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창염의 피닉스-1442화 (1,437/1,497)

< 1442화 > 1442. 다크문

치킨집은 대박이 났다.

피셔라는 개인 방송가가 오고 간 뒤로 손님이 몰려들었다. 그 손님들 또한 맛있다며 SNS에 글을 올렸다. 치킨의 혁명이라며 극찬하는 자들도 적지 않았다.

'그 피셔라는 남자의 영향력이 엄청나군.'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피셔라는 남자는 가게 사냥꾼이라고 불릴 정도로 악명이 자자했다. 가게를 찾아가 음식을 맛보고 혹평하는 것이다. 그게 피셔의 주 콘텐츠였다. 그러나 아주 간혹 피셔가 호평을 남기는 가게가 있는데, 그 가게들은 하나같이 번창했다고 한다.

피셔는 유유 치킨을 혹평의 타켓으로 잡았으나, 정반대로 호평하고 돌아갔다.

덕분에 준비했던 300개의 치킨이 저녁이 되기 전에 모두 팔렸다.

'네오 런던은 면적에 비해 인구 밀도가 높지. 피셔의 방송을 본 근처 사람들이 죄다 찾아온거군.'

오픈 빨이 있었다곤 해도 닭 300마리가 8시간 만에 팔렸다. 예상이상의 초대박이었다.

'큰일이군. 닭이 모자라.'

나는 집에서 유리아의 도움을 받아 집에서 염지를 한다. 닭고기야 주문 한 번이면 알아서 배달해주니 상관없지만, 문제는 염지와 소스였다. 이렇게 잘 팔리는데 유리아 한 명에게만 의존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가게에서 하기엔 너무 복잡해. 튀기는 것만으로도 빡세. 역시 공장을 써야 해.'

나는 치킨을 상자에 담았다. 상자에 보온 마법을 거는 걸 잊지 않고 맥주를 챙겨 X구역 인력소로 향했다.

마침 퇴근 준비를 하고 있던 로즈는 나를 보며 비릿하게 웃었다.

“이거 누구야. 치킨집 사장이 여긴 웬일이야?"

"전에 말했던 대로 치킨을 가져왔다."

"진짜 가져올지 몰랐는데…. 좋아. 그 유명한 코리안 치킨. 맛 좀 한번 보자."

"코리안 치킨이 그렇게 유명해졌나?"

"인터넷에서 난리야. 그 맛없는 치킨이 천국의 음식으로 바뀌었다고 자자해. 요즘 네오 런던이 평화로웠던 것도 한몫했고 말이야. 축하해. 당신 가게는 성공 가도를 달리기 시작했어."

그녀는 치킨 상자를 열고서 작게 감탄사를 흘렸다. 종류는 반반이었다.

"확실히 냄새나, 비주얼이나 내가 알고 있던 치킨과는 다르네."

치익~ 딱!

맥주캔을 딴 그녀는 빠르게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 치킨은 베어 물었다. 차분하던 로즈의 눈동자가 커진다.

"…와. 대단한걸? 요근래 먹어본 음식 중에서 이게 최고야. 그 피셔가 왜 코리안 치킨을 극찬했는지 알겠어."

"마음에 들어서 다행이군."

“맥주랑 찰떡이야. 한 달에 2~3번은 먹을 것 같네. 그래서. 여기에 온 이유는 뭐야? 진짜 치킨을 주려고 온 건 아니지?"

"돈이 필요하다."

"의뢰를 받을려고?"

"아니. 그럴 시간 없다."

“급전이 필요하면 잘못 찾아왔어. 은행으로 가. 난 내 고객이랑 돈놀이 안해."

“은행은 안 된다. 지금 내 신분으로선 위험하다."

내 신분은 정교하게 만들어졌다. 하지만 결국 위조 신분이었다. 은행이 작정하고 조사하면 들킬 가능성이 있었다. 이제 겨우 성공 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 위험 부담을 떠안고 싶지 않았다.

“돈은 못 빌려줘. 돈이 필요하면 의뢰를 해. 당신이라면 몇 시간 만에 해결할 수 있는 간단한 의뢰가 몇 개 있으니, 그걸해."

"유유 치킨에 투자하고 싶지 않나?"

“흐음."

“사실 오늘 내 치킨집에 찾아온 손님 중에 유유 치킨에 투자하고 싶다고 한 거부가 2명이나 있었다."

그녀는 코리안 치킨을 물끄러미 내려다봤다.

“…확실히. 이 정도면 투자가치가 있긴 해. 투자를 요구하러 왔다면, 계획이 있겠지. 그 계획을 말해 봐. 마음에 들면 투자해주지 못할 것도 없어."

“나는 프랜차이즈를 노리고 있다. 그러긴 위해선 공장이 필요하다."

나와 유리아가 협의하면서 짠 계획을 그녀에게 말한다.

"…그러니까. 공장에서 하는 건 닭고기를 받아 염지를 하고, 양념 소스를 대량으로 만들어 가맹점에 매일 제공한다는 거네?"

"말하자면 그렇다. 가맹점이 해야할 건 정확한 시간에 닭을 튀기는 것뿐이지."

"간단해서 좋네. 프랜차이즈의 핵심을 잘 알고 있어. 근데 굳이 공장을 차려야겠어? 기존에 있던 공장에 의뢰하면 되잖아.”

"단기적으로 봤을 땐 그렇지. 하지만 난 장기적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유유 치킨의 핵심은 염지와 양념이다. 그 비법을 최대한 감추고 싶다.”

"흐음. 좋아. 원하는 투자금은?"

"2,000만 크레딧."

"…적네? 그 정도면 공장 건물만 세우는 걸로 끝날 텐데? 기계는 어쩌려고?"

"나는 5급 마법사다."

"아하. 마도 공학 기계? 마도 공학에도 조예가 있을 줄 몰랐네."

"…그 정도로 뛰어난 건 아니다. 폐기된 기계를 싼값에 구입해 개조할 생각이다. 닭고기를 염지하고, 소스를 섞어 만드는 정도라면 간단한 편이니까."

“좋아. 계약서 쓰자. 2,000만 크레딧이면 부담스러운 금액도 아니니 바로 줄 수 있어."

“그리고 믿을 수 있는 인부도 3명 정도 구하고 싶다."

"공장을 운영할 인부 말이지? 여길 어디라고 생각하는 거야?"

X 인력소.

인부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곳이다.

T구역에 공장을 지었다.

공장에 들어간 기계는 내가 직접 손봤다.

마도 공학.

얼핏 들어보면 머리가 터질 것처럼 어려워 보이지만, 핵심은 결국 마법이었다. 마법을 기계와 결합해 지속해서 사용하게 하는 것이다.

'복잡한 마도 공학 기계는 지금 나로서는 불가능하지만, 간단한 거라면 충분히 가능해."

닭고기를 씻고, 정해진 재료를 투입해 닭고기를 염지하고, 손질한 재료를 넣어 정해진 비율로 소스를 만든다. 이 세 가지 과정은 단순했다. 복잡하고 정밀함을 원하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건 비율인데. 그건 조절하기가 좀 힘들어서 대기업에 주문해서 제작하기로 했다. 이런 비슷한 물건들도 제법 만들어 봤는지 3일 만에 기계가 배송되었다.

'과연 대기업.'

공장은 열흘 만에 만들어지고, 가동되기 시작했다.

공장에서 염지 되는 닭고기는 하루 1,200 마리. 이 정도면 당분간은 충분하고도 남는다.

대박난 치킨 집은 몹시 바쁘다.

손님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쉬는 시간을 갖기 힘들 정도였다. 홀을 담당하는 카렐이 앓는 소리를 했기에 알바를 한 명 더 구했다. 카렐이 자기 친구를 데려왔기에 순식간에 알바를 한 명 더 구할 수 있었다.

'주방은 문제없다.'

10개의 튀김기. 추가로 구입한 보조 튀김기 4개. 총 14개의 튀김기를 풀로 돌리면 된다.

혼자서 그게 가능하냐고?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가능했다.

내겐 마법이라는 힘이 있었으니까.

염력을 사용한다. 내 의지에 따라 냉장고에서 닭고기가 나오더니 뜨거운 튀김기 안으로 풍덩 들어간다. 동시에 알람 시계가 눌러진다. 알람이 울리면 튀김기에서 닭고기를 꺼내고 그릇에 담는다. 양념 소스는 버무리는 것도 잊지 않는다. 설거지도 염력으로 해결한다.

염력을 사용한 나는 10사람분의 몫을 너끈히 해냈다.

염력은 마나 소모가 적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대신 정신력 소모가 크다고 알려졌지만, 내겐 와 닿지 않는 말이었다.

‘그래도 피로감이 없는 건 아니야. 당분간은 이렇게 할 수 있지만….'

계속 이러면 내게도 한계가 올 것이다.

'주방일을 할 사람을 구해야겠어.'

치킨집은 내가 없어도 잘 돌아갈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가맹점을 점차 늘린다.

'결과적으로 나는 높은 곳에 앉아서 보고만 받는 거지. 그게 목표이긴 한데…. 아직은 갈길이 멀군.'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

장사는 잘되고 있다. 차근차근 위로 올라가면 된다.

문제가 터진 건 그로부터 며칠 뒤였다.

-유유 치킨은 오래된 기름을 사용한다.

라는 소문이 떠돌기 시작했고 손님이 줄기 시작했다.

웃기는 소리였다. 나는 닭을 50마리 튀길 때마다 철저하게 식용유를 교체하고 있다. 식용유도 마냥 싸구려만 쓰지 않고, 치킨에 어울리는 것도 쓰고 있다.

나는 소문을 알아차리자마자 인터넷과 가게 내부에 반박 글을 올렸다. 50마리마다 기름통을 교체한다고 친절하게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소문은 좀처럼 잡기 힘들었다.

"또 이러는구만."

단골이 된 한 남자가 양념치킨을 씹으며 말했다. 그는 벽에 걸린 기름에 대한 설명을 읽고 있었다. 마침 그를 제외한 손님이 없었기에 나는 그에게 물어볼 수 있었다.

"손님. 뭔가 아시는 게 있습니까? 자세히 알려주신다면 맥주 한 캔은 서비스해 드리겠습니다.

“응? 아직 몰라? 저놈이야, 저놈.”

그는 손을 들어, 맞은 편 피시 앤드 칩스 가게를 가리켰다.

"3달 전이었나, 이 근처에 있던 피시 앤드 칩스 가게가 비슷한 소문으로 망해버렸지. 저놈이 여기 토박이인데다, 양아치 출신인지라 인맥이 꽤 많아. 그 인맥으로 소문은 퍼트리는 거지."

“전 피시 앤드 칩스를 파는 것도 아닙니다만."

"똑같이 튀김 요리를 팔잖아. 이 치킨을 먹고 피시 앤드 칩스를 먹고 싶겠어? 모르긴 몰라도 저 집 매출은 반토막은 났을거야.”

"……."

맞은편 가게 사장은 얼마 전에 봤다. 딱 봐도 인성은 별로 좋지 않아 보였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가서 뭐라 해도 듣지 않을 게 뻔할 테고…. 밤에 몰래 찾아가서 강도인 척 위장하고 죽일까?'

“사장 양반. 그냥 무시해. 이 가게가 그 소문 때문에 망할 일은 없으니까. 소문이 가짜라는 건 알 사람이 다 알아. 손님이 좀 줄었다고 해서… 그게 망할 정도야?"

“망할 정도는… 아닙니다."

손님이 떨어지긴 해도 매출은 호황이었다.

“올 사람은 계속 오잖아. 이 가게는 알 사람은 다 아는 맛집이 된 거지. 어이쿠. 말 끝나는 순간 손님이 오셨군."

이번 손님은 특이했다.

그는 검은색 정장을 입은 집사였다. 깔끔한 분위기의 그는 가게에 들어오자마자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십니까. 플라트 남작가에서 온, 집사 하이드라고 합니다. 프라이드 치킨과 양념치킨 한 마리씩 포장해 주십시오."

집사에겐 품위가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나는 집사에게서 힘을 느꼈다. 눈앞의 집사는 못해도 3급 이상의 힘을 갖추고 있다.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네오 런던에서 집사와 메이드는 결코 하층민이 아니라는 걸.

"바로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사람이 없을 때 와서 다행이군요. 운이 좋았습니다."

집사는 벽에 걸린 기름에 대한 설명글을 봤다.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겠다는 듯 코웃음 쳤다.

“사람의 시기와 탐욕은 가끔 멍청한 짓을 저지르게 하죠. 사장님도 곤란한 일에 처하신 모양입니다."

"곤란하긴 합니다."

"무시하십시오. 사장님 같으신 분이 나설 필요도 없습니다. 너무 동떨어진 소문은 가라앉기 마련입니다."

집사의 태도는 시종일관 정중했다.

나는 집사가 내 경지를 눈치챘다는 걸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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