할 마법은 6급 전격계 마법이다. 이전이라면 시도조차 할 생각 없었겠지만, 어째서인지 지금 나는 뇌전에 대한 전반적인 위력과 제어력이 오른 상태였다. 이 상태라면 한 등급 위인 6등급 전격계 마법은 쓸 수 있을 것이다.

술식 계산은 끝났다. 다음은 마나 로드를 이용해 술식을 구축한다.

지지직.

내 몸에서 번갯불이 튀었다. 마나 로드가 마나를 뇌속성 마나로 바꾸는 과정에서 새어 나온 마나였다. 이 과정이 가장 위험하다. 속성을 뛴 마나는 다루기 어려우니까. 마법사들이 자기에게만 맞는 속성 마법에만 파고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 같은 경우는 어떤 속성 마법을 쓰든 부담을 느낀 적은 한 번도 없다. 그저 뇌속성 마나가 다른 어떤 속성보다 훨씬 빠를 뿐이지.

'아마도 이능 때문이겠지.'

술식 구축은 끝났다.

내 손아귀에는 뇌전의 뭉치가 쥐어져 있었다. 여기까지는 라이트닝 그랩과 비슷해 보인다.

[체인 라이트닝]

뇌전 뭉치가 정면으로 튀어 나간다. 내 앞에 기계 인형에 달라붙어 감전시킨다.

펑!

기계 인형이 터졌다.

뇌전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좌우에 있는 기계 인형들을 향해 분열하여 달라붙는다. 기계 인형들이 또 터진다. 그리고 뇌전은 역시나 분열하여 다른 기계 인형에 달라붙는다.

체인 라이트닝은 적들의 몸에 달라붙어 감전시키고, 전기와 마나를 흡수하여 분열해서 사방으로 퍼진다. 조건만 맞는다면 수천 명의 인간도 죽일 수 있다.

'마나 각성자가 아니어도 인간이라면 아예 마나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는 드물고, 기계의 경우엔 전기로 움직이지.'

1에서 2.2에서 4.4에서 8.

체인 라이트닝은 연쇄될 때마다 늘어난다.

나를 포위한 수십 개의 기계 인형들이 펑펑 터져나갔다. 공장 바닥은 기계 잔해들로 인해 순식간에 어수선해졌다.

"대단해. 그런 마법은 처음 봤어. 하지만 내 존재를 너무 잊고 있는 거 아니야?"

등 뒤에서 인비저블 블레이드가 나타났다. 한 장밖에 없는 배리어를 천천히 베어 가르며 승리를 확신한 어조로 말한다. 나는 겨우 버티고 있는 배리어를 보면서 입을 열었다.

“여기 와서 한 번도 너를 잊은 적 없다. 내 뒤를 노릴 거라는 것도 예상했다. 너는 닌자니까."

체인 라이트닝은 정면에서 시작하여 좌우로 퍼져 나갔다.

마지막 목적지는 내 뒤쪽인 게 뻔하다.

즉, 내가 해야 할 건 체인 라이트닝이 도달할 때까지. 버티는 것뿐. 딱 한 번만 그녀의 공격을 막거나 피하면 된다.

그리고 그건 간단한 일이었다.

[찰나(刹那)를 사용합니다. 남은 스택: 2]

배리어를 가르고 지척까지 다가온 칼날을 옆으로 피한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다. 그녀의 왼손에서 뻗어 나온 물의 칼날이 이어진다. 이것도 예상했기에 냉철히 찰나를 사용했다.

[찰나(刹那)를 사용합니다. 남은 스택: 1]

전부 피했다.

여우 가면에서 유일하게 드러난 눈동자가 흔들리는 게 포착됐다.

파지지지지직!

기계 인형의 전기를 먹고 덩치를 불린 체인 라이트닝이 그녀의 몸을 뒤덮었다.

"꺄아아아아아악!"

인비저블 블레이드가 비명을 내지르며 바닥에 고꾸라졌다.

나는 감탄했다. 설마 그걸 맞고 비명까지 지를 줄은 몰랐다.

'일반인이었다면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절명했겠지. 대단한 육체이긴 해.'

그녀를 내려다본다. 죽지 않았다. 정신도 잃지 않았다. 몸을 움찔대며 나를 노려보고 있다. 그 육체에는 아직 체인 라이트닝이 잔류해 있다.

나는 코트에서 속성검을 꺼내 손에 쥐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얼마나 대단하신 얼굴인지 한 번 볼까."

발로 그녀의 복부를 찼다. 바닥에 정자세로 눕게 된 그녀의 가면을 잡아당겼다. 가면이 벗겨지고 깔끔한 인상의 미녀의 얼굴이 나왔다. 날카로운 눈매, 오뚝한 코, 선홍빛의 촉촉한 입술. 어디 하나 못난 곳이 없다.

"계속 가면을 쓰고 있길래 흉한 얼굴이라 그런 줄 알았더니…. 괜찮은 얼굴이군."

“반하기라도 했어?"

"헛소리."

속성검을 쥐었다. 이대로 가슴팍에 찔러 넣으면 일은 끝난다. 하지만 얼굴을 확인하니 성욕이 치밀어 올랐다. 여닌자답다고 해야 할까. 그녀는 기가 센 얼굴이다. 그리고 누가봐도 음탕한 몸매를 가지고 있다. 찢어진 슈트 사이로 매끈한 속살이 보인다.

'…어차피 죽일 거라면.'

내 성욕을 풀고 죽여도 된다. 이곳에는 나와 그녀를 제외하고 아무도 없으니까.

"눈이 음흉해졌어. 날 따먹고 싶어졌어? 후후. 너도 어쩔 수 없는 남자구나?"

“…너무 도발하지 마라. 내 성질을 건드려서 득 될 건 없을 텐데?"

"쉽게 죽이지 않을 거잖아."

"고문이 두렵지 않나?"

"나는 닌자야. 닌자는 참는 자지. 고문 정도는 얼마든지 참을 수 있어."

“이 상황에서도 기회를 엿보는 건가."

"닌자니까."

"……."

나는 위기감을 느꼈다.

지금 당장 그녀를 죽이라고 이성이 말하고 있다. 하지만 본능은 그녀를 능욕하라고 말한다. 저 당당한 여닌자가 굴복하는 꼴을 보고 싶었다.

"후후후."

여닌자는 내 마음을 알아차린 것처럼 웃는다. 그리고 선홍색의 입술을 벌리고 혀를 쭈욱 내밀었다.

침으로 축축히 젖은 혀는 무척 길었다. 그 끝이 턱까지 닿을 정도로.

혀가 움직인다. 마치 살아있는 뱀이 꿈틀거리듯 요염하다. 인간의 혀가 맞나 싶을 정도다.

"참고로 난 처녀야. 20대가 된 지도 얼마 안 됐어. 나 같은 여자를 영계라고 한다지?"

“…처녀에 20대?"

진심으로 놀랐다. 얼굴은 그렇다 쳐도 저 농염한 육체는 못 해도 20대 중후반은 되었을 것 같은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그 반응은 좀 짜증 나는데. 날 따먹고 싶으면 빨리 따먹어. 나도 처녀인 채로 죽고 싶지 않으니까."

"……나는 네가 자결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했다."

"난 평범한 암살자가 아니야."

"그래, 그래. 닌자지."

손에 쥔 속성검을 바닥에 내려두었다. 그리고 그녀의 고장 난 사이버 슈트를 잡는다. 의외로 두께가 제법 있었다. 5mm.

겉보기에는 2mm도 안 될 것 같았는데.

“왜 못 벗기겠어? 여자 옷 벗기는 방법도 가르쳐 줘야 해?"

여닌자가 비아냥거렸다.

사실이었던지라 반박하기 힘들었다. 슈트의 내구성이 뛰어나 억지로 벗기기도 힘들다.

[물질 변환]

결국 연금술을 사용했다. 슈트의 재질을 금속이 아닌 광택이 도는 합성섬유로 바꿨다. 미세한 바람 마법을 일으켜 그녀의 슈트를 찢었다.

찌이이익.

출렁!

풍만한 가슴이 폭발하듯 튀어나왔다.

슈트를 입고 있을 때보다 더 커진 것처럼 느껴지는 건 착각이 아닐 것이다.

하얀 유방과 삐줏 솟은 유두는 땀에 젖어 있었다.

"하아. 살 것 같네. 이 슈트는 다 좋은데 너무 답답하단 말이야. 일 끝나면 항상 온몸이 땀으로 젖는다니까."

"……."

손을 뻗어 가슴을 만졌다. 땀 때문에 표면이 매끈하고 부드러웠다. 그리고 따뜻하면서 말랑하다. 온종일 만져도 질리지 않을 것 같다.

“으음. 만지는 느낌이 뭔가 능숙한데…. 여자 가슴 자주 만지나 봐? 나 정도 사이즈는 드물 텐데…."

"입 좀 다물 수 없나? 지금 너는 내게 범해지는 중이다."

"후후. 비명이라도 질러줄까?"

마치 나를 놀리듯이 길쭉한 혀를 좌우로 흔든다.

"안 되겠군."

"으응?"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손가락을 튕기며 마법을 사용한다.

[물질 변환]

[형태 변환]

근처에 있던 기계 잔해가 미끈한 촉수로 변했다.

염력을 이용해 촉수를 조종한다. 촉수들이 그녀의 팔과 다리, 허리와 가슴을 붙잡고 위로 올렸다. 딱 좋은 높이였다.

"꺄아아악! 기분 나빠! 이게 뭐야?!"

그녀가 비명을 지르며 버둥거렸다.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지 촉수를 뿌리치지 못했다. 나는 그녀의 질겁하는 표정을 보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리고 그녀의 음부를 가리는 슈트를 찢어발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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