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창염의 피닉스-1441화 (1,436/1,497)

< 1441화 > 1441. 다크문

10시 30분.

신장개업하고 30분이 지났다.

30분 동안 내 가게를 들린 손님은 한 명도 없었다.

내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졌고, 알바인 카렐도 조용히 내 눈치를 살폈다. 나는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뭐가 잘못된 거지?'

가게를 오픈 하기 전에 네오 런던 커뮤니티에 홍보 글도 올렸다. 유유 치킨이라는 SNS도 만들어서 글을 올리기도 했다.

좋아요 글을 30개 정도 받았다.

'오픈 당일에 손님들이 줄 서서 기다리는 것까진 바라지도 않았지만… 30분이 지났는데도 한 명도 안 오잖아.'

솔직히 말해서 홍보에 돈을 쓰지 않았다. 가장 확실한 건 종이 신문에 홍보 기사를 올리는 건데… 그건 돈이 너무 많이 들었다. 가게 오픈을 위해 이것저것 돈을 많이 쓴 나로서는 신문 홍보를 바라긴 힘들었다.

11시가 되었다.

가게를 찾은 손님은 현재까지 0명이었다.

뭐가 문제인가.

마법사답게 냉철한 이성으로 원인을 찾는다. 치킨의 맛에는 아무 문제 없다. 그건 내가 장담할 수 있다. 애초에 손님이 와야 치킨이 팔리지 않나.

"저, 사장님. 주제넘은 말일 수도 있는데요…."

카렐이 내게 다가오며 말했다. 나는 애써 굳어 있는 얼굴을 풀었다.

"괜찮습니다. 편하게 말해주세요."

“손님이 없는 건 장소 탓도 있는 것 같아요. 대로변이면 바로 가게가 보이지만… 여긴 골목길이잖아요."

“그렇다고 하기에는…."

나는 가게 정면을 바라봤다. 유리창 너머로 피시 앤드 칩스 가게가 보인다. 문전성시라고는 할 수 없지만, 손님들이 제법 있었다.

“저긴 피시 앤드 칩스 가게잖아요. 네오 런던의 상징과도 같은 음식! 뭐, 저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요. 그리고 저 가게는 오랫동안 여기에 있었던 것 같으니… 아마 단골이 많은 거겠죠."

“오픈 첫날에 제가 너무 많은 걸 바란 것 같군요."

맞은 편 가게의 손님들은 나오면서 내 가게를 힐끗 바라본다. 그 시선이 영 곱지 않은 건 기분 탓일까.

'오픈 이벤트로 할인까지 하는데 왜 안 오는 거지?'

한 번 정도는 궁금증이 들지 않나? 이 치킨이 얼마나 맛있는지.

“그리고 치킨 가격이 너무 비싸요. 다른 가게 치킨보다 최소 1.5배는 되잖아요."

“원래는 2배로 할까 하다가 가격을 낮췄습니다. 나중에 가게가 유명해지면 천천히 가격을 올릴 생각입니다."

"…와. 돈에 미치셨네. 치킨으로 그렇게 남겨 먹으려고 하다니. 사장님. 치킨이 주로 먹는 손님들이 누구인지는 아시죠?"

안다.

그 정도도 조사하지 않았을까.

네오 런던에서 치킨은 가난한 자들이 피시 앤드 칩스를 먹고 싶은데, 돈을 아낄 때 치킨을 찾는다.

"전 그들을 손님으로 상정하지 않았습니다. 코리안 치킨이면 분명 상류층에도 통할 테니까요."

"코리안 치킨! 그게 문제예요. 애초에 코리안이 뭐예요?"

"저기 적혀 있지 않습니까. 코리아는 고대 국가 그레이트 코리아를 뜻합니다. 코리안 치킨은 그레이트 코리아의 방식으로 만든 치킨이라는 뜻이죠."

“하아. 뭔 소설 설정 같은 걸…. 그런 고대 국가가 진짜… 있네요?"

인터넷에 검색해본 카렐은 깜짝 놀랐다. 고대 국가 그레이트 코리아의 존재가 버젓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약 2,000년 전에 존재했던 고대 국가… 와. 너무 오래됐잖아. 사장님은 코리안 치킨 레시피를 어떻게 알았어요?"

"어쩌다 보니 알게 됐습니다."

"근데 치킨이 다 거기서 거기 아닌가? 닭고기를 기름에 튀기는 게 끝이잖아요."

"다릅니다. 그 간단한 튀기는 행위에도 비법이…."

딸랑.

가게 문에 걸어 놓았던 방울 소리가 울린다. 나는 획 고개를 돌려 손님을 바라봤다. 거구의 남자 손님이었다. 그는 커다란 배를 긁적이며 벽에 걸린 메뉴를 살피며 중얼거렸다.

"오늘 오픈한 치킨집에 왔습니다! 코리안 치킨? 흠…. 다른 치킨에 비해 비싸긴 한데 일반 치킨과 뭐가 다른지 한 번 먹어보긴 하겠습니다. 아, 사장님. 촬영해도 되죠?"

그의 오른쪽 눈은 자세히 보면 렌즈로 되어 있는 걸 볼 수 있다. 그의 오른쪽 눈은 카메라인 것이다.

'이미 찍고 있으면서 양해를 구하는 건가? 싸가지가 없는 놈이군.'

마음에 안 들지만, 어쩔 수 없었다. 놈은 손님이었다. 인터넷에서 제법 유명한 인플루언서라면 가게 매출에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홍보해줬으니 공짜로 달라고 하면 싸워야겠군.'

선을 딱 정하고 대답했다.

"네. 촬영 가능합니다. 다만, 저희 얼굴이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그건 걱정 마세요. 사람 얼굴은 자동으로 모자이크 되니까요."

그런 기능이 있었나. 이 세계의 기술력에 감탄한다.

"코리안 프라이드 치킨이랑 양념치킨 각각 하나씩 주세요."

“알겠습니다. 15분 정도만 기다려 주십시오."

나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냉장고에서 염지 된 닭고기를 꺼내 튀김 반죽을 입힌다. 그 후에 바로 기름을 넣고 튀긴다.

“어? 치킨을 두 번 튀기네요?"

“그게 비법입니다. 근데 왜 주방에 계신 겁니까?"

"하하…. 홀에 있기 뭔가 껄끄러워서요. 사장님. 제가 저 사람에 대해서 알아봤는데 꽤 유명한 사람이에요. 개인 방송을 하는 사람인 것 같은데… 지금 실시간 시청자 수만 2만 명이 넘어요. 알고 보니 국제적으로 유명한 사람이더라고요."

"잘됐군요. 이걸로 제 가게도 더 유명해질 수 있겠죠."

삐삐삐삑!

미리 설정해둔 알람이 울렸다. 튀김기에서 치킨을 꺼냈다. 하나는 그대로 접시에 담고, 하나는 준비된 양념 소스로 버무린다.

"…우와. 진짜 제가 아는 치킨이랑 다르네요. 생각했던 것보다 기름지지도 않고…."

"코리안 치킨이니까요. 나중에 한 마리 해드리죠. 지금은 우선 서빙부터 하세요. 치킨무를 주시는 것도 잊지 마시고요."

"옙. 치킨 나갑니다~"

나는 주방에서 남자를 살폈다. 남자의 테이블에는 카메라 2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남자는 시청자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비장한 표정으로 나온 치킨을 바라본다.

"드디어 코리안 치킨이 나왔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치킨과는 모습부터가 다릅니다. 치킨은 기름지고 눅눅한 느낌이 드는데… 이 치킨에선 그런 느낌이 안 들어요. 여러분도 인정하시죠? 아, 냄새도 기름 냄새가 심하지 않아요. 오히려 향긋한 냄새가 난다고 해야 할까? 이거 참, 치킨을 보고 군침을 흘리는 날이 올 줄이야…. 네. 가장 중요한 건 맛이죠. 일단 양념치킨은 킵 해두고 프라이드 치킨부터 맛보겠습니다."

그는 식기를 쓰지 않았다. 양손으로 뜨거운 닭다리를 하나 잡는다.

"치킨은 손으로 뜯어먹어야 제맛이죠! 손은 깨끗하게 닦은 거 여러분도 보셨죠? 자, 갑니다!"

입을 크게 벌리고 치킨을 베어 문다. 바사사사사삭! 그의 눈이 휘둥그레 커진다. 그는 치킨을 전부 삼키기도 전에 감탄사를 연발했다.

"오 마이 갓! 오 마이 갓! 이 치킨 미쳤어요! 이게 내가 알던 치킨? 씨발! 네오 런던은 지금까지 닭을 모욕하고 있었습니다! 우린 닭에게 고개 숙여 사과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너를 잘못 요리하고 있었다고!"

치킨의 맛에 흥분한 그가 소리치며 외쳤다. 그러는 중에도 그의 손은 꾸준히 움직여 치킨을 먹어 치우고 있었다.

"가게에서 돈 받았냐고요? 미쳤어요? 전 음식에 진심입니다. 아무리 유명한 레스토랑이라도 맛없는 건 맛 없다고 한다고요. 반대로 맛있는 건 맛있다고 합니다. 젠장. 이 치킨 너무 맛있어요. 아, 맞다. 양념치킨! 양념치킨도 있었죠! 그 전에 잠깐. 이 하얗고 네모난 것들을 먹어보겠습니다. 제 생각에 피클 같은데… 오. 피클보다 낫네요. 기름기가 싹 가시는 느낌이에요."

그는 치킨 무를 거의 흡입하듯이 먹었다. 이어서 그의 손이 양념 치킨으로 향한다.

"이 양념 치킨도 무척 기대되네요. 프라이드 치킨도 맛있었으니, 그 베이스로 만들어진 이 치킨도 분명 맛있겠죠. 자, 먹어보겠습니다!"

양념 치킨 닭다리를 베어 문 그의 눈은 커지다 못해 흔들렸다. 그는 몸에서 힘을 쭉 빼고 천장을 바라봤다.

“오 마이 치킨…. 미쳐버리겠네…. 이건 진짜…. 진짜입니다. 너무 맛있어서 눈물 날 것 같아요…. D구역 레스토랑에서 맛본 치킨 스테이크보다 이게 더 맛있습니다. 오버하지 말라고요? 전 최대한 오버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그야 리액션을 오버하면… 치킨을 먹을 수가 없잖아요."

그의 먹방은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나는 주방에서 그 모스을 보며 감탄사를 흘렸다. 그는 커다란 입으로 치킨을 넣고 5초만에 내뱉었는데, 뼈와 살이 완벽히 분리되어 있었다. 발골기계 인가 싶을 정도로 깨끗하다. 그러면서도 입술이나 옷에 묻는 것들이 하나도 없다. 돼지같은 모습과 다르게 아주 신사적으로 먹는다.

"먹다 보니 목이 마르군요. 사장님! 콜라! 콜라… 아니, 맥주 한 캔 주십시오!"

나는 카렐을 쳐다봤다. 홀의 일은 그녀의 몫이다.

“사장님을 부르셨는데요?”

"……."

손님이 원하니 가야겠지.

그는 맥주 한 캔을 원샷하고는 내게 말했다.

"잠깐 인터뷰를 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물론입니다."

그는 코리안 치킨에 대해서 물었고, 나는 고대 국가인 그레이트 코리아를 들먹이며 치킨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했다. 어떤 개소리라도 그에겐 상관없을 것이다. 그는 이미 코리안 치킨에 푹 빠졌으니까.

"처음에는 치킨 주제에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직접 맛보니 알겠더군요. 이 치킨 값은 터무니없이 싼 가격이라는 걸! 그런 의미에서 프라이드 치킨이랑 양념 치킨 한 마리씩 더 먹겠습니다!"

앉은 자리에서 치킨은 4마리 먹어 치운 그는 기분 좋게 값을 치르며 가게를 떠났다.

“…사장님. 점심때 치킨 해주실 거죠? 알바 모집 공고에 점심, 저녁 제공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어떤 치킨이요?"

“아, 둘 다 먹고 싶은데… 어떡하지….”

"아직 메뉴에는 없지만, 반반으로 해드릴게요."

딸랑.

문이 열리고 손님이 들어왔다.

“아. 여기네. 피셔가 와서 먹고 간 가게. 프라이드 치킨이랑 양념 치킨 한 마리씩 주세요!"

그를 이어서 손님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나는 씩 웃으며 주방으로 들어갔다. 카렐은 애매한 미소를 지으며 손님들을 응대하기 시작했다.

유유 치킨은 첫날부터 대박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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