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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염의 피닉스-1429화 (1,424/1,497)

< 1429화 > 1429. 아카데미의 구원자

“…회장님. 직접 와보셔야 할 것 같은데요.”

나는 레이첼을 불렀다.

상자에 들어 있는 물건들은 내가 아닌 모두 레이첼을 위한 물건이었다. 역시 이 던전의 중심이자 핵심은 그녀다. 에로 트랩 던전의 주인공이라니… 전혀 부럽지 않았다.

"뭐, 뭔가요. 상자에 뭐가 나왔나요?"

"옷이요. …아니, 갑옷이라 해야 하나?"

"아무튼 입을 수 있는 옷이라는 거죠? 알았어요. 제가 갈게요. 당신은 물러서 주세요. 이쪽은 보지 마시고요."

"벽보고 있겠습니다."

벽을 향해 걸어갔다. 방안의 벽은 깔끔하게 마감되어 있었다. 심심해서 벽을 만져봤다. 까칠한 부분 없이 매끈하다.

뒤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레이첼이 천천히 상자 쪽으로 움직이는 기척이다.

‘궁금하네. 천안을 사용할까? …응?'

벽에 변화가 생겼다. 벽에 손바닥만 한 거울이 나타난 것이다. 나는 슬쩍 몸을 조정했다. 거울로 레이첼을 볼 수 있었다.

'크크. 이 던전…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드는군.'

레이첼은 내가 보지 않음에도 양손으로 중요 부위를 가리며 상자로 신중히 걷고 있었다. 팔에 눌린 하얀 젖가슴은 마시멜로처럼 부드러워 보였다.

그녀는 상자 속의 물건들을 보고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랐다.

“이, 이게 뭐야?!"

그럴 만도 했다.

상자 속에 있는 검을 둘째치고 방어구는 옷이라고도 부르기 민망한 비키니 아머니까. 그것도 중요 부위만 겨우 가리는 마이크로 비키니 아머다.

"이, 이런 걸 저보고 입으라고요?!"

"그렇게 말씀하셔도…. 이걸 준비한 건 제가 아니라 던전입니다. 입지 않으실 겁니까? 전 회장님의 선택을 존중하겠습니다."

"입을… 거예요. 이런 것이라도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나으니까요. 큭."

그 말대로다. 그녀에겐 선택지가 없었다. 던전은 이제 초입부다. 던전을 클리어하기 위해선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알몸으로 있을 순 없었다. 마이크로 비키니 아머라도 없는 것보단 낫다.

상자 앞에 쪼그려 앉은 그녀는 보지를 가리던 손을 떼페고 상자의 물건을 꺼낸다. 하반신이 상자로 가려져서 보지가 보이지 않았다. 파란색 비키니 아머를 손에 든 그녀는 나를 힐곳 바라봤다. 그녀는 몸을 돌려 비키니 아머를 입었다.

'거울로 보고 있는 걸 눈치챘나?'

아닐 것이다. 눈치챘다면 난리 쳤을 것이다. 그저 심리적인 문제라고밖에 할 수 없다. 나는 그녀의 풍성한 백금발과 둥글고 큰 엉덩이를 보면서 입맛을 다셨다.

“하아. 이 물건에 붙어 있는 공격력이랑 방어력은 또 뭔가요? 의미 있긴 하나요?"

"있겠죠?”

"…검이 공격력 10인데 이 몸도 제대로 가리지 못하는 갑옷이 방어력 55라니. 좀 많이 이상한 것 같아요."

“이상한 건 이 던전 자체죠."

“…그건 그러네요."

"사이즈는 어떻게 잘 맞으십니까?"

“기분 나쁘게도 딱 맞아요. 던전이 제게 입으라고 준비해둔 물건이네요."

“…다 입으셨다면 돌아봐도 되겠습니까?"

“아뇨, 안 돼요. 너무 부끄러워요."

“우린 이제 던전에 들어왔습니다. 계속 이런 식으로 가는 건…."

"알고 있어요. 성 군은 가뜩이나 몸도 안 좋은 상태죠. 제가 정신을 단단히 차려야 한다는 건 알고 있는데…. 좀처럼 부끄러움이 가시지 않네요.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을 주세요."

“네."

그녀는 검에 손에 쥐고 거의 3분 동안 가만히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내 쪽으로 몸을 돌리고는 말했다.

“이제 괜찮아요. 돌아보세요."

돌아봤다.

"……."

빤히 그녀를 바라봤다. 마이크로 비키니 아머답게 정말 아슬아슬하게 중요 부위만 가린다.

마나를 이용해 시력을 올렸다. I컵 젖가슴의 위엄은 엄청났다. 그 크기는 가슴에 수박을 두 개 달고 있는 것 이상이다. 가슴 사이의 깊은 골은 내 발기한 자지를 넣고도 여유가 남을 정도다. 특히 놀라운 건 젖가슴 아래 부위와 배꼽까지의 거리가 반 뼘도 되지 않을 것 같다.

파란색 비키니 아머 옆으로 옅은 분홍색 유륜이 살짝 삐져나왔다. 레이첼 본인은 모르는 모양이다.

엄청난 가슴이 먼저 시선을 끌었지만, 그녀의 하반신도 엄청나긴 매한가지였다. 아슬아슬하게 보지를 가리는 팬티는 조금만 격렬하게 움직여도 보지가 공개될 것 같다. 크고 토실한 엉덩이와 허벅지는 가슴 못지않게 부드러워 보인다.

"뭐라고 말이라도 좀 해봐요…. 너무 어색하잖아요!"

"…말하는 편이 더 어색하지 않나 싶어서 조용히 있었던 건데… 음. 그… 잘 어울릴 시네요."

"네. 고맙네요. 전 부끄러워 죽을 것 같지만요."

덜컹!

출구가 열렸다. 레이첼은 이 어색한 상황에서 벗어나듯 몸을 획 돌렸다. 풍성한 백금발이 흔들린다. 나는 뒤쪽 벽을 바라봤다. 그녀의 모습을 비추던 거울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출구로 나가기 전, 레이첼이 말했다.

"좋은 생각이 났어요.”

"무슨 생각이요?"

"우리가 꼭 던전의 의도에 끌려다녀야 하나요? 길이 없다면… 길을 만들면 되죠."

레이첼은 벽을 향해 용사의 검을 휘둘렀다. 검이 튕겨 나간다. 벽에는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여긴 던전. 그것도 특수 던전입니다. 물리적으로 던전을 손쉽게 파괴할 수 있었다면… 히어로들은 더 편하게 일했겠죠.”

"…하아. 네. 알고 있었어요. 그냥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죠. 자, 앞으로 나아가죠.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제가 앞장설게요."

그녀가 앞으로 걸어간다. 덕분에 대놓고 그녀의 뒤태를 감상할 수 있었다.

'엉덩이 죽이네.'

걸을 때마다 크고 탄력적인 엉덩이가 실룩인다. 당연한 말이지만 엉덩이를 가리는 면적도 적다. 엉덩이 사이만 겨우 가리고, 두 개의 살덩어리는 완전히 노출된 것이나 다를 바 없었다.

'다음 방에는 뭐가 나오려나.'

몬스터가 나왔다.

“크르르르…."

사람 크기만 한 검은색 개였다. 생김새는 도베르만을 닮았고 미친 듯이 흥분한 상태였다. 우리가 들어가자마자 바로 공격성을 내보이며 달려들 정도로. 하지만 목을 묶은 쇠사슬이 방 천장과 이어져 있었기에 우리를 바로 공격하지 못했다.

나는 개의 배 쪽을 쳐다봤다. 성기가 발기해 있었다.

'시발. 에로 트랩 던전을 성실하게 구현했군.'

저 개에게 패배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뻔했다. 나는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최악의 경우가 발생할 것 같으면 바로 내가 개입할 생각이었다.

“드디어 몬스터가 나와서 평범해지나 싶었는데… 이 던전은 하나같이 상스럽네요."

그녀는 검은 개의 발기한 성기를 보고서도 침착함을 유지했다. 부끄러움은 견디기 힘들어하는 주제에 이런 부분에서 멘탈이 강했다.

『검은 개를 처치하십시오.』

던전이 우리가 해야 할 목표를 알려주었다.

동시에 검은 개의 목줄이 풀린다. 검은 개는 내게 시선조차 주지 않고 레이첼을 향해 달려들었다. 레이첼은 검은 개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완벽한 타이밍이었다. 서걱! 발정 난 검은 개의 오른쪽 앞다리가 잘렸다. 놈은 너무 무식하게 돌진했다.

“크하아아아악!”

검은 개는 앞다리가 잘렸음에도 멈추지 않았다. 입을 크게 벌려 레이첼의 오른쪽 팔을 물었다. 그러나 이빨은 레이첼의 피부를 뚫지 못했다. 되려 강철을 문듯한 깡! 소리가 났다.

'비키니 아머 효과 확실하구만.'

긴장을 어느 정도 풀 수 있었다. 물론 위험한 상황인 만큼 연기는 해야겠지.

“회장님!"

"전 괜찮아요. 이 갑옷, 방어력 55라는 말이 틀린 게 아닌 것 같으니까요."

레이첼이 침착하게 용사의 검을 휘두른다. 공격력+10짜리 검은 아주 잘 베었다.

서걱, 서걱, 서걱!

결국 검은 개의 숨통은 끊어졌다. 처음으로 마주친 몬스터라 약한 건지 몰라도 공략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검은 개는 죽으면서 그 시체가 사라졌다. 레이첼과 내 몸에 묻었던 피도 동시에 사라졌다.

쿵!

천장에서 무언가가 떨어졌다. 레이첼이 먼저 다가갔다.

“이건… 성 군의 무기…? 인 것 같네요."

“제 무기요?"

나는 가까이 다가갔다.

그건 윗부분이 십자로 된 강철 지팡이였다.

『법사의 지팡이

회복과 축복을 사용할 수 있다. 체력과 정력을 소모한다.

남자만 사용할 수 있다.

부작용으로 지팡이를 들고 있을 시 발기한다.』

'……여자만을 위한 에로 트랩이 아니었나.'

당황스럽긴 하지만 나쁘지는 않다. 레이첼만 고생하게 되면 알게 모르게 앙금이 남게 된다. 이걸로 나도 전투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거 사용할 건가요?"

“사용해야죠. 회복과 축복. 자세한 능력을 몰라도 무시무시하게 좋은 능력일 테니까요."

“그, 부작용이 있는데요?"

"회장님이 그런 모습으로 싸우는데 저만 뒤에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습니다."

“…부탁드릴게요. 마음 같아선 그만두라고 싶은데… 이 던전의 앞에 제 힘만으로 감당하기 힘든 더 위험한 몬스터가 튀어나올지 몰라요."

"네. 그렇죠. 제가 최대한 회장님을 서포트하겠습니다."

"너무 자주는 안 해도 돼요. 위급할 때만…. 회복과 축복을 사용할 때, 체력과 그… 저, 정력을 소모한다잖아요."

“제 걱정은 마십시오. 체력 컨트롤이면 문제없고, 정력은 자신 있습니다."

땅에 떨어져 있는 법사의 지팡이를 손에 쥐었다가 흠칫했다. 육체가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반응했기 때문이다. 자지가 발기한다. 바지 위로 그 굵고 긴 형태가 드러났다.

“…헉!"

깜짝 놀란 레이첼이 황급히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지금은 이렇게 반응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져서 아무렇지 않을 것이다.

덜컹!

새로운 문이 열렸다.

이번에는 문이 두 개였다. 오른쪽과 왼쪽. 즉, 갈림길이다.

"회장님. 어디로 갈까요? 이번에도 오른쪽이요?"

"…이번에는 왼쪽으로 가죠. 오른쪽으로 왔다가 옷이 전부 녹아버리고, 이런 갑옷 같지도 않은 갑옷을 입게 됐으니…. 오른쪽은 선택하고 싶지 않네요."

"알겠습니다. 왼쪽으로 가죠."

나는 갈림길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다.

여긴 에로 트랩 던전이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간에 늦든 빠르든 그녀가 비키니 아머를 입었을 거라는 게 내 생각이다. 그리고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점점 더 수위가 높아지겠지.

지금 내가 가장 신경서야 할 건 이 던전이 아니라 레이첼이었다.

『레이첼 크레이그의 호감도: 36』

던전에 들어왔을 때보다 호감도가 3 올랐다. 시간으로 따지면 1시간 넘는 수준이다.

'이 던전에 나랑 둘이서 갇혀 있으니… 호감도가 오를 수밖에 없지.'

내가 이상한 짓만 하지 않는다면. 호감도는 꾸준히 오를 것이다. 원래 무슨 일을 같이하면 유대감이 생기기 마련이니까.

다음 방에 도착한다.

방이 꽤 넓었다. 70평은 되어 보였다. 10평도 안 될 것 같았던 방들과 달랐다. 그리고 바닥을 보면 마치 길을 표현하듯 선이 그어져 있다.

『레이스에서 승리하세요.』

무슨 레이스인가.

우리가 당황할 때, 방 중심에서 홀로그램으로 된 여성이 튀어나왔다. 얼굴도, 머리카락도 없다. 알몸인데 보지도 꼭지도 없다. 그냥 여성의 체형만 표현한 홀로그램이다. 홀로그램은 시작지점에 쪼그려 앉아 있었다. 양손은 머리 뒤로 올려 당당하게 겨드랑이를 내보였다.

'이거 설마. 오리걸음 레이스인가?!'

악랄함에 치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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