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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염의 피닉스-1446화 (1,441/1,497)

< 1446화 > 1446. 다크문

수류탄이 날아와 배리어와 부딪치며 폭발을 일으켰다.

수류탄의 파편이 배리어를 살벌하게 두들겼다. 그러나 배리어가 뚫리는 일은 없었다. 내 배리어는 여전히 견고했다.

“우리 수준이 아니야! 이건 보스에게 알려야…!"

놈들이 몸을 돌려 도망치려고 했다.

물론 그냥 보내줄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나는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바람이 일어났다.

[윈드 커터]

바람의 칼날은 도망치는 놈들의 팔과 다리를 깔끔하게 베어냈다.

"아아아아아아악!"

그들의 피가 골목길을 더럽혔다. 일부러 그랬다.

'이놈들은 본보기니까.'

최대한 잔혹하게 보이도록 죽여야 한다. 그래야 겁에 질린 어중이떠중이들이 기어오르지 않을 테니까.

나는 손바닥을 들었다.

휘이이잉.

손바닥 위에서 보이지 않는 바람이 휘몰아친다.

“사, 살려줘…!"

나는 팔다리가 잘려 도망치지 못하는 그들을 향해 바람을 풀었다. 바람은 믹서기처럼 그들의 몸을 갈아댔다. 순식간에 다진 고기가 된 시체들로부터 눈을 떼고 갱단의 아지트로 걸어갔다. 바닥에 흩뿌려진 피가 구두 밑창에 끈적하게 달라붙는다.

썩 좋은 느낌은 아니었다.

20m 앞에 있는 건물이 보였다. 하버스 갱단의 아지트가 틀림없었다. 멍청하게 바로 아지트로 들어가는 짓은 하지 않는다.

'놈들이 죽을 때 지른 비명을 들었을 테니 내 존재를 알고 함정을 준비했을 가능성이 크다. 솔직히 우려는 안 되지만… 만에 하나의 가능성도 있으니 방심은 하지 않는다.'

[디텍션]

탐지 마법을 사용했다. 나를 중심으로 마나 술식이 퍼져 나간다. 마나 술식에 닿는 정보가 내게 전해진다.

'일단 골목길에 설치된 함정은 없고….'

눈앞의 건물을 바라봤다.

'인원은 23명. 입구를 포위하듯 감싸고 있군. 전원 무장을 한 상태다. 뒤쪽에 있는 놈이 두목인 하버스인가?'

최선은 아지트에 들어가지 않고, 이 거리에서 범위 마법을 사용하는 거다. 아지트와 함께 놈들을 단번에 날려버리는 것이 베스트다.

'그래선 안 되지. 거기엔 공포가 남지 않잖아.'

무엇보다 확인해볼 것도 있었다.

나는 놈들의 아지트를 향해 담담히 발을 내디뎠다.

염력으로 아지트의 입구를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적의 어린 시선이 사방에서 꽃힌다. 갱단의 얼굴은 사나웠다. 짐승처럼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리는 자들도 있었다.

'두려움을 숨기려고 일부러 화를 끌어올리는 건가? 애처롭군.'

공격하려면 하라는 듯이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중첩한 배리어는 총 다섯 장. 설령 이 아지트를 통째로 날려버리는 위력의 폭탄이 있더라도 내게 상처입힐 수는 없다.

"마법사가 여긴 무슨 일로 온 거지?"

가장 뒤쪽, 입가에 흉터가 있는 흑인 남자가 내게 물었다. 놈은 머리카락을 전부 밀었고, 두피에 붉은색 문신을 새겼다.

"마법사가 여긴 웬일이지?”

"뭘 천연덕스럽게 묻고 있는 거냐. 네놈들이 먼저 시작했잖냐."

"…우린 몸을 사리고 있다. 최근에 엿같은 놈 하나를 죽였는데, 하필이면 공무원이라서 말이야. 덕분에 여기서 납작 엎드리며 살고 있지."

"유유 치킨."

“음?"

“거기 사장이 나다."

"……."

"죽을 이유는 알았겠지.”

대놓고 손을 위로 올렸다. 허공에 마법진이 그려진다.

“자, 잠깐! 잠깐 기다려라! 뭔가 오해가 있는 모양이군. 우린 널 죽일 생각이 없었다! 그냥 치킨 레시피만 알아낼 생각이었다!"

"레시피를 알아내서 뭐 하려고? 치킨 장사라도 할 생각이었나?"

"팔려고 했다! 내 옛친구가 말하더군! 그 치킨 레시피는 분명 돈이 된다고! 자기도 레시피를 살 거라고 말했다!"

“그 친구는 누구지?"

"존 클락! 네 가게 맞은 편에 있는 피시 앤드 칩스 가게 주인이다!"

"……."

내 얼굴은 사정없이 구겨졌다. 가게를 방해하려고 더러운 기름을 사용한다는 서문을 퍼뜨렸을 때는 어떻게든 참았다. 그런데 이젠 갱단을 이용해 나를 납치하고 레시피를 알아내려고 했다? 내가 힘이 없었다면 납치만으로 끝났을까?

빛나던 마법진이 사라지자, 하버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대화로 하자고. 오해가 있으면 풀면 되잖냐? 우리가 먼저 잘못한 건 인정하지. 네가 이런 놈이었다면 건들지도 않았을 거다. 이게 다 존 클락, 그 새끼가 이상한 부탁을 해온 탓에 벌어진 일이다. 우린 그 새끼를 조져야 한다고."

"존 클락은 너의 옛친구라 하지 않았나?"

“그러니까 지금은 친구가 아니지. 골목길에서 우리 애들을 죽인 모양이던데… 그건 오해가 쌓여 벌어진 일이었으니 대충 넘어가 주지. 존 클락도 우리가 알아서 해결할 테니 일은 여기서 끝내자고."

“싫다면?"

“……우릴 너무 무시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주문쟁이."

놈이 마나를 끌어 올린다. 근육이 팽창하고, 놈의 안광이 새빨갛게 변한다.

'광전사군.'

원작 게임에서 선택할 수 있는 직업 중 하나다.

광전사의 핵심은 폭화(1)다. 마나와 생명력을 동시에 소모하며 신체 능력을 극단적으로 상승시킨다. 생명력은 요양을 통해 회복할 수 있다.

딱.

손가락을 튕겼다.

마법진 3개가 동시에 허공에 그려진다. 무게를 잡고 있던 놈의 얼굴이 한순간 일그러졌다.

"우리는 쥬피트 연합에 일원이다. 네가 우리를 전부 죽이더라도 그게 끝이 아니란 거다. 우릴 죽이면 쥬피트 연합이 널 노릴 거다."

"쥬피트 연합과는 따로 협상하면 된다. 쥬피트 연합이 너희 같은 버러지들에게 집착할 이유는 없을 것 같군.”

“우리는 연합이다! 함께 술잔을 나누며 의리를 맹세했다! 쥬피트 연합은 의리를 지킬 것이다!"

“범죄자 새끼들이 의리는 무슨. 당장 너만 해도 존 클락을 헌신짝처럼 버리지 않았나?"

"그것과 이건 다르다!”

"다르지 않다. 지겨운 개소리는 여기까지 하기로 하지. 이만 죽어라."

준비했던 마법을 발동한다. 개소리를 한 덕분에 캐스팅 시간을 제법 끌었다.

"뭐해! 놈을 죽여!!"

[그래비티]

[일렉트릭 필드]

[윈드 커터]

갱단원들이 높아진 중력에 의해 주춤거린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시퍼런 전류가 땅바닥을 타고 흐르며 그들의 몸을 일시적으로 마비시켰다. 바람의 칼날 수십 개는 그들이 아닌 하버스를 향해 날아갔다. 우선 가장 성가신 하버스부터 죽인 뒤에 나머지는 천천히 정리할 계획이었다.

착오가 있었다면, 하버스는 내 생각보다 더 위험한 놈이었다는 거다.

'윈드 커터를 맨몸으로 버텼군. 2급에 불과한 주제에…. 이게 광전사의 신체 능력인가.'

실제로 광전사를 상대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 발생한 착오였다.

“크오오오오오오오!”

철컹철컹철컹!

놈의 오른팔이 검으로 변한다. 제법 정교한 기계 의수다. 검날에 핏빛의 붉은 검기가 진득하게 맺혔다. 놈이 돌진하며 검을 휘둘렀다. 배리어 한 장이 부서졌다.

'배리어는 아직 4장이나 남아 있다.'

놈이 배리어를 두들기는 사이, 여유롭게 술식을 계산한다.

“끄아아아아아악!”

"보, 보스! 도와주십시오!"

“이 미친년이…! 갑자기 나타나서는…!"

뒤쪽에서 비명과 총성이 난무한다.

“저건 또 뭐야?!"

하버스의 얼굴이 참혹하게 일그러진다. 내 뒤에서 무언가가 종횡무진 날뛰고 있었다. 나는 호기심과 경각심을 동시에 느꼈다. 눈앞의 적에게서 눈을 떼는 건 안 좋지만, 뒤에 있는 무언가는 하버스보다 더 강력한 적일지도 모른다. 나는 배리어를 믿고 고개를 뒤로 돌렸다.

그것은 닌자였다.

은색의 사이버 슈트를 입은 닌자다. 피부에 착 달라붙은 슈트는 육감적인 몸매를 훤히 드러낸다. 그 가슴과 엉덩이는 수박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컸다.

얼굴은 여우 가면을 쓰고 있었고, 흑갈색 머리카락은 포니테일로 묶었다.

그녀는 갱단원들 사이를 빠르게 돌아다니며 닌자도를 휘둘렀다. 갱단원들은 그녀의 움직임을 제대로 뒤쫓지 못하는 모양이지만, 내 눈에는 확실히 보였다. 문제는 출렁이는 풍만한 젖가슴에 자꾸만 시선이 간다는 점이었다.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집중을…'

가슴에 집중하게 된다.

어쩔 수 없었다. 남자의 본능이 그러하니까. 그리고 분명 저 여자의 의도도 그것일 테다.

"아아아아아아악!"

여닌자는 갱단원들을 무참히 살해하며 이쪽으로 달려왔다. 그 솜씨가 얼마나 깔끔한지, 22명을 도륙했음에도 그 몸에는피한 방울 튀지 않았다.

나는 준비했던 마법을 여닌자에게 사용했다.

[스파이크]

땅바닥에서 거대한 가시들이 치솟아 여닌자의 몸을 꿰뚫는다.

펑!

어딘가 맥빠지는 폭발음과 함께 여닌자의 몸이 물풍선처럼 터졌다. 그 몸이 물로 변하더니 바닥으로 후두둑 떨어진 것이다.

"아아아아아악! 뭐냐, 네년은!"

나는 다시 뒤를 돌아봤다. 여닌자가 닌자도를 들고 서 있었다. 상체를 살짝 숙이고 있는데, 덕분에 그 커다란 가슴이 아래로 늘어지며 또 내 시선을 잡아끈다. 나는 애써 그녀로부터 시선을 떼고 하버스를 바라봤다. 하버스는 오른쪽 어깨가 잘린 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판단은 빨랐다.

여닌자의 목표는 내가 아니라 하버스다. 정확하게는 하버스 갱단의 파멸이다. 그 이유는 모른다. 개인적인 원한일 수도 있고, 의뢰일 수도 있다. 내 생각에는 후자에 가깝다.

손을 뻗었다.

여닌자 쪽이 아니라 하버스에게.

[라이트닝 그랩]

3급 마법을 펼친다. 놈의 머리를 붙잡은 손에서 시퍼런 전류가 공간을 밝힌다. 전격은 놈의 머릿속은 물론이고 혈액까지 증발시켰다. 바닥에 쓰러진 놈의 몸에서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났다.

"이놈은 내가 먼저 상대하고 있었다."

"……."

“원하면 네가 죽인 거로 해라. 상관 쓰지 않을 테니."

여닌자는 당장에라도 달려들 듯한 자세를 풀었다. 꼿꼿하게 등허리를 세운다. 덕분에 풍만한 가슴의 형태와 골반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보고 있는 이쪽이 더 민망해질 정도로 육감적인 몸매다.

"도모. 유진 마이어 씨. 인비저블 블레이드입니다."

"도모. 인비저블 블레이드 씨. 유진 마이어입니다. …나를 안다고?"

"후후후. 이쪽 업계의 떠오르는 신성이잖아. 이야기는 대충 들었어. 내 인사를 받아 준 사람은 이 도시에서 네가 처음이야. 오늘은 기분 좋으니 조용히 물러날게."

"잠깐, 기다려라. 네가 쓰는 힘은….”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여닌자는 창문을 향해 달려들었다. 쨍그랑! 그녀는 커다란 엉덩이를 과시하며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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