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28화 > 1428. 아카데미의 구원자
"……던전 입구에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겠어요. 던전 공략을 시작할게요."
각오를 굳힌 레이첼이 선언한 순간이었다.
쾅.
뇌와 심장이 동시에 터지는 느낌이 들었다.
[죽음 저항이 발동했습니다. 앞으로 15초간 죽지 않습니다.]
'이런 시발.'
어이없이.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머리와 심장. 그 둘 중 하나만 터져도 죽는데, 동시에 터져버렸다.
레이첼은 내 죽음을 아직 알아차리지 못했다. 죽었다가 다시 깨어나는 걸 그녀에게 자랑하듯 보여줄 순 없었다. 완전 회복은 내 비장의 수단이니까. 그녀가 내 죽음을 깨닫기 전에 완전 회복을 사용했다.
[완전 회복을 사용합니다.]
다행히 연기라면 자신 있었다.
'레이첼은 내가 정령 소환의 반동으로 이렇게 되었다고 믿고 있으니, 당분간은 정령 소환은 해선 안 되겠군.'
비장의 한 수는 알려지지 않았기에 비장의 한 수다. 어쩔 수 없는 아슬아슬한 상황이 될 때까지 연기할 생각이다.
'우선, 이 던전의 난이도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는 게 먼저야.'
음혹의 굴이란 이름의 던전. 원작에서는 없는 던전이었다. 공략하기 위해선 최소한의 정보가 필요하다.
"성 군, 갑자기 안색이 좋아졌네요…?"
“가문의 비술입니다. 이걸로 위험한 고비는 넘겼지만… 몸은 정상이 아닙니다. 걸을 수는 있지만, 싸우는 건 힘들 것 같습니다."
"지금 싸우는 게 문제인가요? 당신이 피를 토한 양은 명백히 치사량이 넘었다고요. 언제 올지 모르는 구조를 기다릴 바에는… 던전을 공략하는 게 맞아요. 제가 앞장서죠. 성 군은 조심히 따라오세요."
레이첼이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럼에도 영 그녀가 믿음직스럽지 않았다.
『이름: 레이첼 크레이그
근력: B- 체력: C+ 민첩: C 내구: C 마나: D+
특성: 마탄의 사수(A+)
스킬: 저격(A), 정화(C), 마법(D)
호감도: 33』
그녀의 능력치는 전반적으로 밸런스 잡혀 있고 우수했다.
마탄의 사수(A+)
이 세계의 능력자들은 보통 마나 전달이 잘 되는 냉병기를 쓰는데, 레이첼은 특성에 의해 총기를 쓴다. 문제는 지금 그녀가 가진 총기는 하나도 없다는 거다. 여차할 때는 내가 인벤토리에서 총기를 꺼내 그녀에게 줘야 할 수도 있다.
'될 수 있으면 인벤토리도 숨기고 싶은데.'
아공간의 존재는 이미 알 사람은 다 알지만.
'나중에 레이첼이 알게 되면… 총이 없었다고 잡아떼면 되겠지.'
레이첼은 긴장하며 지하 계단을 내려갔다. 나는 고통스러운 연기를 하며 그녀의 뒤를 따라 내려갔다.
대충 계단 30개를 밟고 내려
굴이 나왔다. 천장에는 형광등도 없는
굉장히 밝았다. 울퉁불퉁한 회색 동굴 벽이 아주 잘 보일 정도로.
'벽이나 천장과 다르게 바닥은 대리석이군. 그것도 바닥재로 가공된 대리석.'
던전은 뭐가 나타나도 이상하지 않은 곳.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몬스터는… 없네요. 입구에서부터 맞닥뜨리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오히려 안 좋은 거 아닌가요. 몬스터의 종류를 알 수 없잖아요."
"몬스터를 상대해야 하는 던전이 아닐 수도 있어요. 그렇게 생각하면 훨씬 이득이죠? 우리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해봐요. 자, 앞으로 나아가죠.”
"…회장님. 무기가 없는데 괜찮으신가요?"
“이럴 때를 대비해 격투술도 배웠으니, 절 믿으세요."
동굴 안으로 들어간다.
나는 동굴을 걸으며 의아함을 느꼈다. 보통 던전의 환경은 동굴형태라 하더라도 빈말로도 쾌적하지 못하다. 동굴에 열기로 가득하거나, 반대로 한기가 고여있거나, 습기가 너무 많아서 숨쉬기 힘든 곳도 있다.
그런데 이 동굴은 온도와 습도, 그 모든 것들이 쾌적했다.
앞으로 쭉쭉 나아가던 우리는 1분도 되지 않아 멈춰야 했다. 그녀는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갈림길이군요."
"왼쪽과 오른쪽. 입구는 둘 다 비슷하게 생겼군요. 냄새나 온도도 똑같습니다. …어느 쪽으로 갈까요?"
"조심히 들어갔다가 아니다 싶으면 돌아와 반대쪽 길로 가면 되겠죠. 전 보통 이럴 때 오른쪽을 선택해요. 성 군은요?"
"전 이럴 때 침을 뱉습니다. 텟. 음. 침의 모양이 오른쪽을 가리키는군요."
"…더러워요. 두 번 다시 그러지 마세요."
우리는 오른쪽 길을 갔다.
길의 끝은 직사각형의 벽으로 막혀 있었다.
"막힌 길…. 아무래도 잘못 선택한 것 같네요."
"일단 한 번 살펴보죠. 뭔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벽에 가까이 다가가자, 벽 일부가 지이잉하고 열렸다. 자동문이었다. 안쪽은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입구에서 서로를 바라봤다.
"회장님. 들어가죠. 몬스터의 기척은 없습니다. 돌아가서 왼쪽 길로 가도 여기와 비슷하겠죠. 아무 정보도 없는 지금은 차라리 신중하게 나아가는 편이 좋습니다."
“그렇긴 하죠. 후우. 긴장되네요. 제가 먼저 들어갈게요."
우리가 들어가자 기다렸다는 듯이 불이 켜졌다. 그리고 자동으로 열렸던 문이 자동으로 닫혔다.
직사각형 방에 갇힌 것이다. 방의 중심에는 펌프가 있었다. 아래로 내리면 자동으로 위로 올라가는 수동 강철 펌프.
『펌프로 문을 여세요.』
알림창이 떴다.
레이첼도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는 것을 보니 나만 보이는 알림창은 아닌 모양이다. 이건 던전이 우리에게 하는 지시였다.
"과연, 이런 던전인거네요. 몬스터를 상대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더 알 수 없어진 던전의 목적에 불안에 떨어야 할까요?"
"…일단 전투가 없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펌프, 제가 할까요?"
“아뇨. 제가 할게요. 성 군의 몸이 안 좋은 상태인 걸 뻔히 아는데 그런 일을 시킬까요."
레이첼이 펌프로 다가갔다.
펌프의 손잡이를 양손으로 잡고 몸무게를 실어 아래로 힘차게 내린다.
덜컹!
펌프에서 경쾌한 소리가 났다. 직후, 천장에서 점도 높은 녹색 액체가 레이첼의 오른쪽 어깨에 떨어졌다.
"꺄악?! 이게 뭐야?!"
치이이익!
오른쪽 어깨에서 연기가 일어난다!
"회장! 빨리 어깨 털어요!"
"터, 털었어요!"
"연기가 나던데 피부는 괜찮아요? 녹은 건 아니죠?!"
"피부는 아무렇지 않아요. 근데…."
나는 레이첼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녀의 말대로 어깨는 괜찮았다. 다만 액체가 닿은 옷의 부위가 녹아 사라졌을 뿐이다. 새하얀 어깨였다. 보니까 그녀의 오른쪽 가슴도 약간이지만 내려갔다. 어깨 브라끈도 같이 녹은 모양이다.
시선을 내렸다. 바닥에 떨어진 녹색 액체가 보였다. 손가락으로 만져봤다. 미끄덩거릴 뿐이다.
'……옷만 녹이는 액체?'
머리가 팽팽 돌아갔다.
단서는 다 있었다.
던전에 갇혔을 때, 나는 럭키 스케베 부적의 부작용을 받아 치명적인 피해를 받았다. 그리고 레이첼이 던전 공략을 결심했을 때 한 차례 사망하기까지 했다.
던전의 이름인 음흑의 굴. 음혹(淫惑)의 음은 음란하다 할 때의 그 음이다.
'지나칠 정도로 환경이 편하고, 위험한 몬스터의 기척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피부는 아니고, 옷만 녹이는 끈적한 액체….'
그 모든 걸 조합하자 하나의 결론이 나온다.
'에로 트랩 던전…!'
확신하기에는 아직 이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직감이 말하고 있다. 음혹의 굴은 에로 트랩 던전이라고!
레이첼은 다시 펌프를 잡아 아래로 내렸다. 또 천장에서 그녀에게 액체가 떨어진다. 경계하고 있던 레이첼은 잽싸게 몸을 옆으로 움직여 액체를 피했다.
“이제 알겠네요. 펌프를 하면 액체가 떨어지는군요. 문은… 아, 저기 있다. 미세하지만 조금 열렸어요. 이 기세면 100번 정도는 펌프를 해야겠네요…."
"회장님. 이 정도는 제가 할 수 있어요. 제가 펌프를 하겠습니다."
"됐어요. 상태가 안 좋은 당신을 무리시킬 수 없어요. 성 군은 가만히 있으세요."
레이첼이 펌프 손잡이를 계속 잡아당겼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녹색 액체는 더 많아졌다. 그리고 갈수록 교묘해졌다. 아무리 레이첼이라도 하기 힘들 정도로. 50번 정도 했을까. 레이첼의 복장은 굉장히 아슬아슬해졌다. 그녀는 얼굴을 토마토처럼 붉히고, 부들부들 떨리는 양손으로 펌프를 잡았다. 녹은 블라우스와 치마 때문에 보라색 브래지어와 팬티가 보였다. 팬티의 일부도 녹아서 무척 야하다.
"…회장님. 안 되겠습니다. 이제부터 펌프는 제가 할게요. 회장님은… 제 옷이라도 걸치고… 엇?"
"왜, 왜 그러세요? 몸이 안 좋아지셨나요?"
"그, 그게 아니라 옷을 벗을 수가 없어요."
"네?"
나는 옷을 벗으려고 했다. 하지만 손가락이 옷을 벗으려고 하는 순간 계속 미끄러진다.
“이런 상황에 그런 장난은 진짜 아니잖아요."
"장난이 아닙니다! 진짜라고요!"
"하아."
레이첼이 펌프에서 손을 떼고 내게 다가왔다. 망가진 브래지어는 제 기능을 못했다. 그녀가 걸을 때마다 I컵의 폭유가 출렁출렁 움직였다. 다가온 그녀는 내 옷을 만졌다.
"자, 이렇게… 어?"
내 옷을 벗기려는 순간 그녀의 손도 여지없이 미끄러진다.
"아무래도 이 던전의 효과인 모양입니다. 제 겉옷이라도 입혀 드리고 싶었는데… 이 던전은 그것도 허락 안 해주는군요. 회장님. 이제 펌프는 제가 하겠습니다. 그 정도는 할 수 있어요."
레이첼이 뭐라 하기 전에 펌프를 잡았다.
문은 이미 반쯤 열려 있었다. 반쯤 열린 틈으로 기어서 나가려는 시도를 해봤는데 보이지 않는 벽에 막혀 실패했다.
"성 군! 무리하지 마세요!"
레이첼의 말을 무시하고 펌프 손잡이를 아래로 내렸다.
덜컹!
천장에서 당연하다는 듯이 액체가 떨어졌다.
"꺄아아아아악!"
레이첼에게.
“…응?"
다시 한 번 덜컹!
이번에도 레이첼을 향해 녹색 액체가 떨어진다.
'이래야 에로 트랩 던전이지!'
마음 같아선 있는 힘을 다해 펌프질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나는 환자를 연기해야 한다. 그리고 레이첼과의 관계도 신경 써야 한다.
"회장님! 괜찮으십니까?"
"아, 안 괜찮아요! 이쪽 보지 마세요!"
레이첼이 몸을 돌리며 외쳤다. 그녀의 새하얀 등과 너무 커서 등 옆으로 삐져나온 젖가슴살이 보였다. 그녀의 상의는 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이미 옷이라고 부르지 못할 정도로 누더기가 되어 있었다.
'브래지어와 블라우스는 갔군. 치마는 가기 직전이고, 팬티는 그나마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군.'
안 보는 척 하면서 다 본다. 레이첼의 몸매는 역시 꼴렸다.
“…회장님."
"후우. 여기서 멈출 수 없어요. 천장에서 나오는 액체는 최대한 피해볼 테니·. 성 군은 펌프질을 해주세요. 성 군은 쉬어야 하는데… 일을 시켜서 미안해요.”
“아니요, 괜찮습니다. 최대한 천천히 하겠습니다!"
덜컹!
천장에서 녹색 액체가 떨어진다.
나는 곁눈질로 액체를 피해 도망가는 레이첼을 바라봤다. 가슴이 워낙 크다 보니 두 팔로 가슴을 전부 가리지 못했다. 그리고 액체는 조금씩 레이첼의 치마와 팬티를 녹이고 있다.
덜컹!
덜컹!
덜컹!
"……."
결과는 정해져 있었다. 레이첼의 치마와 보라색 팬티는 사라졌다. 녹색의 끈적한 액체는 그녀의 양말은 물론이고 구두까지 녹였다. 그녀는 말 그대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 되어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녀는 오른손으로 보지를 가리고, 왼팔로 가슴을 가렸다. 중요 부위만 아슬아슬하게 가려졌다. 다만, 젖가슴이 큰 만큼 유륜도 커서 살짝 삐져나온 부분이 보였다. 유륜은 열은 핑크색이었다. 보지는 보지 못했지만, 아랫배는 봤다. 보지털 없이 매끈매끈했다.
쿵!
문이 완전히 열렸다.
"회장님! 펌프가 안 움직입니다. 아마 이제 문을 통해 밖으로 갈 수 있을 겁니다."
"……성 군. 먼저 가세요. 절대 뒤돌아보지 마시고요."
"넵."
망설이지 않고 먼저 문밖으로 나갔다.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이제 막 에로 트랩 던전의 1단계를 통과한 참이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길을 쭉 걸어가니 새로운 방이 나왔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나와 레이첼이 들어가니 불이 켜지고 문이 닫혔다.
방의 중심에는 상자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상자를 여세요.』
레이첼은 I컵 폭유와 빽보지를 가리느라 양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내가 상자에 접근했다.
“조심하세요! 함정일지도 몰라요!"
"예. 조심하겠습니다."
조심은 개뿔.
여긴 에로 트랩 던전이다. 어떤 함정이 나와도 내 입장에선 나쁘지 않다.
상자를 열었다.
안에는 파란색 마이크로 비키니 아머와 검 한 자루가 놓여 있었다.
『용사의 검.
공격력+10
여자만 사용 가능.』
『용사의 갑옷
방어력+55
여자만 착용 가능.』
"…회장님. 직접 와보셔야 할 것 같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