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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염의 피닉스-1417화 (1,412/1,497)

< 1417화 > 1417. 아카데미의 구원자

침대에서 일어났다. 미련 없다는 듯이 몸을 돌려 방 밖으로 나간다.

"아, 안 돼!"

최정화가 다급히 내 손목을 잡는다. 나는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비웃음을 짓는다. 최정화가 나를 막을 줄 알았다. 최정화에겐 딸인 최다연과 금화 그룹은 인생의 전부니까. 이 일로 금화 그룹이 무너지지 않더라도, 최다연은 확실하게 무너질 것

이 분명하다. 어머니로서 최다연이 무너지는 꼴을 보고 싶지 않겠지.

애초에 최정화가 정말로 최다연을 버리지 않는 이상, 이 상황은 내가 이기는 것으로 정해져 있었다.

"날 막았다는 건, 내 제안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이겠지?"

"다른…, 다른 원하는 건 없어? 내, 내가 할 수 있는 거라면 해줄게. 웬만한 건 모두 들어줄 수 있어."

“내가 제안한 것도 아줌마가 할 수 있는 일이야. 뭐, 하기 싫으면 말든가."

최정화의 팔을 뿌리치고 현관문 손잡이를 잡는다. 최정화가 다시 내 어깨를 잡았다.

“알았어. 하면 되잖아! 네가 시키는 대로 할게! 대신에 다연이는 건들지 말아줘. 그게 조건이야!"

“진작에 그럴 것이지…. 괜히 시간만 버렸잖아."

나는 당당하게 침대로 돌아가 앉았다. 최정화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분한 감정이 그대로 나타난 표정이었다. 나는 손가락으로 침대 앞의 의자를 가리켰다. 최정화가 의자에 앉았다.

“네 말, 믿어도 되는 거지?"

"무슨 말?"

"…사진에 찍혀 있는 대로 따라 하면 다연이의 사진을 지워준다는 말."

"당연하지. 정 못 믿겠으면 변호사 대동한 채로 계약서라도 쓸까? 이런 일에 계약서를 쓰는 것도 웃긴 일이지만."

"…계약서는 됐어. 무슨 떳떳한 일을 한다고 게약서를 써?"

"남들에게 못 보여주는 계약서가 되긴 하겠군. 크크.”

모든 일이 잘 풀리니 웃음이 새어나오려고 한다.

'계획이 너무 잘 먹히잖아.'

계획을 세우기 전에 최정화의 정보를 얻으려고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돈이 있으니 정보를 얻는 건 쉬웠다. 최정화는 안그래도 유명인이기도 했으니까.

'최정화는 딸을 소중히 여기지. 끔찍할 정도로.'

그 점은 성하리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최정화가 학부모회에 들어간 이유도 최다연 때문이고, 여기 일본 아라시 아카데미에 따라온 이유도 딸인 최다연 때문이다.

'원작에선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성하리의 영향을 받았나.'

아무튼간에 결론은 최정화는 딸인 최다연은 아주 귀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그럼 다른 가족인 남편은?

'대궐 같은 집에 같이 살고는 있지. 다만, 최정화의 남편은 1년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보낸다. 정략결혼이고, 금술이 좋다는 소문은 아예 없지.'

최정화의 남편도 재벌 가문 출신이다. 결혼 당시에는 재계 순위가 10위 정도였는데 지금은 100위 안에도 못 든다.

최정화와 그 남편은 가진 것의 차이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이다. 이것만으로 최정화가 부부 사이의 갑이 되기 충분한데…

남편의 가문은 금화 그룹에 빚까지 졌다.

'부부 사이에서 최정화가 절대 권력을 손에 넣은 거지.'

최정화의 남편은 최정화에게 말을 붙이기도 어려울 것이다. 장담할 수 있다.

'부부 관계는 최악. 정략결혼이니 제대로 된 섹스도 못 해 봤겠지. 크크. 아주 좋은 상황이야.'

계획은 완벽했다. 최정화의 반응도 계획대로다. 그리고 계획의 끝까지 변수는 없을 것이다.

'내가 이런 여자를 따먹는 게 한, 두 번도 아니고. 변수는 없어. 최정화, 넌 이미 내 여자야.'

나는 스마트폰을 만지며 최다연의 사진 중 하나를 찾았다.

“아줌마. 처음이니 쉬운 것부터 가자. 내가 특별히 배려해주는 거야."

“…됐고. 내가 제대로 사진대로 따라 하면 백업해둔 사진도 지워."

"알았어. 지운다니까."

"내가 널 어떻게 믿고…."

“아, 제발. 아줌마! 하기 싫으면 하지 마! 이건 아줌마와 나의 거래야. 아줌마는 날 믿어야 하고, 나도 아줌마를 믿어야 해. 서로 간에 신뢰가 있으니 거래가 성립되는 거잖아? 그러니 일단 날 믿어. 아줌마가 나를 믿는 만큼, 나도 아줌마를 믿을 테니까. 서로 잘하면 돼. 그럼 우린 아름답게 헤어질 수 있어."

"……이게 널 향한 마지막 믿음이야."

"그래. 그러니 더는 귀찮게 하지 말고… 이 사진이 좋겠다."

스마트폰을 들어 최정화에게 사진을 보여준다. 사진에는 내게 머리채 잡힌 최다연의 머리가 클로즈업되어 있었다. 최다연은 분한 듯이 얼굴을 있는 대로 찌푸리며 사진 찍는 나를 노려보고 있다.

"어때? 진짜 따라 하기 쉬운 이미지지? 아줌마는 가만히 있으면 돼."

"…나보고 너한테 머리채를 잡히라고?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게 뭔지 아니? 다른 사람이 내 머리를 잡는 거야."

피식.

나도 모르게 웃음이 튀어나왔다.

“아줌마가 싫어하면 어쩔 건데? 안 할 거야?"

우리는 거래를 했다.

하지만 그게 공정한 거래가 아니란 걸, 나도 알고 그녀도 알고 있었다.

우리 사이의 갑은 나였다. 을은 갑이 까라고 하면 까야한다.

“…해,"

“아줌마 스마트폰 줘."

“스마트폰은 왜?"

“다연이를 찍은 구도로 아줌마를 찍어야 할 거 아니야. 그래야 얼마나 비슷한지 비교할 수 있지. 내 스마트폰으로 찍는 것도 아니니 괜찮잖아."

"알았어. 사진 외에 다른 이상한 걸 할 생각은 하지 마. 내가 두 눈으로 지켜보고 있으니까."

그녀가 날 노려보며 으르렁거린다. 하나도 안 무서웠다.

'내가 작정하고 스마트폰에 수작을 부린다면… 아줌마는 날 절대 못 막아.'

나한테는 '해킹' 스킬과 기계 정령인 마키나가 있었다. 내가 수작을 부리면 최정화는 당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수작 부릴 생각은 없다. 이미 모든 게 갖춰져 있으니까.

"한다?"

최정화의 머리를 향해 손을 뻗는다. 손이 다가오자 최정화가 움찔거렸다. 최정화의 머리는 단발이다. 최다연과 같은 검은색 머리카락이다. 다만, 머리카락의 길이가 달랐다. 최다연의 머리카락은 허벅지 아래까지 내려왔고, 최정화의 단발은 어깨에 닿을락 말락 한 길이다.

얼굴이 예뻐서 그런지 평범한 단발머리까지 깔끔하고 세련되어 보인다.

“하, 혹시 겁먹은 거니? 아까까지의 기세는 어디 갔어?"

너무 느긋하게 최정화의 얼굴을 감상한 걸까. 최정화가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절대로 굴복하지 않겠다는 태도가 아주 바람직하다.

“다연이와 헤어 스타일이 달라서 어떻게 머리채를 잡을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역시 사진처럼 앞머리를 잡아당기는 편이 좋겠지.”

단숨에 머리채를 잡고 당긴다.

“악…!"

최정화의 눈가가 덜덜 떨렸다. 살기가 느껴진다. 머리채를 잡히는 게 싫다는 말이 거짓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최정화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나는 한 손에 카메라를 들고 최다연을 찍었을 때처럼 구도를 잡았다. 내가 위에 있고, 최다연이 아래에 있는 구도.

'진짜 자매처럼 닮았네. 최다연의 화난 얼굴을 일부러 따라 했나?'

찰칵.

사진은 아주 잘 찍혔다.

짝!

최정화가 내 손을 뿌리쳤다. 힘이 얼마나 실렸는지, 손이 빨갛게 변했다.

"찍었으면 손 놔. 언제까지 잡고 있을 거야?"

"…아줌마. 이러면 안 되지. 내가 일부러 아줌마 배려해서 쉬운 사진부터 골랐잖아. 그런데 이렇게 나와?"

“날 바보로 보는 거니? 무슨 사진이든 어차피 결국 내가 따라 해야 하잖아. 겨우 그런 걸로 생색 내지 마. 어쩜 행동 하나, 하나가 이렇게 추잡할 수 있는지…. 네 엄마인 성하리와는 딴판이네. 성하리는 성격이 지랄 맞긴 해도, 추잡하지는 않았

어."

"이 아줌마가 사람 속을 살살 긁네? 그런데 어쩌나. 아줌마가 무슨 말을 하든 상황은 바뀌지 않아. 자, 다음 사진이야. 젖까."

최다연이 오른쪽 젖을 까고 있는 사진을 보여줬다. 블라우스 단추를 풀고, 브래지어 컵을 내린 뒤에 오른쪽 젖만 내민 상태로 누군가의 엄지와 검지에 분홍색 젖꼭지가 잡아당겨지고 있는 사진이다. 물론 그 누군가의 정체는 바로 나다.

"다연이가 이런 사진까지… 잠깐. 뒤에 내가 찍혀 있잖아?!"

"크크. 이거 1층 로비에서 찍은 사진이라 아줌마도 우연히 찍힌 거야. 자기 딸이 젖꼭지가 잡아당겨지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지?"

"이 비열한 놈…!"

"헛소리 말고 젖이나 까. 아니면 내가 대신 까줘?”

"…큭…."

최정화는 오른손을 등으로 돌려 자크를 내렸다. 그녀는 블라우스가 아닌 청담동 며느리 스타일의 블라우스를 입고 있었다. 사진처럼 오른쪽 젖가슴만 꺼낼 순 없는 것이다.

원피스가 내려가고 정확히 가슴 부분만 드러났다. 최다연과 취향이 같은지 검은색의 명품 브래지어다.

"오오. 다연이보다 가슴이 더 크네? F컵이지? 내 눈은 못 속여."

“제발 추잡한 소리 좀 그만 해주지 않으련?"

"아줌마가 머뭇거리면서 젖을 안 까니까 그렇잖아.”

오른쪽 브래지어를 잡고 아래로 내리면 되는 간단한 일인데, 최정화는 머뭇거리며 쉽게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해는 한다. 이건 머리채를 잡히는 것과 다른 종류니까. 타인에게 자신의 은밀한 부위를 보여주는 건 처음이니 꺼려질 수밖에 없다.

내 도발에도 최정화는 제법 길게 망설였다. 나는 일부러 그녀를 재촉하지 않았다. 어차피 결국 할 수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으므로, 맛있는 요리를 기다리는 기분으로 지켜보면 된다.

결국 최정화는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오른쪽 브래지어 컵을 아래로 내렸다. 출렁… 거리지는 않았다. 출렁일 정도로 그녀의 젖가슴은 탄력이 넘치는 게 아니었으니까. 브래지어를 입었다고 하더라도 내 눈을 속일 순 없다. 역시 그녀의 젖가슴은 살짝 처져 있었다.

그녀의 가슴은 시냇물처럼 부드럽게 아래로 흘러내린다.

“오."

나는 최다연의 사진과 최정화를 비교했다. 가장 두드러진 건 처진 형태와 젖꼭지였다. 젖꼭지가 최다연의 것보다 절반 이상 더 컸다. 거기에 색깔도 갈색으로 변하기 전의 진한 선홍색이다.

"빨리 사진 찍어!"

"크크. 아직 최다연의 사진이랑 다르잖아. 사진과 똑같아지려면."

엄지와 검지로 최다연의 오른쪽 젖꼭지를 잡아당겼다.

"흐으으으윽?!"

젖꼭지와 함께 젖가슴이 내 손에 따라 쭈욱 늘어난다.

“아, 역시 최다연의 것보다 가슴이 더 무겁네. 근데 탄력이 부족해서 그런지 반발력이라 해야 하나? 그런 게 없네. 아, 그래도 다연이 젖꼭지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건 인정."

최대한 잡아당긴 상태에서 손가락에서 힘을 풀었다. 늘어난 젖꼭지가 다시 원래 크기로 돌아간다. 그런데 뭐랄까. 그 과정이 느리다고 해야 하나, 힘이 없다고 해야 하나.

'여기서 나이가 느껴지는군. 최다연과 달리 젖꼭지도 발기 안 했고….'

최정화의 오른쪽 젖을 빤히 쳐다봤다. 유두가 그러하듯 유륜도 최다연보다 컸다.

“……너 사진 안 찍어?"

"아, 맞다. 깜빡했네. 이번엔 찍을게.”

"한 번 했으니 이건 넘… 크으으읏?!"

서둘러 손을 뻗어 다시 젖꼭지를 잡아당겼다.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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