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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염의 피닉스-1425화 (1,420/1,497)

< 1425화 > 1425. 아카데미의 구원자

'최근에 섹스를 안 했지…. 욕구불만이겠군.'

내가 최다연을 찾아가지 않았다.

최정화와 한 약속이 있기 때문이다. 마음에 들지 않아도 일단 최정화와 한 약속은 지켜야 한다. 그래서 요즘에는 일부러 최다연과 거리를 벌리고 있다. 그렇다고 완전히 배척하는 것도 아닌 애매한 관계다.

'완전히 배척할 순 없지. 너무 배척하면 최악의 경우가 발생할 수 있으니까.'

내가 말하는 최악의 경우란 최다연이 다른 남자에게 가는 거다. 뭐, 확률로 따지면 1%도 되지 않는 경우다. 자존심 높은 최다연이 다른 남자에게 매달릴 일도 없고, 어지간해선 만족하지 못할 테니까. 그나마 나니까 선민의식이 있는 최다연과 대등하게 마주할 수 있는 거다.

'일은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어. 설마 목욕탕에서 혼자 자위할 줄은 몰랐지만….'

최다연은 마조다. 노출에 대한 수치심을 쾌락으로 느끼는 성향도 약간이지만 존재한다. 그러나 이렇게 대놓고 목욕탕에서 자위를 할 정도는 아니다.

'나랑 섹스로 만족하다가 자위를 하니 쉽게 만족하지 못한 거겠지. 그러다 자극을 추구해서 이렇게 된 걸 테고.'

뻔하다면 뻔했다.

'크크. 최다연. 섹스하고 싶으면 자존심을 내려놔야 할 거야.'

최정화와 한 약속이 있기에 내가 먼저 최다연에게 손을 뻗을 수 없다. 하지만 최다연 쪽이 먼저 내게 손을 뻗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나는 당하는 척, 어쩔 수 없는 척 최다연과 몸을 섞는다.

'그리고 최정화가 그 사실을 알게 되고….'

이 모든 건 자매 덮밥을 위한 일이다.

"흐읏, 학, 흣….”

바위 위에 앉은 최다연의 다리에 힘이 들어간다. 그녀의 보지에는 손가락 3개가 들락거리고 있다. 보지털은 흠뻑 젖어서 미역처럼 꼬물거렸다.

찌걱찌걱찌걱!

보지 쑤시는 소리가 목욕탕을 가득 채울 만큼 그 소리는 격렬했다. 나는 다시 한번 충동을 느꼈다. 귀신 망토를 벗고 뛰쳐 들어가서 당장 최다연의 보지를 자지로 쑤셔버리고 싶었다.

'참아야지 여기서 덮쳐버리면 지금까지 해온 것들이 물거품이 되니까. 오늘 밤에는… 최정화를 따먹자.'

"히햐아아아아악!"

최다연이 허리를 꺾으며 보지를 위로 들었다. 손가락을 물고 있는 보지는 움찔대며 분수를 뿜었다. 조수가 타일과 욕탕에 떨어진다.

"흐읏, 하극… 흣…."

그녀는 천천히 보지에서 손가락을 빼냈다. 찌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손가락이 빠져나온다. 손가락에는 끈적한 액체가 잔뜩 묻어 있었다.

최다연의 분홍색 보지는 끊임없이 움찔댄다. 그 모습은 꼭 먹이를 더 달라고 하는 아기새 같았다.

마음 같아선 정액을 주입해주고 싶지만….

'다음에 기회가 올 거야.'

나는 최다연이 샤워기로 향하는 것을 보고 목욕탕 밖으로 나갔다.

아라시 아카데미의 나는 바쁘다.

교류전이 진행되는 동안 목표한 여자들은 따먹으려면 꾸준히 움직여야 한다. 나는 이 여자, 저 여자를 만나며 바쁘게 돌아다녔다.

'신보 레이카, 미야카도 메이코, 레이첼 크레이그. 이 세 명은 반드시 따먹는다.'

동급생, 무녀, 학생회장.

각각의 매력을 가진 그녀들은 아라시 아카데미 TOP3에 드는 미녀들이었다.

신보 레이카와 미야카도 메이코는 꾸준히 만나서 관계를 진척하고 있다. 그녀들의 경우 첫 단추를 잘 끼웠다. 아니, 길을 잘 선택했다는 말이 맞다. 내가 크게 실수를 하지 않는 한 호감도는 꾸준히 오를 것이다.

'문제는 그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거야. 더 좋은 계기가 있으면 관계가 더 빠르게 진척될 수 있겠지.'

게임으로 치자면 그녀들과 관계된 이벤트가 필요했다. 그리고 그 이벤트 발생 조건은 이미 충족했다.

나는 효도 유우키와 함께 레이카와 메이코를 옥상에서 만났다. 드물게도 메이코가 먼저 내게 할말이 있다고 말한 것이다.

레이카와 유우키까지 불린 것을 보면 무슨 내용일지 대충 짐작 간다.

『미야카도 미에코의 호감도: 41』

『신보 레이카의 호감도: 66』

반사적으로 그녀들의 호감도를 확인했다. 만족스러운 수치다. 그간 공들인 보람이 있었다. 특히 레이카 공략이 너무 순조롭다. 그녀는 날 빤히 바라보다가 얼굴을 붉히는 일이 몇 번 있었다.

“성 군. 염치없지만 당신에게 부탁할 일이 있습니다."

옥상 위의 의자에 앉은 미에코가 진지한 얼굴로 내게 말했다.

"내게만 하는 부탁이야?"

“신보 양과 유우키는 고맙게도 제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습니다. 성 군이 제 부탁을 들어주시기로 한다면 우리 넷이서 움직이게 되겠죠.”

"잘은 모르겠지만 심각한 일인가 보네. 진지하게 들어볼게. 말해줘."

미에코가 품에서 지도를 꺼냈다. 그녀는 모두가 볼 수 있도록 탁자 위에 지도를 펼쳤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지도의 어느 곳을 가리킨다.

후지산.

"믿을 수 있는 정보원으로부터 마도정이 후지산에서 강림 의식을 진행한다는 정보를 얻었습니다."

"강림 의식?"

“신을 이 세상에 강림시키는 의식입니다."

"신이라. 아, 츠쿠요미의 곡옥."

"네. 마도정의 목적은 츠쿠요미의 곡옥을 이용해 신을 이 세상에 강림 시켜, 신의 힘을 얻는 것입니다. 신의 힘을 빼앗는다는 말이 옮겠지요. 그들은 신의 힘을 손에 넣어 일본을 완전히 지배할 계획입니다. 일본 다음에는 한국. 한국 다음에는 중국과 러시아 쪽에도 손을 뻗치겠지요."

원작에서는 미에코가 아니라 효도 유우키가 주도하지만, 내용만 따지면 원작과 다를 게 없다.

"미야카도. 너는 어떻게 해서든 츠쿠요미의 곡옥을 되찾고 싶은 거구나."

"네. 츠쿠요미의 무녀로서 당연합니다. 그리고 이 일은 일본을 위해서 아니, 전 세계를 위한 일입니다."

"네가 부탁하려는 게 뭔지 잘 알겠어. 후지산으로 가서 강림 의식을 방해하고 츠쿠요미의 곡옥을 되찾자는 거겠지. 하지만… 우리끼리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적은 마도정이야."

반면에 이쪽은 아카데미 1학년 4명이다. 제각각 실력에 자신 있는 인물들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전력 차이가 심하다.

뭉쳐서 가봤자 좋은 결말을 기대하긴 어렵다.

"강림 의식은 총 세 곳에서 이미 이뤄지고 있습니다."

“세 곳?"

“…마도정은 츠쿠요미의 곡옥뿐만이 아니라, 스사노오와 아마테라스의 곡옥까지 손에 넣었습니다."

"뭐…."

나는 진심으로 놀랐다.

이건 원작에서도 없던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원작에서는 츠쿠요미의 곡옥만 나온다. 애초에 스사노오와 아마테라스의 곡옥이란 물건이 있는지도 몰랐다.

“세 개의 강림 의식을 동시에 진행 중이라는 뜻은 마도정의 전력이 분산되었다는 뜻입니다. 저희만으로 한 곳 정도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습니다."

“…하나만 막아도 되는 거야?"

"물론 아닙니다. 저는 이후에 학장님에게 가서 의식 방해를 위한 특공을 제안할 예정입니다. 학장님이라면 도와주실 수도 있습니다. 이 일의 심각성을 가장 잘 파악하고 계시는 분이니까요."

"일본 히어로 협회도 있잖아."

“그들과 마도정의 유착관계를 포착했습니다. 일본 히어로 협회는 믿을 수 없습니다."

나는 고민하는 척했다.

사실 이 작전은 아라시 아카데미의 학장인 텐라이 나기사가 없으면 성립되지 않는다.

'변수는 스사노와 아마테라스의 곡옥인데…. 왜 변수가 발생했는지 모르겠군. 난 일본 쪽에 별로 개입은 안 한 것 같은데.'

원인이 궁금하지만,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이 세상의 모든 걸 알고 있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원인을 따지는 것보다 대처하는 것이 먼저다.

'현재 마도정의 간부는 핫토리와 야요는 뒈졌으니 총 3명이야. 의식에 한 명씩 있으니 딱이군. 이거, 원작보다 더 수월할 수도 있겠는데?'

마도정의 간부는 마인이다. 마인이 상대라면 '악마 사냥꾼' 특성을 가진 내가 상성 상으로 유리하다. 실제로 이미 간부인 야요를 상대하며 내 힘을 증명했다.

'마도정 간부와 1대1로 싸워서 질 것 같지 않아.'

1대1로 싸우는 경우만 한정해서다. 1대2는 아무리 나라도 자신 없었다. 그놈들이 괜히 일본의 음지를 지배하고 있다는 말을 듣는 게 아니니까.

"좋아. 내가 할 수 있는 거라면 도와줄게. 단, 텐라이 나기사 학장이 허락했을 때 한정이야."

"후우. 감사합니다. 당신이 보여준 실력이라면…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근데 텐라이 나기사 학장이 허락할 거라 생각해?"

"허락할 겁니다. 히어로 협회를 믿을 수 없는 지금, 학장님이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곳은 없으니까요. 그리고 저희는 약하지 않습니다."

효도 유우키를 비롯해 레이카와 메이코 모두 아카데미 정상급 실력자들이다. 당장 아카데미를 그만두고 히어로로 정식 활동해도 문제없을 수준이다.

"그런데 마도정의 강림 의식이 끝나면 정말로 신이 나타나는 거야?"

“아니요. 그건 아닙니다. 어떤 의식을 하든 신이 온전한 형태로 나타날 수 없습니다. 이 세계에는 신이 없으니까요. 마도정의 강림 의식은 신의 힘이 서린 곡옥을 이용해, 신의 일부를 강림시키는 겁니다. 엄밀히 따지면 진짜 신이라고 부를 수 없는 존재지요. 하지만 그 힘만큼은 진짜 신의 것일 겁니다."

신의 힘이 탐났다.

강림 의식을 방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내가 가로채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건 나 혼자서 하기 힘들 것이다.

이후로 마도정에 관한 대화를 나눈 우리는 다 함께 학장실로 갔다.

텐라이 나기사는 미에코의 제안을 받았다. 그녀는 미에코의 말을 듣고 신중하게 고민했다. 그리고 우리를 면밀히 살폈다.

“미에코. 마도정이 스사노오와 아마테라스의 강림 의식을 추가로 동시에 진행한다는 말이 사실이느냐? 네가 만났다는 그 정보상인. 정말 믿을 수 있는 놈이느냐?"

"히라기 지로. 그는 유능하고 믿을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는 처와 자식을 마도정에게 잃었습니다. 그는 마도정에게 복수를 원하고 있습니다."

"……너희도 알겠지만, 이 일에 바로 확답할 수는 없느니라. 이쪽도 따로 조사해보겠다."

"학장님. 강림 의식은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빠른 결단이 필요합니다."

"미에코. 내가 강림 의식도 모르는 년으로 보이느냐?"

텐라이 나기사가 눈살을 찌푸렸다. 어린아이 같은 외모 때문에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학장님. 제가 주제넘었습니다."

"……나도 미안하구나. 겨우 이런 일로 짜증을 낼 필요는 없었는데… 요즘 신경이 날카로워졌어. 신을 강림시키는 의식은 준비가 완료되었다고 해서 바로 끝나는 게 아니다. 완벽한 준비를 끝내더라도 의식 진행까지 최소 보름은 걸릴 테지. 아직 여유는 충분히 있으니 걱정하지 말거라. 너희는 이만 물러가서 대기하고 있거라."

"예. 학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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