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창염의 피닉스-1439화 (1,434/1,497)

< 1439화 > 1439. 제안

[유희를 종료합니다.]

[성유진

레벨: 84

근력: 110 체력: 110 민첩: 110 지능: 110 정력: 110 마나: 110]

[사용 가능 포인트: 20,956]

쌓인 포인트의 양은 내 마음을 풍족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어디에 쓸까.'

행복한 고민을 이어가던 나는 뇌전에 투자하기로 했다.

[10,000 포인트를 사용해 뇌전(雷電) Lv.10의 레벨을 상승시키겠습니까?]

'올린다.'

절반의 포인트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나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짜릿한 전류가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흐르는 감각을 느꼈다.

그건 섹스와는 다른 종류의 쾌락이었다.

"후우…."

작게 한숨을 쉰 나는 손바닥을 펼쳤다.

파지직.

손바닥 위로 시퍼런 전류가 일어났다. 전류는 내 의지에 따라 움직이더니, 무언가를 표현한다. 여자의 젖가슴이다.

'이런 정교한 컨트롤이 가능해졌다.’

예전에는 이 정도로 컨트롤 하기 위해선 상당한 집중력이 필요했다. 하지만 지금은 대충 생각하는 대로 뇌전이 내 뜻대로 움직인다.

'그리고….'

파지직 거리던 전류가 사라졌다. 허나 나는 뇌전을 컨건트롤 하고 있었다.

'맨눈에는 안 보이는 전자기까지 컨트롤 할 수 있지.'

활용도가 늘어났다.

나는 잠시 두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뇌천류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뇌천결(雷天結) 을 운용한다.

시작하자마자 알아차렸다. 뇌전의 레벨을 올린 것만으로 뇌천류의 경지가 올랐다. 이전에는 내 안에 있는 뇌기가 느껴졌는데, 이제는 내 몸에 흐르는 미세한 생체 전기까지 전부 느껴진다. 너무 막대하고 미세했기에 함부로 건들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일부는 내 뜻대로 조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조작해봤자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기에 안 할 뿐이다.

"좋네."

뇌천결로 뇌천류의 상태를 확인한 나는 씩 웃었다. 뇌전의 레벨을 하나 올렸을 뿐인데 뇌천류의 모든 면이 나아졌다.

'자, 남은 포인트는….'

사격에 투자하기로 했다.

사격의 효용성은 이미 증명했다. 지금 나는 200m 내의 표적은 거의 백발백중으로 맞출 수 있었다. 정신을 집중하면 그 이상도 가능하긴 한데, 역시 거리가 멀수록 조금씩 명중률이 떨어진다.

‘사격은 총으로 쏘아서 대상을 맞추는 것에만 국한되지 않아. 떨어져 있는 걸 맞춘다. 그 행위 자체를 가리키지.'

손으로 던져서 맞추는 것뿐만이 아니라, 발로 차서 맞추는 행위에도 포함된다. 그 외에도 [다크문] 세계에서 마법을 사용할 때도 큰 도움이 된다.

[사격 Lv.7

사격 실력이 늘어납니다.]

[1,400포인트를 사용해 사격 Lv.7의 레벨을 상승시키겠습니까?]

뇌전에 비하면 선녀처럼 보이는 포인트 요구지만, 레벨이 높아질수록 포인트 요구는 더 많아질 것이다.

'투자하기로 한 이상 아까워하지 않고 쓴다.'

[사격 Lv.11

사격 실력이 늘어납니다.]

[사용 가능 포인트: 256]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설마 레벨 10에서 레벨 11로 상승할 때 5,000 포인트가 들 줄은 몰랐다.

'뇌전에 비하면 절반이긴 하지만… 포인트를 순식간에 다 써버렸군.'

약간 후회된다.

차라리 능력치를 올리는 편이 더 낫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다.

'포인트야 다시 벌면 돼. 시간은 충분히 있으니까.'

나는 집 밖으로 나섰다.

레벨 11로 오른 뇌전.

얼마나 강해졌는지 궁금했다.

현실의 내 일상은 단조롭다.

늦게까지 잠을 자고, 마음 내키면 대학교에 등교하고, 오후에는 적당한 개방형 던전에 들어가 혼자서 몬스터를 사냥한다.

다른 헌터들과 함께 팀을 짜고 던전에 들어가는 건 귀찮았다.

'혼자서 할 수 있는데 굳이 같이 갈 필요는 없지.'

들어가는 던전은 B등급. 실질적으로 A등급의 실력을 갖춘 내겐 방심만 하지 않는다면 무난히 돌파할 수 있는 등급의 던전이다.

팀을 짜면 적당한 A등급 던전에서도 무난하게 사냥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싶다.

'현실에서 목숨 걸고 싸워도 실력이 확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나는 내 재능을 잘 알고 있었다. 현실에서 개고생 해가며 성장하는 것보다 유희세계에서 활동하며 얻은 포인트를 사용해 강해지는 쪽이 훨씬 빠르다.

'마음 같아서는 헌터란 직업도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도 몇 번 들지만….'

그래도 현실이다.

현실에서 S급 헌터가 되어 떵떵거리며 살고 싶었다.

'우선 정식으로 A급 헌터가 되어야겠지….'

그러러면 실적이 필요했다. 그리고 지금 나는 꾸준히 실적을 쌓고 있었다.

터벅터벅.

오늘도 B급 던전에서 몬스터를 썰고 집으로 돌아간다. 도중에 편의점을 들러 음료수를 샀다. 까다로운 내 입맛에 맞는 음료수는 콜라와 사이다 정도가 전부였다.

오피스텔 입구 앞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검은색 정장을 입은 남자는 깔끔하게 잘생겼다. 나이는 30대 초반 정도로 보이고, 비싼 손목시계를 찼다. 능력 있는 비즈니스맨이라는 아우라를 풀풀 풍긴다.

'새로 들어온 입주민인가? 여기 꽤 비싼데. 능력 있는 거 맞군.'

그 이상의 흥미는 없었다. 나는 그를 지나쳐 오피스텔로 들어가려 했다.

“성유진 씨. 잠깐 시간 내줄 수 있으십니까? 15분… 아니, 10분이면 됩니다."

나는 미간을 좁혔다.

"절 찾아온 겁니까?”

“일주일 전부터 전화했으나 받지를 않으시더군요."

"모르는 전화는 안 받는 주의라서요.”

"문자도 보냈습니다만…."

“사실 2번 연속으로 전화 올 때 차단했습니다."

나는 대한민국 헌터계에서 꽤 유명하다. S급 헌터인 한아영과 친하고, 단기간에 헌터 등급을 올리며 차기 대한민국의 S급 헌터 후보가 될지도 모른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떠돌고 있었다. 덕분에 헌터 길드, 헌터 전문 기자, 헌터 전문 유투버 등등 온갖 곳에서 연락이 온다.

그래도 처음에는 몇 번 진지하게 상대해주다가 귀찮아서 대충 2번 이상 오는 전화는 수신 차단하고 있다.

"…하하. 특이하시군요."

“그래도 이렇게 직접 찾아오는 경우는 드문데… 어디 길드세요? 참고로 전 이미 길드에 가입된 상태입니다. 아직 길드가 정식으로 창설되진 않았지만요."

“세븐티어 길드 말이지요. 알고 있습니다. 약간의 문제가 들어 길드 창설이 지체되고 있다지요."

“그렇게 됐으니 귀찮게 하지 말아주세요."

"잠시만요, 성유진 씨! 저는 헌터 길드에서 온 게 아닙니다! 저는 미국에서 왔습니다!"

"미국이요?"

미국.

그 이름에 나도 모르게 흠칫 떨었다. 미국에서 깽판 친게 바로 얼마 전이었다.

'정보 말살을 썼는데… 내 정체를 알아냈다고? 정보 말살이 제대로 발동되지 않은 건가?'

당혹스러운 상황에 생각이 많아졌다. 너무 많아져서 오히려 혼란스러울 정도다.

“저는 CIA 소속의 요원입니다. 반쯤은 미국 헌터 협회 소속이기도 합니다."

"……."

CIA.

말로만 듣던 그 조직.

평생 연이 없을 것 같던 그 조직이 나를 찾아왔다. 나는 식은땀을 흘렀다. 정말로 내가 미국에서 깽판친 걸 알아차린 건가?

"CIA라고 해서 너무 긴장하지 말아 주십시오. 딱히 성유진 씨를 범죄자로 생각하는 건 아닙니다. 제 임무는 유망한 헌터들에게 미국 귀화를 제의하는 것뿐입니다."

"아."

복잡하던 머리가 한순간에 정리되었다. 내가 우려했던 일로 찾아온 게 아니었다.

"귀화라…. 들어본 적 있습니다. 미국이 한국 헌터들을 상당수 데려간다고."

"미국의 위상.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만, 한국의 상태는 특수합니다. 좁은 땅에 비해 헌터가 지나치게 많은 편이지요. 덕분에 한국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만…."

"높은 곳으로 올라가길 원하는 헌터들에겐 마냥 좋은 것도 아니죠."

"예.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귀화가 아닌 다른 제안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미국 헌터 길드 알선이 그것이죠. 한국의 국적을 버리지 않고 미국에서 헌터 활동을 편히하실 수 있게 지원해 드립니다. 다만, 조건은 붙습니다. 최소 5년은 미국에서 활동해주셔야 한다는 조건입니다."

다니엘 김은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나는 그 이유를 짐작했다.

'한 번 미국 맛을 보면 쉽게 한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겠지.'

돈이 있으면 어디든 살기 나쁘지 않다. 특히 미국은 강대국이다. 중국이 어이없이 몰락하면서 경쟁상대도 없다. 러시아? 그 병신들은 내가 볼땐 미국의 상대가 아니었다.

'CIA 요원이 직접 움직여서 제안하니 다른 헌터들도 많이 혹했겠지. 근데 미국도 꽤 급한 모양이군.'

시간이 지날수록 생성되는 던전이 많아지고 있었다. 한국이야 국토 면적에 비해 헌터가 많으니 어렵지 않게 컨트롤 되고 있지만, 다른 나라의 경우는 아니었다. 그 예가 중국이다. 중국은 던전이 감당하지 못해 개판이 났다. 어떻게든 수습되는 중이긴 하나, 이전의 힘을 회복하려면 수십 년은 걸릴 것이다.

'미국은 중국보다 면적이 더 넓지.'

중국과 같은 최악의 경우를 피하기 위해 헌터들을 영입하려는 것이다.

"미국은 성유진 씨에게 최고의 대우를 보장해 드립니다. 귀화를 선택하실 경우, 향후 10년간 모든 세금에서 면제되는 것은 물론이고, 원하시는 미국 길드와 연결해 드리겠습니다. 또한, 저택과 자동차는 물론이고 생활보조금과 품위유지비도 지급해 드립니다. 그 액수는 자그마치…."

"됐습니다. 미국에 갈 생각은 없습니다. 전 지금 생활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그럼, 수고하세요."

미국에 가라고?

내가 미쳤다고 거기에 가나?

'대가 없는 호의는 없지. 내가 제안을 받아들이면 미국은 어떻게 해서든 본전을 뽑으려 들 거야.'

이런저런 일들을 시킬 게 분명했다. 미국에 가면 단숨에 피곤해질 것 같았다.

'S급 헌터가 되고 싶긴 해도, 개처럼 일하고 싶진 않다고.'

누군가의 명령을 받는 것도 질색이다.

내가 왜 거대 길드에 들어가지 않았는가. 이용당하기 싫어서다. 누군가의 지원이 없어도 강해질 수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유희 생활 어플이 있는데 미국이 대수냐.'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간다.

뒤에서 다니엘 김이 다급히 나를 불렀다.

“서, 성유진 씨! 미국은 더 많은 것을 성유진 씨에게 제공할 수 있습니다! 원하시는 게 있다면 말해주십시오! 협의를 통해…."

"됐습니다. 전 한국에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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